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세자의 휴가
왕실사람들에게는 1년에 한번 정기휴가가 있다.
정신적인 휴식을 위함이라나...?
최소한의 근위병만 데리고 2박3일간 자유로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최근에 세자저하께 잘 보인 덕에 나와 전정국 두명이 뽑혔고, 세자저하는 올해는 동해가 땡긴다면서 동해로 가길 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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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 운전을 하고 내가 조수석에 탔다.
차는 세자저하 개인 소유의 SUV를 가져가고, 짐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였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나는 근무가 목적이라는 사실도 잊고 한껏 흥분해 있었다.
"동해 맛집은 어디지? 저하 조용한 해수욕장도 찾아볼까요? 우리가 가는 호텔이...스파??스파도 있네?? 조식뷔페도 엄~청 크다!!!
우와..가서 뭐부터 하지?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
"조용히 해. 지금 너 혼자 여행가냐?"
"좀 신날수도 있지..."
"시끄럽잖아."
"놔둬라. 혼자 시끌시끌한게 봐줄만하구나."
"예, 저하."
"감사합니다 저하. 역시 너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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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은 2개였다.
하나는 세자저하 방. 하나는 근위병 방.
세자저하의 휴가여도 우리는 어김없이 세자저하를 보필해야 했으므로 6시간씩 교대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근무설 땐 전정국이 쉬고 전정국이 근무설 땐 내가 쉬니까 한 방을 써도 같이 있을 일이 없었다.
"내가 먼저 설게. 운전해서 피곤했을테니 한숨 자."
"그래. 세자저하 앞에서 또 까불지 말고, 조용히 쉬시게 해드려라."
"알겠습니다요~"
방을 나와서 바로 옆 방인 세자저하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선 세자저하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우리가 방 안에서 근무를 서기로 했다.
"저하. 들어가겠습니다."
"빨리 오지. 그 사이에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할라고?"
"죄송합니다 저하. 짐 좀 풀고 오느라고..."
처음 봤다. 전하의 내추럴한 옷차림을.
항상 뷰티과 나인들의 손길이 스쳐간 단정한 차림만 보다가 저렇게 편한 복장을 입으신 걸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나탄소. 이리와봐."
"예. 뭐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
"자. 실컷 보거라."
"예...?"
갑자기 내 앞에 얼굴을 들이미신 저하 때문에 굉장히 나는 굉장히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저번에 약속하지 않았더냐. 내 얼굴 실컷 보게 해준다고. 지금이다. 실컷 보거라."
"ㅇ...아닙니다...어찌 감히...."
"기회 줄 때 실컷 봐둬라. 평생에 있을까 말까 한 기회이니."
난 정말 미친 것 같다.
끝까지 거절해야 맞는건데, 미쳤다고 그 얼굴을 또 좋다고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10초쯤 있었을까...?
"이제 되었느냐."
"ㅇ..아..예...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멍청이처럼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
그 이후에는 별 일 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내 마음은 별 일이 생긴 것 같다. 자꾸 두근거리는게 정말 병이라도 얻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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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후,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도 아른아른거리는 세자저하의 얼굴이 나를 정말 미치게 했다.
하...정말 죽겠네..
6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고 자정이 되자 나는 교대하러 옆 방으로 갔다.
전정국은 세자저하와 식사를 함께 한건지 룸서비스 음식들을 치우고 있었다.
"정국아. 내가 할게. 교대 시간 됐어."
"내가 하고 갈게."
"그래.."
"넌 이리 오거라."
"예.저하. 필요한 것 있으십니까?"
"아니. 야경 보라고 너도. 테라스 위치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올해는."
바깥공기는 선선하고 맑았다. 나는 솔솔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서 세자저하 앞에서 또 오두방정을 떨었다.
"저하는 내일도 이렇게 하루종일 방에 계실겁니까? 1년에 한 번뿐인 휴가인데 밖에 안나가십니까?"
"궁이 아닌 것만 해도 아주 만족스럽다 나는."
"에이~ 그게 무슨 휴가입니까!! 자고로 휴가란! 밖에 나가서 자연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하!"
"그렇게 밖에 나가고 싶으냐? 굳이 내가 나가지 않아도 정국이가 근무를 설 때 혼자 다녀오면 되질 않느냐."
"저하를 위한 간언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내 휴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놀 궁리를 하는 것 같다만.."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저하께서 이렇게 맑고 푸른 동해에 와서 바다 한 번 안 보고 가는게 아쉬우실까봐........맞습니다 제가 바다 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진작에 그럴것이지."
"허나 저하의 휴가를 걱정한 것도 맞습니다! 정말입니다..."
"알겠다. 너의 그 갸륵한 마음을 생각하여 깊이 고민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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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근무를 서야 할 것 같아 내 자리로 돌아갔다.
어느새 전정국은 나가고 없었다.
보총 야간근무를 할 땐 업무일지를 그럴 듯 하게 쓰는 일에 열중하는데 오늘은 업무일지를 쓸 필요가 없어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저하의 동태를 살폈지만 저하는 주무시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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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전정국이 교대하러 방으로 들어왔다.
"밤새 별일 없었지?"
"278기 나탄소. 별 일이 있을리가."
"그래 알았다. 수고했고, 가서 쉬어."
"오늘 세자 저하 외출하실지도 몰라."
"외출?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내가 꼭 바다보고 오시라고 했어."
전정국 표정이 안좋아졌다.
"너. 내가 저하께 까불거리지 말라고 했지. 왜 세자저하 귀찮게 하냐고."
"2박3일간 호텔에만 지내는게 휴가야?"
"그건 세자저하께서 정하신 일정이고, 너가 왜 참견이야."
".....나 간다."
나는 세자저하가 보다 즐거우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드린건데 전정국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하니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돌아서서 방을 나오고 보니 그 말도 틀린 것이 아니었기에 다음 교대 때 저하께 다시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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