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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석민] Write Either Direct special
w. 뿌존뿌존
"씨이........"
깨질듯한 머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으, 여기가 어디지? 한참을 생각하다보니 어젯밤, 윤세봉을 보고 싶다고 소리를 질러댄게 생각나버렸다. 아 씨, 망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윤세봉이에게 뭐라고 변명할지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냥 진짜 보고 싶었던걸 뭐, 그땐 네가 정말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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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아 씨 아파....."
윤세봉이에게 쥐어뜯긴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전원우가 물에 푹 젖은 채로 내 앞에 서서 낄낄거리며 날 놀리고 있었지만 지금 내 상태론 저 새끼를 조질 수는 없었다. 그냥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은 생각과 내가 설사 잘못했다 하더라도 그게 머리까지 뜯을 일인가 싶은거다. 그리고 맞잖아, 내 여주인거.
"이거 불태워 버릴까?"
"응?"
"내가 애초에 남주인게 잘못인가?"
"뭐야 너 답지 않게"
내 옆에 걸터앉아서 제 머리를 탈탈 터는 전원우가 괘씸해 확 머리를 후려칠까 생각했지만 나 답지 않다는 말에 무언가가 내 머리를 진짜 후려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밀어 붙히는거지 뭐! 나는 세봉대학교에 당당하게 함격한 이석민 학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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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머리 쥐어뜯겼냐?
"응, 아 내가 잘 못한거야?"
-당연하지, 그렇게 불도저 같으면 애가 당연히 부담스러워하지 멍청아
"....알겠어"
-라면 사가지고 들어갈게 이 형이 쏘는거야
".......제발 조용히해"
-어? 쟤 윤세봉아님?
"뭐?!"
-끊어봐
전원우와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 밤에 하숙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자는 김민규의 전화에 권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권순영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건지 최한솔과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고 있다며 날 비웃었다. 게다가, 권순영이 윤세봉과 함께 있다는 소리도 들었고. 씨, 삼겹살 파티는 무슨 삼겹살 파티야! 답답해서 꺼진 전화기를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아 가슴을 팡팡 소리나게 쳤다.
"야 전원우"
"ㅇㅇ 왜"
"김민규한테 전화해 오늘 파티 난 안간다"
"? 그 새끼 삐지면 골치 아파"
"난 오늘 술마실거야"
"술?"
"술이야 고기야 선택해"
"당근 술이지"
"ㅇㅇ 고"
"고"
-
그리고 다시 지금. 주말이라 다행이지 주중이었으면 난 오늘 자체 휴강 했을거다. 걔 얼굴을 어떻게 봐! 창피해서 나 원, 내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불그락거릴게 뻔해서 찬 손으로 얼굴을 쥐어잡곤 거실로 걸어나갔다. 이미 아침 밥이 다 치워져있는 상에 걸터앉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아침 줄까? 라며 퍽 다정스레 물어오셨지만 나는 손을 휘휘 젓는 것으로 대신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아요. 찬 유리 테이블에 얼굴을 대고 누워있자 누군가가 내 머리 맡에 무언가를 쿵, 하며 내려놓았다. 응, 하며 고개를 들자 우유가 가득 담긴 컵을 통통 치며 생글거리고 있는 지수 형이있었다.
"이거 마셔"
"아 고마워 형."
"어제 집에 어떻게 들어온건지는 기억나?"
"아-니"
지수 형이 건넨 우유를 꼴딱거리며 마시곤 지수 형이 앞에서 쫑알거리는 걸 가만히 보고 있었다. 지수 형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데 대학에서 밴드 활동을 한댄다. 보컬하고 베이스랬나? 밤마다 베이스를 둥둥거리다, 전공 책 외우다 짜증난 민규 + 시끄러우니까 제발 미국으로 돌아가 달라고 부탁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공격에 꼬리를 내리긴 하지만 꽤나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나중에 우리 동아리에 한번 도와달라고 부탁해볼까?
" 어제 김민규 엄청 삐져있었어. 왠지는 알지?"
이것 저것 생각하다보니 정말 중요한걸 잊고 있었다. 우린 어제 삼겹살 파티로 들떠있던 김민규를 버리고 우리끼리 술을 마셨다는 거. 그리고 더 중요한건 김민규가 그런 우리를 데리고 하숙집으로 돌아갔다는 것. 지수 형이 속닥거리며 내 뒷쪽으로 고갯짓을 하기에 천천히 돌아보니 소파에 앉아 뾰루퉁해선 사과를 먹는 (잡아먹는) 김민규가 보였다. 씨,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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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제발 삼겹살을 먹자며 징징거리다가 주인아주머니께 대파로 머리를 얻어 맞는 지수 형을 뒤로 하고,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발을 이끌며 김민규의 옆에 걸터 앉았다. 김민규는 여전히 사과를 우적거리며 티비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티비 속에서는 분명히 엄청 재밌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지만 김민규는 미동도 없었다. 아, 사실 김민규의 입꼬리가 웃음을 참느라 부들거렸지만 그냥 모르는 척 했다. 여기서 왜 웃음 참냐고 하면 저 포크에 찍힐 것 같아서. 우리 민규 삐졌다는데 내가 또 숙여들어가야지.
김민규 옆으로 슬금슬금 몸을 끌어서 앉았다. 김민규의 눈이 살짝 돌아갔다 다시 티비로 고정됬다. 자, 이제 조금만 살살 긁으면 다시는 그러지 말라면서 내 입에 사과를 쑤셔넣어 줄거고, 그럼 우리는 화해하고 다시 소파에 누워 놀 수 있을거다. 김민규의 팔을 탁, 붙잡고 말했다. 미안해- 내가 어제는 너무 속상한 일이 있어서, 김민규의 팔을 대충 몇번 흔들었다.
"................"
"진짜 미안."
사과를 우적거리던 김민규가 픽,하고 웃었다. 역시 난 김민규를 너무 잘 알아. 마지막으로 눈썹을 내리고, 목소리를 깔고 진지하게 (한척을 하며) 사과를 하자 김민규가 내 눈을 보고 씩 웃는다. 어? 내 생각대로라면 여기서 내 입에 사과를 쑤셔넣어야한다. 그런데, 김민규가 한 말은 내 머리를 쥐어뜯은 윤세봉이의 손보다 더 매웠다.
"미안하면 나 어제 그 예쁜 애 소개 해줘"
안돼, 절대 안돼! 눈동자가 엄청나게 흔들렸다. 왜, 안돼? 싫음 말고- 하는 김민규의 목소리에 뭐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안돼는데, 안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