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병원에 오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원우는 링겔을 맞고 누웠다.
순영 그런 원우를 안쓰럽게 보는데, 원우의 핸드폰이 울리고.
CD 이지훈.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는 휴대폰을 집어드는데 세 번도 안 울리고 뚝 끊겨버리는 전화에 순영이 뭐지? 하며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기 무섭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 네 제가 두번 전화 했는데. 이제 연락이 되시네요.
그래도 제갈량보단 낫네요. 세 번하게 하시면 진짜 부셔버릴 뻔 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예사롭지 않은 대답에 순영은 적잖이 당황했다.
아... 어...
"아 물론 휴대폰을요."
"근데 혹시 아프신데가 손가락인가요?"
아뇨.. 근데..
'뭐지 이 창의적으로 미친새낀.'
순영은 순간 머릿속에 원우가 말하길, 얼굴은 애같고 성격은 개같고 말은 X같이 한다는 그 분이 스쳤다.
"덕분에 굉장히 삶이 풍요로워졌어요. 제가. 하루에 네시간 밖에 못자는데 덕분에 두시간도 못자게 생겼어요. 하하
님이 병실을 다 쓰실 때 쯤 제가 그 병실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연락드렸어요. 파트 체인지좀 하자구요."
아.. 저.. 근데....
"건강한 목소리 들으니 기분 족같네요. 아니 좋다구요. 그럼 그 건강한 목소리와 손가락으로 내일 오후 10시까지 다시 보내주세요.
이번에는 '근데, 그런데, 죄송하지만' 과 같은 변명 위주의 제 대사와 상반되는 접속 부사 말고
'그래서, 그러므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 같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했다.' 같은. 뭐 그런거 있잖아요. 좀 긍정적인 피드백.
뭐 어쨌든. 대충 제 설명 알아들으셨을 거라고 믿어요. 전제갈씨."
뚝.
허. 뭐지 이 신선하게 미친새끼는?
사람이 말은 하게 해야할 거 아니야.
어이없는 순영은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받지 않고.
두 번 걸려고하자. 아예 전화를 끊어버린 상대방에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창백한 얼굴로 잠든 원우를 깨울 수도 없고, 내일 또 원우를 욕먹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내가 직접 일러스튼가 뭔가를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순영은 도대체가 알 수없는 상황에 화가나기 시작했다.
아... 참 사람을 굉장히 빡돌게 하는 매력이 있으시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