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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니베이비 전체글ll조회 1753l 3







[엑소/찬백]
보호본능 자극 당한 박찬열X밤중에 골목길에서 벌벌 떠는 변백현

作 혀니베이비










토요일이라고 밤 늦게까지 친구의 집에서 부어라 마셔라 한 백현은 알딸딸한 정신으로 집을 가는 길이었다. 나름 생각은 있었던 모양인지 어느 정도 몸을 가눌 수 있는 상태였고 비틀거리지만 앞으로 잘 가기는 했다. 친구와 백현의 집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에 있었다. 백현의 친구 종인은 혼자 갈 수 있냐는 질문에 답하는 백현의 그렇다는 대답만 여덟 번을 듣고 나서야 찝찝한 기분으로 백현을 보내줄 수 있었다.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어- 하는 마음이었지만 지금도 폭탄 맞은 집을 정리하는 종인의 머릿속은 혼자 보내버린 백현의 생각 뿐이었다.

백현은 걱정과는 다르게 씩씩하게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길이었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불을 비춰주고 있는 가로등이 백현에게는 그렇게나 든든해보였다. 요즘들어 사건 사고가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로등들이 하나 둘씩 LED로 바뀌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주황 빛을 띄던 전의 가로등과는 확실히 차이나게 밝았기 때문이었다. 헤실헤실 웃고 가끔 딸꾹질도 하며 골목길을 걷고있던 백현은 집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몸을 뚝, 멈췄다.

저 멀리 세 번째 앞에 있는 가로등 밑에, 어떤 남자가 한 가운데서 우두커니 백현의 쪽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끄……, 뭐야아-”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있는 남자가 정말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으니 백현은 나름대로 미칠 노릇이었다. 저 남자도 자신처럼 술에 취해서 저러고 있는건지, 아니면 저를 보고있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건지, 정말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맞는건지 알 턱이 없어 괜히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평소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상남자 타령을 해댔지만 술만 조금 들어갔다 싶으면 무장해제가 되며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애교스러운 행동이 백현의 술버릇이었는데 지금이 딱 그 모습이다.


“집에 가고시퍼… 저 남자 모야, 왜저래애…….”


저 앞에는 남자가 우두커니 서있고 이 쪽에는 백현까지 서있으니 누가 보면 둘이 뭐라도 하는 줄 알 것 같았다. 백현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저와는 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면 저렇게 미동도 없이 서있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를, 보고있어서, 저렇게 가만히 서 있는 걸까.


“아이, 씨팔, 으헝헝…”


그냥 돌아서 갈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백현은 겁에 질려버렸고, 괜히 도망갔다가 자신을 따라오면 어쩌지, 같은 상상들이 백현의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백현은 심호흡을 했다. 괜찮아 변백현, 넌 다 큰 남자잖아, 아무 일도 없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혹시나 정말 자신에게 볼 일이 없기를 바라고 한 발짝씩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백현이 서있던 곳의 앞에 있던 가로등에 도착하고 남자와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니 남자의 표정이 선명하진 않았지만 희끄무레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백현은 그대로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남자가, 정말 싸이코처럼 실실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지, 어쩌지 하며 주변만 두리번 거리는 백현은 절망했다. 생각해보니 지금은 새벽이었고 주위에 누가 있을리도 만무했다. 이 골목길에는 남자와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아채버린 백현은 머릿속이 새하얘져 버렸다. 이대로 죽는건가 싶기도 했고 자신을 혼자 내보내버린 김종인 새끼를 잡아다 제물로 바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남자가 갑자기 웃는 것을 멈췄다. 허공을 쳐다보는 것 같았던 남자의 눈이 들어올려져 백현을 마주했다. 백현은 남자의 눈빛에 숨통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아직 남자와 자신의 거리는 꽤 되었지만 이 사이에 빼곡히 남자의 더러운 시선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백현은 겁에 질렸다.


“신고, 신ㄱ,”
“핸드폰 꺼내지 마.”
“…….”
“꺼내면 그대로 죽어.”


백현이 손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도망가기는 커녕 다리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 벗어날 방법도 찾지 못했다.

어떡하지, 나 정말 죽어? 이대로 진짜 죽어? 안 되는데…?

남자가 조금씩, 백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분명 남자는 텀을 길게 두고 아주 천천히 발을 내딛고 있었는데 백현에게는 그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참지 못하게 두려웠다. 남자가 내딛는 발걸음의 소리가 귀 언저리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고 이대로 길에서 칼을 맞아 죽은 20대 한 남성이 발견되었다는 뉴스의 당사자가 백현 자신이 될 것만 같아서 눈물이 나왔다. 자존심이고 남자고 뭐고 보이는 건 없었다. 그저 백현 자신은 무서웠고 눈에서는 눈물이 나올 뿐이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쁘게 생겼네.”
“ㅇ, 왜이러세요…”


백현은 드라마에서 신호를 건너다 차에 부딪히기 직전에 멍청하게 서있는 여자를 보고 저 멍청한 년은 왜 안피하고 저러고 서 있냐고 타박했던 자신을 원망했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서 굳어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더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 드라마에서 나왔던 여자의 마음이 백 번, 천 번이고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남자는 어느덧 정말 가까이에 있었고 멀리서 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위압감이 있었다. 백현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족족 바닥으로 추락했다.


“왜 울고 그래?”
“…….”
“꼴리ㄱ,”


표정이 없던 남자가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의 목적은 자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백현이었다. 아까 그냥 그대로 도망갈 걸, 하고 스스로를 타박했다. 그리고 남자가 듣기 거북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말이 뚝, 하고 끊겼다. 백현이 서있던 바로 옆 집의 문이 맥락도 없이 열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말도 끊겼고, 걷던 남자의 발걸음도 끊겼다.

열려진 문에서 나오는 찬열은 백현의 앞에서 걸어오던 남자와는 다르게 키가 컸다. 컬이 들어간 머리는 연한 갈색이었고, 옷차림은 그냥 집에서 막 나온 사람 마냥 가벼웠다. 하품을 하면서 문을 닫은 찬열이 백현의 앞에 굳어있는 괴상한 상황을 보더니 멈칫했다. 큰 눈을 빠르게 굴려 백현과 백현 앞의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다 갑자기 백현 쪽으로 빠르게 다가와 어깨를 감싸안았다.


“왜 이러고 있어, 집 앞에 있으면 전화를 하지.”


실실 웃던 남자는 표정을 굳히고 욕을 하며 그대로 달아났다.

이제 괜찮음을 느낀 백현은 순식간에 풀려버린 긴장감 때문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고 찬열은 비틀거리는 백현의 어깨를 더 세게 끌어당겼다. 찬열이 백현을 지탱한 채로 고개를 숙여 백현을 바라봤다.


“…괜찮아요?”
“흐…, 아니요오-”
“어이구, 어떡하지…?”
“무서워어-”


센 척은 하지만 겁은 많았던 백현인지라 지금까지 정신을 부여잡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백현의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괜찮냐고 물어보는 찬열에 백현이 냉큼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눈치를 채고 일부러 아는 사람인 척 해준 건 분명히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백현의 행동이었다. 안그래도 축 처진 백현의 눈꼬리가 더 내려간 것을 본 찬열은 여자를 보고도 나오지 않던 보호본능이 잔뜩 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백현은 아직도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겠어서 그냥 그대로 찬열에게 폭, 하고 안겼다.

찬열의 옷에 얼굴을 비비고 파고드는 백현을 당황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찬열이 머뭇거리다 백현을 마주 안았다. 자신 같아도 무섭긴 하겠지만 원래부터 겁이 많은건지, 왜 이런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는 건지, 미미하게 술냄새가 나는데 왜 혼자인 건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태산인데 지금 딱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찬열은 조용히 입을 닫고 있었다. 그리고 백현이 조금 진정이 될 때 쯤에 찬열이 백현의 눈높이를 맞춰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집에 누구 있어요?”
“…….”
“우리 집 잠깐 들어올래요?”
“…….”


여전히 얼굴을 찬열의 가슴팍에 묻고있던 백현이 들리는 질문에 도리도리, 끄덕끄덕 대답했다. 찬열은 코를 훌쩍거리는 백현을 조심스레 떼어놓고 아직도 겁에 질린 모습이라 모른 척 백현의 손을 잡아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느새 편의점을 가려던 자신의 목적은 다 잊은 채였다. 계단을 올라갈 때 까지도 백현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찬열은 지금 저가 하고있는 짓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와보니 이 강아지는 위태로워 보이고, 우는 걸 가까이서 보니 예뻐서 그냥 보내기가 싫은 찬열이었다. 그렇다고 뭘 해보겠다는 더럽고 못된 심보는 아니었다.

그저 조금만 더 보고싶고, 더 대화를 해보고싶은 설레는 감정 뿐이었다.


“여기 앉아있어요-”
“…….”


집에 들어와 백현을 소파에 앉혀놓고 코코아를 타주려던 찬열은 부엌에 갈 수 없었다. 백현이 소파에 앉자마자 찬열의 옷자락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귀 끝은 불그스름해져서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있는 백현의 모습을 보니까 찬열은 더 갈 수가 없었다. 백현은 술에서 깬지 오래였다. 남자가 다가올 때부터 정신은 멀쩡했고, 그래서 백현이 찬열에게 하는 행동들은 온전히 술에 취해서 나오는 행동들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찬열이 백현의 손목을 잡고 옆에 앉았다. 옆에 앉자마자 더 찬열의 옆으로 붙어 앉는 백현에 푸스스 웃음이 나는 찬열이었다. 이렇게 빨리 반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미 백현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찬열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자신보다 앉은 키도 작은 백현을 내려다 보았다. 아까부터 몰래몰래 백현을 훔쳐봤지만 찬열이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귀여워 죽겠다.


“몇 살이예요?”
“…스무살……”
“애기네, 애기.”
“…형이예여?”
“네-, 형이예요.”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백현을 꿀 떨어지는 눈으로 쳐다보던 찬열은 헝클어진 백현의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찬열의 손이 얼굴로 향하는 것을 느낀 백현이 본능적으로 눈을 꾹 감았다. 그 모습을 본 찬열은 귀여움에 몸서리 쳤다.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끙, 하는 소리가 새어나온 찬열을 본 백현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찬열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고 드디어 진정이 된 백현을 보던 찬열은 물었다.


“뭐라도 갖다 줄까요?”
“……뭘요?”
“코코아 좋아해?”


사실 백현은 숨길 수 없는 초콜릿 덕후여서 코코아 소리를 듣자마자 즉각 반응했다. 은근슬쩍 말을 놓은 찬열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낀 백현은 잠깐 기다리라는 말에 소파 위로 다리를 올려 끌어안고 집을 둘러봤다. 있을만 한 곳에 있는 가구들은 전부 다 심플한 색이었지만 백현처럼 남자 혼자 사는 집인지 바닥에 옷들이 굴러다니기는 했다. 백현은 기분이 이상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이미 찬열을 따라온 뒤였고, 그리고 이상하게 자신을 애기라고 하고 손을 잡고 끌어당기고 하는 행동들이 싫지 않았다는 게 백현은 더 혼란스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을 들고 다가온 찬열은 소파 앞의 탁자 위에 올려놓고 다시 백현의 옆에 앉았다. 다리를 모으고 앉아서 그런가 백현은 더 작아보였고 찬열은 느꼈다.

이런 귀여운 강아지는 흔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름이 뭐야?”
“변백현……, 형은요-?”
“박찬열-”
“헐, 이름 예쁘다…”
“난 니가 더 예쁘다.”


백현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고 찬열도 덩달아 당황했다. 속으로 한다는 말이 정말 밖으로 불쑥 튀어나와 버려 적잖이 당황한 찬열이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그냥 하고싶은 대로 하자고 마음 먹었다.


“아니, 아이씨…”
“…네?”
“순서가 좀 뒤죽박죽이긴 한데,”
“…….”
“형이 잘해줄테니까 사귈래?”


흡, 하고 숨을 멈춘 백현이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오늘 하루, 아니 이 새벽동안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건지 백현은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이런 말을 들었는데 싫지는 않고 좋은 마음만 몽글몽글 피어오른다는 것이었다. 너무 빠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둘에게는 그런 건 이미 안중에도 없은지 오래였다.

스치는 인연을 붙잡은 둘에게는 연인이라는 명목 하에 서로를 사랑하게 됐다.


“백현-”
“…….”
“그만 자아-”
“…….”
“그만 자고 일어나서 형 안아 줘…”


가끔 백현은 그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혼자다니지 못했다. 어느덧 시간이 조금 흘렀고, 서로의 집이 그다지 멀지는 않았지만 그럴 바에야 그냥 같이 사는 것이 낫겠다 싶어 찬열의 집에 눌러 앉은 백현이었다. 집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집안에서 나던 찬열의 은은한 향이 좋기도 했기 떄문에.

여전히 백현이 좋아 죽는 찬열에겐 언제나 자신이 을이었다.


“…혀엉-”
“오구, 왜 불러요”
“히힝, 찬녀라 사랑해-”
“얼씨구 반말?”


백현을 흘겨보는 찬열도 웃음 가득한 입꼬리는 지울 수가 없었다. 백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찍어 누른 찬열이 백현을 끌어 안았다.

덕분에 행복한 나날이었다.









+)
짧게 쓰고싶어서 급하게 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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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1.97
흐믓하고갑니다...ㅎ
7년 전
혀니베이비
헉 이제야 봤네여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
7년 전
독자1
왜...이렇게 좋은 글에 ㅠㅠㅠㅠ댓글이 없는가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분위기죠아욥!
7년 전
혀니베이비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려요ㅠㅠㅠㅠ
7년 전
독자2
아니에요ㅠㅠㅠ 찬백이가 인티에도 널리 퍼져야 할텐데ㅜ 진짜 찬백 모르면 인생 후회인데ㅠㅠ 너무 안타까워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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