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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선별인원 (1) 

 

- 탕 

 

큰 총격 소리가 들려왔다. 잿빛 탄환이 남자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가루처럼 으스러지기 시작하는 총알 앞에 남성은 비웃음을 짓는다. 끝을 말아올린 미소는 이렇게 말 한다. 넌, 안 돼. 이내 가루가 되었던 탄환이 다시 형태를 갖추곤 반대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뚫었다. 시뻘건 피가 튀었고 남자는 조소를 머금는다. 사람 주제에 오래 살았어.  

 

숲 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까마귀가 내는 소리는 불길하다 못해 짜증을 자아했다. 도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14구역. 오늘이 선발을 하는 날만 아니었다면 덜 기분이 나빴을 것이었다. 가난하고 빈곤한 구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아니 우리집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가장 빛이 나는 구두를 신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샤워도 했다.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질끈 묶었고 그 위를 리본으로 장식했다.  

 

하얀 분가루들과 액체들이 내 얼굴을 덮었다. 숨 쉴 구멍 정도는 남겨 주시는 것인가. 모든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가 뽑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기도하면서 구역의 사람들은 일년에 가장 아름답고 예쁘게 치장을 한다. 정말 뽑힌다는 절망 속에 빠진다면 전 구역에 방송이 될 내 모습을 그나마 덜 우습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겠지.  

 

선발이 시작 되기 전 14 구역의 중심으로 모두가 모였다. 길게 양갈래를 묶은 나는 하나로 땋아 내렸다. 딱딱하게 식은 빵을 한 조각 떼어내며 미지근하지믄 식도로 타고 내리는 물을 따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딱딱한 빵은 입 안에서 이로 잘근잘근 부서졌다. 이게 곧 여러 명의 운명이 될 것이다. 

 

매년 구역 내에서 20 명씩 10대 소년 소녀들을 선발해 나간다. 총 15 구역에서 나오는 아이들은 약 300명이다. 그들 중 살아남는 건 한 명이었다. 수도에선 각 구역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본보기로 서로를 죽이게 만든다. 그들 중 살아남는 자는 구역을 부유하게 만들어주며 가족들을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생존자는 '합법적 살인자.' 이다. 

 

모두가 원하지 않는 선발은 곧 시작된다. 안 나갈 수 없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조용히 단상을 바라봤다. 올해 명단이 저 여자가 들고 있는 종이에 모두 적혀있다. 남자와 여자 랜덤추첨 방식으로 인해 성별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올해는 여자가 몇 명일까. 서로를 죽이고 때리는 게임에서 살아남는 여자는 과연 몇 명이 될까. 50 년동안 한 번도 살아남은 적 없는 여자가 살게 될까. 

 

식도로 위액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일반인이 뽑히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당연했다. 능력자를 이길 수는 없었다. 아무리 쓸모 없는 능력이 있다해도 아무것도 없는 일반인 보다는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단상 위의 여자는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동양여자는 아니었다. 거짓된 웃음을 짓던 그녀는 선발지를 조심히 피기 시작했다. 모두가 저 순간을 위해 기도를 할 것이 분명했다. 우리 가족들 중에는 아무도 뽑히지 않기를 원할 것이었다. 마이크를 톡 톡 두드리던 여자는 천천히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제 14구역 동양인들의 개척지였다. 예전에 불리었던 우리의 대륙은 '아시아' 라고 불리었다고 했다. 첫 번째 호명자는 '김민규'. 큰 키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비열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고 멀쩡한 허우대를 가지고 있었으니 꽤나 잘생긴 얼굴이었다. 저 아이는 과연 어떠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나보다는 오래 살 것이 분명했다.  

 

여자는 이름을 계속해서 읽어내렸다. 단상으로 올라가는 얼굴들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다행이었다. 내가 그들을 죽여도 전혀 죄책감이 없을 것이다. 그들 또한 나를 죽여도 같을 것이다. 17 명 정도가 채워졌을 때 내 이름이 불렸다. 아까 먹던 딱딱한 빵이 식도를 타고 올라올 것만 같았다. 단상 위의 여자 아이들은 모두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무거운 발을 들고 걸음은 단상으로 향했다.  

 

눈물이 차오르려 하는 것만 같았지만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은 날 주목하고 있는 모두의 시선을 무시해야만 했다. 나중에 방송으로 나가는 크라운 게임을 위해. 적들이 나를 우습게 보지 않기 위해. 여자 아이들은 이내 눈물을 터트렸다. 바닥으로 뚜욱 뚝 떨어지는 눈물이 애처롭다. 곁에서 들리는 울음 소리를 애써 무관했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자 하는 발악이 가득했다. 카메라는 날 향했다. 아마 담담한 표정이 그들의 흥미를 유발한 것이 분명했다. 

 

엄마의 표정은 꽤나 볼만했다.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빠에게도 웃음을 보여줬다. 어떻게든 살아남을 테니까 걱정 말라고 내 뜻을 알아들은 엄마는 연갈색의 예쁜 눈동자에 바다가 차올랐다. 정말, 걱정 마세요 엄마.  

 

곧 20 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단상 위로 올라왔다. 여자 12명과 남자 8명. 올해는 여자가 더 많이 뽑혔다. 나를 제외한 여자 아이들은 모두 눈물을 흘린다. 간혹 눈물에 젖은 남자 아이들도 있었다. 14 구역으로 온 수도의 방송국 카메라는 우리를 비췄다. 카메라를 향해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예쁜 미소를 지었다.  

 

잿빛으로 이루어져 있는 열차가 구역의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단상 위의 우리보고 타라는 듯 문이 천천히 열렸고 단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내려왔다. 단상을 떠나 가장 먼저 열차를 오른 건 제일 먼저 이름이 불리었던 김민규였다. 나는 그를 따라 두 번째로 열차에 들어갔다.  

 

뒤 이어 아이들이 들어왔고 들어 온 순서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창문을 열고 엄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14 구역의 땅 냄새가 점점 멀어진다. 

 

옆에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있던 남자. 즉 김민규는 천천히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살고 싶나." 

"응." 

 

같잖은 물음이다. 당연한 것을 뭍고있다. 살고 싶나. 낮게 퍼진 목소리가 우리 둘의 관계를 증명해주듯 흩어졌다. 응. 짧게 대답했다. 그런 대답에 김민규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 눈을 다시 돌렸다.  

 

"내가 만약 사람들이 최대한 죽지 않고 이 게임을 멈출 방법을 찾아낸다면 도와주겠나?" 

 

말도 안 된다. 크라운 게임이 개최되고 80년 이례로 게임을 멈춘 경우는 딱 한 번 밖에 없었다. 1 구역에서 15 구역까지 모든 노동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났을 때 3년을 멈추었었다. 그것도 3 년 동안 큰 전쟁을 수도의 능력자들이 노동자 몰살로 전쟁을 끝냈었다.  

 

"큰일 날 소리하네. 말 조심해. 네가 아무리 힘 쎈 가문의 아들이라도 수도의 도청기는 무시 못해." 

 

김민규의 말에 반문을 하며 눈을 감았다. 김민규는 그런 나를 보고 할 말이 있는듯 굴었지만 한숨을 내쉬고 그 또한 눈을 감았다. 수도까지 날아가는 시간은 4 시간이 남았다.  

 

아직까지는 살아있다. 

 

 

 

부족한 실력 많이 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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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니.. 세상에 완전 대작냄새 나는데요 신알신하고 갑니다 작가님 완전 기대돼요!!!! 혹시 암호닉도 만들 수 있을까요?
7년 전
역행의 역습
네 가능합니다
7년 전
독자2
읽고있는 중이었는데 쪽지와서 놀랐어욯ㅎ 저 [달]으로 신청하고 싶습니다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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