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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Teriad -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c8Zod 


 


 

 


 


 


 


 

너와 처음 만난 건 아주 오래 전이었다. 그날은 아주 맑은 5월의 봄날이었다. 네가 들고 있었던 흙 묻은 축구공은 아직도 우리 집 창고 안에 놓여 있다. 지금은 참 멋진 남자가 되었지만 그 때는 작고 어린 소년일 뿐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너는 나보다 키가 조금 작았고, 덩치도 조금 작았다. 하지만 한 살이 더 많다는 이유로 언제나 나를 지켜주려고 했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작은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옆집 친구로 시작해서 나는 너와 같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장난스럽게 나와 나이가 다르니 같은 반이 될 리가 없다고 좋아했던 너의 모습에 살짝 서운했던 걸 넌 모르겠지. 내색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더 좋은 듯이 장난질을 해 댔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어린 아이의 거짓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그래야 너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지? 


 

반이 갈라졌어도 초등학생 시절 내내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함께 등교하고, 함께 하교했다. 오는 길에 떡볶이를 사 먹고, 네가 떡 하나를 더 먹었다는 이유로 크게 싸웠었다. 평범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의 싸움이었다. 그렇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집에 들어가고는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함께 등교하는 그런 평범한 친구였다, 나는. 


 

네가 중학교에 1년 먼저 진학을 하고, 학교 방향이 달라 너와 함께 등교도 하교도 하지 못하게 된 6학년의 나는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이 재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지루했던 1년이 지나고, 나는 주저없이 너의 학교를 1, 2지망에 적었다. 그리고 그 학교를 배정받았다. 다시 너와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걸까하는 기대감에 첫 등교날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너는 기꺼이 나와 함께 등교해주었고, 초등학생일 때와 비슷한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같지 않았다. 비슷할 뿐이었다. 


 

너에 대한 내 감정을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했다. 14살이라는 나이, 그 어린 나이의 소년이 감당하기엔 벅찬 감정이었다. 


 

네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고, 평소처럼 살을 맞닿으며 장난을 칠 수가 없어졌다. 너를 생각하면 얼굴에 열이 올랐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평범한 말투로 말하는 게 힘들었다. 네 말장난에 맞춰주는 게 힘들었다. 너와 함께 하교하면서 정적을 지키는 날이 많아졌다. 


 

 

너는 나에게 말을 많이 걸었다. 요즘 이상하다고. 내가 이상하다고. 난 네 시선을 피하며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나는 잘 몰랐다. 내가 왜 그러는지 내가 제일 궁금했고, 제일 힘들었다. 


 

다른 친구들과는 잘 지내다가 자신과 있을 때 얼어붙는 나를 보며 너는 다르게 생각했었나 보다. 함께 등하교를 하는 날은 점점 줄어들었고, 3학년이 된 너는 반 친구들과 언제나 함께였다. 내가 낄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너는 나를 보며 밝게 인사를 했고, 지나가는 말로라도 장난을 쳐 주었다. 


 

너는 네가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냐고 물었었다. 내 태도가 차가워보였나 보다. 너무 뜨거웠던 건데, 나는. 


 

조용히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 나를 보며 너는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괜찮아지면 또 놀자고. 물론 유한 말투도 아니었고 너는 장난스럽게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진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또래 남자아이들 사이의 장난스러움을 유지하고 싶어서 그렇게 내뱉은 말이라는 걸.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소꿉친구가 이유도 말해주지 않는데 너는 기분이 많이 상했겠지. 하지만 그런 나를 외면하지 않고 '나중에 괜찮아지면 또 놀자고' 말해줘서 참 고마웠다. 내가 너에게 소중한 친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말이었다. 


 

너는 춤을 잘 췄다. 사실 못하는 게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겠지만 춤을 추는 너는 정말 빛났다. 너는 당연하다는 듯이 예고에 진학했고, 나는 중학교에 남아 있었다. 


 

초등학생일 때와는 달리, 네가 없는 중학교는 아주 평이하고 안일했다. 이제야 평범한 남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눈에 네가 밟히지 않는 것은 조금 씁쓸했지만, 너를 평범한 친구처럼 대할 수 없게 된 나는 학교에 네가 없는 편이 훨씬 나다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네가 있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이 감정을 더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고, 눈 앞에 네가 없으면 감정이 작아질 것만 같았다. 얼음처럼. 조금씩 녹아 없어져서 결국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길 바랐다. 그렇게 되면 너와 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 동안은 네가 없었다. 네 생각이 안 났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눈에 밟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버틸 수 있었다. 평범하게 공부를 했고,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했다. 남들 다 하는 것처럼. 평범한 것처럼. 


 

네가 재수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너희 어머니와 우리 어머니가 통화를 하는 것을 얼핏 들어버렸으니. 


 

하지만 네가 재수 끝에 붙은 학교가 내가 붙은 학교와 같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겨우 잠재우고 있었다. 감정이 얼음처럼 작아져서 없어져 버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걸 기다려주지 않았던 걸까. 말도 안 되는 원망을 했다. 아직은 너를 곧게 마주할 자신이 생기지 않았는데. 


 

과도 같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네가 당했던 부상이 우리를 다시 가깝게 만들어주려고 했던 걸까. 네가 공부를 해서 대학에 온다면 당연히 나와 같은 과에 진학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우린 어릴 적부터 함께였고, 많은 것을 공유했고, 취향도, 특기도 공통점이 셀 수도 없었으니까. 


 

사실 공통점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네 발자취를 쫓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던 어린 나는 어쩌면 내 것을 버리고 네 것을 택했던 것일 수도 있다. 너를 동경했던 것을 잠시나마 원망하게 되었다. 


 

너는 우리가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한 것이 마냥 좋았나보다. 네 안의 내가 아직 소중한 사람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기뻤고, 또 그 범주가 친구였다는 게 슬펐다. 예고 친구들은 모두 예체능 계열로 진학을 해서 과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서, 내가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너는 웃었다. 중학생 시절의 내가 너에게 차갑게 대한 것을 깨끗이 잊어버렸다는 듯이 너는 초등학생 시절과 똑같은 표정으로 웃으며 날 쳐다보는구나. 


 

너는 웃는 게 참 예쁘다. 네 웃는 얼굴을 보니 나도 덩달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녹아 없어지려 하던 얼음이 몇백개로 불어나서 내 가슴을 짓누른다. OT를 가기 전날, 네가 있는 중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하는 날과 같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나는 노력했다. 너를 보고 아무렇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이가 지금보다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게 하기 위해서. 내 마음을 숨기는 일은 14살의 어린 나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겪어야 하는 아픔도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이었다. 


 

우리는 세상에 널리고 널린 동기, 그리고 소꿉친구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따금 멋지고 성격 좋은 너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에 아픔을 혼자 삭히는 것도 익숙해졌다. 일부러 나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을 막지 않았다. 대학시절에 여자친구를 사귄 횟수로 치자면, 너보다 내가 많을걸. 


 

너는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대학 졸업 후에 평이하게 네가 가고 싶은 기업에 취직을 했다. 예전의 버릇이 돋아난 건지 나는 네가 있는 회사가 아니면 가고 싶지 않아졌다. 욕심이 많아진 걸까. 마음을 숨길 수 있게 되어서 그런걸까. 네가 시야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행히 나 또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너와 입사동기는 되지 못했지만 언제나처럼 너를 따라갔다. 중학생 시절의 너와, 초등학생 시절의 나처럼. 그렇게 우리는 청춘을 함께 했다. 


 

내 안에는 나보다 네가 많다. 8살의 너부터, 지금의 너까지 모든 네가 내 안에 있다. 내 안에서 너를 지우면 나는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 만큼. 


 


 


 


 

이제야 지우려는 노력을 한다. 하찮은 기대감이었던 건지 발등에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건지. 너무 늦게 시작해서 미안해. 


 

나는 내일 너를 보며, 그리고 네 예비신부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어. 네가 뭐가 좋다고 결혼하냐고 예비신부분께 같잖은 농담도 던질 수 있고, 행복한 표정으로 식장을 나가는 너에게 여느 하객들처럼 손을 흔들어줄 수도 있어. 정말이야. 많이 연습했거든. 


 

네가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 내 감정 혼자 끌어안는 거야. 내 노력 헛되지 않게 해 줘라. 


 

내일 보자. 


 

결혼 축하해, 성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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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잘 읽었습니다 글 진짜 슬프고 그렇고ㅠㅠ 진짜 짝사랑이네요...
6년 전
독자2
와 필력 장난없네요 작가님 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3
와 진짜ㅠㅠㅠㅠ작가님ㅜㅜㅜ ㅜ필력 진짜..완전 몰입해서 읽었어요...이런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ㅜ♡
6년 전
독자4
ㅠㅠㅠㅠ읽는내내 몰입하면서 읽었어요ㅠㅠㅠㅠ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6년 전
독자5
와...작가님 정말 잘 읽고 갑니다ㅠㅠㅠ 읽는 내내 몰입 또 몰입했어요ㅠㅠㅠ
6년 전
독자6
작가님 잘읽고갑니다
6년 전
독자7
와 진짜 완전 몰입해서 읽었습니다..ㅠㅠㅠ 브금이랑 글이랑도 정말 찰떡이고 내용도 너무좋고..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9
헐 ㅜㅜㅜ ㅠㅠㅠㅠㅠ몰입력최고되요진짜
6년 전
독자10
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마지막에진짜 울뻔했어요ㅠㅠㅠㅠㅠ배경음악도 너무 잘어울리고 담담하게말하는것도 너무 슬프고 이루어질수없는사랑해서 답답하고 슬픈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요ㅠㅠㅠㅠ몰입력최고ㅠㅠㅠㅠㅠㅠㅠㅠ 특히 마지막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1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 대낮에 제대로 찌통당했네요....
6년 전
비회원25.165
아 진짜.. 눈물 막 나려고 하는거 참으면서 읽었어요... 미치겠어요 정말ㅠㅠㅠㅠㅠ 제가 저 입장이 된 거 같고 막... 감사하고 사랑해요...
6년 전
독자12
새벽에 먹먹해지네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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