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남자랑 키스하면 생기는 일
(부제; 上)
꿈같던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흘러간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처음 바다에 갔었다. 반짝이던 모래를 놓지 않으려고 주먹을 세게 쥐었건만, 빠르게 틈새로 빠져나가는 모래들은 손바닥을 활짝 폈을 때는 이미 반짝이는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있었다. 너와 나 사이의 시간도 그렇게, 펼쳤을 때 흔적만 남으면 어떡하지
민윤기와의 연애는 하루도 빠짐없이 애틋했다. 나를 위해 민윤기는 매일같이 늦은 밤 깨있었고, 어쩌다 방송국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환하게 웃기도 했다. 나는 민윤기와의 연애를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과거가 어찌되었든, 사람들 눈에는 같은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 부터가 뜯기 쉬운 가십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민윤기도 나를 이해했고,
개편을 맞이해서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회의들과, 민윤기 역시 새로운 가수와의 곡작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근 두달간 만날 새가 없었다. 그러던 오늘 어쩌다가 이번주를 내리 쉬게된 나에게, 막 곡작업이 끝난 민윤기는 데이트 신청을 해왔다. 정확히 네시반에 민윤기를 만나기로 했다. 민윤기도 나도 약속은 칼같이 지켜야한다는 신념이 있어서 일찍 준비를 시작했다.
무슨 옷을 입을까, 항상 그래왔듯 빼곡하게 찬 옷장에 내가 입을 옷은 하나도 없었다. 초록창에 데이트에 입을 옷을 치고 십분 동안을 서핑하고 나서야 마음을 굳혔다. 검은색 목폴라와 진청, 지갑과 핸드폰 만을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 흐허, 춥다.
'춥다. 따뜻하게 입고 나와.'
'오빠도 따듯하게 입어.'
'출발했어?'
'어 지금 버스 기다리는 중.'
"아, 왜이렇게 안와. 추워 디질 것 같아"
내 말을 의식이라도 한 듯, 기다리던 버스가 전 정류장 출발이라는 표시를 띄웠다. 탈 준비를 한다며 지갑을 손에 꼭 쥔 내 귀로, 벨소리가 크게 들렸다.
"여보세요?"
"성이름씨 휴대폰 되시죠?"
"네, 맞는데요."
잠시 숨을 멈췄다, 다시 내쉬었다. 정지은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과 함께, 사고가 정지된 느낌이었다. 급하게 차도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버스정류장과 가까워 그런지 택시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버스정류장과 점점 더 멀어지자, 한 택시가 앞에 멈춰섰다. 그 택시에 몸을 넣으며, 급하게 병원이름을 말했다. 다리가 떨리고, 어쩌지 못해 입술을 물어 뜯었다. 안내데스크로 뛰어가, 방금 교통사고 당한 환자 어디있냐고 묻자, 간호사들은 친절하게 수술이 끝났다며 병실로 나를 안내했다. 수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일어나면 얘기해달라는 말과 함께 간호사 언니는 병실에서 사라졌다.
조심스럽게 정지은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내였다. 정지은이 누워있는 모습 위로, 몇 년 전 내 모습이 겹쳤다.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한적이 있었다. 코너를 돌던 내 차를 큰 트럭이 박아왔었는데, 너무 정면으로 박아서 차가 뒤집혔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며칠만에 눈을 떴을 때는, 정지은이 내 손을 꼭 잡고 울고 있었다. 퀭한 눈과 안그래도 마른 몸이 더 얇아진 것으로 보아, 정지은은 내가 깨지 못한 며칠간 밥도 안먹고 울기만 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정지은은 밥도 잘 먹고 울지도 않았다고 했지만,
처음에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가, 눈에 눈물이 점점 차오르더니 결국은 어금니를 물고 눈물만 흘려댔다. 정지은의 손을 꼭 잡고, 믿지도 않던 신을 부르며 기도를 했다. 분명 간호사 언니는 괜찮다고 했지만, 교통사고 자체에 트라우마가 있는 나는 괜찮을 수 없었다.
정지은이 눈을 뜬건 새벽 한시가 다 되어서였다. 밥도 안먹고 울다 지쳐 잠든 나를 정지은이 불렀다. 급하게 의사선생님을 불렀고, 정지은은 몇가지 검사를 하더니 괜찮대, 라며 웃었다. 다행이다, 무서웠어. 어쩌다가 사고 난거야.
"그냥 운전하고 있었는데, 뒤 차가 그대로 밀어가지고 앞에 차에 박았어. 별로 다친건 아니래. 기절했나봐. 기억이 잘 안나."
근데,
"너 옷이 왜그러냐. 어디 놀러가던 길이였어?"
"어?"
맞다, 민윤기. 정지은의 교통사고에 놀라 민윤기를 잊고 있었다. 휴대폰, 휴대폰이..
"야, 나 휴대폰이 없어."
"? 무슨 말이야, 어디다가 놓고 왔어? 전화해볼까?"
"어, 어."
정지은이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음 소리만 날 뿐 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아, 휴대폰 주인이세요?"
"네."
"버스정류장에 휴대폰이 떨어져 있어서 들고 왔어요. 드릴께요. 지금 나오실 수 있으세요?"
"아, 네. 그러면 저희가 그 쪽으로 가겠습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왜? 주웠대? 준대?"
"어, 지금 문자로 장소 보내준대. 갔다 와."
빨리 휴대폰을 찾아서 민윤기한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택시를 잡고 빠르게 약속장소로 갔다. 급하게 커피한잔을 손에 들고 주위를 둘러보자, 한 여학생이 나를 잡았다. 혹시, 휴대폰 잃어버리신 분? 건네진 휴대폰을 보며 빠르게 알림창을 봤지만, 민윤기에게는 문자 한통도 와있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이거라도 드세요. 카페라떼, 괜찮으시죠?"
"아, 네! 감사합니다."
"아니요, 제가 더 감사하죠."
"저, 근데요. 제가 일부로 본 건 아닌데, 혹시 민윤기랑 아는 사이세요?"
"네? 민윤기요? 아, 아니요. 잘 모르는데,"
"아, 그렇구나..."
"저, 빨리 가봐야되서.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여학생의 입에서 언급되는 민윤기의 말에 놀라, 빠르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근데, 정말 민윤기에게는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 어째서,
내 속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한 듯, 빤히 바라보던 휴대폰이 빛나며 문자가 온 것을 알렸다.
'진심이야?'
갑자기 저런 문자를 보낸 민윤기의 의도를 모르겠어서,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여러번 울렸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은 민윤기는 다시 내게 문자를 했다.
'지금 곡 작업 중이야. 연락하지마.'
'미안, 끝나고 연락 줘. 할 말 있어.'
연락하지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굳이 민윤기에게 집착해서 민윤기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뭔가를 오해하는 듯한 민윤기에게, 지금 당장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다 얘기하고 싶었지만, 민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화가 풀리면, 그때 다 이야기해야지.
나는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 정지은은 정말 괜찮은건지, 휴대폰으로 서핑을 하고 있었다.
"야, 지은아. 남자친구가 나 오해하는 것 같으면 어떡해."
"너 애인 생겼냐?"
"아, 어."
정지은한테는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남준이한테도 말할 생각이었으니까. 나 고등학생 때, 김남준 말리러갔다가 너한테 연락한거 기억나냐?
"당연하지, 그 때 너 완전 비장하게가서, 정말 멋있는 사람 봤다고 나한테 난리쳤었잖아."
"어, 근데 그 사람을 만났어."
"헐, 어디서?"
"어쩌다가, 이번에도 김남준 덕에."
"그래서 사귄다고?"
"...어"
"거의 십년 다 되지않았어? 와, 십년만에 이어진 짝사랑이라니. 니네 진짜 운명같다."
"야, 연락은 하고 왔어야지. 날 그렇게 생각해준건 고맙지만, 뭔가 되게 오해한 것 같은데?"
"그렇지, 원래 갑자기 저런 문자 보낼 사람이 아닌데"
정지은과 말을 하다보니까, 더 혼란스러웠다. 그 문자의 의미는 뭔지. 타이밍 좋게, 벨소리가 울리면서 네 이름이 떴다. 받고와, 빨리.
"여보세요,"
"이름아,"
"..."
"...어디있었어."
잠시 멈춘 말소리 사이로 떨어진 곳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계속되는 민윤기의 기침소리 외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미안해."
"..."
"다, 설명할께. 내가,"
"..."
"우리 잠깐 만날까?"
"...아니, 전화로 해."
"..그래.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가 났어. 급하게 연락 닿는 곳이 나밖에 없었고, 마음이 급하다보니까 연락해야된다는 생각도 못했어. 미안, 전화하려고 했는데, 휴대폰을 잃어버렸어. 오빠 전화번호는 기억이 안나고, 그러다가 휴대폰 주워준 분 만나서 휴대폰 돌려받고 오빠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문자한통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늦는다고. 남준이 통해서라도 연락해줄 수 있는 부분이었잖아. 사실 지금 좀 화나려고, 하는데.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잖아."
"미안해."
"..."
"내가, 정말, 미안해."
비상구 계단에 앉아, 전화를 하다가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댔다. 민윤기의 말이 끝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었다. 민윤기가 다시는 나를 기다리지 않게 하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얼마 못가 다시 민윤기를 기다리게했다. 민윤기는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미안,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하며, 눈물만 흘렸다. 뭘 잘했다고 울어, 나 자신한테 말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민윤기는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
"..."
"내가 더 기다렸어야했는데,"
"..."
"너한테 화내면 안되는건데,"
"..."
"미안."
너는 왜 나에게 미안해할까, 너는 왜 항상 나를 기다리려고만 할까. 난, 왜 너를 항상 기다리게만 할까.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민윤기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숨을 힘겹게 내뱉으며 울었다. 기침을 하는 민윤기의 뒤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전화가 끊겼다.
사담 |
일단 절 부터 받으시죠!! 우리 독자님들 항상 사랑해요! 설에 안좋은일은 없겠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투표 참여해주세요! 설이니까 맛있는거 많이드시고요! 저는 전이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이번 설에는 공부해야된다는 이유로 아무곳도 가지 못하지만... (울컥) 저 대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살은 제가 대신 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해 놓은 게 있는데 글잡에 못 올릴 것 같아서...ㅎ 메일링 할까요? 윤기여주 번외! 근데 아니 뭐,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원하지 않으실 수도 있으니까요! |
암호닉 |
#원슙 낑깡 비비빅 정성 애플릭 복동 자몽타르트 쪼쪼 비키트박뿡 여하 현지짱짱 무리 젱둥젱둥 거창아들 정국아블라썸 쀼르륵 버블버블 희망 감귤쓰 ㅈㅈㄱ 펄맛 설탕 쿠쿠 민윤기 두둠칫 태태요정 인연 강아지 요2 동도로딩딩 칸쵸송이 경쨩 방토토 연화 아이쿠야 스무살의봄 0418 늉기 후후 맴매때찌 자몽 에이드 또토로 어만군이 쿠키 0309 찐슙홉몬침태꾹 연화 이사 탱탱 흥탄♥ 미키부인 0103 유자셰이크 노트5 환타 짐짐 캉캉 진진♥ 쩡구기윤기 근육토끼 허니귤 침침보고눈이침침 설슈 골드빈 정국이미탈 민천재 고무고무열매 슈민트 전정국오빠 미리별 예찬 호빗 8ㅁ8 나의별 석진이시네 못먹는감 꼬마이모 아가야 박하꽃 야꾸 민윤기군주님 계훤♡ 무뼈닭발 눈부신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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