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 남자 후궁 "그건 또 뭡니까? 또 영성비 마마께 드리려구요?" 지민이 자비 신분으로 황궁에 들어온 지 한달 쯤 된 지금, 태형은 머리가 지끈거려 죽을 지경이었다. 분명 한달 전엔 자비를 왜 들여야 하냐며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해놓고, 어느새 영성비(=지민) 마마에 폭 빠져 이것저것 갖다 바치느라 바쁜 정국이 태형은 어이가 없어 한숨이 푹 나온다. 더 짜증나는 건, 그렇게 영성비 마마가 좋으면 내 너를 은애한다, 아낀다 하메 선물을 주시면 될 노릇을 죽어도 제 감정은 들키기 싫다며 벅벅 우기는 탓에 옆에서 그 꼴을 보고 있는 저만 답답할 노릇이란 거다. "이번엔 또 어떤 말을 하시려 그럽니까? 또 저번처럼 윽박을 지르시다 영성비 마마를 울리시려구요? 예?" "그 때는...!! 큼, 실수였느니. 고작 그 걸로 울 줄 누가 알았냔말이야." "마마 성정을 잘 아시면서 왜 못난이니, 무식하다느니 되도 않는 소리를 해대십니까. 그러니 마마가 폐하를 자꾸 무서워하시는 겁니다." '폐하를 자꾸 무서워...'란 말이 나오자마자 눈에 띄게 풀이 죽는 정국이다. 사실 너무 좋은 나머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이 툭툭 나오는 건데,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다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게 정국도 무지하게 답답했다. 평생을 입바른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오그라드는 말 한 마디 내뱉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오늘은, 내 꼭 성공할 것이니 걱정 말거라. 민내관을 불러다가 연습도 했다." "예? 민내관이요? 그 민내관?" 이 사람아, 민내관 그 자도 어지간히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태형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 "ㅍ,폐하. 어어...어어어, 영성비 박지민, 폐하를 뵈옵니다." 급작스런 정국의 방문에 지민이 안절부절 못 하다 인사를 올렸다. 그 모습도 귀여워 순간 말을 잃은 정국이 제 눈치를 살살 보는 지민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 저가 준비해 온 도산(선물의 옛말)을 내밀었다. "자, 받거라." "이것은..." "보면 모르느냐? 눈은 장식이야? 비단 꾸러미가 아니냐." 젠장, 또 말이 헛나왔군. 민내관이 이럴 때 어찌 하라고 했더라. 머릿 속이 하얘 생각이 나지가 않는다. "누가 사내 아니랄까봐, 복장이 그게 무어냐. 이리 우중충하니 입고 있는 게 꼴 뵈기 싫어 내 친히 비단을 가져왔다." 정국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지민의 얼굴은 점점 울상이 되어 간다. 우중충, 꼴 뵈기 싫으시다구...? 저번엔 내가 못났다 하시더니 정말 못난인건가? 난 못난이야... 훌쩍,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저 혼자 말을 다다다 뱉던 정국이 빠르게 지민을 내려다보았다. '우으으..'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음을 참던 지민이 정국과 눈이 마주치자 펑하고 터지 듯 울기 시작했다. - 정국아 더 울려!!! 더 울리라고!! (음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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