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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생긴 일 - (3)
나는 또 세자저하께 거듭 사과드려야 했다.
세자저하는 이러라고 말해준게 아니랬지만, 전정국의 단호한 태도로 인해 세자저하는 내게 반성문 1장을 벌로 내주셨다.
세자저하의 처소에서 나오면서 전정국이 음료수를 1병 건넸다.
나는 받지 않았다.
"받아. 그리고 화 풀어"
"278기 나탄소. 화 안났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돌아서서 가려는데 전정국이 내 팔을 잡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너의 실수를 또 알게 된다면, 그래서 다른 선배나 상사에게 불려다니면서 혼나고 징계를 받게 된다면, 그건 내가 참기 힘들거야.
그래서 아예 세자저하께 사과드리게 해서 다른 사람에게 세자저하께서 이 일을 꺼내시지 않게 한거고. 또 이렇게라도 너한테 긴장과 경각심을 줘야 나중에 너가
속상할 일이 적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278기 나탄소. 잘 알아들었습니다."
전정국이 어떤 마음으로 나를 혼내고 세자저하께 데려갔는지 그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었다.
전정국은 아주 옛날부터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는게 있으면 언제나 지적하고 고쳐주었다.
덕분에 나는 어디가서 실수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이렇게 혼나는 건 처음이었다.
늘 잘못은 조곤조곤 알려주던 전정국이었는데.....서러웠다.
//
어느덧 해외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
그 때까지도 난 전정국과 최소한의 말만 했다.
비행기타고 한국에 오자 우리는 이틀간의 휴가를 받았다.
"꺄~ 나탄소 오랜만~!!!"
친구랑 만나서 얘기도 실컷 하고,
"엄마! 아빠! 딸 왔다!"
부모님과 외식도 하고, 이렇게 하루동안 실컷 놀다가 다음날 맘껏 자고 일어나서 원래 복귀시간보다 한나절 일찍 궁에 들어갔다.
왜냐하면...세자저하에게 반성문을 써서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 장을 빽빽이 채우냐....
//
정말 억지로 쥐어짜내서 반성문 한 장을 간신히 채우고 결재 파일철에 끼워 세자저하를 뵈러갔다.
"278기 나탄소. 세자저하께 결재받을 서류가 있습니다."
"뭔데. 줘 봐."
...! 예상치 못했다...어떡하지...
"그게...이게 개인적인 문서라서 보여드리기가..."
"세자저하께 따로 들은 말이 없었다. 그냥 들여보낼 순 없어. 내놔"
이걸 선배들께 보이게 되면 선배에게 혼나고, 근위대장님께 혼나고....
생각만 해도 머리아파진다.
그냥 다음에 전정국을 통해 전달하려고 돌아서는데,
"가지고 와."
"저하."
"형님들도 참. 개인적인 문서라고 하면 그냥 들여보내지."
"허나 저하...."
"나탄소. 들어와"
나는 선배들께 경례하고, 세자저하의 처소로 들어갔다.
고전적이고 화려한 인테리어일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세자저하의 처소는 의외로 블랙 앤 화이트 컨셉의 아주 모던한 분위기였다.
예상과 일치했던 건, 아주아주 넓었다는 거...?
"줘 보거라. 얼마나 열심히 소설을 썼나 어디 한 번 보자."
"278기 나탄소. 소설이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건 제 진심을 가득 담은...."
"거짓말하지마라. 내가 반성문을 한 두 번 써봤는 줄 아니. 학교 선생님들이 다른 애들은 잘못할 때마다 때리는데 나는 맨날 반성문으로 대체해서 아주 죽을 맛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을 것 같다.
아무리 선생님이어도 세자저하를 때리기는 겁났을테고....그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큭큭..."
"왜 웃는 것이냐?"
"예..? 아닙니다...큭큭"
"빨리 말하지 않으면 반성문 10장 추가다."
그 말에 나오던 웃음도 싹 가셨다.
"그냥... 세자저하께 반성문 벌을 주신 선생님의 심정이 이해가 되어..."
그제서야 세자저하도 피식 웃으셨다.
"선생님들은 그게 배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차라리 다른 애들처럼 잠깐 엉덩이에 불나고 끝났으면 했었는데...참, 넌 나이가 몇 살이냐?"
"스물둘입니다. 저하"
"나랑 동갑이네?"
"예 그렇습니다."
"맞다. 정국이랑 친구랬지..알겠다. 네 소설은 내가 두고두고 읽겠다. 이만 나가보거라."
"소설 아닙...278기 나탄소.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세자저하께 밉보이진 않은 것 같다.
이것도 전정국 덕분일텐데...그래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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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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