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구급대원=이불킥 번외
술은 취했을 때 그 약간의 어지러움이 딱 좋을 때지.
하지만 친구들이랑 마실 때는 어른들과 마실 때랑 달라.
그냥 미친듯이 마시기만 하는 거지. 아주 속에서 무언가 올라올 때까지 마시는 거야!!
하지만 나 이대로는 안되겠어.
나답게 단호하게 말했지.
"난 그만 마ㅅ"
"아 ㅇ여주 재미없어! 너가 미친듯이 마시자면서!"
"맞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많이 좀 마시자!"
"머리가 어지럽다 못해 돌고있다고.. 혹시 여기 회전목마니..?"
"뭐라는 거얔ㅋㅋㅋㅋㅋ 이럴 때일수록 더 마시는 거야!!!"
"화장실 좀 다녀올게.."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갔지.
분명 난 일자로 걷고있는데 스텝이 꺾여 넘어질랑 말랑 하고있어.
무사히 화장실에 도착해 변기통에 풀썩 앉아 정신을 잡으려고 노력했지.
이미 온 거 물이나 뺄까 하며 시원하게 비워내고 손을 씻었어.
그러다 문득 그분의 행동이 스쳐지나갔어.
"헐.. 번호.."
손바닥을 보자 이미 반쯤 지워져있더라고.
인생 쓰다. 걍 술이나 털어마시자..
"왔어? 우리 썸남 얘기중인데 넌 없냐?"
"썸남..? 썸남이라.."
방금 전 이름을 불러주던 모습이 머릿속 가득 차지하더니 이내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실실 웃고 있으니 애들이 궁금했는지 날 들들 볶더라고.
"있어!? 누군데!?"
"자존심 상해.. ㅇ여주도 있는데 내가 없다니.."
"둘다 똑같으니까 닥쳐."
"응..!"
난 술마시면 입을 잘 터는 스타일이라 며칠 전 있었던 흑역사를 말해버렸어.
말하다가 오늘 번호 준 것도 말하게 되었고 그 번호가 지워졌다는 말은 끝내 전하지 못했어..★
손바닥을 보며 어디..? 라며 날 아프게 하는 친구들..
나레기.. 내 집이 어디갔지? 여기 어딘가에 쓰레기통이 있을텐데..
"설마.. 아니지?"
"아니겠짘ㅋㅋㅋㅋㅋ 지워졌으면 어떻게 해서든 생각해내라."
애들은 모두 무섭게 반응했어.
눈물이라도 흘리며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애들 표정을 보니 장난 칠 분위기가 아니야..
"내가 제일 원하는 로맨스가 바로 그런거인데!! 미리 저장을 해놨어야지!!"
"그만."
"뭘 그만이야!!!"
"머리가 울려. 들리니까 작게 얘기해줘."
내 말에 애들은 너의 마법사의 길을 향해 치얼스하자며 내 팔을 잡고 억지로 건배를 하더라고.
건배해버렸어..!! 난 앞으로 25살까지 솔로가 될 거야. 오늘따라 진짜 인생이 쓰다.
"아아아.. 나의 님은 갔습니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하는 님은 갔어?ㅋㅋㅋㅋㅋ"
"난 평생 솔로일 거야. 독고인생을 걸을 거야.. 아냐! 독고영재님도 결혼을 하셨잖아. 나도 할 수 있어!"
"많이 취했나 보네. 넌 좀 쉬어라."
다음 친구도 썸남얘기를 해줬어.
좀이따 데리러 오기로 했다며 자랑을 하는 친구에게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
그러면 더 비참해질 거야..
"와 결혼 언제할 거냐?"
"오늘할까?"
"당장 해라. 애기 영어유치원 다닐거야?"
"앜ㅋㅋㅋㅋㅋㅋ존나 앞서가ㅋㅋㅋㅋ ㅇ여주 음흉한것ㅋㅋㅋㅋ"
"응? 이게 왜 음흉해? 겁나 불순해.."
한 술 더 뜨며 영어유치원 다니냐고 물으니 음흉하다는 거 있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음흉해(흐뭇)
"부럽다.. 난 집에 혼자가야하는데.."
"너가 왜 혼자야? 너 어깨에 귀신 있다니까?"
이것들을 수다 주제를 정해놓고 했으면 좋겠어.
로맨스였다가 호러였다가 엽기였다가 하나만 해!!
애들이 이번엔 귀신으로 난리칠 때 급 생각난 대원님에 의해 손바닥을 쳐다보았어.
왜 지워지게 했을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을 해보는데 도저히 생각이 안나..
아주 좋은 기회를 뻥 차버린 것 같아 나머지 번호도 지워질까 걱정돼 보호를 하다가 이게 뭔 소용인가 싶어 술을 따라 원샷했어.
그렇게 또 수다를 떨며 술을 마시다보니 벌써 12시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지. 시간을 보고도 담담하게 술을 마셨어.
"볼 빨간 거 봨ㅋㅋㅋㅋㅋ 볼터치 했어?"
"많이 빨게?"
"몇 대 맞은줄ㅋㅋㅋㅋㅋ"
파우치안에 고이 잠들어있는 팩트를 꺼내 볼부분을 톡톡 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파우치에 넣었어.
지금 이게 뭔 소용이야.. 남자도 없는데..
"난 가봐야겠다. 요앞이래."
"염장지르네.."
"나도 가봐야겠다. 여주야 사거리까지 같이가자."
"다 꺼져!!! 난 남아서 한 잔 더 한다!!"
"안 말릴게."
"가볼까!?"
술취해도 못하는 건 많다고 한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자 시원해진 바람이 날 감싸.
추운바람에 옷을 여미려고 하는데 여밀 옷도 없더라.
가디건이라도 가져올걸 하는 생각도 잠시 친구가 내 팔을 잡고 끄는 바람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어.
"조심히 들어가. 집가서 전화 꼭 하구!"
"너나 제발 조심히 들어가."
비틀대며 나에게 조심히 들어가라는 친구에게 너나 조심히 들어가라는 명언을 남겨준 채 집쪽으로 걸어갔지.
가는 길에 있는 고깃집에 냄새를 맡아보며 좋아하고 있는데 익숙한 모습이 보였어.
내 발은 자연스럽게 고깃집 안으로 향했고, 혹시라도 그분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가만히 서서 그쪽을 쳐다보았지.
"그 무거운 것들이 위로 쏟아지는데 내가 막아줬지!!"
"대단하십니다!"
대화에 끼지않고 휴대폰 홀드키만 계속 켜보는 남자.
백퍼 저 분은!!!!!
"생명의 은인님!!!!!!"
열심히 열변을 토하시는 분도, 들어주며 맞장구를 쳐주시는 분도,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생명의은인님도.
모두의 이목이 집중 된 가운데 난 부끄러움도 없이 다가가 빈 자리에 앉았어.
"누구..?"
"아! 전 침대난간입니다!"
"네..? 아, 설마 그 때 그..!"
"그거 저 아니에요!"
"얼굴이 딱 그 때 그 얼굴인데.."
"아니라니까요!!!"
"저, 저기 여주씨..?"
"아까는 여주야라고 불렀으면서!!!"
"그래, 여주야. 잠시만 나가서 얘기해요."
"잠시만 말고 오랫동안도 할 수 있어요, 나는!"
"그래요. 오랫동안 저랑 얘기할까요? 그러려면 나가야하는데?"
"진짜요!? 당연히 나가야죠!"
벌떡 일어나 당당하게 고깃집에서 나왔어.
밖으로 나와 그저 멍하니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분이 웃으시는 거야..
"왜 웃어요..?"
"부끄럽습니까?"
"전혀요. 저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근데 왜 이렇게 얼굴이 빨게요. 그렇게 좋아요?"
"좋으면 얼굴부터 빨게지나. 심장이 뛰는거지."
"전 둘다입니다."
자세히 얼굴을 보자 진짜로 얼굴이 빨게져 있는 거야.
심장이 뛰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을 올려 심장부근에 대보려고 하니까 펄쩍 뛰면서 멀어지는 거야.
"이 여자가, 진짜!"
"확인해볼게요! 뛰는지, 안 뛰는지!!"
"왜 전화 안 했습니까?"
????
말 돌리기 선수인데?
"말 왜 돌려요! 확인해본다니까?"
"왜 문자 안했어요?"
"와.. 순간 대답할 뻔했어. 얼른 확인해볼게요."
"왜 걱정하게 했어요?"
"생각 못하고 손 씻었어요.. 제가 화장실에 가서 물을 ㅃ.. 아니 그게 아니고, 쨌든 손씻어서 지워졌어요.. 덕분에 전화도 못하고!!! 울뻔했어요.."
"전화 하고 싶었나보네."
"아, 아니에요. 저 전화 안할거였는데."
"방금 말했는데, 금방 까먹나봐요."
내 입이 방정이지.
이미 들킨 거 당당하게 나가보자 하며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며 휴대폰을 들이밀었어.
순순히 번호를 찍어주는 걸 기대했지만 그 분은 휴대폰을 다시 나에게 돌려주시더라고.
"집에 가서 술 깨려고 노력하세요."
"저 집에가요..?"
"보시다시피 전 지금 회식중이에요. 영웅담도 들어줘야하고, 리액션도 크게 해줘야합니다."
"알았어요.."
"알았긴 뭘 알아요. 이럴 때는 데려달라고 해야죠."
"회식중이라면서요.."
"애교라도 부려봐요. 그럼 여주씨 데려다 주겠다고 말씀드릴지도 모르겠네."
애교..? 애교란 애휴교수 아닌가?(억지)
아무리 술취해도 애교는 절대 못하겠어서 고개를 저었지.
"지금 고개 저었어요?"
"네.. 저 진짜 못하는데.."
"고개 젓는 거 귀여웠으니까 데려다 줄게요."
?????????????
뭐야 내 미래남편. 이렇게 설레게 하면 곤란해.
"한 번 더 저을까요?"
"심장 뛰어서 안 돼요."
"거짓말."
"들켰네. 얼른 말하고 올게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요."
개그감각까지 아주 다 가졌네..
물론 저게 개그가 아니라 진심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좋아ㅠㅠㅠㅠㅠㅠ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추운 거야ㅠㅠㅠㅠㅠ
원래 추위를 많이타서 그런지 너무 추웠어.
팔을 쓸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그분이 나왔고 우린 말 없이 걸었지.
"춥습니까?"
"아, 아뇨!"
"그럼 왜 팔을 쓸어요?"
"음.. 팔이 간지러워서요.."
"그냥 춥다고 말을 하지. 꼭 그런 이유로 둘러대야 겠어요?"
구급대원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후드티를 입고 있던 그는 후드티를 벗어 나에게 입혀줬어.
순간 너무 놀라 눈을 꽉 감고 안보고 있는데 갑자기 후드티에 있던 모자를 씌어주는 그분에 의해 놀라 눈을 번쩍 떴어.
"안에 반팔 꼭 입으니까 걱정 안해도 되는데."
"아.. 반팔입기에는 추운 날씨인데.."
"방금 전까지 더워서 땀띠 날 직전이였는데 덕분에 시원해지고 좋네요."
끈을 꽉 묶어 리본을 묶은 그는 웃으며 날 바라봤어.
급 휴대폰을 들어 나를 찍더니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나도 웃음이 나왔어.
"초상권침해로 신고해야겠네."
"119에 신고하세요. 제가 받겠습니다."
"초상권침해로 누가 119에 신고를 해요?"
"여주씨가요. 전화하면 제가 받을테니까 누가 사진찍었다고 일러봐요."
"취했죠?"
"저 하나도 안 마셨는데."
"왜요?"
"여주씨 데려다줘야해서요.."
"술 못해요?"
"잘하는데 맨정신으로 데려다 주고 싶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아니 요즘은 사람 구하는 법 안 배우고 사람 설레서 죽이는 법 배우나 봐ㅠㅠㅠㅠ
진짜 사람 미치게하네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왜 자꾸 봐요..?"
걸을 때마다 렉걸린 듯이 멈춰서 내 얼굴 슬쩍 보고 다시 가고, 또 몰래 보고 다시 걷기를 반복해.
뭐지..? 내 눈에 눈꼽이라도..? 아니면 코털이라도 튀어나왔나..?(이런 거 밖에 생각 못함)
"이런 말 실례 될 지도 모르겠는데요."
"제가 뗄게요!"
"네?"
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는데 그냥 내 얼굴이야.
평소와 같은 내 얼굴에 벙쪄서 쳐다보자 웃음을 참는듯 입술을 꾹 깨무는 거야.
"왜 보는데요?"
"제 옷 입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워서요."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에게서 또 다른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했어.
딱딱하기만 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어린 아이가 사탕 받고 좋아하는 것 마냥 좋아하고 있어..
"다왔다."
"조심히 들어가요. 아, 근데요.. 대원님.."
"대원님 싫은데. 사회생활 잘하시니까 제가 무슨 말 듣고 싶은지 아시잖아요."
"이봐요? 저기요?"
"알면서 뭘 물어요. 오.. 그거 있잖아요."
얼마나 듣고싶었으면 표정이 저렇게 간절할까..?
눈 딱 감고 불러주려고 했는데 이왕 부르는 거 이름까지 같이 불러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못 부르는 사유 : 이름을 몰라..
"성함이.."
"아 맞네, 말씀 안드렸구나. 제 이름은 최승철입니다."
"우와 이름도 잘생기셨네.."
"우와 부끄러움도 없으시네."
"우와 전 들어갈게요."
"우와 도망가시는 거예요? 잊으신 거 있는 것 같은데."
"승철오빠 조심히 들어가세요."
"역시 좋네요."
뒤를 돌아 도망치다시피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날 또 부르는 거야.
이번에는 또 무슨 말로 날 설레게 할까..?
"또 잊은 거 있는 것 같은데."
"없는데!"
"있는데?"
휴대폰을 가리키는 모습에 어리둥절해하다가 생각났지.
맞다, 전화번호!
"주세요!!!"
"뭘요?"
"전화번호!!!"
"술 아직 안 깼네. 다 깬 줄 알았는데.."
"얼른요!!"
"휴대폰 줘봐요."
내 손에 적어주던 것처럼 한참을 휴대폰을 쥐고있어. 화면보고 치는것도 아니고 날보고 치고있어..
너무 설레는데 숫자는 보이나..?
한참을 내 얼굴을 보다가 자기 휴대폰이 울리자 나에게 전해줬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왔어.
그래. 인생은 이렇게 달달 한 것이다.
[잘자요 침대난간에 팔 끼지 말고
승철오빠♥ ]
하트는 뭐래.. 하트를 보며 웃다가 이제야 보이는 문자내용에 또 웃음이 나왔어.
절대 낄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또 끼고싶네..
그럼 가던 길도 멈추고 돌아와 구하러 오지 않을까 하고.
(잘자요)
답장을 뭐라고 해줄까 하다가 심플하게 잘자요라고 쓰고 떨리는 손으로 전송 버튼을 눌렀어.
오랜만에 느껴보는 간질간질한 느낌에 오늘은 잠을 못 잘 것 같아.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하지만.. 이건 오늘이 마지막.. 라스트..
맴찢..
승철이 진짜.. 짤 고르면서 넘나 설렜어요..
역시 내꺼답다(돌을 맞는다)
사랑해!!!!!!!!!!!!!! 물론 여러분들이요♥
단편인데 많은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에인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