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서인연으로
w.알았다의건아
큽! 시디 신 피클즙이 내 목을 찔러대서 하마터면 오물거리던 피클을 그대로 다니엘 얼굴에 뱉을뻔했다. '내 보고싶었나.' 뭐가 이렇게 돌직구야. 테이블 위에 달린 노란 조명아래 내 얼굴이 붉어지는것을 느낀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눈앞에 보이는 맥주를 또 한번 들이켰다.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고있던 다니엘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더니 저도 앞에 놓인 맥주를 한모금 마신다. "왜 대답 안하는데." "뭘." "나 안보고싶었냐고." "글쎄." "보고싶었네." "아 쫌!" 너는 무슨 그런말을 아무렇지 않게 밥먹었냐고 물어보듯이 물어보냐고 핀잔을 주고 애꿎은 피클만 쿡쿡 찌르고 있으니 다니엘은 의자에 등을 기대어 팔짱을 낀채 여유롭게 아님 말고.를 말한다. 원래 저렇게 능글 맞았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갓나온 따끈한 피자가 나왔고 다니엘은 내 접시 위에 피자 한조각을 떼어 올려주었다. "많이 무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이 먹을거야." 벌써 입에 한가득 문채 대답을 하고 있으니 뭔가 자식 밥 먹여서 기분 좋은 아빠미소를 짓고서 자기도 피자를 한입 베어무는 다니엘이다. "아, 근데 너 지금 일해?" "응? 무슨 일?" "아까 뭐 글 쓴다며." "아, 자기소개서. 다시 취직해야지." 아 뭐야. 하며 김빠지는 소리를 내뱉는 다니엘은 진짜로 다시 일 시작한 줄 알았단다. "왜. 나 백수라서 별로야?" "아니." "근데 왜 다 죽어가는 목소리야?" "오늘 일요일이잖아." "그게 왜?" "일하면 내일 출근해야하니까 오늘 오래 못보잖아." "뭐야. 내가 오래 보고싶을만큼 예뻐?" "응." 와씨. 나 좀 되게 강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강다니엘 진짜 뭐야. 아주 사람마음 쿵쿵 부셔놓으려고 작정을 했네. 순간 너무나 민망해진 나는 더는 대답을 하지 않은채, 아니, 못한채 피자를 한 조각 들어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하지만 순간 민망하고 당황한 탓에 피자는 얌전히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지 않고 탁 막혔다. 쿨럭쿨럭. 답답함에 가슴팍을 쿵쿵 치며 맥주를 들어올리자 다니엘이 괜찮냐고 물어온다. 너 같으면 그런 돌직구에 괜찮을 수가 있겠니?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다니엘을 노려보면서 앞에 놓인 피자에 고개짓하며 얼른 먹기나 하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기분은 좋다. 두근두근 거리고 그냥 막, 좋다. ** "와, 진짜 좋다." 배도 두둑하게 채웠겠다, 조금 걷자는 다니엘의 말에 나는 무조건 콜을 외쳤고 우리는 한강을 찾았다. 선선해진 날씨 덕분에 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많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가를 걷는 기분은 세상 최고였다. 이런게 힐링이고 욜로라는 것인가 싶었다. 조용하지도, 그렇다고 엄청 시끄럽지도 않은 이 상황이 나는 너무나 좋았고 강 옆으로 세워진 난간에 몸을 앞으로 살짝 기대어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맞고 있었다. 그런 내 옆에 가만히 서 있던 다니엘은 바람에 흐트러진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넘겨준다. 고개를 돌려 다니엘을 올려다보니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다. 술은 진작에 깬 것같은데 왜 다시 얼굴이 붉어지려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워지는 마음에 고개를 홱 돌리려던 순간, 다니엘이 난간에 올려져 있던 내 손을 덥석 잡아온다. "물." "......" "여행." "......" "숙소." "......" "우연이 세번이면, 인연이라는데." "..어?" "부산 가서 생각 많이 나더라. 고작 한 번밖에 안봤는데." 나는 계속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다니엘은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연락을 해야 너가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할까 고민하다가 계속 연락을 못했어." 다니엘은 계속 내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서두르지 않으려 했는데, 그냥 오늘 말하고 싶어." "......" "..우리 사귈래?" 내 눈은 다시 다니엘의 눈과 마주쳐졌고 여전히 시원한 강바람은 우리를 감쌌으며 내마음은 강물이 바람에 일렁이는 것처럼 그렇게 두근거렸다. 나는 순간 목이 메어 소리내어 대답은 하지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마친 다니엘이 나의 긍정의 표시를 보고 그제서야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진짜? 진짜야? "그럼 진짜지. 가짜겠어?" "와. 나 지금 기분 엄청 좋아." 어린아이처럼 웃어대며 좋다고 방방거리는 다니엘을 보니 나도 그때서야 긴장이 조금 풀린듯 같이 웃을 수 있었다. "그럼.. 나 한번 안아봐도 돼?" "아, 너는..! 무슨 그런걸 물어보고해?" "그럼 뽀뽀는?" "야..." "키스...는..?" "없던걸로 해." 홱 뒤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나가자 어어..! 하며 황급히 나를 뒤쫒아오던 다니엘은 나를 돌려 자기 품안에 확 안았다. 달달한 코코넛향이 코끝에 맴돌았다. "고마워. 내가 잘할게." "..나도."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