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오는 시끌벅적한 이 자리에서 불쾌함보단 우리의 추억과 그때 그 시절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누가 누구를 좋아했고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하였으며, 맨날 그 애칭찬만 줄줄 늘어놓았다는 이야기도, 2학년 때 계셨던 영어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도
그냥 새롭고 재미있고 풋풋했다. 바람에 말려진 빨래처럼 보송보송하고 은은한 그런 추억들이었다.
그렇게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한참을 이야기하던 애들의 관심사가 한 아이한테로 집중되었다.
"야 오늘은 김종은 볼 수 있을라나?"
"걔 요새 뭐하고 지낸데? 소식 들은게 없네."
"나도 들은건 없어, 걔 학창시절에 좀 생겨서 지금도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한번도 나오는 적이 없네 걔는"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 못하기로 유명했던 백현이가 먼저 김종인에 대해 운을 띄웠고 얼굴이 잘생겼던 기억이 난다며 지금도 잘생겼는지 궁금하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자식, 그냥 보고싶다고 말하면 되지 뭐 그리 빙빙 돌려 말하는지 이제 그 버릇도 어느정도 고쳐지리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김종인이라.. 사실 이제와서 이야기하는 말이지만 김종인은 정말로 잘생겼었다. 훤칠한 키에 짙은 쌍커풀, 그 아이가 풍기는 나른한 분위기 까지. 생각해보면 많은 여자애들은 한번씩은 김종인을 좋아했던거 같기도 하다.
학창시절에 친한편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내 기억에도 그는 잘생겼었다. 2학년 때 같은반이었는데 짝도 한 번 해보았다. 내 성격이 조용한 편이고 김종인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둘이 막 친하거나 그러지도 않았고 정말 필요한 말들만 주고 받은 사이였다.
근데 그 아이는 항상 나를 빤히 쳐다봐서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그거 외에는 그냥 그런 친구였다.
그냥 그런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얼굴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게, 동창회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김종인은 동창회에 나오지 않았다. 에이 얼굴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갔다. 사실 술을 많이 먹지 않아서 그냥 술 깰겸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아... 어제 술 조금 먹어서 괜찮겠지 했거늘, 머리가 아프게 울려온다. 그래도 회사에 출근은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씻고 준비하고 회사로 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병원 쪽 계열이 유명한 회사다. 그래서 우리 회사 옆에는 병원이 붙어있고, 그 옆 건물에 우리 회사가 위치해있다.
사실 회사에 출근 할 때마다 병원을 가는 사람이나 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표정이 그렇게 어두울 수 없다. 아무래도 병원이라는 곳이 마냥 좋지많은 않은 곳이니까.
오늘도 출근길에서 병원에 가는 사람들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업무를 한 다음 점심시간이 와서 밥을 먹으려고 음식점으로 들어 갔는데, 그곳엔 낮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
어제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했던 주인공, 김종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