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의 역습?
학교에는 흔히 세가지의 무리로 나뉠 수 있다.
일진, 일반인, 찌질이.
왜 찌질이인 나에게 일진들이 말을 거는 거죠?
잘생겼는데 알 바 아니고 무서우니까 제발 치워주세요. 제발요.
길다면 긴 수업시간이 끝났다. 민윤기 옆에 앉아서 졸지도 못 하고 칠판만 보고 있었더니 온 몸이 긴장이 되어서 녹초가 되었다. 자려고 하면 민윤기가 팔을 찌르고 쳐다보고 말을 걸어서 차마 졸 수가 없었다.
종이 치자마자 엎드려 바로 꿈나라로 날아가려는 나에게 다시 한 번 시련이 찾아왔다.
"여주야."
이 목소리는 수업시간 내내 종이로 쪽지를 써 나에게 날리던 전정국의 목소리다. 처음에 한 두 번 쪽지를 받아서 읽어보니 [여주야 뭐해? 내 생각해?] 이런 쪽지라던가 [여주야 우리 언제 혼인신고 해?] 라던가. 옆에서 같이 읽던 민윤기가 모든 쪽지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내 책상에는 쪽시 산이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
"자려고?"
전정국의 말에 차마 잔다고 할 수는 없어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흐렸다.
"좀 피곤해서..."
"그래? 잘됐다. 나도 마침 피곤했는데. 같이 자자."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잘됐다며 나를 일으켜서 질질 끌고 나가려고 한다. 당황스러워 옆에 앉아있는 아무개의 팔을 잡았는데 그건 또 하필 민윤기의 자리에 잠깐 앉아있던 정호석의 팔이다. 정호석은 내가 잡은 팔을 보다가 방긋 웃는다.
"뭐야? 김여주 뭐야? 지금 나한테 대쉬하는 거야? 내 매력에 푹 빠진 거야?"
깜짝 놀라서 다급하게 팔을 놓고 아니라고 말을 둘러대자 정호석이 인상을 찌푸린다.
"왜 그렇게 열심히 거부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에 전정국은 나를 끌고 나가려고 준비를 한다. 곧 끝나가는 쉬는 시간에 나를 잡은 전정국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어디 가는 거야...? 우리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될까...?"
나를 잠시 내려다보던 전정국이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나를 세게 껴안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팔을 들고 어정쩡하게 있으니 날이 선 전정국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뭐해. 안 껴안고."
껴안으라면 안아야죠. 무서우니까... 전정국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정국을 껴안으니 뒤에서는 욕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헤에. 김여주 팔이 부러지고 싶나봐."
"전정국 묻을 장소 좀 찾아놔라."
"그건 진작에 찾아뒀지."
살벌한 욕이 들려와 전정국의 품에서 나오려고 하니 전정국이 더욱 더 세게 나를 껴안는다.
"저새끼들보다 내가 만만한가봐."
귓가에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전정국의 목소리 덕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를 구해준 건 다음 종이 쳐서 들어온 선생님 덕분이었다.
"좋았어? 말 좀 해봐 김여주."
... 선생님. 짝 언제 바꿔요? 민윤기가 무서워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주망이입니다!
찌질이 썰은 짧게 자주 오는 걸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