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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그래서, 언제까지 계속 걷는 겁니까?!!"

 

 

왕은은 칭얼대듯 소리쳤다.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외침에 하진은

제 뒤를 졸래졸래 따라오는 왕은을 향해 억지미소를 지어보였다.

 

 

 

 

 

"예예, 이제 곧 다 와갑니다."

"그 말만 벌써 열 번쨉니다. 다 와가는 거 맞아요?"

"네, 그렇다니깐요"

 

 

 

 

 

왕은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였던 하진은

뒤를 돌자마자 바로 근심어린 표정으로 바꾸었다.

 

 

 

[달의연인/은해] 현대로 돌아온 해수, 그리고…왕은황자님? 02 | 인스티즈

 

"이를 어쩌면 좋아. 남자를 집에 어떻게 데리고 가…"

 

 

 

 

사실 하진은 집 근처를 계속 뱅뱅 돌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앞에 집이 있음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사내인 왕은 때문이었다.

 

 

 

아까 분명 왕은 황자에게

나를 믿고 따라오라며 호언장담을 했는데,

이제와서 남자니깐 재워줄 수가 없다! 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남자인 왕은을 자기 방에서 재울 수도 없는 하진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집은 고작 3평짜리 원룸이었다.

전 남자친구도 자신의 집에 들여본 적 없는 금남의 구역에!

호기심 투성인 왕은 황자를 들이다니!

 

게다가 저 분은 고려에서 채령의 알몸을 훔쳐본 전적을 있는 분인데!

그래, 절대 들일 수 없어!!

 

 

 

 

 

한참을 결정하지 못하고 골목만 뱅뱅 돌던 하진은 결심한 듯,

뒤를 돌아 왕은을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린듯 한 쪽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다.

 

하진은 그런 그에게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를 어쩌죠. 집에 못 들어가겠는데요…"

"아니, 대체 왜!"

"그게 말이죠, 집이 어딘지 까먹었지 뭡니까!"

"그게 말이나 되요? 자기 집을 까먹는 사람이 어디있답니까?"

 

 

 

왕은은 어이없다는 듯 하진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하진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한편,

톡 쏘는 말투로 그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달의연인/은해] 현대로 돌아온 해수, 그리고…왕은황자님? 02 | 인스티즈

 

"그러게요, 자신이 누군지 까먹으신 분은 또 어디있게요."

 

 

 

 

 

그녀의 말에 왕은은 가재미눈을 하며 하진을 노려봤지만,

더 이상 짜증을 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점차 그녀의 눈치를 살살 보기 시작했다.

 

 

 

 

 

 

[달의연인/은해] 현대로 돌아온 해수, 그리고…왕은황자님? 02 | 인스티즈

 

"…그래서 어딜 가겠다는 건데요"

 

"어…찜질방은 어떠세요?"

 

 

 

 

갑자기 생각난 곳이었다.

하진은 제격이다 싶어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왕은은 어깨를 들썩이며 모른다는 표현을 했다.

 

그래, 알 리가 없지. 들어본 적도 없을 테다.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약간의 소음은 감수해야한다는 점.

낯선 곳에 적응도 채 되지 않은 왕은 황자가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근데 거긴 사람들이 득실득실한데, 괜찮겠어요?"

"지금 앉을 수만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래서 어디요, 거기가!"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하진을 앞서나가며

어디로 가야하나며 이리저리 갸웃거렸다.

그의 모습을 본 하진은 웃음이 났다.

힘들다면서 아주 팔팔하네.

 

 

 

 

 

.

.

.

.

.

 

 

 

 

몇분 후, 그들은 찜질방 앞에 도착했다.

하진은 매점 앞에 서서 씻기 위한 물품을 여럿 사고는 

낯설어하는 왕은의 손에 이것저것 쥐어주며 설명해주었다.

 

 

 

 

"자, 이거 보세요. 이건 샴푸라고, 머리에다 거품을 내는 겁니다!"

"…샤,샴프?"

"그리고 이건 바디워시라고, 몸에다가 거품을 내는 거구요!"

"…"바디어쉬?"

"이건 치약인데, 여기 솔에다 이 정도 짜서 치카치카 하는거예요. 알겠죠?"

"…하, 어렵다 어려워."

 

 

 

 

 

왕은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굳이 이런 걸 사용해야 하냐며

물로만 씻겠다고 또다시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 이렇게 씻어야 깨끗해진다구요."

"너무 어려운데…그럼 이건 어떱니까?"

"……?"

 

 

 

 

[달의연인/은해] 현대로 돌아온 해수, 그리고…왕은황자님? 02 | 인스티즈

"하진씨가 저를 씻겨주면 되잖…"

 

 

 

 

똬앙.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진은 그의 이마에 딱밤을 세게 두었다.

아주 매를 번단 말이지. 뭐? 씻겨달라고?

 

이에 왕은은 빨개진 이마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너무합니다. 씻겨주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한 대 더 맞으시렵니까?"

"…씻으러 가겠습니다."

 

 

 

왕은은 수건과 이것저것 팩을 챙기며 잽싸게 남탕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날쌘 그를 바라보며 하진은 혀를 끌끌 찼다.

 

"집에 안 데려가기 잘했지, 암!"

 

 

 

 

 

.

.

.

.

.

 

 

 

 

 

 

"배가 고픕니다, 하진씨…"

"아휴, 아까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고픕니까!"

 

 

 

분명 아까전에 저녁을 먹었음에도 왕은은 배고파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여성 휴게실까지 찾아와서 잠에 든 하진을 깨었다.

 

이에 벌떡 일어난 하진은 잠시 기다리라며 홀로 매점 앞으로 향했다.

그러나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왕은은 이미 그녀의 뒤를 졸졸 쫓아오고 있었다.

 

 

 

 

 

"저는 이게 먹고 싶은데요, 하진씨?"

"…과자요?"

 

 

[달의연인/은해] 현대로 돌아온 해수, 그리고…왕은황자님? 02 | 인스티즈

"네, 저는 저게 먹고 싶습니다. 하.진.씨"

 

 

 

 

맥반석 계란이나 하나 사주려고 했더니만,

계란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그의 눈빛은 과자에만 꽂혀있었다.

 

그의 애처로운 눈빛은 하진의 맘을 흔들었고

 결국 왕은은 그 과자를 손에 쥐었다.

그는 과자를 한 입 베어물고는 입을 떡 벌리며 감탄을 했다. 

 

 

 

 

 

"그렇게 맛있나요?"

"네, 엄청요! 하진씨도 어서 맛보세요!"

"저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요"

"이 곳은 천국입니다. 앞으로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그의 해맑은 말에 하진은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고려에서도 참 귀여운 황자님이셨지만,

현실에 온 왕은 황자는 그 귀여움이 배가 되는 듯 했다.

 

하진이 황자를 보며 엄마미소를 짓고 있는데,

왕은은 과자에 먹다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그의 시선에 하진은 놀라 눈을 깜빡깜빡였다.

 

 

 

 

 

"왜…왜 그러세요?"

"저……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네, 하세요. 제가 아는 한, 다 대답해 드릴게요."

"하진씨는 분명 저에 대해 다 안다 하셨습니다."

 

 

왕은은 고개를 숙인 채, 미처 하진을 바라보지 못하고

과자 봉지만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행동이 하진은 의아할 뿐이었다.

 

 

 

 

"자세히 다 알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압니다.

 뭘 물어보시려구 그렇게 뜸을 들입니까?"

 

"……그럼 제 이름은 아시겠네요"

 

 

 

 

 

그의 말에 왠지 모르게 찡해지는 하진이었다.

기억과 함께 이름도 잃어버린 거였어?

그를 안쓰럽게 쳐다보던 하진은 왕은의 어깨를 토닥이며 대답했다.

 

 

 

 

 

 

"당신의 이름은 왕은 입니다. 어때요, 멋진 이름이죠?"

"…왕은? 하진씨는 이름이 예쁜데, 저는 왜…"

"예? 아뇨, 멋진 이름인데요. 왕! 최고란 뜻입니다. 최고! 얼마나 좋아요!"

 

 

 

하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좋은 뜻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그는 수줍게 미소를 보이며 목 뒤를 긁적였다.

 

 

 

 

 

"부끄럽네요, 제가 봤을 때 최고는…"

"……?"

"아…아무튼 저는 최고는 아닙니다. 이걸로 만족할래요."

 

 

 

그는 엄지를 접고 검지를 피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모습에 하진은 순간 하나의 환상이 겹쳐보였다.

 

 

 

 

 

[달의연인/은해] 현대로 돌아온 해수, 그리고…왕은황자님? 02 | 인스티즈

 

"나는 이걸로 할란다, 수야"

 

 

 

 

갑자기 생생하게 스쳐가는 고려 속 장면에

하진은 지금 눈 앞에 있는 왕은 황자가 마치 꿈과 같이 느껴졌다.

어떻게 저리 똑같을 수 있을까.

지금 웃고 있는 표정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하진은 그 표정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고려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듯

10황자 또한 내가 잘 보필하여 조심히 고려로 배웅하겠다는 그런 생각.

 

 

 

 

 

 

 

"그럼 이제 왕은씨라 불러줄게요"

"…좀 더 편하게 불러줬음 좋겠는데"

"뭐라고 부를까요? 그럼?"

"은아~라고 불러주세요. 제 이름이 낯설지 않게"

 

 

 

하진을 바라보는 왕은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얼른 그렇게 불러달라는 표현인 듯 했다.

 

하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달의연인/은해] 현대로 돌아온 해수, 그리고…왕은황자님? 02 | 인스티즈

"……은아?"

 

 

황자님께 감히 은 이라 부를 수 있겠냐만은,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그것이 황자님을 이 곳에서 편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이라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전에 좀 늦은 이유로 하루에 두 회를 올려요.

여러분들 지금 은의 말투가 아마 낯설 거예요. 존댓말을 쓰고 있어서요!

이제 둘이 점점 편해지고 반말을 쓰기 시작하면

드라마에서 보던 은이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럼 뾰들, 댓글창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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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악... 둘이 빨리 친해지고 알콩달콩 ㅎ해줘쓰면 좋겟네요!!!
7년 전
널은해한다
저도 빨리 둘이 친해져 티격태격 싸웠으면 좋겠네요....ㅎㅎ 물론 사랑싸움...❤
7년 전
독자2
은해롭다]은이는 고려에서나 현대에서나 십덕이네요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작가님♥
7년 전
널은해한다
맞아요...ㅜㅜ 은이는 그 모습이 제일 예쁜 것 같아요~❤ 그러나 냉한 모습을 제가 보고싶으니 쓸것같긴합니다...ㅋㅋ
7년 전
독자3
헐정주행했는데진짜너무글잘쓰세요ㅠㅠㅠ신알신하고꼭챙겨볼게요감사합니다ㅠㅠㅠㅠ
7년 전
널은해한다
신알신 감사해요ㅜㅜㅜㅜ 글솜씨가 정말 부족한 편인데요...ㅜㅜ 최선을 다해 써서 독자님께 만족시킬수있는 자까 되도록 노력할게요!
7년 전
독자4
아진짜최고야ㅠㅠㅠㅠㅠ 하진아 은아 이러면 저 설렘사ㅠㅠㅠㅠ 친구야 입니다!
7년 전
널은해한다
친구야님!!! 설렘사...하실수 있게 간질간질하게 글 쓰도록 노력할게요..❤ 둘이 진짜 빨리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7년 전
독자5
귀여웡ㅋㅋㅋㅋㅋㅋ은아
7년 전
널은해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이가 귀엽긴 귀엽지요!!
7년 전
독자6
귀여웡ㅋㅋㅋㅋㅋㅋ은아......
7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7년 전
널은해한다
은이는 귀여움으로 먹고 사니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8
현대에서는 둘이 알콩알콩하길ㅠㅠ 드라마에서 은이보면서 쫌 많이 슬펐어요ㅠ
7년 전
비회원14.206
아아아악! 존대하는 은이도 넘 귀엽습니다ㅜㅜ
7년 전
독자9
으아 이렇게 연속으로 올려주시다니 정말 오예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너무 재밌어서 추천하고 신알신 하고가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ㅎ
7년 전
독자10
귀여운ㄴ으니ㅠㅜㅜㅡㅜ꿀잼
7년 전
독자11
얘네 너무 귀여워요 ㅠㅠ 은아~ 은아~ 나도 많이 불러줄 수 있는데 ㅎㅎ
7년 전
독자12
우와 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 은이를 현대에서 보다니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7년 전
독자13
헐 다음편은 언제 올라와요? 진짜 재밌어용 이걸 왜 이제읽었나 싶은정도로 꿀잼
7년 전
독자14
ㅠㅠㅠㅠㅠ하 백현이 존댓말에 좀 심쿵합니다..
7년 전
독자15
헐 소취 ㅜㅜ 은해라니요 ㅜㅜ 감사합니다 신알신 하고가요 !! ❤️
7년 전
비회원92.50
은이는 어떻게 저렇게 귀여울 수 있죠?? 고려때나 현재나 다 귀여우면 전 어떡해요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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