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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월 *일, 네가 생각나는 수많은 날 중에 하루. 

 

 

 

 

 

 

이성열을 처음 본게 언제였더라... 마지막으로 야근을 했던 날이니, 한 일주일 전쯤 되려나.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기 보다는 알아온 시간에 비해 너무나 깊은 감정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때문에 혼란스럽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사실만 두고 보자면 나는 이성열을 지난 주 월요일에 처음 만났다.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는 그는 새하얀 우유같았다. 곧 입에서 뱉어지는 연기와 주머니에 넣지 않은 다른 한 손에 들린 담배에 새하얀 우유가 커피 가루에 진한 갈색으로 변해버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흰 우유보다는 짙은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었으니. 그러니까, 이성열이 무슨 모습이든 좋았다는 말이거나, 또는 오히려 그렇게 모범적이지 못한 모습이 더 좋았다는 말이다. 

 

 

 

"또 왔네." 

 

 

 

이성열은 나보다 어렸지만 꿋꿋하게 반말을 고집했다. 나는 그런 이성열에게 굳이 존댓말을 요청하지 않았고, 편하지도 않으면서 편한 척 반말을 쓰지도 않았다. 

 

하나부터 열가지 다 내가 꺼낸 이야기가 아닌 이성열이 꺼낸 이야기였다. 나는 이성열이 있는 바에 앉아 그저 기다리기만 했고, 이성열은 그런 내게 다가와 제가 살아왔던 삶, 살아가는 삶, 그리고 그 끝을 얘기했다. 하루에 하나씩. 이성열을 만난지 사흘째 되는 날, 이성열이 태연하게 삶의 끝을 얘기하는 것을 듣고 나는 어쩐지 이성열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삶보단 그 끝이 어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이성열이 해준 얘기에 나는 없었으므로. 나는 이성열의 삶에 내가 추가되었으면 했고, 그로 인해 이성열이 삶의 끝이 아닌 앞으로의 삶을 그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성열은 그런 내 바람들을 무시해 버렸다. 조금이라도 손을 뻗으면 언제 다가왔냐는 듯 한걸음 물러섰다. 그런 이성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성열이 내게 다가오길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어리석긴." 

 

 

 

맞아, 어리석지. 네가 물러설 틈도 없이 다가가 네 손목을 잡아채면 될 일인데. 

 

이성열의 사진을 보고있자니 이성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성열은 늘 내게 어리석다고 말했다. 굴곡하나 없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라며.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했다. 제 인생은 나와 달리 험난하다며. 그래서 저는 평범해질 수 없다고. 웃으며 얘기하는 그의 눈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고, 자랑스레 얘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지쳐있었다. 어쩌면 이성열은 구원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성열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처음으로 네 이름을 불렀다. 네가 그렇게도 해 달라는 반말로. 

 

아아, 그러고 보니 우리는 조금 이상했다. 너는 늘 내게 친밀하게 다가왔고, 나는 네게 벽을 두려 했다. 하지만 너는 어느 한 선을 기준으로 멈춰있었고, 나는 충동적으로 네게 쌓은 벽을 무너뜨리려 했다. 

 

 

 

"행복해?" 

 

 

 

늘 묻고 싶었다. 지친 몸으로 억지로 밝은 모습을 짜내는 이성열에게 정말 그 삶에 만족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닌걸 내가 알고있다는 것을 저도 알면서 그렇다고 대답할 이성열이 뻔히 보여서. 이성열에게 그런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묻고 싶다. 끝끝내 세상을 등진 지금, 너는 행복하냐고. 

 

 

일주일,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이성열을 사랑했다. 내 생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이었고, 잔인한 사람이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성열을 사랑함으로 인해 나는 일주일동안 그 어떤 것으로도 느낄 수 없는 사랑을 느꼈으니. 그 댓가로 앞으로 남은 모든 삶을 그를 위한 그리움으로 지내야 한다고 해도. 그러니까, 황홀하고, 또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에 나는 영원을 불행으로 물들였다는 소리다. 그리고, 우습게도 후회조차 하지 않는다는 멍청한 소리. 

 

 

 

"...잔인하네." 

 

 

 

이성열이 마지막으로 끼고 있던 반지를 받고 나는 실소를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던 이성열에 나는 기꺼이 돈을 내어 주었다. 어디에 쓴다고 말을 한 적은 없었으나, 그 다음날 새로 자리잡은 반지에 나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반지 속에 새겨진 이름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김명수' 

 

 

 

반지에 새겨넣은 내 이름은 이성열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성열아, 너는 끝까지 내게 형벌을 내린다. 

 

끝까지 내게 오지 못해 내가 너에게 가기를 바라는 너는 지극히 이기적이다. 그런 네가 내리는 형벌은 내게 조금 가혹하다. 영원히 너를 기억해야하는 형벌은 마침내 나를 무너뜨렸다. 

 

 

 

"사랑해." 

 

 

 

네게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축복받지 못한 네 삶을 축복해주고 싶었으며, 끝까지 버려지던 너를 구원하고 싶었다. 바다를 보지 못한 네게 파도를 선물해 주고 싶었고, 하늘을 보지 못한 네게 포근한 비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늘 휘청이는 너를 위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작은 지팡이조차 되어주지 못했고, 푸르른 숲은 커녕 어린 묘목조차 되어주지 못했다. 

 

늘 아프기만 했던 사람아, 생각만으로도 눈물나는 사람아. 당신을 위해 바치는 내 모든 것들을 한사코 거절하고서 내 곁을 떠나가 버린 야속한 사람아. 나는 너를 사랑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깊이 사랑했고, 아낀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소중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나는 그런 당신의 숨이 되고 싶었다. 파란 하늘이, 시원한 바다가, 푸르른 숲이, 따스한 태양이, 한 줌의 흙이 되고 싶었다. 감히 당신의 세상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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