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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뜻 밖의 만남









[워너원/윙딥/다각] 변태공남고 1교시 | 인스티즈


"부, 붙었다!"




 진영이 소리를 지르며 책상에서 급하게 일어나다 무릎을 책상 밑 부분에 박았다. 쾅 소리에 놀라 진영이 있는 방으로 들어온 진영의 어머니는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진영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터트리는 진영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진영아, 너 왜 그래?"




 질문을 듣고나서도 한참을 실실거리던 진영은 벌떡 일어나 임용고시에 붙었다고 이젠 정말 교사가 되었다고 대답했다.



 배정받은 고등학교는 서울에 위치한 보통의 인문계 남자고등학교, 수도권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로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진영의 집은 현재 부산에 위치해 있다.




"그럼 나 독립시켜주는 거야?"


"어쩔 수 없지, 혼자 살 수 있겠어?"


"당연히 살 수 있지. 내 나이가 지금 벌써 반오십인데."




 첫째임에도 불구하고 막내마냥 오냐오냐 자란 진영을 떼어놓는 게 괜히 걱정되고 서운한 진영의 부모님의 모습과 다르게 진영은 드디어 혼자 사는구나 들떠서 입이 아주 귀에 걸렸다.


 진영이 합격통보를 받은 건 2월 중반쯤, 정식으로 교단에 서는 날은 3월 1일, 배정 받은 학교의 개학식 날이다.



 이사를 하기엔 꽤나 빠듯한 시간에 진영은 집을 계약하고 필요한 가구들을 사고 짐도 싸며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산다. 그리고 3월 1일을 이틀 남겨둔 2월 29일에 부모님들을 꼭 안아드리고 집을 나선 진영은 드디어 서울로 이사를 간다.






"자유다!!"




  이사를 가면 꼭 청소부터 하고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 쉬라고 한 엄마의 말은 저 멀리로 던져버린 진영은 일단 침대에 눕기부터 하고 봤다. 그리곤 몇 초 뒤 상체만 일으켜 포장이사를 한 덕에 깔끔한 오피스텔 내부를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뭐 어차피 더 정리할 것도 없네!"




 진영은 다시 침대에 편하게 누워 요즈음 피곤하기만 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잠을 청한다. 달력은 금세 3월의 페이지를 열었다. 혹여나 첫 날에 피곤할까 반나절 이상 잠만 잔 진영은 첫 출근 날 아침, . 최상의 상태로 아주 넉넉한 시간을 남기고 학교에 도착했다. 역시나 아직 아무도 없는 학교는 좀 쌀쌀했다.




"근데 이 학교 사진으로 볼 땐 몰랐는데 꽤 예쁘게 생겼네"




"그건 옛날 사진이라서 그래요. 요즘엔 페인트칠도 하고 단장도 해서 많이 예뻐졌어요."


"아아...어쩐지 색감이 좀 밝, 악! ...누구세요"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나 말을 하는 의문의 남자에 진영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신입교사분이시죠? 안녕하세요."


"아,예...근데 누구?"



[워너원/윙딥/다각] 변태공남고 1교시 | 인스티즈


"저 교사소개란에서 못 보셨나봐요.웬만한 신입교사분들은 다 알고 오시던데..."




 오히려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 남자에 진영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죄송해요, 제가 교사소개란을 안 보고와서...교사분이신가 봐요?"


"그쵸? 절 기억 못 할리가 없으실텐데 괜히 당황했네요.저도 여기 교사에요. 잘 부탁해요."


"네, 근데 혹시 괜찮으시면 이름..."


"아, 네! 성우입니다, 옹성우."




[워너원/윙딥/다각] 변태공남고 1교시 | 인스티즈


"...성이?"


"옹입니다! 옹, 성우요."


"아아, 이름 때문에 잘 기억하신다는 소리셨구나"



"그것도 있고 제가 얼굴이 워낙 잘생겨서 기억에 남는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소리내서 웃고있는 성우와는 절대 가까워지지 말아야지, 결심한 진영이었다. 그렇게 꾸벅 인사를 하곤 자연스럽게 학교에 들어가려던 진영의 옷깃을 잡은 성우의 손에 진영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지금 학교에 아무도 없으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


"뭘 부탁하시려고 갑자기 목덜미를 잡으시고,"


"제가 지금 사람을 좀 찾고 있거든요. 진짜 급해서 그런데 좀 도와주세요."




 솔직히 진영은 뿌리치고 싶었다. 이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진영은 성우의 불쌍한 표정을 보고 그 손을 내칠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인데요?"




 성우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폰을 만지작거렸다. 이내 이 사람이요! 하고 폰을 내미는 성우에 진영은 폰에 띄워져있는 사진을 쳐다봤다.




[워너원/윙딥/다각] 변태공남고 1교시 | 인스티즈


"이름은 박지훈이에요, 잘생겼죠?"


"아, 예. 뭐...잘생기셨네요."




 잘생겼다. 진영은 생각했다. 그냥 진짜 잘생겼다. 그 뿐이었다. 진영의 대답을 듣고 혼자 뿌듯한 듯이 웃는 성우였다. 성우는 진영을 끌고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지훈을 찾아다녔다. 마냥 귀찮을 줄로만 알았는데 나름 학교 구경도 하고 지리도 살피고 점점 따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젠 그냥 신이 나서 열심히 지훈을 찾았다.


 





 이 시각 지훈은 고등학교에서 조금 걸으면 나오는 체육관 창고에 막 도착했다. 아침에 차를 타고 오며 백 미러로 막차에 타고 있는 성우를 봤다. 아침부터 시달릴 생각에 끔찍해진 지훈은 평소와 달리 차를 급하게 몰았다. 성우보다 학교에 일찍 도착한 지훈은 교무실에 들어가 커피를 하나 타서 창문을 바라보는데 성우의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아...미친, 왜 저렇게 빨라"




 한 손에 커피를 쥐고 행여나 마주칠까 뒷문으로 빠져나간 지훈은 체육관으로 향했었다.




"잠이나 자야지...아 진짜 옹성우 때문에 이게 뭔..."




 한숨을 내쉰 지훈은 창고에 처박혀있던 매트를 끌어서 편 다음 먼지를 팡팡 털었다. 그리곤 그 위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대로 지훈은 Deep sleep.




"성우쌤! 학교에 있는 거 맞아요?!"


"분명히 차 들어와 있는 거 봤는데, 이상하네"


"성우쌤, 안녕하세요"


"어어, 안녕"




 학생들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점점 교사들도 모습을 드러내자 둘은 결국 지훈이 찾기를 포기하고 교무실로 몸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신입교사 배진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영의 밝은 인사를 웃으며 반겨주는 교사들에 진영이 기분 좋은 미소를 보였다.




"근데, 지훈쌤은요?"




 어떤 여교사가 물었다. 모두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안다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진영의 옆에 있던 교감이 대답한다.




"또 팬클럽인가 뭔가에 끌려간 걸테지, 뭐."




 팬클럽?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진영에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손을 젓는 교감이었다. 이윽고 종이 치자 개학식을 하기 위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진영을 챙긴 건 아침에 갑자기 친해져서 말을 튼 성우였다. 배정 받은 자리에 가방을 올려놓고 마지막으로 교무실에서 나온 둘은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핑크머리에 깜짝 놀랐다.




"성우형!"


"아 놀랐잖아"




 성우를 보며 활짝 웃는 핑크머리의 이름은 강다니엘, 우리 학교의 체육선생님이라고 진영은 소개받았다.




"근데 너 왜 여기있어?"


"성우 형이랑 같이 가려고 기다렸지"




 예쁘게 접히는 눈이 사람을 사르르 녹이는 것 같다. 진영의 속 마음과 다르게 성우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자기는 진영과 간다며 어색한 다니엘은 가라고 내쫓고 있었다.




"진영씨? 저 많이 어색해요...?"




 그럼 당연히 어색하죠. 처음 만났잖아요. 약 10분 전에. 속마음과 다르게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다니엘에 진영은 같이 가자고 말해버렸다.




"아, 그럼 진영씨 전담은 국어?"


"네네."




 꽤나 말을 트고나니 다니엘은 훨씬 괜찮은 것 같았다. 좋은 인상으로 다가오는 동료선생님들의 모습에 진영은 기뻐했다. 그 때 문득 생각이 나 성우에게 말을 꺼냈다.




"성우쌤, 아까 찾으신다는 분은 어떡해요?"


"찾아요?누굴?"


"역시 꽁꽁 숨었나 봐. 코빼기도 안 보여, 박지훈."


"어?지훈쌤?"


"아침에 분명 차를 봤는데 학교를 샅샅이 뒤져도 안 나와"


"형이 자꾸 귀찮게 하니까 지훈쌤이 자꾸 숨는 거 아냐, 적당히 좀 해."


"귀찮게 해요?"


"성우형이 지훈쌤 엄청 좋아하거든요. 친군데 거의 20년차 다 되가죠."


"우와, 20년...그럼 초등학생 때부터?"


"동창이에요, 초,중,고,대 싹 다요."


"헐, 완전 지겹겠...아 죄송해요."


"아뇨 아뇨 괜찮아요! 지훈이가 지겨워할만 해요. 그렇게 붙어다녔으니..."




 왠지 풀 죽은 듯한 성우의 목소리에 당황한 진영은 혼자 쩔쩔맸다. 그런 진영을 빤히 쳐다보던 다니엘이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진영씨, 그 지훈쌤이라는 사람, 굼금하지 않아요?"


"당연히 궁금하죠. 근데 얼굴은 봤고 여기 보건쌤이시라는 얘기는 성우쌤한테 들었어요!"


"음, 그럼 실제로 보고싶진 않아요?"


"아 실제로요? 어차피 같이 지낼 사인데 보면 좋죠! 근데 지금 숨으셨다고,"


"내 구역에 숨었거든요, 지훈쌤."


"네?"


"다니엘 너 박지훈 숨겨줬냐? 이 배신자! 너 박지훈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아 뭘 또 배신자야, 이 형 진짜 밑도 끝고 없이 멱살부터 잡네."




 근데 왜 그 쪽은 멱살 잡히셨으면서 왜 하나도 기분 안 나빠보이세요...? 진영이 속으로 웅얼거렸다.




"박지훈 지금 어딨어?"


"아니, 진정 좀 해. 성우 형. 내가 납치라도 했대?"


"그냥 네가 날 배신했다는 거에 화가 나는 거야, 다니엘"


"아니, 연기하지 말라고."





 씬 2567, 주인공이 애타게 찾던 범인을 평소 친했던 친구가 숨겨줬을 때. 자기 혼자 나레이션 하고 슬레이트 치고 다 한 성우는 다니엘에게 물었다. 박지훈, 어딨어? 역시 이상한 사람이야, 진영이 고개를 저었다.



 다니엘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체육시간에 필요한 운동기구들과 공들을 넣어놓는 체육관 창고였다. 드르륵 문을 열어젖히자 환한 햇빛이 체육관 창고 내부를 눈부시게 비췄다. 진영이 눈살을 찌푸렸다가 다시 떴을 땐 성우는 이미 들어가 '지훈쌤' 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박지훈, 박지훈, 박지훈."


"아...누구야..."


"나 성우."


"...아 진짜, 강쌤. 강쌤이 옹성우한테 가르쳐 줬죠."




 지훈의 짜증이 묻어나오는 말투에 어깨를 으쓱해보인 다니엘은 먼지 때문에 입구에서 간기침을 쏟아내고 있던 진영을 데리고 불을 켜고는 완전히 내부로 들어왔다. 잠에서 막 깨 비몽사몽한 지훈은 다니엘이 말을 하기 전까지 앞에 서 있는 진영의 정체를 인식하지도 못했다.




"지훈쌤?"


"...뭐야, 누구?"




 다니엘의 부름에 겨우 진영을 인식한 지훈은 초면에 심하게 짧은 말로 진영을 당혹스럽게 했다.




"배진영씨라고 이번에 국어 전담으로 새로 오신 신입교사분이세요. 나이는 25살이고요."



[워너원/윙딥/다각] 변태공남고 1교시 | 인스티즈


"배진영..?"




 짧은 브리핑이 끝나고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와중에 '배진영'이라는 이름이 지훈의 귀에 박혀들어갔다.


 소개를 받고도 아무 인사 없이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하는 지훈이 진영은 슬슬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저, 저는 이제 개학식 준비를,"


"야"




 야? 진영은 귀를 의심했다. 초면인 진영에게 아무 인사도, 소개도, 허락도 없이 야라니? 다니엘과 성우도 덩달아 당황한 듯 싶었고 당사자인 진영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실 제일 당황한 사람은 지훈이었다.



'저기, 잠깐만. 혹시 나 본 적 없어요?'라고 말해야 한다는 게 양아치 시절 버릇인지 시비조로 야 라고 말했다.




"혹시, 저 부르신 거...?"




 재차 확인을 하는 진영에 창피한 지훈은 대답해주지 못했다. 진짜 나 부른 거 맞나보네... 진영의 얼굴이 혼란으로 가득했다.




"아니, 혹시 나 어디서 본 적 없어요?"




 지훈의 말에 진영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내 인생에 이만큼 잘생긴 남자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결국은 지훈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죄송해요, 기억이 잘... 혹시 저 보신 적 있으세요?"


" 딱 한 번, 길에서 본 적 있어요. 둘이서."


"아 길..."




 그냥 지나쳐만 간 걸 기억해내란 건가? 지금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 시비 걸어서 쫄아있는 나 보니까 웃겨서 지금 놀리는 거지? 오해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기억력이 진짜 안 좋아서..."


" 괜찮아요, 제가 착각한 걸 수도 있으니까... 아 그럼 혹시 폰 한 번만 빌려줄래요? 교무실에 폰을 두고 와서."









 그럼 그 주머니에 툭 튀어나와 있는 핸드폰은 뭐야? 장식? 진영이 지훈을 미심쩍은 얼굴로 봤다. 그래도 나름 교사 선배, 초면부터 인상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진영은 군말 없이 핸드폰을 지훈에게 내밀었다. 고맙다며 살짝 웃어 보인 지훈에 진영의 기분이 느슨해졌다. 진짜 잘생기긴 했다.


 진영의 폰을 내내 만지작거리다 웃음이 터진 지훈은 홈 버튼을 누르고 진영에게 폰을 돌려줬다. 뭐야, 왜 웃어. 혹시 내 배경화면 비웃은건가? 지훈이 건넨 폰을 켜본 진영은 아침에 받은 교원증을 찍어서 설정해놓은 배경화면을 봤다. 소심하게 따지려던 진영은 곧 개학식이 시작한다는 교감의 마이크 방송을 듣고 입을 비죽거렸다. 이제 나가야 한다는 성우의 말에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난 지훈은 진영을 쳐다봤다.




"자자, 진영쌤도 얼른 가요. 다니엘도 얼른, 지훈이 너도."




지훈이 성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창고 밖으로 나서고 성우가 진영을 데리고 나옴과 동시에 다니엘이 성우의 뒤를 따랐다. 체육관 내부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호통소리로 인해 정말 시끄러웠다.



 조용히 하라는 교감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씀에도 불구하고 전혀 들리지도, 효과가 있지도 않았다. 한참 갈피를 잡지 못하던 학년장 교사들은 체육관 내부에 막 들어온 지훈을 발견하고 어서 데리고 오라며 주위에 있던 가장 어린 수학교사의 등을 떠밀었다.




"박지훈 선생님, 학년장 선생님들께서 찾으세요."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선생님들께서! 지훈 쌤을! 찾으세요!"


"아... 개들이 왜 이렇게 짖어대?!"




학생들의 목소리로 인해 잘 들리지 않는 수학교사의 말에 답답함을 느낀 지훈이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뱉었다. 그 모습에 놀란 진영이 눈의 크기를 키웠다. 같은 무리 중 하나가 날 뛸 때 앞발로 간단하게 제압해버린다는 족장사자의 모습이 지훈에게 오버랩 됐다.


지훈의 짜증 섞인 말투에 체육관의 내부가 조용해졌다. 그 모습을 본 지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워너원/윙딥/다각] 변태공남고 1교시 | 인스티즈


"무슨 말씀 하신거에요?"


"아, 저... 아니에요."




 말 끝을 얼버무리고 다시 교단 쪽으로 가버리는 수학교사, 그리고 성우가 말을 꺼낸다.




"지훈이가 보건쌤인데 선도부도 맡고 있어요. 애들이 말을 잘 듣거든요."


"아, 대단,하네요."



" 뭐 대단할 것까진 없어요. 애들이 절 싫어해서 별로 좋지도 않고."


"하하 쟤가 또 이상한 소리 하네요."


"네?"


"우리 학교에 팬클럽이 하나 있어요. 그 팬클럽 이름이 '윙사모'라고 '윙크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줄인건데, 그 윙크남이 쟤에요, 박지훈."



"팬클럽도 있어요? 여기 남곤데?"


"박지훈이 예쁘게 생겼잖아요."




 어, 인정. 쪽팔린다며 그만 말하라는 지훈에 성우는 기어코 입을 열었다. 쟤가 무슨 팬서비스도... 지훈은 귀를 막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진영은 이어지는 성우의 말에 경악을 했다.





 음향 준비를 모두 마쳤는지 교사들은 모두 올라오라는 교감의 말에 교단 쪽으로 향할 때에도 성우의 '박지훈 썰 풀기'는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멀리 서 있다 보다 못한 지훈이 성우의 입을 틀어막고 끌고 갈 때까지도 성우의 입은 닫힐 줄 몰랐다.




"말이 너무 많죠? 힘들지 않아요?"


"아 네, 조금."




어디서 나타난건지 불쑥 말을 걸어 놀래키는 것까지도 이 곳 교사들은 비슷한 것 같다. 조금 지쳐보이는 진영의 표정에 다니엘이 친절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곤 진영에게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전 진영씨 부러워요."



"어디가요?"


"성우형이 관심 주는 것도 한정적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일주일 갔죠."




관심 주는 거에도 기간이 있어...? 그럼 일주일만 지나면 잠잠해지는 건가?




"아, 아. 그럼 이제 개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분들은 모두 정면에..."








 언제 돌아왔는지 어느새 자신들의 자리에 서서 경례를 하고 있는 성우와 지훈의 모습을 보고 있던 진영의 눈과 시선이 느껴지는 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린 지훈의 눈이 마주쳤다.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던 진영과 지훈의 눈이 마주쳤다. 진영의 얼빠진 표정에 웃음을 터뜨린 지훈은 개학식 중이라는 걸 금세 자각하고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돌렸다.








 아무도 못 본 줄 알았지?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일명 '윙사모'의 총괄, 즉 팬클럽 회장 선호는 귀엽게 웃음을 터뜨린 지훈을 아주 제대로 캐치했다. 개학식 시작부터 내내 지훈만 관찰하며 선생님들 몰래 초고화질을 자랑하는 고가의 소형카메라에 지훈을 담고 있었다. 그렇게 몰카를 즐기고 있는데 지훈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예쁘게 웃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처음보는 남자가 멍청한 표정으로 지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건 뭔데 우리 지훈 쌤이 웃어주는 거야?



 진영을 미운 눈으로 보고 있는 선호를 본 관린은 저건 또 왜 저래, 하곤 선호의 시선을 따라갔더니 어떤 쪼그만 남자가 서 있었다. 아, 또 반한 거야? 짜증으로 확 구겨진 관린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워너원/윙딥/다각] 변태공남고 1교시 | 인스티즈


"그럼 올해 새로 오신 교사분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2학년 국어 전담을 맡은 배진영 교사부터 차례차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배진영, 관린과 선호는 이름을 곱씹었다. 진영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올해부터 2학년 국어 전담을 맡게 된 배진영입니다. 처음 발령받은 학교이니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의상 이어지는 박수소리가 퍼지고 그 박수소리는 교사 소개가 차근근 끝나갈 때까지도 이어졌다. 원래 교사들의 간락한 소개가 끝나갈 때까지도 박수소리는 커지기는 커녕 점점 힘이 없어져갔다. 예상은 했지만 엄청 지루해보이는 표정들의 학생들을 직접 마주하자 그래도 역시 반겨주는 건 무리였구나라고 진영이 생각했다. 괜히 기운이 빠지는 진영은 오기 전 생각했던 이상적인 풍경을 다시 떠올렸다.




[워너원/윙딥/다각] 변태공남고 1교시 | 인스티즈


 뉴페이스라며 인사만 했는데 함성소리가 터져나오고 소개를 하는 내내 잘생겼다! 라는 말이 쏟아지는, 뭐 그런 풍경들. 그런데 그런 풍경들이 지금 눈 앞의 지훈에게는 벌어지고 있었다. 아까의 시비조와 아이들의 기를 찍어내리던 포스는 어디가고 생글거리며 웃는 얼굴과 살짝씩 뭉개지는 발음으로 올해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있는 지훈은 진영이 봐도 솔직히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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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헝 작가님 이건 너무 재밌어요ㅠㅠㅠ홀린듯이 제목 보고 눌렀는데 진짜 잘쓰셔요ㅠㅜㅠ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재현94
앗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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