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몸이 끈적해진 느낌이 불쾌해 눈이 저절로 뜨여진다. 목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신경질 적으로 떼어내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감기는 눈을 번쩍 뜬 후 잠을 깨려 노력했다. 어제 겪은 일이 많아서 그런지 꿈이 사나웠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채 새벽에 깨고 말았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다 되어 갔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져서 벌써부터 밝아오는 바깥 상황에 이왕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 집에 다녀 와야겠다. 가방은 카운터 의자에 있을 거고, 옷은 어쩔 수 없이 어제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불 정리도 다 끝내고 옷도 갈아입고 심호흡을 한 후 방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왔다. 어젯밤에 저지른 죄가 있는지라 엄청나게 반성을 하는 표정으로 밖에 있을 사장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표정 세팅 끝냈고, 이제 사과의 말을….
“크어엉….”
뭐, 새벽까지 깨 있으면서 일을 하고 있는 사장님을 기대한 건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코를 골면서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사장님을 상상한 것도 아니었다. 귀에 따갑게 박혀 오는 사장님의 코골이에 정신을 차리고 메모라도 남겨놔야겠다, 생각을 하곤 테이블 위에서 포스트잇을 찾았다. 종이를 여기저기 펼쳐 놔서 잘 보이지 않는다. 책 페이지에 무언가를 끄적인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걸 보아 분명히 있을 텐데. 결국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하고 한 장 떼어내 메모를 남겼다.
[사장님. 어젯밤에 재워주셔서 감사드려요. 책 뽑아서 보려고 한 건 정말!정말!! 죄송해요. 저는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도록 하겠습니다. ^^]
반듯반듯하게 적은 후 어디에 붙여 놓을지 고민을 했다.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는 게 좋겠지? 영어로 급하게 휘갈겨 적은 노트에 붙여 놓을 까, 노트북 화면에 붙일까 한참을 고민을 했다.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알림에 사장님이 깰까봐 급하게 내 주머니를 뒤졌다. 아, 나 휴대폰 가방에 있지. 그럼 지금 울리는 건 사장님 휴대폰?
[편집장 형새끼: 야. 김남준.
오늘 할 이야기 있으니까 나 좀 보자.
올 때 조심히 오구. ]
보려고 본 건 아닌데…. 모순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이름에 호기심이 생겨 문자를 읽어 버렸다. 이건 내 의지 반, 사장님이 번호를 저렇게 저장해 놓은 것 반, 때문이라고 타협을 했다. 휴대폰 알림 때문인지 사장님이 살짝 뒤척이신다. 깨기 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가야 할 텐데. 노트북 옆에 쌓여있는 책 위에 대충 붙여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9시에 카페 오픈이니까 빨리 다녀와야겠다, 는 생각에 신발을 신고 계단을 내려왔다.
지하철을 타고 집 근처에 도착을 하자, 하루 외박 했는데도 그리웠던 풍경에 웃음이 절로 났다. 이래서 집이 최고라는 거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빌라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직 해가 덜 뜬 데에,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둑어둑하다. 반대편 쪽에서 누군가 슬리퍼를 끌며 빌라 앞으로 걸어온다. 이웃 주민인가. 나보다 빨리 빌라 문 앞에 도착한 이웃주민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친화력 좀 발휘해서 인사 좀 하려고 했더니…. 열린 문이 닫히기 전에 나도 재빨리 빌라 안으로 들어왔다.
“감사합니… 어? 어제 그 손님?”
“아, 안녕하세요.”
“여기 사셨어요?”
“네. 좀 됐죠. 집값이 좀 싸잖아요.”
“그렇긴 하죠. 아, 다 왔다. 오늘 카페 오시면 타르트 있을 거예요. 조금 있다 뵐게요.”
“네. 점심쯤에 갈게요.”
엘리베이터를 먼저 들어간 이웃주민이 잡아 주고 있어 발걸음을 빨리 해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니, 어디서 많이 본 하얀 얼굴과 눈이다. 어제 카페에서 타르트를 찾던 손님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편의점을 다녀오는지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던 남자는 내가 묻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날 알아봤는지 크게 뜬 눈을 제 상태로 돌리고는 내 다른 물음에 뒷머리를 약간 헝클이면서 나른한 목소리로 답을 해 준다. 어제의 호감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그런지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지만 아쉽게 다 왔다는 소리가 울리고 남자에게 꼭 오라는 의미가 담긴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남자는 살짝 웃으며 내 말에 반응을 해 주었다.
되게 부지런한 사람인가 보다. 이 새벽에 일어나서 편의점도 다녀오고. 왠지 모르게 더 높아져 가는 남자에 대한 호감에 잠시 멈칫했다. 내가 남자를 이렇게 고파했나?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머릿속에서 혼란이 일다가 어제 집에 안 와서 그런지 할 일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잠시 타르트 남자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구석으로 치워 두었다.
사장님 옷도 세탁을 하고, 내 밀린 옷들도 세탁을 해야 되고,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다했다.”
청소를 끝마치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다음부터는 외박하면 안 되겠다. 기지개를 피며 생각을 하다 침대 머리맡에 던져놓은 핸드폰의 감촉에 어제 찾다 말은 추리소설이 떠올랐다. 인터넷을 접속해 ‘푸른 담요’를 치니 하얀 바탕에 푸른 글씨가 적힌 책 사진이 뜬다. 사장님 책장에 꽂혀 있던 거랑 다른 표지 디자인에 당황을 했다. 다른 책인가? 의문을 가지며 작가 소개를 보니 ‘얼굴 없는 작가, RM’ 이라고 큰 글씨로 적혀있다. 추리 소설 작가가 얼굴 없는 작가라…. 대중의 흥미를 자극시키는 요소들을 다 갖고 있어서 더욱 인기가 많은가 싶었다. 나에게는 흥미가 오는 장르가 아니어서, 삐딱하게 생각하게 된다. 내용도 살인사건으로, 전형적인 추리 소설 내용이겠지. 이렇게 단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로맨스 소설 중에 재밌는 건 없나. 아무래도 나, 외로운 가 보다.
+)
홉씨앗입니다!!!
으아아ㅏ 눈이...아프네여..
얼른 자야겠어요!!
급하게 쓰느라...재미가 없을 수 없음을....
사과드립니다ㅠㅠ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사랑합니다♥♥
♥우리 알바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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