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어제 내 꿈에 안 나왔어. 보고 싶었는데!"
대체 아침부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김남준은 소파에 앉아 잔뜩 부어서 맥반석같은 얼굴을 하고도 좋다고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다.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 게 인생의 모토였던 김남준이 저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어제 안 왔으니까 오늘은 꼭 나오세요? 응?"
"어디서 개가 짖네. 개소리가 들려. 존나 왈왈."
"그래? 이상하다. 난 안 들리는데."
"......."
전화기를 붙잡고 앙탈을 부리는 김남준에 개가 짖는다며 혀를 차니까, 옆에 있던 전정국이 갸우뚱한다. 인상을 쓰고 전정국을 쳐다보면 전정국은 나름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아직도 짖고 있어? 왜 나는 안 들리지. 얘는 또 뭘까. 나는 한숨을 쉬며 냉장고에서 요플레를 꺼낸다. 언제 온 건지 민윤기가 숟가락을 꺼내 내게 내민다. 감사. 하지만 민윤기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 잘 보니 귀에 귀마개를 끼고 있다. 웬 귀마개? 나는 미간을 구기다 바로 수긍한다.
"보야, 보야, 여보야-."
분명 아침부터 모두의 속을 거북하게 만드는 저 김남준 때문이리라. 무슨 신종 고문도 아니고. 학교에서 오는 금요일에 집에서 안 쓰는 것들을 파는 아나바다 캠페인을 한다던데. 나도 확 김남준을 팔아버릴까 고민한다. 2016 F/W 씨발 사랑꾼 김남준, 이렇게. 빨리 출근이나 해야겠다고 다짐하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김태형이 나온다.
"씨발 씨발 개씨발!!!!!"
"......."
"평소 얼마나 생각하냐에 따라 잠재의식에 새겨지고 꿈에 나올지가 결정되는 거야."
"......."
"애인이 꿈에 안 나온 건 때문 때문 너 때문이라고, 새끼 새끼 개새끼야."
"......."
"알겠으면 지랄 지랄 생지랄 그만 떨고 닥쳐."
아주 청산유수다. MC 태형인 줄. 김태형의 쏟아지는 말에 김남준은 기겁을 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친다. 브라보다.
#2
요즘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며 작업실에서 거의 살고 있는 민윤기다. 얼굴을 못 본 지도 며칠째다. 나는 이쯤되면 민윤기의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 코는 어디에 달렸는지, 손가락은 열 개인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전화할까? 전화해서 뭐라고 하게. 보고 싶다고? 민윤기가 나 아닌 줄 알고 스팸 신고하면 어떡해? 몇 십분째 끙끙 앓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고 민윤기의 사진이 뜬다. 나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책상 아래로 던졌다가 다시 후회하며 책상 아래로 기어 들어간다. 심호흡 한번 하고, 통화 버튼을 누른다.
"어... 여보세요?"
-안 자?
"아직. 책 읽고 있었어."
-.......
"여보세요?"
-어, 어. 전화 잘못 건 줄 알고 번호 확인하느라.
씨발 놈이... 민윤기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입술을 꼭 깨문다. 민윤기는 짧게 웃더니 조용하다. 나도 딱히 할 말이 없어 가만 있는다. 침묵이 돌기도 잠시, 민윤기가 대뜸 나 족발 먹고 싶어, 한다.
"갑자기 왜? 시켜달라고? 그냥 김남준이랑 알아서 시켜서 먹어."
-그게 아니잖아.
"그럼?"
-너 보고 싶다고.
"... 악!!! 씨발!!!!!"
보고 싶다는 한 마디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나는 핸드폰을 던지고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바닥을 구른다. 내 비명을 들은 건지, 방문을 열고 김태형이 들어온다.
"굴렁쇠 놀이야? 나도 낄래!"
김태형은 멍하니 내 구르기 실력을 구경하더니 어디선가 막대를 가져와 내 등을 자꾸 콕콕 쑤신다. 그런 거 아니야 미친 놈아... 나는 발로 김태형을 찬다. 김태형은 으억! 소리를 내며 주유소 앞에 있는 바람 인형처럼 온몸을 비틀며 방을 나간다. 나는 겨우 진정을 하고 바닥에 패대기질 당한 핸드폰을 주워든다. 통화는 이미 끝난지 오래였고, 대신 문자 한 통이 와 있다.
[두 번 보고 싶다고 했다가는 너 뒤지겠다. 사주기 싫었으면 말로 하지 그랬냐. 알아서 시켜 먹을게.] 오전 12:04
나는 좌절한다. 이게 아닌데 말이다.
#3
김남준이 거실에서 다 나와보라며 소리를 지른다. 저렇게 동네 방네 굽네 소리치며 우리를 부를 때는 딱 한 가지 이유에서다.
"키 재자!"
그래 저거. 김남준의 작은 로망에서 시작된 거다. 나중에 자신이 아빠가 되면 아이들의 키가 자랄 때마다 벽에 대고 연필로 표시하면서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없는 관계로 아쉬운 대로 우리를 통해 로망을 채우는 중이다. 우리는 김남준의 옆에 일렬로 선다. 첫 타자는 민윤기다.
"17... 5."
"뭐? 야, 다시 재."
"다시 잰다고 뭐가 달라... 지네. 176. 축하해."
사실 이미 다 큰 성인들 뿐이라 이건 얼마나 컸냐 보다는 얼마나 목을 늘리고 발꿈치로 사기를 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나는 얼른 목 스트레칭에 들어간다.
"너는 어떻게 된 게 더 줄어들었냐."
"나도 다시 재줘!"
"... 똑같아. 그만 나와."
지난 번에 무리해서 목도 늘리고 발꿈치도 살짝 들었더니 키가 줄었다는 말을 들었다. 뭔가 자존심 상한다. 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 벽에서 떨어진다. 이렇게 키가 줄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성장판이 다 닫힌 어른들을 데리고 이게 뭐 하는 거냐고 김남준에게 따질 수도 있었지만,
"오..."
"더 컸냐? 얼마나 컸는데?"
"지난 달에 비해서 0.7cm."
"말도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매달 찔끔찔끔 크는 전정국 때문에 할 말이 없다. 이 새끼는 대체 뭘 먹길래 아직까지도 키가 크는 걸까. 나는 얼마 전 민윤기에게 돌려받은 돋보기를 방에서 들고 온다.
"뭐하냐."
"키 크는 비결 좀 배우게."
전정국은 내 이마를 뒤로 밀고는 내 앞에 손바닥을 내민다. 뭐. 손잡아 달라고? 나는 내 손을 올려놓는다. 전정국은 고개를 젓는다. 그거 내놓으라고. 나는 입을 꼭 깨물며 돋보기를 전정국의 손에 올려 놓는다.
#4
"뭐라고? 햇빛이 쬐고 싶다고?"
"......."
"알겠어. 내가 창가로 옮겨 줄게."
김태형이 이상해졌다. 거실을 돌아다니다 대뜸 화분에 귀를 대더니, 햇빛이 쬐고 싶냐고 묻는 거다. 그리고 진짜 화분을 창가에 옮긴다. 요즘 힘들다고 자주 앓는 소리를 하더니, 진짜 많이 힘들기는 힘든가 보다. 흡족한 표정의 김태형은 냉장고에서 초코 우유를 꺼낸다.
"뭐? 내 몸에 들어가고 싶다고?"
우유와 눈싸움을 하던 김태형은 그럼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우유를 들이킨다. 나는 방에서 초콜릿을 챙겨 김태형에게 조심조심 다가간다.
"뭔데."
"잠깐 귀 좀 빌려줘."
김태형은 순순히 내게 귀를 내준다. 허리를 숙여 내 앞에 얼굴을 내민다. 나는 절대 김태형의 심기를 건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묻는다.
"혹시 너도 생리하니?"
"......."
"맞구나!"
"......."
"하... 이건 안 주려고 했는데. 특별히 너니까 주는 거야."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든다. 그리고 김태형 손에 쥐여주고는 다시 주먹을 쥐게 만든다. 이거 먹고 기분 풀어. 나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저번 김남준 일도 그렇고, 지나가다 손등만 스쳐도 짜증을 내고 예민하게 구는 김태형을 위해 내가 아껴 먹던 초콜릿을 특별히 양보하기로 한 거다. 김태형은 나를 빤히 쳐다본다.
"......."
전에도 말했듯이, 그렇게 감동 받은 얼굴로 쳐다보면 조금은 쑥쓰러우니까 말이다.
#5
저녁 먹은 그릇을 대충 치운 식탁 위에서는 할리갈리 게임판이 벌어졌다. 바쁘다며 방에만 처박혀 있는 김남준만 빼고. 있는 거라고는 식욕, 성욕, 승부욕 뿐인 우리 넷은 너도 나도 눈에 힘을 주고 집중한다. 요즘은 할리갈리도 다양한 버전들이 나오던데, 잘 모르겠고 우리는 오로지 오리지널이다. 지금 바나나가 셋이고, 딸기랑 라임이 둘이고, 땡-. 과일들을 다 세기도 전에 김태형이 종을 친다. 얘네들은 남아도는 게 힘인지 어째 종소리보다 김태형의 손 위로 손바닥 부딪히는 소리가 더 크다. 살벌한 놈들.
"아! 손바닥 아프잖아! 손등 빨개진 것 봐!"
"오예. 카드 싹쓸이다."
"살살 좀 쳐라. 이러다 종 망가지겠다."
"......."
짜증난다. 눈이 크면 카드도 잘 보이나. 민윤기를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자칭 할리갈리 신동 김태형이 카드를 쓸어간다. 나는 몇 장 안 남은 내 카드들을 본다. 어떻게 된 게 게임이 시작되고 단 한 번도 못 땄다. 신이 난 김태형, 손등을 들이밀며 부었다고 칭얼이는 전정국, 종 망가지겠다며 타박하는 민윤기. 각자 할 말만 우다다 쏟아내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발소리가 나더니 김남준이 다가온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
"너도 시끄러워!"
"난 조용히 있었는데, 왜!"
"얼굴이 시끄러워!"
"......."
김남준은 내게 눈을 부라리고 대답하더니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씨발이다, 진짜.
#6 : 전정국 시점
그녀는 그녀의 학교가 주최하는 아나바다 캠페인에서 경고장이 그려져 있는 포스트잇을 사왔습니다. 자기 돈으로 뭘 사든 내가 상관할 일은 없지만, 그녀가 온 사방에 그 포스트잇을 붙인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지금도 그래요.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방에서 나오더니 티비에 또 붙입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일어나 경고장 포스트잇을 떼어냅니다.
너무 크게 웃어서 경고합니다.
별 걸로 다 경고를 합니다. 이 종이를 찢을까 태울까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내 옆에 있던 김남준도 그녀에게 경고장을 받습니다.
얼굴이 망실 중의 망실이라 경고합니다.
어젯밤 김남준이 그녀에게 한 말에 대한 나름의 복수인가 봅니다. 나는 김남준의 경고장과 내 경고장을 번갈아 봅니다. 그래도 내가 낫네요.
#7
하루종일 저기압으로 있었더니 교감 선생님께서 칼퇴근을 허락해주셨다. 나는 집이 아닌 민윤기의 작업실로 향한다. 퇴근하자마자 민윤기에 전화를 걸어 할 말이 있다니까 작업실로 오라는 거다. 분명 저녁도 안 챙기고 작업하고 있을 게 뻔해서 먹고 힘내라고 족발도 사들고. 민윤기는 이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한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너 많이 먹으라고."
"배고팠어?"
"... 조금."
자기 생각해서 사왔다는데, 하는 말이 내가 배고파서 많이 샀냐는 거다. 사실 배가 고팠던 건 맞으니까 그렇다고 했다. 민윤기는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할 말이라는 게 뭔데."
오늘도 몇 입 안 먹고 손 씻고 온 민윤기는 의자에 앉으며 묻는다. 나는 민윤기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나중에 민윤기에게 '어린이를 위한 경청' 책을 사주기로 마음 먹는다. 어린이 필독도서라 며칠 전에 읽었었는데, 민윤기에게 꼭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말하기 어려운 거면 다 먹고 말하든지."
"아니, 그게 아니라 네 경청하는 태도가 너무 감동적이라서."
"......."
"뭐. 왜. 그렇게 쳐다봐서 뭐 어쩔 건데."
"... 이리 와."
민윤기는 책상에 널부러져 있던 노트나 필기구들을 한 쪽으로 밀어내고 손으로 빈 공간을 툭툭 친다. 나는 만족한 얼굴로 책상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있잖아, 어제...
...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반에서 싸움이 났었다. 통통한 여자 아이와 장난끼 많은 남자 아이의 다툼이었다. 뻔했다. 여자애를 놀리던 남자애는 결국 여자애에게 한 대 맞았다. 결국 나란히 앉아 반성문을 쓰던 둘은 내가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하며 껴안고 화해했다.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아직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오늘, 남자 아이의 엄마가 학교에 찾아왔다. 웬만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려 했는데 교무실로 불려온 여자 아이에게 부모 데려와라, 이래서 뚱뚱한 애들은 안된다, 평소에도 애들한테 놀림 많이 받지 않느냐, 하는 걸 듣고 있자니 이건 아니다 싶은 거다. 나는 여자의 말들을 반복했다. 주어만 바꿔서. 어머님 부모부터 데려오세요. 남 인신모독 하는 건 어디서 배우셨나해서요. 이래서 못생긴 것들은 안 되는 겁니다. 그래도 평소에도 못생겼다는 말 자주 들어서 별 감흥은 없으시겠죠?
어머, 하는 말만 연발하며 손부채질을 하다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볼 때는 솔직히 일종의 쾌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할수록 마음 한 구석에서 '꼭 그래야만 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똑같이 되돌려 주는 건 언제나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옳은 건 아니니까. 결국 상대와 똑같아 지는 거다. 분명 똑같이 구는 것 말고도 좋게 해결할 다른 방법이 있었겠지. 이렇게 시작하니 고민은 끝이 없었다. 나부터가 못된 말 듣는 걸 끔찍이 싫어하다보니 이런 데에서 쓸데없이 소심해졌다. 이럴거면 도덕 선생님이라도 될 걸 그랬다.
"내가 정말 잘 한 걸까."
손짓 발짓 해가며 말을 늘어놓는 내내 내 머리카락을 넘기거나 귓볼을 만지던 민윤기는 무덤덤하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사냐. 짧고 단호한 대답이었다.
"그렇게 안 했으면 그 사람은 자기가 한 짓이 뭔지도 몰랐을 걸."
"......."
"그리고 잘못 좀 하면 어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딨어."
입을 꼭 물고 민윤기를 쳐다보면 민윤기는 그저 속 편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네가 꼭 잘했을 때만 소중한 게 아니라 그저 너라는 이유 하나로 넌 충분히 소중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네가 뭘 하든 난 네 편이니까. 나는 민윤기에게 묻는다. 진짜? 민윤기에게 진짜냐고 물을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다. 응. 진짜. 예전 같았으면 몇 번이고 진짜? 정말? 하고 되물었겠지만, 이제는 돌아올 대답을 알기에 나는 이쯤에서 멈추기로 한다.
"그리고 뭐 하나 알려줄까?"
"뭔데?"
민윤기는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나에게 손가락을 까딱한다. 귀를 대라는 거다. 비밀 얘기라도 할 것처럼 구는 민윤기에 나는 민윤기 쪽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양 손으로 내 볼을 감싼 민윤기는 귀가 아닌 입을 향해 다가온다. 내 입술 위로 민윤기의 입술이 겹쳐졌다. 멍청하게 벌리고 있던 입술 사이로는 따뜻함이 퍼진다. 민윤기의 목에 팔을 두른 나는 키스가 원래 이렇게 달았던가, 생각한다.
"또 김석진 생각이 났어?"
"......."
"아니면 또 불안했어? 또 겁이 났어?"
이어져 나오는 질문들에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인상을 찌푸리던 나는 짧게 스치는 기억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민윤기도 입꼬리를 올리고 짖궂게 웃는다. 어쩐지 아까부터 어딘가 낯익다는 느낌이 들더라니. 희미한 기억에 내가 그저 꿈이었나보다, 하고 치부해버렸던 그날 밤을 반복하고 있는 거다. 내 모든 연애의 종착지는 항상 똑같다고 투덜이던 그 밤. 조각났던 기억들이 다시 맞춰지는 기분이다.
"이번에는 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듣고 싶은 말을 혼자 정해놓고 민윤기를 찾아온 걸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민윤기는 신기하게도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해준다. 더 신기한 건 말 하나하나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 같다는 거다. 민윤기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내핵을 뚫고 들어가던 자존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점점 좋아진다. 작은 기적같은 변화가 민윤기를 통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거다.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다는 분명한 증거는,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말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나는 서툴지만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대답한다.
"이번에는 좀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너랑 있으면 뭐든 가능할 것 같아."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윤기야."
어렵게 말을 이어가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민윤기는 내 얼굴에 키스를 퍼붓는다. ...윤기야? 손을 허공에 두고 당황해하면 민윤기는 간지러운 숨소리를 내고 웃으며 내 손에 깍지를 껴온다. 결국 동화책이 맞았다. 해는 결국 나그네의 외투를 벗겨냈다. 민윤기는 좋아한다는 말에 겁부터 먹었던 내 마음을 열었다. 그는 나의 태양이다. 내가 어떻게 너를 거부할 수 있을까.
내가 서툴고 불안해 보였나요.
그건 내가 진심이었단 증거입니다.
소중하지 않았다면 왜 그토록 마음을 기울였겠어요.
하숙집 홍일점,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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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 / ㅉ 자몽C / 자몽소다 / 자몽에이드 / 자몽워더 / 자몽자몽 / 자몽청 / 자몽해 / 잘자네아무것도모르고 / 쟈가워 / 저기여 / 전아장 / 정쿠키런 / 정꾸기냥 / 제이 / 준나 / 쥬르주스 / 지민이랑 / 지민즈미 / 진이진 / 짝짝 / 짱좋음 / 쩌리 / 찌밍지민 종이심장 / 지팔 / 짱다리
ㅊ 착한공 / 참기름 / 참치미 / 책가방 / 청보리청 / 청아 / 초록매실 / 초코찐빵 / 충전기 체리체리 / 초코틴틴 / 치자꽃길 / 침멍 / 침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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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 팥빵 / 펩시 / 푸롱리 / 프로테아 / 프우푸우링 / 플렉시 / 플루나 프로자몽러
ㅎ 하루자몽 / 하바나콩 / 하지 / 핫초코 / 허니인더자몽 / 헹구리 / 호비 / 홀리 / 홍합 / 환타 / 황새 / 흥흥 / 흰색 홍시 / 홍홍 / 화라 / 휘이니 / 흰색 / 힐러
# / A - Z @자몽@ / @지민윤기@ / #자몽자몽이 / 74 / 132 / 777 / 0121 / 0331 / 0815 / 0894 / 0997 / 1022 / 1209 / 1600 / 21세기 / 8ㅁ8 / 8월디디 / EHEH / Kuky !@계란말이@! / ♥심슨♥ / 5반 25번 / Hollywood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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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은 회원, 자몽색은 비회원이에요. 부디 헷갈리는 일 없기 바랍니다!
혹시 제가 회원인데 비회원으로 잘못 적은 자몽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안녕! 내 자몽들 잘 있었나요!
글 옆에 붙은 완결 표시를 보고 놀란 자몽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부터 완결을 낸다면 꼭 12편에서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시계도, 일 년도 12에서 끝이 나니까요.
저번에는 두 편 남았다면서여! 하고 혹시나 따질 자몽에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편 맞아요. 이 다음에 특별편 하나 더 올 거에여! 오늘 사알짝 노잼 냄새가 납니다... 분량도 사알짝 적구요... 대신 이 분량도 다음 특별편에서 채울 예정이니 우리 자몽들은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둘이 또 키스했쟈냐!!!!!!!!! 여주가 다 기억했쟈냐!!!!!!!!!!!!!! 드디어 이어졌쟈냐!!!!!!!!!!!!! 이전 사담에서 동화 얘기 했던 거 떡밥 다 주웠쟈냐!!!!!!!!!
참, 여주가 정국이에게 준 경고장이요, 실제로 제가 받은 겁니다.
이렇게요. 제 초등학생 동생이 제 방에 붙이고 간 겁니다. 너무 귀엽지 않나요? 헤헤
무엇보다 지금까지 달려온 우리 자몽들에게 수고했다고 하고 싶네요. 오타도 장난 아니구, 브금도 가끔 까먹고, 필명도 떼먹고, 숫자도 틀리고... (저 대체 무슨 정신으로 살았던 거죠?) 빈틈투성이 작가 때문에 고생 많았죠? 이 글을 처음 쓸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완결을 낼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포기가 갱장히 빠르거든요.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한 제가 이렇게 하숙집 홍일점을 끝낼 수 있었던 건 늘 자랑스러운 우리 방탄이들과 자몽이들 덕분이에요.
일주일 쯤 전인가요. 익잡의 한 글에서 하숙집 홍일점 이야기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의 언니가 이 글의 여주인공이라고 했다던데,사실 무근입니다. 전혀 관련 없어요. 애초에 특정 인물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가 아닙니다. 저번 글을 올리자마자 알게 된 거라 우리 자몽들 댓글에 답도 못 달고 많이 속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