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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데 전체글ll조회 337l 1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한솔은 자신이 있는 곳이 꿈속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뻔 했다. 퍼스트 클래스의 좌석은 그가 타는 항공사의 것으로, 유리잔에 새겨진 애너그램이며 시트의 소재까지 같았다. 기내식에서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곁의 커트러리 세트 나이프에 빨간 리본이 묶여 있었다. 점점 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치밀해지는 버논의 계획에 혀를 내두르며 그는 칼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목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이상 그도 행동해야 했다. 여기서 버논은 무엇을 할까. 테러리스트가 되어 비행기를 빌딩에 처박지는 않을 텐데. 그의 생각을 방해라도 하듯 승관이 병원복을 팔락이며 기내 복도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잡아야 한다. 승관의 뒤를 밟자 승관이 알아차린 듯 걸음을 빨리했다. 덩달아 그의 발걸음도 그림자에 닿을 듯 빨라졌다. 


 

부승관, 승관아. 나 좀 봐.” 


 

성미 급한 그가 승관의 손목을 채어 잡았다. 부드럽고 따스한 손목의 촉감은 여전했다. 그의 시선에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승관의 입술이 달싹였지만, 처연한 입술에서 새 나오는 것은 빈 숨뿐이었다. 그는 복잡한 생각을 내버려 두기로 했다. 부승관이라는 존재는 결코 끝나지 않을 악몽이었지만 동시에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도 했으니까. 조금만 더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건만 복도 저편에서 버논이 둘을 발견하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리 와.” 


 

한솔의 손이 재빨리 승관을 감쌌다. 승관이 난간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한번만 보러 갔더라면. 그래서 지금처럼 그녀를 끌어당겼다면, 승관이는 좀 더 늦게 죽었을까. 버논이 달려와 깔아뭉개는 바람에 한솔의 얼굴이 카펫에 쓸렸다. 다시금 죄책감에 휩싸인 채 그는 승관의 몸을 좀 더 꽉 끌어안았다. 미안해. 다 내 탓이야. 한솔이 속삭였다. 버논의 칼은 한솔의 허리에 깊게 꽂혔다. 칼날보다 승관의 소프라노가 더욱 날카롭게 그를 파고들었다. 미안해, 미안해. 그의 의식이 아프게 점멸하다 결국 현실로 떨어졌다. 조금은 흐려진 신호음이 들렸다. 

   

좋은 징조예요.” 


 

지훈은 초콜릿을 하나 건넸다. 승관과의 접촉은 한솔과 버논에게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터였다. 현재로써는 그것이 둘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훈이 사장님 의자같이 생긴 회전의자에 앉아 두꺼운 서류 파일을 넘겼다.
 


 

칼 맞은 느낌은 어땠어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더럽게 아파요.”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차트에 증세를 기록했다. 전시회가 내일로 다가와 한솔은 예민한 상태였다. 지훈은 조금 일찍 상담을 끝냈다. 


 

어때요, 준비는? 완벽한가요?” 


 

아뇨. 그러지 않아도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에요.” 


 

한솔이 간신히 웃어 보였다. 그는 전형적인 완벽주의자였다.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는 온전히 그의 요구에 맞추어 개조되었다. 그가 구상한 것처럼 전시하려면 그림뿐 아니라 조명이며 와이어 따위의 장치가 관람객의 동선에 맞추어 바뀌어야 했다. 그걸 일일이 확인하느라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초콜릿 먹어요.”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군. 유리 박스에서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살아남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그는 삶과 죽음 모두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버논 역시 그랬다. 한없이 무겁게 다가드는 현실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그에게 지훈은 손을 얹고 가만가만 토닥였다. 얇은 셔츠 위로 전해지는 지훈의 손이 따뜻했다. 한솔은 자신이 초콜릿이 되어 금방이라도 녹을 것만 같았다. 이래서는 안 됐다. 원래의 한솔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한솔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손 안에서 뭉개진 초콜릿은 녹진하게 녹아가고 있었다. 지훈은 묵묵히 한솔의 등을 쓸어내리다가 그의 몸을 조금 당겨 기대 줬다. 솔직함이라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은 맛이었다. 위로란 쓴맛의 초콜릿처럼 그저 단순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면 되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관람객의 걸음을 따라 차례차례 모든 것이 물결쳤다. 전시관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 같았다. 스쳐 지나가거나 정지한 배경은 모두 꿈속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것이었다. 지수와 버논의 존재는 평면이 아닌 부조로 표현됐다. 전시관의 끝에 위치한 몽타주 포스터에는 거울이 있어 관람객의 얼굴이 비쳤다. 갤러리의 꼭대기 층에서 관람객들을 지켜보던 한솔의 등에 손이 얹혔다. 


 

형제여.” 


 

순간이었다. 팔을 뻗어 이방인을 제압한 한솔은 그제야 그 이방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았다. 


 

선생님!” 


 

아야, 원래 인사가 이렇게 과격해요?” 


 

형제라는 말에 좀 민감해서요.” 


 

한솔이 멋쩍게 웃고 주저앉은 지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맞잡은 손의 온도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이렇게 미적지근했나. 한솔의 눈웃음이 경련의 기색을 띠었다. 지훈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했다. 와, 멋져요. 


 

"선생님." 


 

"네?" 


 

"초콜릿, 좀 주시겠어요? 전시회 준비하느라 힘들어서요." 


 

"아, 초콜릿이요. 응, 마침 하나 있네요. 드세요.” 


 

금박을 벗기고 한입 베어 문 초콜릿은, 달았다. 설마 하는 심정에 한솔은 지훈의 손목을 잡고 난간으로 향했다. 

확률은 반반이었다. 


 

이것이 꿈일까, 현실일까. 

꿈이라면- 잘된 일이었다. 게임은 빨리 끝내는 게 좋았다.
 

현실이라면- 그는 희대의 광기 어린 예술가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한솔의 손이 지훈을 난간에 밀쳤다.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였다. 쏟아진 지훈의 그림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개중에는 소리를 지르거나 경찰을 부르는 사람들의 소리도 섞여 있었다. 이것이 현실인가. 광인의 결말인가.
 


 

한솔 씨, 진정해요.” 


 

초콜릿은 무슨 맛이죠?” 


 

저는 당신 의사예요. 한솔 씨, 이지훈이예요. 


 

"초콜릿이 무슨 맛이냐고요."
 


 

"초콜릿이 무슨 맛이겠어요. 단맛-"
 


 

그 말에 한솔의 손에 일순 힘이 들어갔다. 꿈이다. 또다시, 그 망할 꿈이다. 이젠 현실이더라도 별 상관없었다. 눈치챈 지훈이, 아니 버논이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치고 난간 너머로 뛰어내렸다. 아래의 관람객들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살이 으깨지는 둔탁한 소리와 신호음이 섞였다. 


 


 

- 


 

한솔은 눈을 떴다. 이제 버논은 하다 하다 지훈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것도 똑같이. 전시회에 얌전한 모습으로 가긴 글러 먹었다. 그는 지훈의 숙소로 차를 몰았다. 

새벽 네 시, 멀쩡한 사람은 잠이 들었을 시간이었다. 


 


 


 


 

갑자기 찾아든 환자에 짜증이 날법도 하건만 지훈은 그런 기색 없이 한솔을 맞았다. 제 몸만 한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담배를 피우는 지훈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어 보였다. 그는 이게 현실이라고 되뇌어야 했다. 그가 찾아온 자초지종을 말하고 나서야 지훈은 정신을 차린 듯 매캐한 연기를 흩으며 자리를 권했다. 


 

죄송해요. 잠이 덜 깨서요.” 


 

방금 말씀드린 내용이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오늘이 전시회라는 건 아주 잘 알겠어요. 한솔 씨. 조금 주무셔야 하지 않아요? 그 컨디션으로 접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드는데.” 


 

버논이 당신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의사 양반. 이게 무슨 소린지 아세요? 내가 언제 당신을 죽여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예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 치료받으러 온 거잖아요. 한솔 씨. 보통 사람은 정신과 문턱을 밟지 않아요. 그리고 미친놈 중에서도 새벽 네 시에 상담을 요청하는 환자는 흔하지 않고요.” 


 

당연하다는 듯 지훈은 고갤 끄덕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지훈의 말 중 틀린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정말 난 놈이었다. 끝으로 지훈은 그에게 들고 있던 인형을 건네며 쐐기를 박았다. 


 

자던가, 초콜릿 먹어요.” 


 

그런 꿈을 꿨는데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초콜릿이 든 그의 입안은 썼다. 

창밖으로는 벌써 날이 하얗게 밝아 오고 있었다. 전시회가 몇 시간 후면 시작이었다. 나설 채비를 하는 그에게 지훈이 초콜릿을 건넸다. 


 

받아둬요, 청심환보다 훨씬 효과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걱정해줘서.” 


 

이따 봐요.” 


 

한솔은 꾸벅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눈이 침침하고 어깨가 뻐근했다. 모든 꿈을 뒤로하고 현실을 맞이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완벽하게 해낼 것이다. 그가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을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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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완벽주의자 솔이한테 발려버렸어요 잼잼ㅠㅠㅠ솔이 체고야아아앙아ㅏㅏㅠㅠㅠ
7년 전
독자2
완죠니 스윗한 지후닝 그리고 뇌섹인 한솔이와 버노니 p(´∇`)q 좋은 조합이네요 치맥하고 싶은 밤에 읽어야겠써여(아무말)
7년 전
독자3
쵸코레또 먹어야겠네요ㅠㅠㅠㅍ퓨ㅠㅠㅠㅠㅠㅠ 후니 담배도 섹시해ㅠㅠㅠ
7년 전
독자4
아 쥬니 담배에 발렸어요 자까님 의사캐로 지훈이를 선택하시다니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의사쥬니 최고야 흙흙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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