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시 모티브, 햄찍 作
[순영이 번외]
여느때와 다름없는 아침
담임선생님은 조례시간에 키 큰 남자애와함께 들어오셧다.
차가운 인상이 날라리겠구나한 내 짐작과는 달리 순한 큰 강아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잘 부탁한다고 인삿말을건넷고, 이석민과 부승관은 새 친구라며 난리 법석 떠들기 시작했다.
조용할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이석민, 부승관처럼 떠들썩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비글'같은 성격을 가졌더라
밝고 친화력있는 성격에 어느샌가 친해졌고,
전학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쉬는시간마다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고,
오늘은 나를 데리고 교실 밖으로 나와
여자반으로 나를 데려간다.
"이수야, 얘는 3학년 7반 권순영이야"라며 날 소개하며 한 아이 앞에 나를 세웠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고갤 돌려버리는 이수라는 아이의 귀가 빨개진 것을 보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구나. 생각했고
낯가림이 심하다는 이야기에 어쩌면 나랑 비슷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그 아이와는 소풍에서 다시 만났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방방 뛰다가 넘어지는 모습에
아이같다고 생각하기도 잠시 돌부리 걸려 넘어져버렸다.
항상 귀에 딱지 앉도록 이수같은 딸래미 낳고 싶다던 민규는
"또 또 신나서 어이구" 하며 달려가 치료 해줬고
그 모습에 다들 말하는 '썸'이겠거니 민규에서 어제 고백할거냐고 묻자
아이같이 깔깔 웃더니 이수를 불렀고,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오해 하지마"하는 단호한 말에
기분이 나빴겠구나. 미안해졌다.
"아...미안 몰랐어"라고 사과하자 뒤돌아달려 가버리는 그 아이의 모습에
화가 많이 났구나.. 미안해 졌다.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릴까하는 마음에 민규에게 묻자 공부를 알려주면 되겠다는
말에 같이 시험공부를 하자고 했다.
평소 시험기간에는 슬기와 했지만 이번에는 민규가 먼저 하자고 했다며
거절했고, 편한 옷 차림으로 나타나 '나 당황스러워요' 하는 표정, 어색한 몸짓
레몬에이드를 시켰다는 말에 당황하는 표정에 감정을 숨기지 못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얼른 계산 하고 오자 김민규에게 계산을 하지 않았다며 타박을 주다가
내가 같이 공부하자고 했다고 말하자
놀라는 그 아이의 모습이 생각보다 재밌는 아이구나
웃음이 나왔다.
같이 공부하며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았고, 알려주려 다가가자
포근한 샴푸향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고,
당황을 하며 어쩔 줄 몰라하기에 나름 배려도 해주었다.
그 후로도 같이 공부하며 편해진것 같았고,
같이 공부하다 꾸벅꾸벅 아기 강아지처럼 조는 모습이 귀여워 장난도 쳤다.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
시험이 끝나고 노래방에서 다시 만난 아이는 눈 앞에 콜라와 사이다에
당황한 이수가 귀엽다고 느껴졌다
화장실다녀온다며 나가 카페에서 말했던 딸기라떼를 사다주었고
'나 감동받았어요'하는 눈빛에 웃음이 났다.
저렇게 아이같을 수도 있구나하고
*
시험이 끝나고 한껏 여우로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종종 생각 났다.
집중할 때 삐죽 나오는 입이며 포근한 샴푸냄새, 아이같은 밝은 웃음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친해지고 싶은 아이였다.
그러던중 민규가 갑자기 아파서 조퇴를 한 날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친구들 단톡에
김민규 [아직 학교인 사람?]
이석민 [아직까지 누가 학교에 있냐]
부승관 [왜? 뭐 놓고옴?]
김민규 [아니 최이수 학교에서 나 기다리나봐]
[나 조퇴한거 못 들었나봐]
[걔 어두운 길이랑 벌레 싫어하는대 걱정돼 미치겠네]
부승관 [아 어떡하냐 나 집에 왔는데]
김민규 [아씨 혼자 잘 오려나]
는 대화를 보자
걱정이 됐다.
나도 모르는 새에 학교까지 뛰어왔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서럽게 우는 이수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자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었고
엄마를 잃은 아이 같음에 안아 달래주었다.
*
다른 여자 아이들과는 달리 수수한 옷 차림새,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
비싸기만한 사복을 걸치지 않은 단정한 교복차림
보면 볼수록,
만나면 만날 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매력이 있다고 느껴지는 그 아이가
화려한 꽃들사이 수수한 매력을 풍기는 풀꽃 같은 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