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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Dead Man ; 00 | 인스티즈






Dead Man ; 00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작은 발소리와 웅성거림. 그리고 그 사이를 파고든, 짐승의 울음. 오밤중의 소란에 부모님이 거실의 불을 켜 바깥 상황을 살폈다. 그것은 꼭 불나방처럼 빛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캄캄한 새벽 두 시, 가장 먼저 불이 켜진 우리 집은 순식간에 표적이 되었다.


가로등 아래서 서성거리기만 하던 그것이 노란 빛을 보고는 눈 깜짝 할 사이에 담을 넘어와 쉴 새 없이 현관문을 두드렸다. 부모님은 겁에 질려 전화기를 찾으려 했다. 얇은 유리창을 맨손으로 부수고 들어오는 것은, 사람? 괴물?


그들이 어머니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아버지는 나를 지하실에 밀어넣고는 어머니를 구하러 뛰어들었다.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내 코 끝에는 지독한 썩은내만 맴돌 뿐이었다.




-




'데드맨. 온 몸에 붉은 반점을 두르고 있으며 눈의 공막이 이상할 정도로 희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시체가 썩어가는 악취를 풍겨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힘이 세고 속도가 빠르나 관절이 기이하게 꺾여 사람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감염 경로는 주로 조류, 특히 가금류를 직접 섭취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좀비처럼 물리거나 공격당한다고 데드맨으로 변하는 것이...'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라디오에서 달달 외울 정도로 떠들어대던 내용이었다. 이제는 통신이 완전히 끊겨 지직거리는 기계음만 남았다. 뉴스 속보도 라디오도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아니, 이젠 전기가 끊겨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말 세상이 멸망하기라도 할 모양이지.


"캐시, 네가 다 먹은 거야?"


작은 구체관절인형 캐시. 어머니가 꽤 아끼던 물건인데 이젠 내 혼잣말 상대가 되었다. 데드맨이 나타난 이후 야생 새가 많아져 불가피하게 그것들을 식량 대용으로 잡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데드맨의 감염 경로는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조류를 직접 섭취하는 것. 바이러스는 열에 조리하는 정도로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나 목숨을 걸고 먹어야 한다는 소리다. 옆집 아저씨는 기르던 앵무새를 잡아 먹고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버렸다. 데드맨이 된 아저씨는 대낮에 아내와 아들을 산 채로 물어 죽였고, 시체를 씹어 먹었다. 비둘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도, 보균개체가 될 걱정이 없다. 큰 골칫거리였던 비둘기는 순식간에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나는 주로 새의 살점을 포로 떠 말리거나, 불에 익혀 먹는다. 육포는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아주 용이하다. 그런데 말이야. 분명 이틀치 포는 남아있었던 거 같은데. 아아, 혼자 지내다보니 멍청해지나봐.


쩝쩝 입맛을 다시며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커다란 가방, 담요, 칼, 손전등. 이런, 또 건전지가 나갔네.


데드맨은 빛이 있는 곳으로 몰린다. 그렇기에 낮에 활동하기도, 밤에 활동하기도 까다롭다. 나야, 뭐. 지하실에 박혀 살아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가 없기에 적당히 먹을거리가 떨어지면 나가곤 하지만. 낮은 몰라도 밤에는 꽤 손전등이 쓸 만하다. 불을 밝혀주는 용도가 아닌, 데드맨의 주의를 돌리는 용도로. 손전등의 전원을 켜는 동시에 저 멀리 손전등을 던져 버린다. 데드맨이 그리 달려가는 사이, 나는 재빨리 몸을 피할 수 있다.


미리 쟁여놓은 건전지로 갈아 끼우며 옷을 단단히 여몄다. 영화에서 본 대로 팔에 적당한 두께의 책을 말아놓은 상태였다. 이러면 팔이 부러질지언정 쉽게 물어 뜯지는 못하겠지. 빠트린 건 없는지 주위를 살피다 캐시의 수줍은 녹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도 무사히 다녀올게, 캐시. 작게 중얼거리며 캐시의 양 팔을 무릎 위에 곱게 올려주었다.


조심스럽게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기름칠을 잘 해놓은 덕에 문이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살짝 문을 연 채로 멈춰서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악취는 나지 않았다. 오케이, 아무 것도 없음.


바깥은 초여름 오후 7시 정도의 어스름한 시간이었다. 나쁘지 않아. 나이프를 단단히 쥐고 발걸음 소리를 죽인 채 걷고, 또 걸었다. 집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야트막한 산이 하나 나온다. 라디오가 끊기기 전만 해도 비행기가 이리저리 쏘다니며 생필품들을 쏟아내곤 했기에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뒤지다 보면 종종 보급품을 담은 라임색 박스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오늘은 사냥 대신 보급품을 찾아낼 생각이다.


조심스럽게 대문을 밀고 나오는데, 오늘따라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항상 시끄럽게 꽥꽥 울어대는 새들도 오늘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고요했다.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날이 많이 저물기 전에 산 아래턱에 도달했으나 산은 들보다 훨씬 빨리 어두워진다.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이미 산 속이 컴컴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세심하게 주위를 살펴 가며 부스럭대는 풀들 사이로 발을 내딛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겨우 산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나. 물컹, 와드득. 발 아래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촉에 나는 기함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뭐야. 뭐였지? 그대로 허리를 숙여 아래에 있는 것을 살폈다. 나뭇잎 사이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줄기에 반사된 것은 참새의 시체였다. 내게 밟힌 탓인지 온몸은 피범벅에, 날개는 뒤틀리고, 살갗을 찢은 뼈가 날카롭게 툭 튀어나와 있었다. 바람이 훅 끼쳐오며 나뭇잎이 사르륵 소리를 내었다. 바람결에 시체가 썩어 들어가는 악취가 섞여 있었다. 아래서부터 쭉 소름이 끼쳤다. 데드맨이 가까이에 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벌벌 떨리는 몸을 추스리고 웅크리듯 상체를 굽혔다. 돌아가야겠어. 그리 마음먹고 혹여 나뭇가지라도 밟아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별안간 부엉이가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꼭 내 발소리를 숨겨주는 것 같았다. 산을 벗어나니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악취는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나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괜히 가방끈을 세게 틀어쥐었다. 빠르게 걸어가다가도 중간중간 멈춰 악취가 풍기지 않는지 확인을 했다. 여전히 세상은 조용했다. 새 울음소리 대신 푸드득 날개짓 소리가 끼쳐왔다. 아무도 살지 않는 아파트 고층 창문 밖으로 무언가가 떨어져 작지 않은 소음을 냈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의 그네가 바람을 타고 까딱인다. 끼익끼익 듣기 싫은 마찰음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어깨에 무언가 닿는 느낌에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 무성하게 자란 덩굴의 이파리였다. 완전히 날이 저물었다. 내가 사는 집의 형상이 보일 때 쯤 나는 거의 뛰고 있었다. 심장이 기분나쁘게 쿵쿵거린다.


급하게 마당 안으로 뛰어 들어온 나는 다급한 손길로 현관문을 열어 집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쿵 소리와 함께 문을 닫고 나서는 한참을 문에 기대어 깊게 호흡을 했다. 긴장이 풀리니 조금 살 것 같았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곤 거실 한 귀퉁이의 작은 문을 열어 터덜터덜 지하실로 내려갔다.


"캐시. 몸은 무사했지만 정신까지 무사하지는 못 할 것 같아."


앞으로 며칠간은 엄청 굶주려야 할 것 같거든. 하나 둘 옷과 책을 내려놓으며 혼잣말을 중얼이던 나는 캐시를 보고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앉은 채로 양 손을 무릎 위에 두고 있던 캐시는, 어느새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식량, 제멋대로 움직인 인형. 귀신의 짓이 아니라면, 누군가 이 곳에 들어왔다는 말이 된다.


쾅! 위에서 귀를 때리는 파열음과 함께 짐승의 하울링과 닮은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지하실 한 구석에 놓아둔 총을 꺼내었다. 오래 전 경찰서를 털었을 때 어떻게 얻을 수 있었던 물건이었고, 지금은 아마 두 발의 기회 밖에 남지 않았을 물건이다. 평소였다면 기척을 들키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만 있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저 위에 내 지하실을 마음대로 출입한 사람이 있을 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만난 게 언제였지? 옆집 아저씨가 가족을 죽여버렸을 때? 적어도 겨울과 여름이 세 번 교차되는 시간동안 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죽는 것은 두려웠지만 세상에 남은 게 나 뿐이라면 그것은 죽는 것보다 끔찍한 일이 분명했다. 인형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외로움이 달래질 수는 없다.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두어 번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거실 한복판에 데드맨 두 마리가 무언가를 덮치고 있었다.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온몸에 붉은 반점을 피운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총을 들어 올렸다. 탕, 탕! 약간의 여백을 두고 총알이 튀어나갔다. 내게 총을 조준하는 능력 따위가 있을리 없지. 아무렇게나 쏘아댄 총알은 그 누구도 맞지 않았지만, 큰 소리는 제법 놈들에게 겁을 줬으리라. 실제로 두 괴물은 놀라 열린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았나. 나는 급하게 문을 걸어 잠구고는 불을 켜지 않은 채 데드맨에게 공격받던 '무언가'를 살폈다.


아, 그것은 몸에 붉은 반점이 피지도, 관절이 이리저리 꺾이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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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8.77
헉 소설 분위기 완전 대박이에요..!!!! 완전 재밌을 것 같구 많이 기대되요!
6년 전
비회원196.74
[땅위]로 암호닉 신청가능할까요?
헐... 좀비물인가요? 분위기에 빠져들거같네요!! 그리고 여주가 총으로 쏜 사람이 정국이인것인지 궁금하네요

6년 전
비회원196.74
[땅위]로 암호닉 신청가능할까요?
헐... 좀비물인가요? 분위기에 빠져들거같네요!! 그리고 여주가 총으로 쏜 사람이 정국이인것인지 궁금하네요.

6년 전
비회원34.151
[정국어]신청이요 글 분위기 짱짱 좋아요..!
6년 전
비회원54.218
대박ㅠㅠㅠ진짜ㅠㅠㅠ재밌어요
6년 전
독자1
[나는야짱짱맨]신청이요!!!!!소설분위기가 장난아닙니다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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