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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윱윱 전체글ll조회 700l 1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팔자. 사람은 저마다 팔자가 있다하듯,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구하고 비참한 팔자를 타고 태어난 나는 관대함의 종결이라 불리는 신마저도 외면한 사람이었다.

사실,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안쓰러운 종류의 그 어떤 무엇이었다.

 

살아오며 인생의 삼분의 일은 학대를 받았고, 삼분의 일은 몸을 팔았고, 그 나머지는 약에 취했다.

이 감히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비참함 보다는 더 지독스러운 인생 속에서 찢기고 찢기며 수십 번을 꿰매왔다.

꽃다웠던, 어쩌면 그러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나의 10대를 돌이켜 사창가여자들이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재밌잖아

 

머릿속을 윙윙 울리는 마담의 말에 희끗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재밌잖아.

 

자리에서 일어나 선풍기를 끄자 탈탈거리던 선풍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꼭 그 모습이 나를 보는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짜릿했다.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욕실 문을 열었다. 쾌쾌하고 불쾌한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찔러왔다.

아무도 모르게 인상을 한 번 찌푸리고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움푹 파인 볼과 눈. 눈 밑에 자리 잡은 없어지지 않는 다크서클.

앙상하게 마른 몸과 헝클어진 머리. 희미하게 떨리는 손.

 

이건 누가 봐도 마약중독자네.

욕실에서 나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익숙한 듯 통화버튼을 누르자 주사기를 집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

어디야?”

-

비었어.”

-지금 갈게

아니

 

나는 새하얀 액체로 가득 찬 손에 들린 마지막 주사기를 바라보며 그에게 대답했다.

 

“3시간만 있다 와

-

이따 봐

 

침대에 앉아 오른팔을 들었다. 여전히 떨려오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손바닥 가득 고인 땀들 때문에 자꾸만 주사기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몇 번 만에야 간신히 팔 깊숙이 주사기를 찔러 넣고는 눈을 감았다.

혈액 가득 도는 약의 느낌에 잠시 정신이 몽롱해졌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자 천장을 갈기갈기 찢고는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토끼가 안녕? 하고는 내게 인사를 건넸다.

모든 것들이 꿈처럼 희미해지며 토끼만이 내 머릿속과 모든 감각들을 마비시키듯 꽉 메웠다.

자꾸만 목을 조여 오는 느낌에 떨쳐내려고 앙상한 손을 들어 목 언저리를 긁어댔다.

뒤통수가 얼얼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에 이를 꽉 깨물자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끈하고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숨을 헐떡이며 손을 뻗자 약 올리듯 내게 손을 흔들고는 찢겨진 천장사이로 내게 등을 보이며 토끼는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주사기라는 사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왠지 모를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오늘은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공허함에 나도 모르게 일어나 LSD라도 있을까 싶어 서랍을 뒤져보지만

텅 비어 버린 서랍 속에서는 찐득하고 불쾌한 냄새만이 맴돌았다.

 

침대에 주저앉아 다리사이로 고개를 숙이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버린 약의 효과에 한숨을 쉬며 준회에게 전화라도 해볼까 생각했지만 곧 덮쳐올 금단증상에 기분이 들떴다.

대개의 마약 중독자들이 그러하듯 금단증상은 썩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금단증상을 즐기는 편이었다.

약을 할 때와는 또 다르게 조여 오는 고통 속에서 마약과는 또 다른 쾌락을 찾는 것은 썩 기쁜 일이었다.

식은땀으로 온 몸이 푹 젖어버릴 만큼 지나고 나면 또 약을 하면 되니까.

  

기구한 팔자 속에서 주어진 단 하나의 선물은 소름끼칠 만큼 행복하고 무서운 단순함이었다.

따끔거리는 느낌에 목을 만지자 손톱으로 긁힌 상처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휴지를 뽑아 목을 슥 닦아내자 막 나오던 피가 쓸려 휴지에 묻었다.

검붉은 피를 바라보다 휴지를 던져 버리고는 머릿속을 헤집는 강렬한 두통에 소리 없는 반가움의 인사를 건넸다.

곧 터져버릴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만 같은 머리를 붙잡고 주저앉자 침마저도 사라진 완전히 메마른 입 속에서 침을 삼키려고 애썼다.

눈앞이 멍멍해지고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뒷목에서 울림이 느껴졌다. 숨이 자꾸만 목구멍에서 막혀 턱턱거리며 나오지 않고 맴돌았다.

나는 매번 빨리 찾아와주는 금단증상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춤을 췄다. 금방이라도 타 들어가 버릴 것처럼.

 

몇 분이 지나 구깃구깃 하던 티셔츠를 땀으로 푹 적시고 나서야 전화기를 들었다.

에 힘을 주고 액정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흐릿하기만 한 시선이 짜증났다.

아까보다 훨씬 심하게 떨리는 손과 몸에 힘을 가득 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고맙게도 일찍 받은 준회의 목소리에 마른 침을 삼키려고 애쓰며 혀를 움직였다.

 

왜 안와?”

-30분도 안 지났는데.

취소할게

 

헐떡이며 목구멍에서 숨을 내뱉자 그저 알겠어. 하고 끊은 준회가 그저 빨리 오기를 바랐다.

주사자국이 남아있는 오른팔이 저려왔다.

나는 오른팔을 주무르며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금단증상 속에서 헤엄치며 토끼를 불렀지만 공허하게 되돌아오는 가슴 속 메아리가 쿡쿡 거리며 심장을 찔러댔다.

 

 

익숙한 듯이 끽끽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문이 열리고 희미하게 빛이 새어 들어왔다.

인상을 찌푸리며 손짓하자 문을 닫은 준회가 아무 말 없이 내게로 걸어왔다.

하얀 가루가 가득히 든 봉지를 내게 내밀기가 무섭게 낚아채듯 받아든 나는 봉지를 열어 아무 곳에나 가루를 쑤셔 넣었다.

지금 당장 몸속으로 들이밀지 않고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통에다 쓸어 담기 무섭게 코로 빨아들이자 가득 풍겨오는 찌릿한 느낌에 고개를 저으며 신음했다.

 

손의 떨림이 멈추고 두통도 멈췄다. 아쉽긴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것들이 제대로 보이고 시야가 깨끗해졌다.

토끼가 나타나지 않은 걸 보니 과한 투여는 아닌 셈이다. 나는 묘한 성취감에 뿌듯함이 차올랐다.

 

넌 그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

팔에 꽂기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넌 대마도 잘 안 피잖아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잖아.”

 

씁쓸한 뒷맛에 인상을 찌푸리며 커피라도 마실까 일어났다.

 

커피 마실래?”

  

그에게 권유했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한 번 젓고는 익숙한 듯 대마에 불을 붙였다.

방을 둘러보던 그가 한쪽에 놓인 쓸모없는 벽난로를 가리켰다.

 

저거 뭐야?”

몰라서 묻는 거야?”

?”

아니
 저기다 하시시 한 뭉치 넣고 피면 끝내주겠네

 

나는 그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 지었다.

진하게 탄 블루마운틴에 LSD를 하나 넣고는 녹는 것을 바라보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낡은 의자에 걸터앉아 준회를 쳐다보았다.

익숙하게 내게 대마를 건네는 준회에게 고개를 저어보이자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에게 커피를 들어보였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대마를 내미는 그에게 졌다는 듯이 손을 내밀자 대마를 내밀었다.

나는 길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커피를 다시 들이켰다.

플라스틱이나 본드 같은 싸구려도 아닌데 예민하게 느껴지는 씁쓸한 뒷맛은 몇 년이 지나도 입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끊을 것도 아니면서.

 

아마도 20살. 지금은 좀처럼 회상해려 해도 되지않는 시절이었다.

연줄하나 없어 그 바닥에 꽤나 흔하던 약하나 없이 플라스틱을 태우고 있던 나를 준회가 발견한 게.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선명했던 그 눈빛. 아직도 가끔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곤 할 때가 있었다.

가소롭고 안쓰럽고 같잖은 그런 눈빛으로. 쾌락에 젖어 몽롱한 눈동자로 그 이상을 원하던 내게 내민

주사기 하나가 그와 나의 인연이었고, 전부였다.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 약의 이름. 비너스(Venus)

아직도 나는 그 약의 주성분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무의미하고 습관적으로 팔에 찔러 넣을 뿐.

흔히들 히로뽕이라 불리는 필로폰도, LSD, 투여량을 훨씬 넘긴 그 어떤 마약도 이미 인간이길 포기한 내게는 그저 아주 짧은 시간을 행복 주물러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예전만큼 돌아오지 않는 쾌락에 분노하며 울부짖을 때마다 그가 가끔 내 손에 쥐어주던 그 약이, 아직도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저 내 몸을 끔찍하게 더럽히고 녹여버릴 듯 달려들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사랑 할 테니.

사창가에서 막 빠져나와 방황하던 나에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며 제안한 것 역시 준회였다.

C Street 이라 불리는 꾼들이라면 다 아는 거리는 놀랍게도 그의 소유였다.

그는 C Street의 끝자락에 위치한 가게를 운영 중이었다.

겉보기엔 그저 바(Bar) 쯤에 지나지 않았지만 입구를 열고나면 돌아올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그 곳을 누구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도.

 

“구준회

  

빈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준회를 부르자 허공을 바라보던 그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가지고 있어?”

?”
비너스

  

눈썹을 찌푸린 준회가 나를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일 가게로 나와
?”

네 고용주는 나니까. 부탁하는 거 아냐. 게다가 일도 안하고 날로 먹겠다는 건 좀 이기적라고 생각 안 해?

 

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준회를 바라보았다.

그와 마주친 시선이 공중에서 얽혀 곳 펑 하고 터져 버릴 것 같은 전깃줄마냥 뜨거웠다.

짙은 속눈썹 사이로 드리워진 검은색의 깊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 볼 때면 꼭 약을 하지 않아도 약을 하는 것 마냥 온 몸이 붕 뜨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몇 년 째 그를 마주하면서 느껴지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

나는 이런 종류의 감정에 대해서 배워본 적도, 감히 이런 감정을 가지라며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감정에 대해서 섣불리 설명하려 입을 열었다간 전부 잃을 수도 있다는 것.

그건 배우지 못한 나에게도 확실하게 느껴지는 어떤 것 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그랬듯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 앞에서

나는 야속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그는 신경질 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이기적인 것 같네."

 

이기적이게도, 나는 아직 그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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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신박하다 좋다....마약에 쩌는 모습을 진짜 잘표현하셔요....상상되.... 엄지척
7년 전
윱윱
감사해요❤
7년 전
비회원 댓글
(아이 셋을 연달아 낳고는 이내 제 예상이 틀리지 않은 건지 그대로 정신을 잃은 널 바라보다 마지막 아이까지 탯줄을 자르고 아이들이 나오느라 벌어진 아래를 봉합하는 의사를 보고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아이들
7년 전
독자2
잘읽었습니다!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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