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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뇽토리] 허울뿐인 잠입 02 | 인스티즈

[빅뱅/뇽토리] 허울뿐인 잠입 02

 

(BGM 좋죠)

 

“아이, 넌 처음 온 애한테 뭐 그렇게 빡빡하게 구냐!”

 

GD의 옆에 서서 승현을 흥미롭게 쳐다보던 남자가 GD의 머리를 빡 내리치며 말했다. 그 모습에 승현은 일시 정지.
형사들에게 들었던 GD는 인정사정 없고, 목숨은 잘 건드리지 않지만 죽기 직전까지 패고, 정신적으로 타격을 주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저 남자는 무슨 배짱으로 저러는건지, 승현은 곧이어 목격하게 될 구타 현장을 보지 않으려 실눈을 뜨고 바닥만 쳐다보았다.
몇 초가 지나도 GD의 발길질 소리가 들리지 않자 승현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GD는 바닥에 머리를 대고 끙끙거리고 있었고,
나머지 남자들은 자신에게 초롱초롱한 눈빛을 쏘고 있는 괴기한 광경에 승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이 사람들,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감정 표현에 지나치게 충실하다.
지금 남자들의 눈빛은 승현에게 곧 질문을 무수히 던져 그를 죽일 듯 했기에 승현은 잠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는 것을 깜빡했다.
아아, 오늘 하루는 질문에 대답하는 데 몽땅 소비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넌 우리 눈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여?”

 

“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무의식적인 몸의 반응으로 유추가 가능해요”

 

 “음, 그럼 나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게?”

 

“…야한생각?”

 

“…”

 

“미쳤다, 야 비켜봐 곽유현. 나도 물어볼거야!!!”

 

“유 준, 형아가 지금 질문하고 있잖냐. 비켜라???

 

소파에 앉아 투닥거리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가진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못생긴 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여자들이 좋아할법한,
남자답게 선이 굵은 얼굴들이었는데, 곽유현과 유 준이라. 이름만 들으면 고교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비실한 꽃돌이들같다.
이걸 입 밖으로 꺼내면 저 솥뚜껑만한 손에 죽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며 시선을 돌리자 GD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세상만사 다 귀찮다는 무심한 표정, 그리고 자신의 영역임을 과시하는 소파 등받이에 걸쳐있는 양 팔, 뒤로 편하게 기댄 몸. 가식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나 눈싸움을 해댔는지 눈이 뻐근해져 올 무렵, GD가 승현에게로 말을 걸었다.
 

“야, 너.”

 

“왜요?”

 

“여기 오고싶어서 온거냐?”

 

“애매한데… ”

 

승현은 그 순간 조소를 머금고 있던 GD의 입가가 파르르 경련하는 것을 분명히 목격했다. 그는 뭐가 그렇게 언짢고 불안한건지 갑자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다른 손톱들도 모두 엉망이다. 이미 뜯긴 손톱을 다시 뜯는 행동을 보는 것은 괴로웠다. 그래서 승현이 먼저 주의를 돌렸다.


“제가 오고싶어서 온 거 맞아요”
 

크흡- 냉장고 앞에서 물을 마시던 유준이 순간 코로 들어온 물에 괴로워했다. 벙찐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GD는 손톱을 물어뜯는 것을 멈추었고-승현이 바라던 바였다.-유준은 알다시피 코따가움에 괴로워했으며 곽유현은 편안하게 앉아있던 몸이 경직되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그리고 거실 바닥에 뒹굴던 박하준은 집안 공기가 굳어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으며 이혁진은 내일 무슨 훈련을 할지 고민하던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을 느꼈고
마지막으로 배주혁은 내일의 아침 메뉴를 까먹어버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었다는 것이다.
승현은 이 상황에서 그다운 생각을 했다.


‘아, 이게 노출을 줄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는 변연계 반응이구나. 정지 반응 혹은 전조등 불빛에 멈춘 사슴이라고 불리던데, 이름 잘 붙였네.
위험이나 위협에 대한 최우선적인 방어 방식이라. 흥미롭다.’

 

생각에 빠져있는 승현의 근처에는 놀라움에 빠져있는 조직원들과 GD가 있었다. 설마 했는데, 오고싶어서 왔다니.
승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커밍아웃을 한 게이가 되어버렸다. GD는 부들거리는 목소리로 곽유현에게 승현을 방으로 데려다놓고 다시 1층에 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곽유현은 피곤하다고 먼저 잠들어버린 이주영의 옆방 문 앞에 승현을 세우고는 말했다.

 

“여기 냉방이 안되기는 하는데, 괜찮지? 아직까지 밤은 좀 쌀쌀하니까. 괜찮지?”
 


원래는 GD의 방에 들어가야 할 인물이었는데, 어쩌다 게이가 와버렸는지. 하긴 처음 며칠동안은 탈출하려고 발악을 해대서 승현에게로 배정된 방에 넣어두긴 하는데,
승현에게 그런 대우를 하자니 왠지 미안해졌다. 그렇다고 3층에 있는 GD의 방에 승현을 넣으면 아마 유현은 내일 싸늘한 시체로 발견될 것이다.
승현의 어깨를 몇 번 토닥이고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GD의 짜증이 계단에서도 훤히 들렸다. 저거저거,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다니까. 언제 사람 되련지.

 

“권지용!”

 

오랜만에 듣는 자신의 본명에 GD가 뒤를 돌아봤다.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 게 얘 지금, 왜인지 혼자 엄청나게 열 받았다.
다른 사람이 이 광경을 본다면 뿜어져나오는 살기에 기가 눌릴지도 모르겠으나, 소파에 앉아있는 5명의 남자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각자 할 말을 했다.
 

 

“근데 이승현말이야, 우리가 자기 짭새쪽이라는거 안다고 말해도 안 놀라더라?”

 

“범죄 심리학자래잖냐. 다 보이겠지 뭐”


 
“진짜 이게 무슨 조합이냐. 조폭이랑 게이인 범죄 심리학자라니… 청장은 무슨 생각인거야?”

 

“GD, 말 좀 해봐”

 

“씨발”

 

“워, 말 잘 하네”

 

6명은 GD의 썩은 얼굴을 약 5초간 감상하다 다시 자신들의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GD는 그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지 소파에서 떨어져 혼자 거실 바닥을 뒹굴었다.

 

“난 솔직히 GD 왜 빡친지 모르겠어”

 

“동감”

 

그러자 지금까지 멍하게 생각에 잠겨있는 박하준이 말을 꺼냈다.

 

“아냐, 빡칠만 하지. 이때껏 청장이 여자만 넣어 준 이유가 뭐겠어?”


그러자 모두가 입을 모아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침대에 넘기라고”

 

 

“그렇지. 근데 남자인데 게이인 이승현을 넣어줬다는건?”
 


“...침대에 넘기라고.....?”
 


“미친”
 

 

그들은 이때껏 왔던 여경들이 모두 침대에 누워있는 GD에게로 달려들었기에-청장이 이상한 여자만 뽑았나보다. 워낙 GD가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기도 했고- 당연히 여경들과 청장 사이에도, 승현과 청장 사이에도 어련히 설명이 있었겠거니 하고 생각해버렸다. 자신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르는 GD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의심하는듯한 청장의 행동에 자신의 취향은 굳건하고, 절대 그런 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결심을 했다. 훗날 후회하게 되지만 말이다.
그날 이후로 GD는 이혁진에게 승현의 감시를 맡기고는 1일 1여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저 놈을 통해서 당연히 청장에게로 소식이 들어가겠지. 안일하게 생각하며 하루하루 스태미나를 소비해나갔다.
물론 승현에게 티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목덜미에 찍혀있는 키스마크같은 것들을 일부러 드러내거나 정력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GD를 보며 승현은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조직원들의 순수함에 적응이 되지 않았던 승현이었다. 승현이 이때껏 만나고 부대꼈던 이들 대부분 목적을 가지고 승현에게 접근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쪽으로 발달되어있는 승현은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금세 그것을 충족시켜주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감사 인사 하나 없이 승현의 곁을 떠나갔고 그런 것에 곧 익숙해졌다.
하지만 조직원들 하나하나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승현은 조직에 조금씩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

 

“…안 주실 거에요?”

 

“승현아…”

 

“이혁진, 너 빨리 이승현한테 통행료 내라?”

 

“호텔까지 올려놔서 나 파산이라고”
 


“아, 그럼 파산 하시던가~”

 

“나쁜새끼”

 

10일이 지나 GD가 10명의 여자와 밤을 보냈을 때, 지나가는 말로 이혁진에게 승현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었다. 혹시 청장에게 연락했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하지만 웃으며 하는 이혁진의 말은 실망스럽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아, 승현이? 요즘 엄청 잘 지내지. 탈출이나 연락 뭐 그런 쓰잘데기 없는건 시도도 안하더라고”

 

유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부엌으로 가 보니 처음 왔을 때 허옇고 비쩍 말라서 툭 치면 넘어갈 것 같던 승현이 뽀얗고 살이 올라 훨씬 보기 좋았다.
정반대로 GD는 눈 밑이 퀭했다. 밤일은 칼로리 소모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놀랐던 것은 달리진 집의 분위기였다.
낯을 많이 가려서 그렇지 섬세하게 모든 이들을 신경쓰는 승현에 GD를 제외한 6명은 승현을 막둥이 보듯 했다.
어째 조직의 탑인 GD가 건드려도 생매장 당할 듯한 모습에 조용히 앉았다. 승현은 특유의 눈치로 조직원들과 나름 친해졌다.
낯을 굉장히 가리는 승현에게는 어색한 풍경이었다. 윤지누나가 본다면 너무 놀라 엉덩방아를 찧을 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대화를 나눴는데, 요즘은 말과 행동이 매치되는 이들이 너무 편안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마다 작건 크건 꼭 느끼게 되는 이질감이 없다는 게 이토록 편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총총거리며 배주혁이 한 아침식사를 날라다 식탁에 올려놓는 승현은 누가 봐도 이 집의 식구였다. GD에게 승현은 처음부터 별 상관이 없었다.
처음에 승현에게 심하게 대한 것은 당황스러움과 긴장감, 불안함 등이 섞여있었기 때문이지, 승현이라는 사람 그 자체에게 나쁜 감정은 없었다.
자신의 친구들이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GD에게도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었다. 경찰이다, 뭐다. 그건 중요치 않았다.
그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오해하고있을지 모르는 청장 때문에 애가 탔다. 마음속으로 아, 시발. 나 그런 애 아닌데! 하며 국을 마구 휘저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서 일어서있는 승현의 손목을 잡아끌고 자신의 방인 3층으로 향했다.
승현이 뒤에서 손목이 잡힌 채로 뭐라 뭐라 말을 해댔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청장이 하고 있을 오해가 가장 중요했다.
승현은 버둥거리다 GD의 방에 들어가서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방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넓었다. 오히려 거실보다 넓은 듯 했다.
농구정도는 우습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넓이에 있는 가구라고는 방 제일 구석, 햇빛이 조금 비치는 곳에 놓인, 녹이 금방이라도 슬 것같은 철제 침대와
바로 옆에 놓은 책장 하나와 정신이 없어 인식하지 못한 가구 몇 개 뿐이었다.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가구들이 왠지 가구가 아예 없을 때보다 방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방이 이랬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6명의 남정네들에게 들은 GD의 성격으로는 이 사람, 분명히 귀찮았던거다. 다른 6명은 이런 거 챙겨줄 성격도 아니다. 먹을 걸 안 먹으면 입에 어떻게라도 쳐 넣겠지만, 방 안 꾸민다고 죽는 거 아니니까 안 꾸며줬을 그들이 눈에 선했다.
이 방을 사람사는 방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을 때, 그 생각을 단숨에 끊어버린 G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왜요?”

 

“너, 왜 청장한테 연락 안하냐?”

 

그럼 그쪽이 절 죽일 것 같아서요- 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승현은 현실주의자였다.

 

“연락 해야되는거에요?”  

 

오히려 그 물음에 찔끔한 것은 GD였다. 하긴, 몇 년 전에 핸드폰으로 경찰한테 연락 한 여자는 감시하던 이주혁에게 묵사발이 됬었지.

 

“…아니 그건 아니고”
 


턱턱 끊기는 대화에 승현의 숨도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나가야된다고 말을 해야하나?
GD는 금세 승현의 존재를 잊어버린 채 속으로 내일 있을 싸움을 생각하며 나름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승현과 눈이 마주쳤고, 승현의 얼굴은 그때부터 조금씩 빨개졌다. 이상하다는 듯이 계속 쳐다보자 승현의 몸이 더 배배 꼬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상함을 느낀 GD가 한마디 하려 입을 달싹거리자 승현은 틈도 주지 않고 문을 쾅 열고는 안녕히 계세요-!! 하며 달려나갔다.
일어서있던 GD는 천천히 철제 침대에 앉았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얼굴을 감싸쥐었다.

 


“설마 쟤, 나한테 반한건가?”
.
.
.
.
“아, 심장 떨려 죽을 뻔 했네.”

 

승현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얼굴이 유난히 빨갛다. 화장실 급했는데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3층까지 자신을 매달고 올라가다니!
GD 앞에서는 절대 하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마터면 화장실로 뛰어오다 쌀 뻔 했잖아. 만약에 오다가 쌌다면…
아니 GD의 방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날 이후 GD는 평소에 신경도 쓰지 않던 승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람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다고 딱히 호감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그저 자신을 좋아하는 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는데,
눈을 몇 번 마주친 이후로 자신 쪽을 쳐다보지도 않는 승현에 오기가 생겨 하루 종일 관찰하다 보니 생긴 버릇이었다.
물론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승현에게도 GD가 저러는 이유는 알아내기 불가능했고

불편함에 GD를 더더욱 쳐다보지 않게 되었고, 그에 GD는 승현을 더더욱 쳐다보았고 함께 있는 시간은 불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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