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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김민규] 운수좋은날 上 | 인스티즈

 

 

 

운수좋은날 上

W.젤리시렁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책장을 넘기다 손끝이 베였고, 보지 않고 뒤적이던 필통 안에서 지우개를 떨어뜨려 잃어버렸으며, 집에 가는 버스가 나를 코앞에 두고 출발해버렸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과 차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오늘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기분이 영 나지 않았던 것 같다. 뭘 해도 한 것 같지 않은 그런 날.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아까부터 혀끝에 걸리던 작은 돌기에 미간을 좁혔다. 이젠 하다하다 내 몸마저도 나를 기운 빠지게 했다.

 

 

 

 

"하, 진짜 얘는 또 왜 이래."

 

 

 

 버스 시간을 보니, 걸어가는게 더 나을 것 같아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방향으로 쭉 걸었다. 허공에서 할 일 없이 놀고 있는 손이 괜히 민망해서 휴대폰을 꺼내들기는 했는데, 친구로 부터 장문의 문자가 와있었다. 이제껏 서운한 것들을 쌓아왔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붓는 말들에 그만 휴대폰을 꺼버렸다. 깊게 들이마신 공기가 습했다. 우중충한 하늘이 친구의 문자처럼 쌓아왔던 것들을 내 머리 위로 쏟아낼까봐, 발걸음을 빨리했다.

 

 

 

 다행히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빗줄기가 쏟아졌다. 그리고 불행히도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나에게 없었다. 이유 모를 배신감에 휩싸여 비 오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곧있으면 네가 올텐데. 곧있으면, 네가 올 시간인데.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넌…

 

 

 

"집에 안들어가고 뭐하냐?"

 

"들어갈 거야."

 

 

 

 머저리처럼 또 내 옆에 있으려 하겠지.

 들어갈 거라는 내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나란히 선 김민규는 하늘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다 결국엔 하늘을 바라보며 나에게 말을 건다. 나도 열쇠 없어서 못들어가. 하는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사전에 깔아두며.

 

 

 

"무슨 일인데?"

 

"…뭐가."

 

"기분 안좋은 거, 아니야?"

 

 

 

 흙장난을 하고 놀 때부터 그랬다. 궁금하면 궁금한대로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그저 내 감정에 공감해주기를 원하는 부름에도 김민규는 늘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나는 항상 감정을 다 추스렸던 것 같다. 김민규에게 나는 그렇게 다스려졌다. 차분하고, 침착하도록.

 

 

 

"……아니야. 그런거."

 

 

 

 그래서 김민규에게는 다 말하지 못했다. 세상에는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일들이 많았고, 나에게도 역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있었다. 나에게는 그 일들의 원인과 결과를 따져가며 김민규에게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다.

 단순히 그냥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기분이 안좋았고, 하루종일 왜인지 불운한 일들의 연속이었으며, 하필이면 지금 지난 일주일동안 열심히 피해다니던 너를 만났다고.

 나는 너에게 말할 수가 없다.

 

 

 

"나,… 많이 불편하냐?"

 

"……."

 

 

 

 지금 이 순간이, 오늘 내 하루의 가장 최악이 되어버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바라본 김민규의 표정이 꼭 그 때와 같았다. 그 표정 하나에, 오늘 하루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게 펑, 하고 터지는 기분이었다. 더이상 여기있으면 김민규한테 이상한 말들을 할 것 같아서 무작정 비가 오는 밖으로 걸었다.

 

 

 일주일 전, 고백을 했었다. 내 13년지기 친구, 김민규에게.

매일 아침 김민규와 얼굴을 마주하던 집 앞에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딱 그렇게 말했다.

 

 

 

'좋아해. 김민규.'

 

 

 

  김민규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해서 뱉어낸 고백은 아니었다. 단지, 알리고 싶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매일 밤 눈을 감기 전까지 너를 마주하는 내가 어떤 감정을 갖고있는지. 눈치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나는 그렇게 괘씸해보였었나 보다.

 하지만 내 고백에 대한 네 대답은, 밤마다 내 잠을 설치게 하던 드라마 속의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너에게 그러한 로맨틱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왜?'

 

 

 

 그리고 고백에 대한 이유를 묻는 너의 반응 또한, 나는 바라지 않았다.

 딱 그렇게 너의 그 표정을 뒤로하고 난 집으로 돌아와 밤새 울었다. 나의 이 울음소리를 듣고, 네가 조금이라도 미안해하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내 눈 앞으로 찾아온 것은 현실 뿐이었다. 더이상의 드라마는 없었다. 김민규를 다시 마주하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자 싶어,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미친듯이 피해다녔다.

 

 

 그랬는데, 그랬던 네가 지금 나를 왜 붙잡는지 모르겠다. 왜 이 비를 맞으면서 나를 마주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너 열쇠있는 거 다 알아. 들어가."

 

"같이 들어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 들어가라고!"

 

 

 

 빗속에서 소리치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김민규가 그만 나를 끌어안는다. 축축히 젖어든 옷 위로, 김민규의 체온이 느껴졌다. 품 안에서 발버둥치는 나를 김민규가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미안해."

 

"놔. 놓으라고, 좀!"

 

"그때는 내가 너무 당황해서 그랬어. 무슨 말이라도 해야될 거 같아서, 그랬는데…"

 

 

 

 내 귓가에 닿는 김민규의 목소리에 그만 목 놓아 울어버렸다. 내 울음소리와 빗소리에 김민규의 목소리는 저 멀리 아득해져만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단지 내 등을 다독여주는 작은 울림만이 있었다.

 

 

 

 

 

"나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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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5.235
글이 아련아련 하네여~재밌어요ㅠㅠ
7년 전
독자1
운수좋은날...ㅇㅅㅇ 원작이랑은 좀 반대? 인 느낌이 나네여 ㅇㅅㅇ! 그래서 뒤에는 어떻게 되는거져?!?!?! 저 궁금해 쥬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 꾹 하고 갈께여 헿헤!
7년 전
독자2
헉 좋아요 ...! 그래서 둘이 사귄대요? 운수가 좋대ㅇ요? ㅎㅎㅎㅎㅎㅎ
7년 전
독자3
운수좋은날 새든데 요고 좋아요! 신알신누르거갈게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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