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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바다의 짠 냄새가 새벽 공기에 묻어 콧속으로 파고 든다. 바다 냄새를 맡으며 슬며시 눈을 떴다. 더러운 잿빛 천장이 보인다.

밤새 들이마신 방안의 먼지로 목구멍이 까끌까끌하다.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얇은 회녹색 천을 이불이자 베개로 삼아 잠을 청한 지 몇 년 째.

이제 아침에 몸이 배기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귀 뒤를 긁적이며 주위를 둘러보니 한 두 명 정도는 그보다 일찍 잠에서 깨 방을 나간 것 같았다.

그도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가 부엌으로 갔다. 사실 이름만 부엌이지 그저 남는 방에서 식탁용 낮은 탁자와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은 것뿐이었다. 접시 따위는 없었다.

이 빠진 낡은 컵 두 개가 식기의 전부였다. 부엌에는 두 명이 거의 아침 식사를 다 먹어가고 있었다.

"어이, 유타."

유타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까딱여서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구석에서 곰팡이 핀 빵과-사실상 밀가루 덩어리였다-시큼한 냄새가 살짝 나는 우유로 아침을 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만을 표하거나 화가 날 시기는 벌써 지난 지 오래였다. 겨우 10살에 화재로 부모님을 잃은 유타는 주위 친척들의 무심함으로 이 고아원에 처박혔다.

지금 그의 나이는 스물. 이젠 체념할 때였다. 아침 식사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유타는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이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그런 고민은 사치였다. 그것은 삶을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 또는 삶에 대해 궁금증이 남아 있는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지금 방 안에는 삶에 대해 어떠한 흥미나 가치를 두고 있지 않는, 고아 소년 세 명이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다음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다.

모두 바닥을 내려다보며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어차피 고아원 주인을 들이닥치지 않을 것이다. 주인은 그들 모두에게 무심했다.

폭언이나 폭력이라도 행사하면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주인은 그러지 않았다. 그가 고아원과 고아들에게 행사한 것은 철저한 무관심뿐이었다.

오히려 그것이 고아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했다. 아무도 자신들에게 신경 써 주지 않는다는 그 무기력한 감각.

유타는 별 생각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넘실대는 넓은 바다가 눈앞에 들어왔다. 고아원은 항구 도시에 자리하고 있었다.

고아원 벽에 기대 항구에 도착하는 선원들을 바라보았다. 선원들을 관찰하는 것은 유타에게 가장 큰 오락이었다. 날마다 들어오는 수많은 타인들, 낯선 얼굴들. 

아침 해가 제 빛을 슬슬 낸다. 강렬한 빛에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사람 하나가 서 있다.

"안녕, 꼬마. 여기서 뭐하냐?"

소금기가 밴 너덜너덜한 셔츠 자락. 까무잡잡한 피부에 오랫동안 손질한 흔적이 없는 콧수염. 분명 선원이다.

"신경 꺼요."

"하, 요 녀석 봐라. 너 몇 살이냐? 벌써부터 아주 입이 험한데 그래?"

"신경 끄라니까요."

"내 이름은 다케다 히로미츠다. 넌 이름이 뭐냐, 꼬마?"

"빨리 꺼지기나 해요."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유타는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기뻤다. 누군가의 관심, 대화. 그것이 유타를 비롯한 모든 고아원의 아이들이 갈구하는 것이었다.

유타는 이 히로미츠라는 선원이 계속 그에게 말을 걸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히로미츠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대로 걸어가 버렸다.

유타는 애써 아쉬운 기색을 감추며 다른 선원들을 계속 관찰했다. 하지만 히로미츠와의 대화가 끝나버린 후라서 그런지 이제 관찰이 지루해졌다. 

결국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

얼마나 졸았을까. 유타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그는 재빨리 대로로 나갔다. 유타는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서커스단이었다. 서커스단의 호객 행위를 위해 나팔을 불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방금 전국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서커스단! 여러분이 평생 보지 못한 신기한 묘기! 어떤 것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을 보여드립니다!"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자신만만하게 외치고 있었다. 남자는 인중이 길었는데, 꼭 남자의 오른 어깨에 놓인 원숭이의 얼굴과 비슷하게 보였다.

남자는 꽤나 깔끌함 검은 턱시도를 걸치고 멋진 중산모를 쓰고 있었다. 중산모는 꽃분홍색이었으며, 원숭이도 빨간 조끼를 입혀 놓았다.

"애인과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내고 싶은 신사 숙녀 여러분들! 짝을 찾고 싶은 분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고 싶으신 부모님들! 어서 서커스 공연 표를 구입하세요!

참고로 저희 사전에 실망을 없습니다!"

목에 커다란 빨강 나비넥타이를 멘 또 다른 남자가 다시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는 원숭이를 얹고 있는 사내보다 훨씬 통통했는데, 원숭이 대신 한 손에 서커스단의

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홀린 듯이 사내의 손에 들려 있는 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타도 마찬가지였다.

온통 잿빛으로 가득 찬 이 동네에서 그렇게 휘황찬란한 행렬은 너무도 낯선 것이었다. 비록 그것이 도시 사람들에 눈에는 촌스럽기 짝이 없을지 몰라도 말이다.

"저기 가자."

"으악, 깜짝이야!"

유타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돌아보니 타쿠야가 예의 그 야릇한 미소와 함께 서 있었다.

"내가 기척 좀 내면서 다니라 그랬잖아, 타쿠야."

"저기 가자."

"어딜? 저기? 서커스?"

"그래. 저기 가자."

"돈 있냐?"

"아니."

"그럼 무슨 수로 그게?"

타쿠야는 장난스럽게 유타의 눈앞에서 자신의 두 손을 흔들거렸다. 유타는 어이가 없었다. 타쿠야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고아원의 다른 아이들과 남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고아원으로 흘러들어왔으면서 항상 남다르게 행동했다.

유타나 다른 고아들과 다르게 그는 주인의 방식에 절대 기죽지 않았다. 무관심이나 방치는 타쿠야에게 어떠한 해도 입히지 못했다.

타쿠야는 자신이 순간순간에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얻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이든 가리지 않고 행했다. 물론 범법행위도. 

유타는 어느 날 무서운 생각이 들어 타쿠야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너, 혹시 사람도 죽일 수 있겠어?"

"무슨 소리야. 난 사람은 안 죽여."

"못 믿겠는데."

"사람 죽이면 감옥에 가잖아. 평생 거기서 살아야 하고. 거긴 온통 날 감시하는 간수들뿐이라고. 언제 뭘 먹고, 언제 자고... 난 그런데서 못 살아.

차라리 여기서 뼈를 묻고 말지. 그렇다고 진짜 그러겠다는 건 아니고."

이걸로 확실해진 게 두 가지 있었다.

첫째, 테라다 타쿠야라는 인간은 살인을 하지 않는다.

둘째, 그리고 그 이유는 '간섭을 받기 싫어서'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테라다 타쿠야라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유를 갈망했다. 날 때부터 지금까지 유타는 그이 곁에서 확실하게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타쿠야는 그 자유를 위해서 살인을 제외한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뭐냐? 도둑질? 아니면 다른 거야? 좀 합법적인 걸로, 아니지, 그것도 안 바라. 좀 안전한 거 없어?"

"음, 네가 이것보단 훨씬 똑똑하게 굴 줄 알았는데."

타쿠야는 초조해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기분 나쁜 여유로움만이 그의 얼굴에 가득했다.

"난 도박을 할 거거든."

"그게 도둑질보다 더 '안전한' 방법이냐?"

"응."

유타는 이제 한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네 것까지 구해줄까?"

"퍽이나. 그나저나 언제부터 도박장을 드나...."

"구해줄까?"

유타는 망설였다. 물론 가고 싶었다. 그 화려한 색. 한 번도 보지 못한 묘기..... 구미가 당겼다.

"유타. 날 믿어봐. 이건 기회야. 난 알아."

"어떻게?"

"내가 원하니까."

***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 유타는 초조하게 거리에 서 있었다. 일단 타쿠야가 말한 대로 기다리고 있었지만, 진짜 그가 올지는 알 수 없었다.

도박장은 거칠고 위험한 곳이었다. 어쩌면 타쿠야는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 멀리 서커스장의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분명 달려가면 몇 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지만 왠지 다른 도시에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어이."

"야! 너....!"

"이거."어느새 등을 툭 치면서 나타난 타쿠야가 표 두 장을 흔들고 있었다.

"와, 진짜...."

"우리 달려야 해. 방금 보니까 어떤 놈이 칼 들고 날 쫓아오고 있었거든."

***

"신사숙녀 여러부운! 잘 오셨습니다! 네네,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낮에 표를 들고 선전하던 통통한 사내가 서커스단의 사회자였던 모양이다. 빨간 나비넥타이가 조명 아래 더욱 도드라져보였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오늘밤! 실컷 즐기다 가십시오! 물론, 감동받으셔서 돈을 더 내셔도 저희는 일체 개의치 않을 것을 밝혀둡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내내 각종 묘기가 펼쳐졌다.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이 펼치는 공중묘기, 말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샴쌍둥이, 노인의 낡은 베레모 안에서 하얀 토끼를 꺼내드는 마술사....

그중에서 가장 압권은 원숭이의 공연이었다. 낮에 원숭이를 데리고 있던 인중이 긴 사내가 조련사였다.

그는 열 마리의 원숭이들을 호루라기나 휘파람을 이용해 원숭이들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휘파람 한 번에 모두 물가눔, 호루라기 두 번에 원숭이 열 마리가 일제히 텀블링.

유타는 너무 박수를 많이 쳐 팔이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타쿠야는 영 딴판이었다. 적당히 박수는 휘파람을 불 뿐, 대체로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뭐해? 도박장에서 표를 딴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아직 압도적인 건 안 나온 것 같은데."

"너한테 압도적인 게 있겠어?"

타쿠야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서커스장을 탐색하는 눈초리로 쳐다봤다. 유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자! 여러분! 모두 만족하셨습니까? 하지만 아직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이 세상 어느 서커스단에서도, 아니!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뮤직쇼!

서커스단의 프리마돈나! 여왕! 매혹적인 그녀들! 소개합니다, 미쓰 로즈 앤드 미쓰 골드버드으으으으!"

통통한 사회자가 얼마나 기를 쓰고 말하던지 마지막에 기침을 했다. 순간 서커스장의 모든 조명이 꺼졌다. 이윽고 하얀 조명 하나에만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조명은 여자 하나를 비추고 있었다. 황금 반짝이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기타를 늘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숨을 가다듬나 싶더니 나지막히 노래를 시작했다.

기타 소리를 타고 매혹적인 여자 목소리가 관중 사이를 돌아다녔다.

 

있다 없다 있다 없다

날 사랑한 사람

 

유타는 여지껏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순간 기타 소리와 노래가 멎더니 다른 조명이 켜지며 또 다른 여자를 비췄다.

타는 듯이 기다란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다시 노래가 시작되더니 빨간 옷의 여자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무희였다.

나풀거리는 소재의 드레스는 그녀의 춤선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다.

 

돌아보란 아쉬운 한 마디를 못해 못해

돌아보란 아쉬운 한 마디를 못해

 

애절한 가사와 춤선. 앞에 봤던 묘기들을 모두 잊게 만드는 노래와 춤이었다. 앞서봤던 물구나무와 원숭이들의 묘기에 박수를 쳤다는 게 부끄러워질만큼 아름다웠다.

유타는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공연이 끝났다. 사람들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유타는 옆을 힐끗 봤다. 타쿠야만이 계속 자리에 앉아 있었다.

"너 안 일어나고 뭐해?"

타쿠야는 그제야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심드렁한 얼굴이 아니었다. 타쿠야의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바로 저거야."

"뭐라고?"

"바로 저거야. 내가, 우리가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것."

유타는 마지막 말은 무시했다. 사람들의 함성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았거니와, 무엇보다 지금은 박수를 쳐야할 때였다.

***

유타와 타쿠야는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유타는 서커스의 열기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타쿠야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마 유타와 같은 이유로 자리를 뜨지 않는 것 같았다. 어느새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서커스단이 여러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어, 저기 저기!"

유타의 눈에 미쓰 로즈와 미쓰 골드버드가 눈에 들어왔다. 유타는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아, 안녕하세요!"

"누구?"

가까이서 본 미쓰 로즈는 생각보다 까칠했다. 도도하게 생긴 그녀의 외모에 적합한 성격이었다. 유타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다, 다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안 생각해왔어!'

"에이, 왜 그래. 또 까칠하게 군다, 너.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미쓰 골드버드!"

"어머, 호호..... 귀여워라. 저희 팬이신가봐요?"

"네, 네! 맞아요! 정말 대단한 무대였어요....! 그 노래와 악기 소리...... 정말, 정말...."

"아유, 고마워요!"

그녀는 이런 관객들을 상대하는 게 익숙해보였다. 미쓰 골드버드란 여자는 친근한 미소로 유타의 말을 받아주었다.

"하! 또 내숭 떤다. 딱 봐도 얘 너보다 나이 한참 어려 보이는데, 아유 고마워요? 너 나이 몇이야?"

"저....스물..."

"그럼 그렇지. 너 얘한테 이모뻘인 거 알어?"

"조용히 안 해! 싸인해 드릴까요? 저 이름이?"

"나카모토 유타입니다! 저 그리고... 저거.... 이름이 뭔가요?"

유타는 기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 기타 처음 봐요? 이건 기타라고 해요. 기타!"

미쓰 골드버드는 재빨리 기타를 들고 와서 유타에게 건네주었다. 유타는 기타가 손에 닿는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손끝이 짜릿했다.

"마음에 들어요?"

"네, 정말.... 배워보고 싶어요."

하지만 서커스단이 떠나면 기타는 물론이고 이들의 공연과도 안녕이었다. 그리고 다시 무관심과 무기력을 마주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슬픔이 밀려왔다.

"그럼 배우면 되지."

타쿠야가 불쑥 옆에 나타났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투여서, 유타는 헛웃음이 나왔다.

"무슨 수로? 아 참, 미쓰 골드버드. 여긴 제 친구인...."

"친구이자 신입단원인 테라다 타쿠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뭐, 신입단원?"

"너도 신입단원이야. 질투하지 마."

"뭐라고!"

"방금 단장이랑 얘기 끝냈어. 앞으로 악기 배워."

"자, 잠깐! 나랑 상의도 안...."

"우리한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밖에 아까 칼 들고 쫓아온 놈이 아직 있더라고. 함부로 밖에 나갔다간 죽어."

유타는 어떻게 좀 해보라는 눈길로 미쓰 골드버드와 미쓰 로즈를 번갈아 쳐다봤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왜, 왜 아무렇지도 않아요?"

"괜찮아요, 유타 씨. 서커스단에 들어오는 계기들은 항상 기상천외하니까요. 아, 그러고보니 이제 반말 가능하지? 자 부탁해, 유타!"

"네? 네...."

"그리고 앞으로 미쓰 골드버드 대신 지영 누나라고 불러! 여기 까치한 누나는 소연 누나!"

"누나? 아줌마잖아!"

미쓰 로즈, 그러니까 소연은 코웃음치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게!"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유타와 타쿠야가 없다는 듯 투닥거렸다. 유타는 멍하게 기타를 든 채로 서 있었다. 갑자기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 이렇게 한 순간에.

유타는 원망과 놀라움이 뒤섞인 시선으로 타쿠야를 노려봤다. 타쿠야는 그런 유타의 눈길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어딘가 눈길을 주고 있었다.

타쿠야는 소연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유타는 그런 타쿠야의 눈빛을 여러 번 보아왔다. 그 눈빛은, 타쿠야가 무언가를 원할 때의 눈빛이었다.

***

유타는 밤거리로 휘청휘청 나왔다. 갑자기 바뀐 미래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자신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이게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떠나도 된다는 안도감, 미래에 대한 약간의 흥분과 한바탕 뒤바뀌게 될 일상에 대한 두려움이 뒤석였다. 이 큰 변화가 가져오는 여러 감정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어느새 항구에 다다랐다. 유타는 털썩 자리에 앉았다. 달빛이 파도를 따라 넘실거렸다.

"어이, 꼬마. 또 보네."

아침에 봤던 히로미츠라는 선원이었따. 한손에 술병을 들고서 갑자기 그의 곁에 앉았다.

"뭐에요, 왜 허락 없이 앉아요."

"이게 그렇게 기분 나쁘냐? 엄청 복잡한 표정하고 있으면서."

유타는 속이 뜨끔했다.

"짜식. 무슨 고민 있어? 아침이랑 조금 다른데."

"내가 아침엔 어땠는데요?"

"세상 다 산 표정이었지."

"지금은요?"

"세상을 막 살려고 하는 표정. 어디로 가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표정."

"........귀신이네요."

히로미츠는 피식 웃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술 냄새가 코끝을 살짝 스쳤다.

"바다를 대하다 보면 사람 표정 읽는 건 일도 아니거든. 바다 한가운데서 저 바다가 어떻게 변할까, 하면서 몇 달을 보내봐. 사람 표정은 우스워.

저 바다란 자식은 말이야, 정말 변덕이 심하거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줄곧 변하고 싶었는데, 막상 변하니까 무서워요."

"난 바다 한 가운데서 폭풍우를 많이 만나 봤어. 폭풍우는 항상 예고를 하면서 찾아와. 하지만 주위에는 섬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아. 하물며 암초도.

언제나 폭풍우는 두렵지. 피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배를 타고 나아가야만 해. 죽을 만큼 힘들어도 배를 붙잡고 버티는 거지. 

그러다보면 어느새 폭풍우가 사라져 있거든. 겁먹지 마. 배를 붙잡으라고. 내가 바다에서 배운 건 그거야. 그냥 저질러 버려. 계속 가."

뭔가 용기가 솟구쳤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의 일생에서 이렇게 조언을 해주는 남자 어른은 히로미츠가 처음이었다.

"..........고마워요."

"짜식. 너 이름이 뭐냐?"

"유타요. 나카모토 유타."

"기억하마."

다음날, 서커스단은 항구 도시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고아원에서 두 소년이 탈출했다. 그리고 두 소년의 미래는 크게 변화했다.

서커스 단원들조차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또 너무 오랜만에 왔죠ㅠㅠㅠㅠㅠㅠㅠ하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다 저를 막 치세요ㅠㅠㅠㅠㅠㅠ 댓글도 잘 안달리고 해서 의욕이 갑자기 없어졌다가ㅠㅠㅠㅠㅠㅠㅠ

동영상은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ost입니다! 다음주 개학인데 일단 갈데까지 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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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9.108
회원은 아닌데 어쩌다 찾게 된 이후로 짬짬이 들어와 열심히 보고 있어요! 작가님 힘드실텐데 계속 연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하고 이건 제 사심이지만 혹시 마크 테토와 러브라인은 없나요...? ><
7년 전
난슬
으아아 얼마만의 댓글인가요ㅠㅠㅠㅠㅠㅠㅠ 일단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마크 테토와 러브라인은.... 죄송해요 없을 예정.... 그래도 작품에서 "연결고리"역할을 할 겁니다! 계속 지켜봐주세요!!
7년 전
비회원68.147
앗 답글 달아주신지 모르고 있었어요! 마크는... 그렇군요 ㅠㅠ (답글이 안 돼서 여기에 남겨요) 더 저주 덧글을 안 달아드려서 죄송해요. 글 정말 잘 쓰시고 비회원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화이팅! 작가님 사랑해요 ♡
7년 전
독자1
글 너무너무 잘쓰시고 분위기부터 설정까지 다 좋아요ㅠㅠㅠㅠㅠ... 작가님 앞으로 오실 생각은 없으신가요...?뒷부분이 너므ㅜ 궁금해요ㅠ
7년 전
독자2
보면서 점점 여왕님이 성장하는 것도 보이고 그 주변 인물들 설정들도 다 하나같이 세세해서 너무 좋아요ㅠㅠ
7년 전
난슬
칭찬해주셔서 느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휴재 공지 올렸어야했는데 깜빡.....
대학교 2학기가 시작되어서 못 올리고 있었어요 ㅠㅠㅠㅠ 더 긴 글로 찾아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7년 전
독자3
헉 답글 달아주셨어...!감사합니다...!!많이 바쁘셨군요ㅠㅠㅠ 기다리고 있을게요 !!!(콩닥콩닥)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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