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연애대행서비스
EP. 04
" 너희 집이야? "
어제 어찌해야할지 몰라 겨우 쇼파위에 눕힌 네가 2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눈부터 뜨시죠.
아침부터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편의점에서 사온 북어국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 어제 뭐라고 했는지 기억 하나도 안나겠네. "
" 내가 뭐라고 했어? 욕 한거 아니지? "
" 욕했으면 저 밖에 버리고오겠죠. "
거실의 테이블에 즉석밥과 데운 국을 올려놓고 네게 숟가락을 내밀었다.
고마워. 하고서는 뜨지 못한 눈을 부비는 네가 귀여웠다.
" 귀여워. "
...
네. 제 취미가 생각한거 그대로 말로 내뱉는겁니다.
너는 숟가락을 들고 국만 쳐다보고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도.
잠에서 덜 깨어나 잠긴 목소리가 이렇게 섹시한 줄 알았으면 매일 우리집에서 재울텐데.
" 참나, 밥이나 드세요. "
" 너 먼저 먹으면. "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입 떠서 입 안에 넣자 너는 그제서야 웃으며 즉석밥을 모두 국에 말아서는 먹기시작했다.
어제 기억나냐고 물어볼까.
만약에 기억안난다고 하면?
입술만 뜯으며 네 눈치를 보는데, 너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어떻게 알아차린건지 할 말 있으면 하고. 하면서 힐끔 나를 올려다봤다.
" 별거..는 아닌데, 혹시 어제 한 말 기억나요? "
" 어제 한 말이 좀 많은데. "
" 그러니까, 그 중에 가ㅡ장 중요한 말. "
" 혹시 나 너한테 술값 빌린거 아니지? "
" 아, 진짜. 그런 중요한 말 말구요. "
너는 진심을 다해서 모르겠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 그래, 그 쪽이 그렇죠 뭐.
맨날 나만 생각 엄ㅡ청 많고. "
" 좋아해. "
" 그러니까요, 어제 그 ㅁ, "
" 기억나. 그러니까,
좋아한다고. 어제도 지금도. "
이런 미친.
▼
" 뭐야. 연애해? "
" 어. "
" 얼마전까지 지 혼자 앓던 애 어디갔나요ㅡ. "
부승관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동아리실 쇼파에 몸을 웅크려 앉았다.
나만 솔로야, 나만.
" 왜 너만 솔로야? 이석민은. "
" 걔도 어제부터 연락하는 사람 생겼잖아. "
" 갑자기? "
" 이석민이 먼저 좋아했는데,
누가 갑자기 소개시켜줬나봐, 어제. "
부승관은 연애..나도 연애.., 하면서 액체괴물이라도 된 것 처럼 쇼파위로 흘러내려 결국에는 누웠다.
흔한_동아리실의_솔로. jpg
▼
찬란하게 비치는 석양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나른함이 온몸 가득 퍼졌다.
침대에 누워 몸을 쭈욱, 펴고서는 아무생각없이 창 밖을 보고있는데 갑작스레 떠오른 네 생각에 너에게 전화를 하려 핸드폰을 들어올리자 원우선배. 하고 적힌 카톡창이 떠오른다.
[영화볼래?]
[별건 아니고]
[갑자기 티켓이 생겨서]
[같이 볼 사람이 너밖에 안 떠오르더라]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원우선배가 좋다는게 아니라 평소에 그 영화 엄청 보고싶었거든.
옷장문을 열고 옷을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답이 나오지않는 옷장 상태에 그냥 스커트에 니트베스트를 꺼내들었다.
추우려나. 뭐 어차피 겉옷 입을건데.
▼
결국 집 밖에서 원우선배를 기다리는 내내 오들오들 떨었다.
바지나 입을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치마를 입은건지.
코트를 여미며 시계를 확인하려는 찰나 클락센소리가 울리며 차 한대가 멈추어섰다.
" 늦어서 미안. 안 추워? "
" 엄ㅡ청 추워요. 빨리 타요 ! "
선배는 총총대며 조수석에 타서 몸을 떠는 모습을 보고서는 히터를 틀고 영화관방향으로 출발했다.
둘 사이에 오간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밥은 먹었고, 잠은 잘 잤고. 하는 이런 일상적인 대화들뿐.
그러다가 대화가 끊겨 창 밖만 보고있는데 선배가 말을 꺼냈다.
" 저번에 무슨일이 있어서 그렇게 간거야? "
" 저번에요? "
" 응, 애들이랑 술먹고나서. "
아, 그 여자.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얘기하면 길어질 것 같은 생각에 아니에요. 하고서는 손을 내저었다.
선배는 내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초록불로 바뀌고 나서야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 하면서.
그와 동시에 울린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자 권순영. 세글자가 찍혀있었다.
달랑 두개의 메세지일 뿐인데 뭐가 그렇게 가슴떨리는건지.
[오늘 밤에 집 앞으로 갈게]
[보고싶어]
결국 이 문자 하나에 오늘 영화 내용이고 뭐고 집중 1도 안 됐다는 후문이.
▼
" 아 ! "
" 니가 먼저 시작했다. "
" 헐? 그 쪽이 먼저 약올렸잖아요 ! "
나름 약하게 때린다고 때린 것 같은데도 붉어진 손목을 감싸쥐며 너를 째리자 너는 내 손을 감싸잡으며 눈을 접어 웃었다.
미안미안. 하고 그 손을 그대로 들어올려 제 머리 위로 가져다대며 한대때려. 라길래 이때다 싶어서 머리에 꿀밤을 놓자 너는 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며 한쪽 눈을 찌푸린다.
" 손은 작은게 아프기는.
그나저나, 계속 그쪽그쪽 할 생각인가보네. "
" 말도 못 놓는데, 그럼 저기요? "
" 저기요란다. 오빠 해봐. "
" 뭐래. 그냥 서로 동갑으로 치죠. "
네가 사온 딸기맛 음료를 한 입 마시며 너를 올려다보자 너는 가뜩이나 치켜올라간 눈꼬리가 더 올라간 채로 나를 내려다보고 입술을 삐죽였다.
" 그럼 뽀뽀. "
" 네? "
" 그렇게 질색할거 까지는,
오빠라고 부를래 뽀뽀해줄래. "
" 뭐래 진짜. 차라리 순영이라고 할래요. "
그것도 좋고.
고개를 한 번 까딱,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내 손목 근처를 문지르는 내 탓에 괜히 목이 타서 문 빨대무늬만 눈으로 쫓고있는데 눈 바로앞으로 네 곧게 뻗은 콧대가 자리한다.
눈을 서서히 올리자 내 쪽을 힐끔보며 입꼬리를 올려웃는 네가 보였다.
" 아, 깜짝아. "
" 왜. "
" 음료수 자기꺼 있으면서. "
" 자기? 벌써 거기까지 나간거야? "
아무렇지 않게 음료를 내쪽으로 쓱 밀어놓고서는 자기가 아니라 '본인의' 빨대를 물며 의문의 콧노래를 흥얼거리더니 너는
내가 너보다 나이많은데 동갑취급받는건 좀 그렇다, 그치.
하며 천천히 뒤돌아서는 리모컨을 든 채 쇼파에 기대어있던 네게 점점 다가왔다.
왜요, 왜.
" 그러면 내가 산 1년이 아깝잖아. "
" 그럼 순영씨는 어.. "
너는 내 말에 으음, 하면서 눈을 감고 고개를 젓는다, 살짝 말려올라간 입꼬리는 덤으로. 왜 자꾸 웃는데.
이제는 몸까지 돌려 내 몸 양쪽으로 팔을 짚은 네가 쇼파쪽으로 나를 완전히 밀어붙혔다.
" 진짜 왜이래ㅡ,
우리 연애한지 이제 5일이거든요. "
" 누가 뭐래? "
너는 무의식중에 쇼파위로 올라간 내 오른쪽 손을 결박시키듯 네 손으로 붙잡고서는 앞머리로 가려진 이마위로 살짝 입을 가져다대었다.
그러더니 내 눈앞으로 제 눈을 마주하더니 사뭇 진지하게 두글자를 내뱉는다.
오빠.
" 아, 오빠는 무슨. "
고개를 돌리고서 너를 밀쳐내려고 다른쪽손을 뻗어 네 어깨를 붙잡자 너는 그대로 제 손을 들어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훑어내었다.
아, 하면서 동시에 떨어진 내 손은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네 다리에 부딪혀 네 다리위에서 가만 멈췄다.
내 손의 위치를 확인하다가 올려다본 너의 얼굴은, 아니 그 입술은 나의 것에 부딪히기 1초 전이었다.
" 아, 진짜.
알겠어요, 오빠. 오빠. "
나는 이러면 네가 떨어질 줄 알았지.
네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이제 되었냐는 투로 오빠. 하고 내뱉자 너는 잠시 고개숙여 웃더니 너는 뒤로 빠짐이 없이 앞으로 와서는 입술을 부딪혀 내 윗입술을 살짝 물었다.
너에게 붙잡힌 오른손이 무의식중에 움직이자 너는 손목을 붙잡던 네 손을 올려서는 느리게 깍지를 끼어 잡았다.
" 으응. "
자꾸만 입안에서 움직이는 느낌에 네 다리위에 올려져있던 손을 움직여 네 허벅지를 약하게 움켜잡자 너는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더니 입을 떼어 내 눈을 번갈아보고서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목 부근에 살며시 입을 대었다.
" ..갑자기 이럴거에요? "
" 예쁘잖아.
네 눈도, 네 입술도 다. "
▼
외전
: 원우의 시점으로 :
그쯤은 알고있었다.
네가 그 여자와 남자를 보고 표정이 금세 굳었다는 것을,
그 남자가 저번에 오르골 가게에서 만난 그 남자라는 것도.
혹시나 해서 물어본 질문에 너는 역시나 할법한 대답을 했다. 아니에요. 하고.
내가 뭘 기대하고 있던거지, 하며 잠깐의 멍함.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는 현타가 왔었다.
그리고 초록불로 바뀌고 나서야 정신을 차려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
영화관에 들어서서도 너는 차 안에서도 보고있던 메세지를 한참 보고있었다.
영화관 불이 꺼진 후에야 핸드폰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고.
영화는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첫사랑의 정석인 이야기들이 무난하게 흘러갔다.
여고생과 남고생 두명의 서로 몰랐던 짝사랑. 이런 이야기.
영화가 러닝타임에 맞춰 흘러가다가 누군가가 던진 대사가 귓 속에 박혀버린 듯 사라질 생각을 않았다.
' 첫사랑이 잘 안되니 첫사랑이지,
잘 되면 그게 첫사랑이니? 마지막 사랑이지. '
그 대사가 나오고 나서부터 내 시선은 줄곧 너를 향해있었다.
혹여나 네가 불편해할까봐 한발짝 물러나있던 발걸음이 빠르게 떠나는 너를 쫓기는 커녕 몇발짝 뒤에서 서있게 만들어버렸다.
그 몇걸음 물러나있던 발걸음 사이에 나보다 한걸음이 앞선 다른 사람이 너에게 손을 뻗고있었다는 것도 몰랐었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은 시점부터 너를 바라보았던 것도 몰랐었고.
사담 |
컴퓨터의 본체를 갈아끼우니 이렇게 빠를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감동의 도가니에요 ! 그런데 폰트가 제 눈에만 이상해보이는걸까요. 왜 그 전의 폰트랑 달라보이는건지ㅠㅠㅠ 오늘도 제 글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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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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