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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친구 사이







#제 1화. 우리 사이, '사람' 친구 사이






"야! 짠해, 짠!"



정재현 제대 축하한다! 짠!

해도 지기 전, 알코올을 섭취하기에 조금 이른 시간에 우리는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 간만에 만남을 가졌다.

사실 김도영이 바쁘다며 밤에나 만나자고 했지만, 아니 정재현이 제대를 했다는데 시간을 못 내준단 말야?! 여주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김도영이 져줬다.

물론 재현이 입대한 이후로도 툭하면 면회를 가기도 했고, 또 정재현이 어떻게 했는지 선임들의 이쁨을 잔뜩 받아 툭하면 휴가를 나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못 본지 얼마나 되었다고 머리가 어느정도 자란 재현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싶다.



"이야, 정재현이 제대도 하고. 세월 참 빠르다."


"김여주 또 애늙은이 같은 소리한다, 또."


"뭐, 맞는 말이잖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 안 나? 우리 다 질풍노도의 고1이었어. 그게 벌써 6년전인데."



여주의 말에 다들 당시를 회상하는지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아, 그 땐 정재현이 아니라 김도영이 까까머리였는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난건지, 도영이의 까까머리는 어느새 눈을 가릴 정도로 길게 자라있었고, 지금은 대학 입학 기념으로 했던 탈색 머리를 덮겠다며 블루블랙으로 염색한 상태였다.

여주도, 재현이도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도영이를 따라 탈색도 하고 여러 색으로 염색도 했었는데. 우리의 염색 대장정은 미용사 언니가 기겁할 정도로 머리카락을 혹사시킨 후에야 끝이 났었다.



"아 맞아, 우리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올해 결혼하신대."


"헐, 설마 그 때 연애하시던 그 분이랑?"


"뭔데, 왜 나만 기억 못 해?!"


"응. 그 때 소개팅 나간 얘기해주시고 막 그러셨었잖아."


"아 기억난다! 근데 너는 이런 소식을 어디서 들었어?"



여주의 질문에 재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대하자마자 찾아뵙고 왔지. 우리 많이 아껴주셨잖아. 특히 나."






***





1차는 치킨집, 2차는 노래방, 3차는 포차, 4차는 도영이네 자취방으로 이어진 우리의 술자리는 여전히 흥겨웠다.

역시, 과거 이야기는 최고의 안줏거리였어.

문제는 해가 지기 전부터 해가 뜰 때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다들 어느 순간 술에 취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정정. 자타공인 주량왕 재현은 멀쩡했다. 나머지 둘이 짐승이 되었을 뿐.



"야,야, 김여주. 너어 막 이렇게 외박해도 돼?"


"뭐. 내가 니네 집에서 자고 간 게 한두번도 아니고."


"아니, 그래도오..."


"뭔데? 나 이제 여기서 못 자아?! 뭐야 너 여친 생겨써어! 왜 말을 안 해줘써!"



내가 미안해지자나!! 엉엉!! 내가 그거바께 안되는 칭구여따니!! 미아내!! 엉엉!!

멀쩡히 대화하던 여주는 조금 흥분하자마자 곧장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여주의 울음에 도영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다 미안하다며 같이 울기 시작했다. 미안내!! 내가 여친 업써서!! 고민 얘기 안해서 미안내!! 울디마 김여주! 엉엉!!

그 모습에 아직까지 멀쩡한 재현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왼손으로는 여주의 등을, 오른손으로는 도영의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둘 다 울지마라 제발...

하, 이것들이랑 술을 같이 먹은 내가 잘못이지.



"김여주 다 울었으면 일어나. 집 가게."


"모오?! 집에 간다구우?? 아냐! 나 안 갈거야!"


"울음 그쳤으면 일어나 얼른."


"우리집 가는데 1시간 넘게 걸린단마랴... 시러..."


"뭐래. 너 엊그제 이사했잖아. 이 근처로. 자취한다며."


"아 맞다! 그랬지이~"



여주의 박터지는 소리에 속이 터지는 재현이었다.

재현은 냅다 뻗은 여주와 도영 대신 대충 자리를 정리한 다음 여주를 질질 끌고 도영의 자취방을 나섰다.

뭐, 김도영은 알아서 침대 위로 기어갈테니까. 문제는 종종 필름이 끊기는 여주였다.

이럴까봐 김여주네서 마시자니까, 도영이네보다 더 멀다고, 귀찮다고 빡빡 우기는 김여주에 결국 도영이네로 향한 셋이었다.



"아아, 안 가요! 집에 안 가요오! 안 간다니까요!! 5차 가즈아~!"


"안되긴 뭐가 안돼. 제발 조용히 좀 해. 창피하니까."



계속 소리를 지르는 여주에 재현은 입을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미운 다섯살도 이거보단 말을 잘 듣겠네.

재현은 눈물을 머금고 여주를 끌고 갔다. 내일 해장국은 반드시 김여주한테 얻어먹으리.






***






아침에 눈을 뜬 여주는 당황스러웠다. 뭐지 내 손에 꾸깃한 이 네스퀵 껍질은?

그보다도 깨질듯이 아픈 머리에 멈춰있길 잠시, 방바닥에서 일어난 여주는 물을 찾아 냉장고로 향했다.

그리곤 냉장고를 열었는데, 그래 열었는데.



"뭐야. 여기 우리 집 아니야?"



물 밖에 없던 텅 빈 냉장고 안에는 커다란 콜라와, 숙취해소 음료, 그리고 네스퀵 3개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분노의 필기체로 적혀있는 포스트잇도.



"일어났으면 연락해라? 헐 뭐야 정재현 짓인가?"



아니 정재현 짓이 분명했다. 내가 과음한 다음날 항상 탄산음료를 찾는 걸 잘 아는 건 정재현 밖에 없었다.

없으면 없는대로 버티는 편이라 김도영도 딱히 모르는 건데. 아닌가? 그냥 집에 음료수가 없길래 사다 놓은 건가.

아니 애초에 정재현이 사다 놓은게 맞나? 어제 누가 또 우리집엘 왔다 갔나?

여주는 또다시 아파오는 머리에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해장으로 국밥이나 먹자고 해야겠다.


그나저나 오전 9시인데 다들 일어는 났으려나...



[NCT/재현] 우리 사이, 친구 사이 _ 01 | 인스티즈


[NCT/재현] 우리 사이, 친구 사이 _ 01 | 인스티즈

[NCT/재현] 우리 사이, 친구 사이 _ 01 | 인스티즈




김도영의 음성파일을 듣곤 여주는 절규했다. 술이 웬수지 정말..

내가 다시는 술을 마시나 봐라.

그렇게 김여주는 또다시 못 지킬 약속을 했다.






***






우리의 바른 생활 모지리들은 10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국밥집에 도착했나보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여주의 핸드폰이 25분부터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씨, 무리해서 화장하는 게 아니였는데.



"여보세요? 어어, 가고 있다, 지금."


"김여주! 물주가 안오면 어떡해!"


"귀 떨어지겠다 김도영. 어차피 나중에 계산하는 거잖아. 가고 있으니까 먼저 시켜놔."



난 아무거나 상관 없다~ 5분 안에 갈게. 거의 다 왔어. 그럼 끊는다.

여주는 빠르게 말을 하곤 도영의 잔소리가 시작하기 전에 전화를 끊고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그렇게 서둘러 국밥 집에 도착하니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무언갈 심각하게 의논 중인 도영과 재현이 보였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의논 중인가 했더니 '이제 갓 제대한 복학생이 과팅에 나가도 되는가?'에 대해 의논 중이었다.



"뭐야 정재현 과팅 나가?"


"엉. 상혁 선배 알지? 그 선배가 얘 제대하는 거 벼르고 있었잖아. 얘 자랑하고 싶어서."



근데 진짜 연락을 했대. 제대하자마자. 과팅 나가라고. 반명령조였다는데?

도영의 말 끝엔 웃음이 걸려있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이럴때만 친한 척이지 아주.

도영의 말이 끝나자 재현이 여주에게 물어봤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갓 제대한 복학생이 과팅 나가도 되겠어?"


"흐음.. 그거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니네."


"어? 왜?"



재현이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짓자 여주는 답답하다는 듯이 이야기 했다.

뭘 당연한 걸 물어. 야, 니 얼굴이면 만사가 오케이야. 나와준게 고마운 거지. 아니, 애초에 솔로여서 고맙지.

여주의 말에 도영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것도 그래.. 정재현 얼굴이 보통이냐? 그건 아니지. 썩혀두기 아깝지. 상혁선배가 왜 벼르고 있었겠냐고.

그렇게 재현의 과팅에 대한 의논은 순식간에 마무리되고, 이번엔 여주에게로 시선이 날아왔다. 어라, 김여주 제법 꾸몄네 오늘? 허, 치마를 입었어?



"뭐냐 너. 오늘 일 있어서 과사 간다며."


"응"


"과사를 꾸미고 가?"


"저는 과사만 간다고 한 적이 없는데요..."


"아 뭐야. 김여주 데이트야? 야! 우리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티내면 안 되는거지! 위선자!"


"그럼 니도 연애를 하던가."



여주의 말에 도영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라며 발을 굴렀다. 나도 하고는 싶다고!!

그런 도영에 여주는 툭하니 대답했다. 그럼 너도 정재현이랑 같이 과팅 나가던가.

여주의 대답에 도영은 여주를 무섭게 노려보았지만, 여주는 익숙하다는 듯 무시하곤 국밥을 먹었다.

아 국물이 뜨신게 해장하기 딱 좋구만..











_


코로나19로 인해 허구헌 날 집에서 공부만 하다가 지루해져서 써보았습니다...

저희 학과에는 저런 동기도, 선배도, 후배도 없더라구요... ^ㅠ

그래도 개강 미뤄진 겸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써보았습니다.

아 나도 정재현, 김도영 같은 남사친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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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작가밈 넘 재밌서요,,,,기다리구잇겟슴니ㄷㅏ...!!
4년 전
독자2
작가님 너무 재밌어서 두 번 봤어요 ㅠㅠㅠㅠㅠ
4년 전
비회원94.151
으갸갹ㅠㅠ너무 재밌어여....대학교에는 왜 저런 분들이 없을까요.....ㅠ?
4년 전
독자3
작가님~~ 재밌어여ㅠㅠㅠㅠㅠ 다음편 기다릴게요ㅠㅠㅠ우아아아아아ㅏ
4년 전
독자4
도영이 집에서 자는게 익숙한 여주라구여....?거기 어디죠
..ㅠㅠ하ㅏㅠㅠㅠ이거 판타지 소설이네여 진짜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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