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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비와바람 전체글ll조회 541l 3

 

 

 

obéissance 복종 prolog

 

 

무겁고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이 짓이겨 질 것처럼 치받는 빗줄기가 번들거리는 구두를 타고 흘러내리는 핏물과 함께 섞이고 튀어 올랐다. 포말처럼 솟구쳐 오른 핏물들이, 부들부들 떨리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반쯤 띄워진 발등과 흠뻑 젖어 늘어진 희었을 바지자락을 점점이 적셔 붉게 물들여갔다. 뒤꿈치가 들리도록 강하게 채어 잡힌 머리카락에도 저를 잡아올린 남자의 뱃가죽에 박아 넣은 성치 못한 나이프의 손잡이를 놓지 않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소년의 행동에 달려들 듯 움찔거리는 부하들을 한 손으로 저지한 남자는 제 손에 잡혀 틀어 올려진 고개에,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은 채 고요히 눈을 감고 있는 소년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짧은 침묵 사이로 들려오는 건 차갑게 공간을 채우는 검은 빗소리뿐이었다. 배를 찔러 들어온 나이프는 소맷자락에도 숨겨질만큼 작은 폴딩 나이프였고, 10센치도 되지 않은 칼날은 짐승 같은 남자의 두터운 근육질을 뚫고 들어가기엔 터무니 없이 약하기만 했다. 본능적으로 단단히 힘이 들어간 근육에 가로막혀 겨우 반을 밀어 넣은 소년의 손가락들이 흥건히 젖은 빗물에 미끄러져 연한 살갗이 갈라지고 찢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들려진 얼굴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뿌옇고 조용히 굳어 있을 뿐이었다. 소년의 돌발적인 행동은, 남자에게 오랜만의 흥미를 일으키고 있었다.

 

 

 

 

[네 아비가 왜 죽는 줄 아나.]

 

무릎이 꿇려 땅을 짚은 두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사내의 앞에 선 남자는, 시커먼 선혈이 물들어 빗물과 함께 휘감긴 셔츠 사이로 그 못지않은 핏물을 몸 여기저기서 흘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얗게 질린 차가운 얼굴 위의 눈동자는 베일듯한 평정과, 그 못지않은 사나운 살기와, 이글거리는 분노를 갈무리한 채 날이 서 있었다. 배신자의 말로(末路)는 무릎 꿇린 소년의 아비가 늘 말했던 대로 비참하고 처절하다. 배신과 죽음은 떼어질 수 없고 인간으로써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가, 그 죽음의 자리에 다다라 떨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도 눈은 깊게 가라 앉아 있었다. 처음부터 남자에게 그러한 소년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았고 물음에 눈을 맞춰오는 앳된 얼굴은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약간의 체념이 섞인 무거운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내의 앞에 우뚝 선 남자의 주변에는 여기저기 찢어지고 베어진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서넛이 비를 맞으며 서 있었고 남자의 제일 가까운 곳에 선 인영은 주변의 남자들에 비해 어린, 고요히 서있는 소년과 비슷한 연령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서 짙은 흑색의 폴딩 나이프가 덜컥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사내의 앞에 떨어졌다.

 

[그 동안의 노고를 생각해 주는 선물이다.]

 

남자의 말에 사시나무처럼 떨던 사내는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수그리며 두 손으로 나이프를 주워들었다. 몇 초간 제 손에 들린 나이프를 바라보던 사내가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후회와 두려움이 소용돌이 치는 시선에 닿는 아들의 작은 얼굴에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한차례 크게 숨을 들이 쉰 사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앞에 선 남자를 올려다 보고는 흐릿하게 웃으며 그대로 목에 칼을 꽂았다. 울컥 역류하는 검붉은 핏물이 입 밖으로 주르륵 흘러 내리고, 뻣뻣하게 틀어지던 상체가 천천히 기울어 지다 바닥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제 아비의 허망한 죽음 앞에서도 담담히 서 있던 소년이 느릿하게 움직여 주검 앞에 섰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소년의 행동을 주시했다. 고개를 숙여 가만히 아비의 얼굴을 보다 천천히 상체를 숙여 어느 새 피가 씻겨 내려간 나이프를 주워 들었다. 빗 소리에섞여 들리지 않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다가온 소년은 아무런 말도, 표정도 없이 남자의 복부에 그것을 찔러넣었다. 뜨끈한 통증에 이어 홧홧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금방이라도 달려 들어 소년을 처박아 놓을 부하들을 한 손으로 무르고 그저 나이프를 쥔 그 상태 그대로 죽은 듯 서있는 소년의 머리채를 틀어 잡아 올렸다. 발이 들릴 정도의 악력에도 신음 소리 하나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창백한 낯을 미소 어린 얼굴 그대로 물끄러미보던 남자가 아직도 나이프를 쥐고 있는 소년의 팔목을 잡아 자신의 복부에서 칼날을 뽑아 냈다. 힘없이 늘어지는 팔 끝의 작은 손은 마치 굳어 버린 것처럼 잡은 것을 바닥으로 떨구지 않았다

 

배신자의 아들로 죽을 테냐... 아니면충성스런 개로 살 테냐.”

 

고요히 감겨 있던 눈이 뜨였다. 곧게 닿아오는 시선에서 무언가를 찾아낸 남자가 씩 웃으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잡힌 머리채가 풀리지 않아 비틀거리며 끌려간 소년의 눈 앞에 또래의 얼굴이 있었다. 마주친두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리채를 잡은 그대로 상체를 숙여 소년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간 남자가 스산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부터 네 목숨은 네 것이 아니다. 한시도 떨어지지 마라. 네 눈앞의 얼굴이 네 주인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낮지만 날카롭게 파고드는 목소리를 끝으로 남자는 미련 없이 돌아서 세워져 있던 세대의 검은 세단 중 한대를 향해 걸음을 돌렸다.

 

두 소년의 시선이 얽혔다. 사납게 쏟아지는 빗 줄기 아래서 한 뼘도 채 떨어지지 않도록 마주친 눈동자는 지독해 보일 만큼 검고 깊었으며 짙게도 향기로웠다. 백치처럼 서 있는 소년을 가만히 보던 또 다른 소년의 눈동자는 투명한 망막 안에 황금을 감춰 놓은 듯 번쩍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시선을 타고 파고드는 향기는 저 외엔 그 누구도 맡을수 없으리라. 눈을 가늘게 뜨며 길게 숨을 들이켰다. 폐부에서 잠시 머물렀다 길게 퍼져나간 숨결이 새카만 눈동자를 어루만졌다.

 

"이리와.”

 

늘어진 손을 잡아다 제게로 끌었다. 곧은 자세로 딸려오는 것에 몸을 돌려 남자가 타고 있는 세단이 아닌 또 다른 세단으로 향했다.

뒷좌석으로 몸을 싣는 동안에도 잡은 손이 풀리지 않았고, 소년의 한 손엔 여전히 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곧 이어 출발하는 세단은 저 앞의 갈림길에서 양쪽으로 갈라져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빗물로 늘어진, 눈동자의 밀도만큼 먹 색의 머리칼을 마주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부드럽게 넘겨 주었다. 차게 식은 볼을 어루만지자 그제야 추위를 느끼는 듯 제 몸을 어쩌지 못하고 전신을 떨기 시작한다. 파리하게 질린 작은 입술이 다물 린 채로 파르르 진동했다. 연약한 짐승처럼 요동치는 몸을 가만히 바라보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시트에 몸을 깊게 묻었다. 달리는 차를 때리는 요란스러운 빗소리를 넘어 들리는 불안정한 숨결을 타고, 예의 그 짙은 향기는 굽이친 달팽이 관을 파고들어 머릿속을 간질였다.

 

 

 

 

흉하게 휘어져 활짝 열린 대문을 넘어서는 두 소년의 이어진 걸음 주위에는 넓게 펼쳐진 마당의 잔디 위로 곳곳에 쏟아진 흥건한 핏자국들이 넘쳤다. 격렬한 싸움판이 벌어졌던 만큼 핏물에 젖어 뜯긴 것처럼 뒤집어진 잔디들은 하루면 모두 복구 될 것이고 요란하게 깨져 거실에 흩어졌던 유리조각들은 그새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채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들만으로도 시체 너덧 구는 있을 법했지만 조직원 들의 빠른 행 동력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모든 것을 전처럼 되돌려 놓을 것이다. 깨진창 덕에 개방되어있는 거실과 이어진 발코니를 두고 닫혀있는 현관을 열어주는 조직원의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제 주제를 모른 채 어줍잖은 세력을 등에 엎고 나타난 2인자의 반란은 두 시간 만에 허무하게 사그라졌고 조직의 우두머리인 제 아비는 남은 배신의 싹을 숙청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터였다. 무방비 상태인 본가를위한 조직원들의 삼엄한 경비를 지나쳐 이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부들거리며 떨고 있는 소년의 앞에 마주보고 섰다.

 

아직도 나이프를 쥐고 있는 손을 들어다 뻣뻣하게 굳어진 손가락을 억지로 폈다. 슬슬 스며 나오는 핏물은 제법 벌어진 상처에서 꿀처럼 솟아 후드득 떨어져 바닥에 동그란 자국을 만들었고, 칼날에 묻은 핏물이 꾸덕하게 굳어 쩍 하고 떨어져 나왔다. 옆에 놓인 유리 테이블 위로 탱그랑소리를 내며 떨궈진 나이프를 따라가는 시선에 좁은 턱을 잡아 돌리는 손은 덜 자란 몸과는 달리 여느 성인의것에 못지 않은 거대한 압박감으로 소년의 시선을 잡아챘다.

 

다른 것에 시선 돌리지 마. 지금부터 너는 오직 나만을 보고, 내 말만을 들어야 해.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마. 네 시선을 받고 너와 눈이 마주친 것들은 모두 눈알이 뽑혀져 나올 테니까.”

 

닿아 오는 향기 섞인 짙은 시선을 씹어 삼키듯, 내뱉는 단어 하나 하나가 뜯기고 찢겨져 나와 소년의 귀와 머릿속에 날카롭게 박혀 들어갔다. 쥐었던 것을 잃은 채 텅 비어있는 손을 끌어 당겼다.

 

벗겨.”

 

유명한 디자이너가 어렵게 공수한 최고급 원단으로 만들어낸 고가의 수트 자켓 위로 벌어진 손의 상처에서부터 핏방울이 떨어져 얼룩이 생겨났지만 그런 것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는 날 선눈동자는, 부들거리는 손가락을 힘겹게 움직이며 굳게 잠긴 세 개의 버튼을 차례로 풀어 나가는 불안정한손 끝의 걸음새를 쫓았다. 마지막 버튼이 풀리고, 조금은덜 자랐으나 충분히 단단한 육체를 늘씬하게 감추고 있던 옷들의 한 겹이 부드럽게 벌어졌다. 차디찬 빗물을 머금은 냉랭한 옷감과, 그에 반발하듯 질척하게 들러붙은 셔츠 아래로 뜨겁게 오른 체온의 사이를 가르고 들어온 손가락들이 아슬아슬하게 표면을 스쳐 길고 붉은 자국을 그리며 거슬러 올라갔다. 떨리는 손끝이 어깨에 채 닿아오기 직전의 순간, 거칠게 겉옷을 벗어 던지는 급작스런 움직임에 살갗에 닿은 그대로 멈춰진 손목을 손아귀에 감싸 잡았다. 아무런 의문도 의미도 품지 않은 검은 눈동자를 잠시간 음미하다 여유롭게 몸을 돌려 이끌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걸음은 일순의 망설임도 없었고 타의가 아닌 자의의 움직임으로 눈앞의 주인을 따름에, 끼워 맞춘 듯 잡힌 손목은 한치의 당겨짐을 가지지 못했다.

 

 

 

 

 

 

 

 

 

 

라비.”

 

속삭임으로 착각이 일 만큼 나직한 부름이 채 끝나기도 전, 애초에 자고 있지 않았다는 것처럼 망설임 없이 뜨이는 눈동자가 앞에 선 남자의 인영을 따라 올라, 지긋이 내려다 보는 시선을 붙잡았다. 새하얀 베개 위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스치듯 어루만지는 이의 손가락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 것처럼 흠집 하나 없이 검었다. 빠르지 않게 상체를 일으키는 라비의 살결을 따라가는 손길이 흔적처럼 적셔 내리는 물방울의 움직임을 보는 듯 미끄러져 갔다. 최초로 닿아있던 머리카락에서부터 이어 내려가는 손끝이,매끄러운 볼을 따라 곧은 목선을 지나 그림처럼 벌어진 가슴을 타고 흘러내려 군살 하나 없이 단단하고 팽팽하게 당겨진 복부에 머물렀다. 앉은 채 저를 올려다 보는 시선을 타고 오는 향기는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느꼈던 것보다 더 깊고 축축해져 그 어떤 인위적인 향기로도 씻기지 않을 만큼 짙어져 있었다. 더불어 흘러내린 시트 아래로 드러난 완벽하게 만들어진 육체는 마치 비에 젖어 흔들리는 유려한 나무를 보는 듯 했다. 세차게 부는 비바람을 흠뻑 머금고 선명한 나뭇결을 보여진 채 유연하고 탄력적이게 움직이는 순간의, 물기 오른 윤기로 이루어진 다갈색의 피부 아래 한 조각의 지나침도 없는 근육의 짜임새가 감히 아름답다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간질이듯 복부에서 머물던 손가락이 어루만져 지나쳤던 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 붉게 다물어진 작은 입술 위에 머물자, 이윽고 멈춰진 그 손가락 위에 닿아 오는 것은, 순간 그림처럼 감겨지는 눈꺼풀과 그에 숨쉬듯 이어지는 입술의 부드러운 살결이었다. 영원히 머무를 것만 같은 입맞춤은 오롯이 남자의 것이었다. 그 아닌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맹목적인 신의와 가슴 가득 차오르는 충만한 존경과 절대로 어긋나지 않을 충성심의 발로였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감겨졌던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주친 두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이 빚은 피조물 인 듯 완벽한 육체의 그를 내려다 보는 것은 표정 없는 얼굴 이었으나 그 눈동자 깊숙이 에서만은 드러내지 않은 탐욕과 소유한 자의 오만함과 군림하는 자의 정복 욕이 들끓고 있었다

 

라비.”

 

새로이 새겨진 이름에 묶인 그를 부르는 것은그의 주인이었으며 모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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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넘 좋네여...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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