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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어] 반짝반짝+ | 인스티즈


Belyakov Ilya x Blair Williams

반짝반짝+






- 혀엉 어디야

웬 애교? 일리야는 부장님의 눈치를 보며 핸드폰 액정을 꾹꾹 눌러댔다. 지난 두 달간, 제 앞에서 열심히 일코를 시전한 결과, 블레어는 일리야가 제 팬인지 어쩐지 따위는 하나도 모른 채 그저 그를 아는 형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다. 편하고, 말도 잘 통하는 아는 형 정도.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차분히 제 말을 들어주는 게 좋은지, 블레어는 제법 자주 일리야에게 연락을 해왔다. 어느날은 힘들어 죽겠다는 투정이기도 했고, 곡이 안 써진다는 생떼- 아니 작곡은 본인이 하는건데 왜 타인에게 징징대는건지- 이기도 했고, 타쿠야가 옆에서 자꾸 귀찮게 한다는 장난스런 내용의 폭로이기도 했다. 뭐, 어느쪽이 되었든 일리야는 그저 즐겁기만 했지만.

- 저녁 먹었어?

- 안 먹었어.

- 내가 사줄게 ;ㅅ; 밥 먹으러 나와라나와라

- 아직 퇴근시간 아니야. 그리고 뭘 니가사. 내가 형인데.

- 에이. 나 이번에 저작권료 들어왔단 말이야. 퇴근 언젠데?

- 한 시간 남았어

- ㅇㅇ 알았어

뭘 알았다는 거냐. 그리고 오늘 얘 스케줄이 있던 것 같은데....? 아니. 어제였나? 기억이 영 가물가물했다. 요새 일이 좀 바빠서 덕후로서의 본분을 잠시 망각한 채 블레어고 뭐고 그냥 살았더니만 제일 기본적인 스케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공식 일정은 모 방송사의 라디오 일일 DJ. 여러분 나중에 또 뵈요! 밝게 인사하던 목소리를 다시금 떠올리며, 일리야는 슬쩍 웃었다. 언제 들어도, 언제 봐도 마냥 비타민같다. 비타민. 엔돌핀. 또 좋은게 뭐가 있더라? 도파민?

- 근데 너 스케줄

- 형 언제오냐니까

- 딴소리말고

퇴근하고 나서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일리야는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렸다. 사실 두드리기만 하지 정신이 딴 데 가 있어서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마우스 휠을 내리면서 그는 요전에 들었던 불길한 느낌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아 움찔했다. 블레어너 그런거 아니지. 혼자 중얼거려보았지만 그 말이 당사자에게 들릴리 없다. 일리야는 가만히 앉아있다 가방을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또 저번처럼 어디 길거리서 돌아다니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요새 날씨도 썩 좋지 않은데. 심지어 아직 활동중이지 않은가. 가수라는 애가 감기라도 걸려서 목이 상하면 어쩔까 싶어 일리야는 자켓을 집는 손을 재촉했다. 자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나? 부장님의 물음이 등 뒤로 꽂힌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잠시 말을 고르던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어머님이 부르십니다.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러시아에 계신 어머님마저 팔아먹다니.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하고, 일리야는 사무실을 잽싸게 벗어났다. 한낱 대리가 이러고 튀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거는데, 저 멀리에서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사실 모자니 목도리니 꽁꽁 싸매고 있는 상태라 남들은 죽어도 모르겠지만, 그는 단박에 알아보았다. 어떻게 모르겠는가, 그 얼굴을. 아오, 내가 미쳐. 그쪽으로 다가가 블레어의 어깨를 짚은 일리야가 물었다.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해.

" ... 형은 좀 웃으면서 반겨주면 안돼? "

" 오늘 스케줄 있었을 거 아냐. "

" ...... "

" 전화 드릴게. "

핸드폰을 꺼내들자 블레어는 억울한 얼굴로 일리야 쪽을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뭔가 속상한 일이 있으니 자신을 찾아왔음이 틀림없었다. 눈꼬리가 쳐진 아픈 얼굴을 보자마자 마음이 또 약해져버려서, 일리야는 일단 블레어를 데리고 회사 근처를 벗어났다. 한 두번 있었던 일도 아닌지라- 스케줄 펑크가 아니라 놀러온 게- 익숙하게 택시를 잡고, 일리야의 집 주소를 내뱉는 블레어는 말이 없었다.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택시기사 아저씨 조심해서 나쁠건 없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주기로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블레어가 슬쩍 어깨에머리를 기대왔다.

" PD님한테 왕창 깨졌어. "

" .... "

" 넌 그것밖에 못하냐고, 늘 그따위냐고 비웃잖아. "

그 동안 뭘로 여기서 버텼냐고 막 웃는데, 거기까진 괜찮았어. 평소답지 않은 마르고 건조한 목소리가 담담한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뱉어냈다.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매니저 형이 우리 앨범 갖다 줬더니 우리 앨범 바닥에 던지는 거 보고 더 못 참겠더라고. 사실 오늘 그 PD님 프로그램 미팅하는 날인데 그게 심지어 2박 3일짜리란 말이야. 그래서 그냥 와버렸어. 못할 것 같아서. 솔직히 자존심 상해서. 이 일 하려면 자존심 상하는 거 따지고 그러면 안되는 건데. 그런거 하나하나 따져서 내 맘 세우고 이러는 거 안되는건데…

" 그래서 도망왔어. "

" ...... "

" 그냥 형 생각이 났어. 형은 위로해 줄 것 같아서. "

" ..... 그러냐. "

"잘 온 것 같아. 형, 화 안 냈잖아. 사실 화 났으면서. 결론적으로는 내 얘기 들어줬으니까. "

그 말에 일리야는 말 없이 창 밖을 바라보는 블레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힘내. 라는 무언의 메세지를 담아서. 블레어는 덧붙였다. 스케줄 펑크 낸 건 잘못했어. 근데 매니저형한테 미리 얘기는 하고 나온 거니까 화내지마. 나 대신 리더 형이 가기로 했어.그 PD님은 더 반기더라.씁쓸하게 웃는 그풀 죽은 모습이 안쓰러워 일리야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택시가 멈추고, 제 집앞에 설 때까지.

한동안은 블레어에게 아무 연락이 오지 않았다.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블레어의 스케줄표는 새 앨범덕에 꽉꽉 들어차 있었으니 서운하다거나 그런 감정을 느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바쁜 걸 뻔히 아는데 연락하기도 뭐하고. 핸드폰을 괜시리 만지작거리던 일리야는 괜히 잘 쓰고 있던 액정에 홀드를 걸었다. 더 보기 싫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참 이기적이다. 어차피 바쁜 것도 알고 있었고 이렇게 알게 된 것 역시 행운인데 자꾸 욕심을 내게 되는 이 사실은.

- 형 왜 요새 연락안해 =ㅅ=

한참 야근을 하던 참에 온 카톡이었다. 새벽 세시. 이 시간에 안 자고 뭐하는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안 자고 뭐해. 그 말에 블레어의 대꾸가 금방 돌아왔다. 이제 숙소 들어가. 스케줄 막 끝났어. 새벽 생방 라디오! 오늘은 일이 너무 바빠서 깜빡 잊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듣기 해야지.... 오늘은 뭐 했어? 라는 물음에 왜 연락이 없느냐는 심통난 답변만 돌아온다. 너 바쁠 것 같아서 안했지.

- 기다렸는데

어차피 별 의미 없는 말 일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괜한 설레임에 잠시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액정을 빤히 바라보니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다. 분명히 글자로 된 카톡인데도 불구하고. 블레어의 프로필 사진을 빤히 바라보던 일리야는 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다. 피곤하잖아, 매일 스케줄도 바쁘면서. 백스테이지에서 웃는 얼굴을 프로필로 단 블레어는 한참 대답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뭘 기대하고 있었나 싶어 일리야는 다시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글씨가 제대로 들어오질 않는다. 재미도 없고.

연락 안해라는 말 뒤에덧붙여진 이모티콘이 귀여워, 한참을 그것을 바라보던 일리야는 엎드려 있다 도착한 답장에 눕혔던 몸을 일으켰다. 형이 해준 김치볶음밥 먹고 싶은데. 또 놀러가도 돼? 그럼 백번이고 천번이고 돼!!모 통신사의 광고처럼 올레! 를 외치던 그는 실실실 웃어댔다. 아, 블레어 온다. 청소해야지. 그리고 애가 뭘 좋아하더라… 언제 온다고 약속한 적도 없건만 설레발을 치고 있던 일대리는, 곧 그러려면 이놈의 야근부터 끝마쳐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돈 벌자, 아자. 그가 혼자 중얼중얼 거린 말이었다.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청소였다. 그 동안 혼자 지낸답시고 마구 방치해두었던 집 꼴을 돌아보니 이게 말이 아닌거다. 그래도 손님이 온다는데 집을 이 상태로 맞이할 수 없어 일리야는 비장한 얼굴로 청소기를 집어들었다. 사실 귀찮다. 너무너무 귀찮다.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려면 그것을 면해야 겠기에 먼지들이 가득한 집을 돌아다니던 그는 한 구석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젠장. 지난번에 같이 홈을 쓰는 찍덕 지인이 준 블레어 인화사진이었다. 이거 걸리면 그대로 들키는 거겠지. 오늘 청소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것 역시 발견하지 못했으리라. 절대 너한테는 들키고 싶지 않아. 일리야는 중얼거리며 사진을 주워 담았다. 

대강 청소를 마쳤을 즈음, 초인종을 눌러대는 소리에 그는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블레어였다. 목도리를 둘둘 감고 모자까지 푹 눌러쓴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어딘가 심통이 난 것만 같은 모습은 어딘가 불편해보였다. 지난번처럼 누가 뭐라고 했나. 무슨일 있었어?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건넨 인사를 블레어는 불퉁한 목소리로 받고 있었다. 아무 일 없었어. 또 무슨 일로 기분이 상한걸까 싶어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답은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또 누가 애 기죽여 놨나 싶어 순간 측은한 마음이 일었다. 춥지? 애써 싹싹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보아도 별 반응이 없는 것이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바깥에서 아무일 없었다고 대답하는 걸 보면- 사실 그러고 보니 무슨일이 있었으면 진작에 이야기를 하고도 남았을터였다- 아마 본인이 원인인 것 같은데. 일리야는 머리를 긁적였다.

" 나 저 방 구경해도 돼? "

갑자기 뭔 소리래. 혼자 뚱해보이는 얼굴을 뒤로하고 주방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무슨 소린가 싶어 몸을 돌리니 어느새 내 코앞으로 다가온 블레어가 말을 붙이고 있다. 아직도 짜증이 담뿍담뿍 묻어있는 얼굴이, 구겨진 미간마저 예뻐보여서 큰일이다. 이게 중증이지, 중증... 혀를 끌끌 차던 일리야는 블레어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동그란 눈동자가 오롯이 자신을 째려보다가 안돼지? 라고 혼자 그 질문에 답을 한다. 이건 뭘 하는거지. 빤히 얼굴을 바라보니 입술을 깨물며 혼자 망설이고 있다. 입술 뜯어져. 조심스레 또 꺼낸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다. 왜지?

" 형은 왜 그렇게 숨기는 게 많아? "

" 어? "

" 말 안해주는 건 왜 그렇게 많고? "

" ....엉? "

" 매번 만나면, 나만 말하고 있잖아. 형은 늘 아무말도 안해서 나는 잘 모르겠어. "

포르르. 작게 한숨을 내쉬던 블레어는 어느새 울상이 되어 있었다. 저렇게 시무룩해보이는 얼굴을 본 기억이 있던가. 없는 것 같다. 피디님한테 깨지고 왔다는 날 마저도 저런 얼굴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세상 모든 짐을 다짊어진... 정도는 아니지만. 아아 이것이 팬의 숙명인가. 분명 별 거 아닌 데 별 거 로 보여. 일리야를 빤히 올려다보던 블레어는 대뜸 물었다. 형은, 내가 싫어?

일리야가 고개를 젓자, 블레어는 더 인상을 찌푸린다. 벌써부터 인상 쓰는 일 많으면 나중에 주름 생기는데. 그러지마. 나름 농담이라고 던져봤건만 분위기를 이완시키는데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은 모양이다. 블레어의 얼굴은 여전히 울적한 모양이었다. 손에 묻은 물을 대강 바지에 문질러 닦은 그는 조심스레 블레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내가 뭔지 알잖아. 나름 차분하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는지, 그 마른 어깨에 짚은 팔 덕분인지 몰라도 지금 그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어깨에 올린 손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그게 아니라면, 지금 얼굴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묘하게 떨리는 것 같아서, 일리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 이건,옛날이었다면 꿈도 못 꿀 상황이어서 그런 거라고 그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심호흡이라도 해볼까… 그는 뇌까렸다. 물론 블레어에게는 절대 들리지 않게, 혼잣말로.

울상인 얼굴을 한참 내려다보던 일리야는 아까 한참 한숨을 내뱉던 블레어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말이지. 일리야는 붙잡은 어깨의 주인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린아이가 사탕을 빼앗기고 토라진 모양처럼, 블레어는 지금 많이 서러워보였다. 뭐가 그렇게 서러울까. 괜히 그 얼굴을 보다보니 본인마저도 울적해지는 기분이다. 일리야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가슴이 영 먹먹하다.

" .... 좋아해. "

" ..... 뭐라고? "

" 뭘 또 물어봐. 좋아한다구. "

어쩔 줄 모르던 억울한 얼굴은, 이내 씁쓸한 미소를 띈 먹먹한 얼굴로 바뀌었다. 형을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은 얼굴 치고는, 정말 울적해보였다. 이제 나 싫어할거야? 자기가 던지고도 우스운 질문임을 알고 있는지, 블레어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웃는 얼굴은, 허리에 팔을 두르고 폭삭 안겨오는 게 아닌가. 이걸 어째.. 어깨위에 올려두었던 일리야의 손은 갈 곳을 잃었고, 그는 우물쭈물 거리다가 조심스레 블레어의 등을 토닥였다.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주고 싶은데, 도무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 형이 나를 다시 안 보려고 해도 괜찮아. 근데 있잖아. "

형한테 일부러 더 연락하고,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계속 만나려고 한 것도. 내 시간 쪼개서 형 한테 자꾸 귀찮게 군 것도 다 나 나름의 관심있다는 표현이었어. 좋았거든, 그냥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고마웠거든. 처음에는 나한테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했는데 아니었어. 그냥 좋았던거야. 거창한 이유도 없고, 그냥. 근데 너무 답답하잖아. 형은 매번 아무것도 모르고 속 끓이는 건 답답해 죽겠고. 그래서 오늘 말해버리려고 왔어. 다시는 못 봐도, 내 연락 받지 않아도 돼. 고마워, 형.

누군가의웃는 얼굴이, 슬퍼보인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블레어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웬지 울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 나 이만 갈게, 형. "

아, 잠깐만! 순식간에 품에서 빠져나간 블레어의 뒷모습을 쫓던 일리야는 그 자리에서 뚝 멈춰섰다. 갑자기 돌아서서 활짝 웃고 있는 얼굴 때문이었다. 울 것 같은 얼굴. 아니, 어쩌면 속으로는 이미 울고 있는지도. 스크린 속에서 방긋방긋 웃던 그 얼굴로, 블레어는 웃고있었다. 나중에 봐, 형! 그 말과 함께 신발을 구겨신고 달려나가버린 블레어가 계속 신경쓰였다. 그 자리에서 바로 달라나가서 잡지는 못했으면서도, 계속.

생뚱맞지만, 아까 두근거려했던 이유를 떠올렸다. 뭐였을까. 기분이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조금은 설렜던 이유. 알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이미 블레어가 하고싶어 하던 말을 조금은 기대하고 있어서. 어쩌면 그럴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레 액정을 매만지던 일리야는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어떡할까. 액정속의 블레어는 여전히 반짝반짝 웃고 있었다. 좋아해. 일리야는 블레어가 하던 말을 따라 벙긋거렸다. 그제야 알게 된 건, 그 두근거림이 설레임에서 온 것이라는 거였다.


일부러 블레어의 생각을 하지 않고 지냈다. 사실 이건 핑계지만.회사가 너무 바빠서, 매니저 자리도 잠시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까 했지만 그것만은 놓을수가 없어서 야근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홈페이지 관리를 하고 잠드는 피곤한 일상이 계속 쳇바퀴를 도는 동안, 블레어의 연락은 없었다. 당연했다. 직업이 아이돌인 블레어는 너무 바빴고, 일리야는 그 시간동안 망설였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싶은 그런 마음이 앞섰다. 물론 블레어가 좋았다. 같이 있으면 즐거웠으니까. 그래서 나도 네가 좋다고는 말해주고 싶었지만,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는 마지막 의구심은 늘 일리야의 발목을 붙잡았다. 당장이라도 태도가 급변해서 그 때는 내가 잘못 생각했어. 라고 쌀쌀맞게 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밖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유래없는 폭설이라고 했다. 이미 두텁게 쌓인 눈은 이불마냥 거리를 덮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블레어는 눈을 참 좋아한다고 했었다. 눈 오는 날 곡이 더 잘 써진다나 뭐라나… 오늘은 우리 블레어 스케줄이 어떻게 되더라. 아 크리스마스 조공 준비해야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일리야는 그 때 블레어가 안겨주고 간 앨범의 노래를 틀었다. 하여튼 소속사 상술이 쩔어요. 이게 몇번째 리패키지냐. 새로 산 앨범 표지를 빤히 보던 일리야는 맨 뒷 장의 땡스투 부터 펴들었다. 이번 앨범엔 무슨말을 했으려나. 작사작곡 또 했다고 들었는데...매끈한 종이의 촉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그 종이 위에 새겨진 글자.from 블레어. 빤히 새겨진 이름만 쳐다보는데도, 기분은 상당히 먹먹했다. 너는 돌아가서도 나 때문에 속상해했을까. 지금도 속상해하고 있니?

「 일단 제일 먼저 저희 가족들! 집에서 열심히 스트리밍 하느라 고생한 친구들 고마워 ㅋㅋㅋ 그리고 늘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팬분들♥ 저희 땜에 고생이 많으신 사장님, 고마운 매니저형들, 코디 누나들, 늘 저희 머리 예쁘게 만져주시는 헤어스타일리스트 누나들이랑.... 」 대강대강 글을 읽어내려가던 그는 마지막줄에서 멈추었다. 「 형 그리고 전에 핸드폰에내 사진 있는 거 다 봤었는데. 멋대로 본 거 미안해.

…사진?

전에 블레어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쥐어준 것은 딱 한 번 있던 일이었다. 번호를 찍어달라고 핸드폰을 주었을때... 였는데 잠시만. 홀드 화면이 블레어였지, 그때? Oh my god. 나 얘한테 일코한 거 들킨거야?!

일리야는 잠시 패닉에 빠졌다가 눈을 바로떴다. 어쩌면, 이게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매니저님 이번엔 오세요?!

- 와 대박 진짜요?! 저희 댜댜님 얼굴 보는 거에요? 그동안 신비주의 대박이셨는데 ㅋㅋ

- 저도 블레어 얼굴 한 번 실제로 보고 싶어서요.

- 아 잘 됐다. 저희 오늘 짐 대박 많아요 ㅋㅋㅋ 댜댜님 오셔서 다 들어주시면 ㄳ

는 핑계. 일리야는 누군가가 쳐다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괜시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계모드 온. 하지만 그를 쳐다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정장이 아닌 옷을 입고 있자니 남의 옷을 빌려입은 것 같았다. 세탁소 집 아들이 손님 옷 빌려입고 나온 스멜이야 이건. 괜히 셔츠의 소매를 잡아당기던 일리야는 혼자 지하철의 스크린 도어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맨날 정장만 입고 다니는 아저씨도 아닌데 왜 벌써 이런 캐주얼한 차림이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나 원 참… 그렇게 나이 먹은 것도 아닌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나잇값 못한다고 욕하지 않을까 싶어 그는 괜히 신경이 쓰였다. 원래 남한테 이렇게 신경 많이 쓰는 타입도 아니면서.

- 아 싱남. 댜댜님 어디쯤이세요?

- 저 방송국 다 왔어요.

아이고... 내가 진짜 이렇게 까지 하고 앉아 있을줄이야. 일리야는 한 무더기의 상자들 옆에 서 있는 여자들을 발견하고 그 옆에 슬쩍 섰다. 안녕하세요. 그 말에 그 여자들의 고개가 돌아가고, 그녀들의 눈은 의아함에서 놀라움으로 물들엇다. 헐, 댜댜님이세요!? 네 저 맞는데요… 내 이럴줄 알았지. 머리를 어색하게 긁적이던 일리야는 애꿎은 상자를 발로 건드리며 물었다. 이거죠? 네. 고개를 주억거리던 여자들은 지네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와 진짜 꿈에도 몰랐어. 대박. 근데 글 올라오는 거 보면 좀 그럴것 같기도 했었는데… 뒤돌아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라도 지를까 생각했지만 그건 영 아닌 것 같아서 꾹 참는다. 사람이 참을 인 자 세 번 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데 저런 수군거림쯤이야 못 참겠는가. 그리고 오늘은 본 목적이 따로 있었으니까. 매번 블레어가 일리야를 만나러 오기만 왔지, 얼굴을 보러 제 발로 찾아온 건 처음이라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보다 몇배는 더 긴장된다.

상자를 대강 옮겨주고, 일리야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신호가 한참 간다 싶더니 핸드폰 주인이 대답을 해왔다. 방송국이지? 잠깐만 나와봐. 어딜요? 생방 들어가기 전 인거 다 알아. 비상계단 쪽. 근데 형이 여기 왜 있어요? 길게 묻지 말고. 시간 없잖아. 일리야는 거기까지 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입사시험 보던 때보다 더 긴장된다. 으으으.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지. 시작할 적의 첫마디를 고민하느라 일리야는 공연히 벽만 쳐다보았다. 낡은 하얀색 페인트 벽이 답을 줄 리는 없지만.

문이 열리고, 윈터시즌이라 하얀 니트에 폭 파묻힌 블레어의 고개가 빼꼼 내밀어졌다. 하얀 목도리도 칭칭 감겨있는 걸 보니 조명받다 무대에서 쪄 죽겠다. 더워보여서, 일리야는 그 목도리를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전화를 받으면서도 정말 이곳에 있을줄은 몰랐는지, 블레어는 상당히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어떻게… 블레어가 제가 궁금한 것을 묻기도 전에, 일리야는 그 팔을 잡아당겨 계단쪽으로 블레어를 끌어당겼다. 생방 전일테니 시간도 얼마 없을테다. 마른 몸이 힘없이 끌려오고 무거운 철문이 닫혔다.

" ...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 "

꿀꺽. 침이 절로 목을 타고 넘어간다. 이 형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싶어 멀뚱멀뚱 서 있는 블레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일리야는 핸드폰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홀드 해제. 늘 그렇듯, 바탕화면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블레어의 얼굴이 떠 있었다. 데뷔초, 어느 시트콤에 나오던 때였다. 단역이긴 했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컴퓨터를 붙잡은 채 밤을 새서 캡처를 한 결과물이 지금의 배경화면이었다. 보여? 일리야의 말에 블레어는 얼떨떨한 듯 대답했다. 이거, 내 사진...

" 너한테 숨기려던 건 다른 게 아니야. 사실… "

" 사실...? "

" 오늘 네 팬페이지에서 조공 들어온거 있지. "

응. 블레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일리야의 눈을 다시금 마주했다. 잠깐. 형이 그거 어떻게 알아? 왜냐면 내가 그거 돈 걷고 기획도 다 했으니까. 니가 좋아하던 음식 말 안해도 알고 있던 것도, 거리에서 너 한 번에 알아봤던 것도 다 그래서 그래. 내가 니 팬이라서. 이거 들키면 너한테 편한 형, 못 되어줄 것 같아서 일부러 말도 안하고 숨기느라 그랬어. 너한테 자꾸 한 발씩 빼던거. 니가 싫어서가 아니라, 니가 이런거 알면 나를 피해버릴까봐 겁나서 그랬어. 의외로, 블레어의 표정은 그렇구나-하고 마는 표정이었다. 놀라거나 질색하는 게 아니라. 하긴, 알고 있었다니까. 일리야는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 ... 근데 형, 할 말이 그게 다야? "

묘하게 시무룩해 보이는 얼굴이 또 물어서, 일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연히 할 말 더 있지. 내가 고작 이 말 하려고, 일코 해제 하러 등촌까지 달려온 줄 알아? 어색함을 좀 줄이기 위해 슬쩍 웃어 보이니 블레어는 베시시 따라 웃었다. 무슨 말 하려고 왔는데? 얼굴에는 기대가 잔뜩 묻어있다. 안 하려고 해도, 당연히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하긴 여기까지 따라온 것 만으로도 이미…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막상 말하려고 하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것이 좋아한다는 말 따위의 유치한 멘트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 그러니까, 어-. "

" .... 그러니까-? "

" 좋아한다고. 그때 너 그냥… 보내서 미안해. "

너 이제와서 싫어! 하고 가는 거 없는거다. 일리야는 혼자 중얼거리며 블레어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고운 눈동자가 비상구 불빛에 조금씩 광채를 띈다. 원래도 하얀데 얼굴에 뭘 발라놓으니 더 하얘진 얼굴은 감동받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지난번과는 다른 의미로, 또 울 것만 같은 얼굴. 이 얼굴이 익숙하다 했더니 그건 연말 시상식에서 봤던 거였다.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읊고 있을때의 얼굴.

왜 이제 말해줘. 나는 진짜 형이 나한테 연락 다시는 안하는 줄 알았어. 그때처럼 안겨오는 것도, 목소리에 조금은 울음기가 묻어있는것도 꼭 같아서 일리야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설마 지금 누가 보고 잇는 거 아니겠지. 야, 넌 연예인 경력도 제법 붙은 애가 이런데서 이러고 있으면…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려던 그는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런 멘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분위기 깨는데만 적합하지 지금 감동 만땅먹은 블레어에게는 들리지도 않을 서운할 소리였다. 대신, 갈 곳 잃은 손으로 조심스레 어깨를 끌어안았다. 덜덜. 본인이 떨고 있는 게 너무나도 여실히 느껴져서 일리야는 좀 창피해지려던 참이었다.

공들여 만진 머리가 눌릴까봐 머리는 쓰다듬어 주질 못하고, 그냥 말없이 블레어를 토닥여주던 일리야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너 리허설 안 하니. 이 말은 꼭 해야할 것 같아 망설이던 그는 물었다. 블레어. 근데 매니저 분이 안 찾으셔? 그 말에 블레어가 고개를 들었다. 아, 리허설… 가기싫다. 울상인 얼굴은 이제 눈꼬리가 쳐진 얼굴로 바뀌었다. 정말 가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가야지. 좋은 말로 달래보았지만 표정은 썩 좋지 않다. 나라도 싫겠다는 생각에 일리야는 더 이상의 언급을 그만 두었다.

" 나 이제 가야겠다. "

한참을 가기 싫다며 투덜대던 블레어는 정말 가야겠다는 듯 꼬물꼬물 일리야에게서 벗어났다. 그냥 보내기 아쉽기야 하지만 너무 바쁜 인기쟁이 아이돌인 것을 어쩌리오. 일리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전화할게.

" 응, 전화 받을게. "

묵직한 문을 열어 제끼며, 대기실로 돌아가려던 블레어는 무언가 잊은것이 있는 사람마냥 돌아와 또 웃었다. 장난기 가득해 보여서 일리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뭐 잊어버리고 갔어? 대답대신, 그 마른 손은 일리야의 얼굴을 붙잡더니 냅다 뽀뽀부터 하고 도망쳐 버리는 게 아닌가. 오늘은 무대 챙겨봐 줘야돼! 자기도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인지, 블레어의 요란한 발소리가 복도 저 끝으로 빠르게 사라져갔다. 몰랐는데, 제 아이돌은 생각보다 과감한 모양이었다. 그는 헛웃음을 짓다가 건물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아무리 그래도 공방은 못 뛰겠으니 무대는 DMB로 봐야겠다. 그는 잔뜩 엉킨 이어폰 줄을 풀어내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이번에 나온 블레어의 신곡을 흥얼거리면서. 사랑하고 있는걸-. 블레어가 반짝반짝 웃으며 등장하는 파트였다.






*

코멘트는 사랑 감상은 행복!

엉엉 어디선가 이런 아이돌과 홈마님이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제가 누텔라행....

판타지는 판타지니 내용의 이상함은 적당히 넘어가주세요 허허. 

슬슬 글 옮기면서 플러스 알파 작업도 해야하는데 워낙 일 벌리는 걸 좋아해서, 뒷처리 해야할 글이 많네요 허허... 

올게요... 진짜 거짓말 아니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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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9.66
하ㅜㅜㅜㅜㅜㅜㅜㅜㅜ진짜너무좋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진짜금손정이다......난하루빨리 감정이입해서 내가일리야면 첨부터팬이라할테니까 빨리!!!!!들키길바랬는데 ㅇ어쨌든이렇게돼서 너무행복하다ㅜㅜㅜㅜㅜㅜ하진짜꿀떨어지는글이야...쓰니짱!!!!!!!!
8년 전
베르디:)
으엌 비회원 정이다! 무슨 댓글일까 하고 엄청 걱정했네요 ㅋㅋㅋㅋㅋㅋ 일레어는 이런 맛이죠. 사랑과 설탕이 가득한 스윗함 :)
8년 전
비회원146.136
와 진짜 지나치게 설래쟈나요ㅠㅠㅠㅠㅠ 으아 비회원의 설움이란.... 이제서야 보다니ㅠㅠㅠㅠㅜㅜ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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