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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을 원합니다 

아무도 고통을 원하지 않죠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지개를 볼 수 없어요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_ 02 | 인스티즈 

 

여주야 

여주야찾










고 싶었다. 내 곁을 맴도는 이 목소리를.










텁텁한 목구멍을 역류하는 비릿함은 헛구역질을 쏟아냈다. 흙먼지로 뒤덮인 어둠 속, 내 그림자를 바짝 쫓는 수많은 발자국은 금방이라도 덮쳐올 듯 비명을 질렀다. 두 손으로 입술을 막는다. 명을 절단하고자 숨을 참는 것이다.

멍든 발은 장애물에 걸려 그대로 고꾸라진다. 부러 막은 숨이 터져 나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세계에서 두 눈동자는 울음을 들이킨다. 열 개의 손가락은 목을 졸랐다. 처참하게 끝날 운명이리라. 가까워지는 비명은 환락했다.










여주야영
여주야




롱한 빛이 숨통을 조이는 손을 낚아채 일으킨다. 발자국의 비명이야. 날 죽이러 온 거야. 내 손을 강하게 그러쥔 채 앞서가는 존재에게 애원했다.










죽이지 마세요.

죽이지 마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여주야아
여주야




















…… 이것은 내 그림자를 쫓는 발자국의 비명이 아니다.

그들로부터 벗어나려 나와 함께 뛰고 있는 이 목소리는…….

혹시 승관일까, 손가락 마디에 부드러운 감촉이 흘러내린다.

따뜻한 체온에 울음을 들이킨 눈동자가 발간 눈물을 비춰낸다.





























더는 숨이 차지 않는다.
내 손을 맞잡은 빛은 여전히 나와 함께였고 같은 길을 걸었다.














어느덧 눈부심에 익숙해진 눈동자는 그토록 보고 싶던 빛을 담는다.













세상의 끝에서 내 이름을 불러준 단 한 사람.















바로…….


















Oh My Rainbow
Kiss me hard in the pouring rain

























Chapter. 2 〈너의 인사>










‘지켜주고 싶어.’





















#06.

그 사람은 바로…….










- “환자분.”












환자분……













……응?










- “환자…… 아니 여주 씨, 정신이 좀 드세요?”

- “…….”

- “제 말이 들리세요?”

- “아악!”




불과 20센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내 안부를 묻는 낯선 얼굴 하나. 뭐야. 여기 어디야. 누구세요. 왜 이러세요. 급박한 눈동자는 낯선 이에게 경계를 보낸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요목조목 살피는 눈동자에, 현실과 허상 사이에서 둥둥 떠다니던 정신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 “아아, 움직이시면 안 돼요. 바늘 조심.”

- “……뭐야, 꿈이었어?”

- “아쉽게도 그렇네요.”




진정되지 않는 숨을 고르며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핏기 없는 손등에 꽂힌 두꺼운 주삿바늘과 링거액이 흔들렸다. 퍽퍽한 눈앞을 분주히 움직이는 하얀 가운들은 저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아, 병원이구나. 내가 병원에 왔구나. 병원…… 병원…….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_ 02 | 인스티즈 

 

- “형, 얘 몸이 아니라 정신도 검사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삐딱한 말투. [이지훈]이라 적힌 단정한 명찰, 그 위로 보이는 부드러운 머리칼과 새까만 눈동자를 가진 그가 빤히 내려다본다.




- “머리 아프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만날 때부터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앞에 큰 손바닥을 휘휘 내저었다. 보이긴 하는 거야, 마는 거야. 형, 얘 말은 할 수 있는 건가. 걱정을 빌미로 시비를 걸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아파도 대놓고 먹이는 건 참을 수가 없다. 그에게 다정히 답을 하고 싶어 오랜 시간 잠긴 목소리를 틔웠다. 쉽게 말하자면 이렇게.




- “죽을래?”

- “멀쩡하네.”

- “당연하지.”




그리고 맘에 안 들면 안 든다고 차라리 말을 해. 걱정하는 척 욕하면 모를 것 같지. 갈라지는 음성에도 할 말은 다 하고 싶은 자존심 덩어리. 거센 폭풍에 흔들리는 기차 간이역의 전구처럼 눈앞을 왔다 갔다 하던 커다란 손이 거둬진다. 제 할 일은 다 했다는 의미였다.




- “지훈아, 아픈 사람 앞에 두고 놀리면 서럽다.”




조금 전, 근접 관찰을 시도했던 낯선 이가 귓구멍 깊숙이 체온계를 들이밀었다. 하얀 가운 위, ‘윤정한’ 이라 새겨진 세 글자가 눈앞을 기웃거리다 이내 멀어졌다.




- “37도, 열은 아직 그대로네.”

- “…….”

- “학생,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뭘 한 거야?”




화통을 삶아 먹었나 보다. 응급실을 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더불어 바디 제스처도 큰 의사였다. 대답하려 입을 뗄 찰나, 잔기침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따끔거리는 목과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려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 “아니야, 됐어. 말하지 마.”

- “아니…… 제가…….”

- “박간, 여기 셀라인 한 번 더 갈아줘요.”




청진기를 들어 곳곳을 진찰하던 의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차트를 넘겼다. 잠을 자야지, 왜 안 자. 혼잣말치고는 굉장히 크다. 역시 화통을 먹었나 보다. 아니, 그나저나 수면 부족인 건 어떻게 알았대. 가끔 의사들 보면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 딱 보면 척이라니, 멋지다. 

소리 없는 마음의 박수로 갈채를 보내고 있을 때, 의사는 가운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고 반듯한 자세를 틀어 침대 프레임에 몸을 기댔다. 그렇게 보시면 제가 또 이기고 싶은 의욕이 넘칩니다만.




- “솔직히 말해봐, 하루에 몇 시간 자니?” 

- “딱히 세어 보진 않았는데.”

- “너, 잠 아끼면 큰일 난다?”

- “아끼고 싶은 그런 건 아니에요.”

- “지훈아, 감기몸살이야 얘.”




의사는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듯 서 있는 그에게 내 병명을 건넸다. 아니, 환자 정보 보호가 먼저 아닌가요. 왜 다른 사람한테, 그것도 한심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는 애한테. 자존심 상해.




- “환절기에 감기 들기가 얼마나 쉬운 줄 알아? 거기에 잠까지 안 자면 사람이 어떻게 되겠어?”

- “저처럼 되죠.”

- “지훈이 친구라 그런지 똑똑하네?”

- “친구까진 아니에요.”

- “아니야, 너희 친해 보여. 그럼 친구지.”




의사가 지훈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눈짓을 보낸다. 뭐, 어쩌라고. 그의 눈빛을 요약하면 저 한 문장이었다. 지훈이 슬쩍 뒤로 물러나며 의사를 피한다. 호탕하게 웃던 의사는 그를 억지로 끌어안으며 볼을 비볐다. 언뜻 보면 똑 부러지는 사람 같은데, 인제 보니 영락없는 옆집 아줌마 같다. 멋지다는 말 취소.

꼼꼼히 차트를 체크하면서도 지훈에게 쉬지 않고 농담을 해대던 의사는 한 통의 전화에 급히 몸을 틀었다.




- “가봐야겠다.”

- “고마워, 형.”

- “야, 여자친구 건강은 네가 좀 챙겨라. 형은 형 꺼 챙기기도 바쁘니까.”

- “여자친구 아니거든?”

- “아니거든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부정하는 우리가 웃겼는지, 좀 있으면 서로 자기야 하겠다며 푸스스 웃는 이상한 의사 선생님.




- “다신 오지 마. 아프지 말라는 뜻이야.”

- “이제 오라고 해도 안 와"

- “이지훈 너 말고 여주.”




의사는 마지막까지 손을 크게 흔들고는 응급실 문밖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07.

- “윤정한 왜 저래.”

- “뭐가?”

- “맘에 안 들어.”




그는 간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하얗고 긴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머리칼을 헤집었다.




- “푸흡-.”

- “왜.”

- “아니야.”

- “뭔데.”




그의 부드러운 머리칼 하나가 삐죽 솟은 채 날 향해 웃는 것만 같아 무방비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도깨비 같다. 어른 말고 아기 도깨비.

입술을 꾹 눌러 내리는 날 향해, 궁금증 많은 도깨비는 갸우뚱거리며 눈을 맞췄다. 이윽고 침대 프레임에 걸쳐 둔 자신의 마이 주머니 속으로 휴대폰을 넣으며 내게 묻는다.




- “뭘 하고 다니길래 잠도 안 자고 몸살이나 걸려? 알바 해?”

- “학교 다니기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알바야. 그냥 공부했어.”

- “공부했다고?”

- “응, 직업 정신 투철하지.”




지난 3월 모의고사를 선방했던 것이 수면 부족의 시작이었다. 내신은 2학년 때부터 말아 먹은지라 관심조차 없었다. 이 말인즉슨, 내 관심사는 온통 모의시험이라는 것이었다. 다음에도 잘 보고 싶다, 3점만 더 올리고 싶다. 조금만…… 조금만 더…….

중지 손가락에 고름이 잡힐 때까지 쉬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정신과 건강 상태가 바닥으로 추락해 이리 골골대고 있지만.

두 팔로 이불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어지러운 머릿속을 차곡차곡 정리할 무렵, 옅은 한숨 섞인 목소리가 신경을 자극했다. 




- “6월이랑 9월을 최대한 잘 봐야 돼. 나머지는 그냥 머리 푼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봐.”

- “다 잘 보면 좋잖아. 심리적 안정감.”

- “두 번 잘 보다 간 병원이 아니라 저쪽에서 깨어날 수도 있어.”




병원 천장을 가리키는 그의 손가락을 접어주고 싶었다. 잠을 깨우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다.




- “왜, 아예 죽으라고 하지.”

- “그러기엔 내가 마음이 약해서.”

- “네가?”

- “어, 내가.”

- “네 일, 내 일 구분 짓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 “일단 난 아니야.”




한풀 꺾인 눈매로 뒷머리를 매만지며 애꿎은 선반만을 쳐다보는 그가 귀여워 주제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당기느라 고생을 했다.




- “잘 봤어?”

- “뭘.”

- “이번 모의고사.”

- “문제 풀 때 나가고 싶더라. 특히 수리.”

- “몇 번?”

- “19번.”




풀이 진짜 이상해. 이래서 사설은 별로야. 다른 문항보다 두 배 가까이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맞추지 못했다며 그는 분노했다.

문, 이과 공통 19번의 답은 17. 시험 종료 5분 전, 당시 용케 답을 찾아냈던지라 세상 모든 신에게 감사를 외쳤던 기억이 있다. 내게는 유일한 자랑거리였으나, 완벽히 틀렸다던 현역에게는 하지 못할 이야기일 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시도했다.

대화 사이사이 까슬 거리는 먼지 때문에 잘게 기침을 내뱉는 것만 빼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한두 차례면 끝날 줄 알았던 기침이 연달아 목구멍을 괴롭혔다. 그는 연신 콜록거리는 내게 작은 물병을 내밀었다.




- “윤정한이 아까 놓고 간 거.”

- “고마워.”




엉거주춤 상체를 일으키며 균형을 잡지만 손에 힘이 풀려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만다. 그가 허리를 가볍게 받쳐주며 눈짓으로 물병을 가리켰다. 잡고 있을 게, 마셔.

어느새 메마른 목은 한 모금, 두 모금 액체를 넘긴다. 그러나 무의식은 의지보다 강하다 했던가. 물병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본능의 눈이 슬쩍 옆을 바라본다. 물을 축이는 자를, 그러니까 날 지그시 쳐다보는 오롯한 눈동자 두 개에 미처 목으로 넘기지 못한 것을 밖으로 분출하며 켁켁댔다. 그는 자연스레 내 등을 톡톡 두드리며 잔 인상을 구겼다.




- “왜 물도 못 마셔.”

- “아프니까 그래, 아프니까.”

- “어련하시겠어.”




젖은 손가락을 병원복에 대충 걷어내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네가 그렇게 뚫어질 듯 쳐다보는데 안 걸리고 배기겠니. 마음의 소리를 꽁꽁 감춰둔 채 상대방을 담는다. 제 교복 셔츠 소매로 물기 남은 내 손가락을 쓱쓱 닦아내며 작게 웃는 소년을. 둥글게 말려 들어가는 입술선이……. 아아,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다. 하얀 이불은 악력에 의해 구겨지고 또 구겨졌다.




- “잠깐 있어.”




외투를 들고 병실을 나서는 그를 급히 잡는 건조한 손가락 다섯 개. 소매가 축축하다. 이번엔 네가 젖지 않게 말려줘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 “왜.”

- “……가는 거야?”

- “가지 마?”

- “…….”




직접적인 질문의 답은 역시 혼돈에 빠진다. 누워, 일단. 그가 이불을 덮어주며 어깨를 토닥거린다. 젖은 소매가 신경 쓰여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려 하지만, 눈치 없는 졸음은 결국 쏟아지고 만다. 




- “수납하고 올게, 네 약도 받아 와야 하고.”

- “진짜…… 올 거지?”




그는 대답 대신 작게 주억거렸다. 돌아온다는 말, 그 한 마디의 파급력은 다소 컸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꿈의 나락으로 휩쓸린다. 낭랑한 간호사와 그의 목소리만이 어렴풋이 귓가를 맴돌다 서서히 사라졌다.




- “김여주 님 보호자 분?”

- “네.”












아마 멀어지는 반듯한 등이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비죽 솟은 머리칼도 있 …….



.
.
.
.
.
.
.



















*





.
.
.
.
.
.







또다시 그 꿈이다.

내 손을 맞잡은 빛은 여전히 나와 함께였다.

어느덧 눈부심에 익숙해진 눈동자는 그토록 보고 싶던 빛을 담는다.












세상의 끝에서 내 이름을 불러준 단 한 사람.











바로…….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_ 02 | 인스티즈 

 

이지훈, 너였다. 













*
















#08.

어느 멍청이 한 마리는 병실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내일도 정상 등교라는 무자비한 사실을 깨닫고는 급히 이불을 걷어찼다. 무단 조퇴는 고사하고 반성문조차 해결하지 못했다는 압박감은 실로 대단했으리라.

퇴원은 절대 안 된다던 윤 선생님은, 하루 세 번 경건한 마음으로 약을 복용하겠다는 구두 계약을 전체로 응급실 문밖을 허락했다. 차가운 밤공기에 몸을 떨며 기침 한 바가지를 뿜어낸다. 혹시라도 승관이 알면, 김여주라는 바보라서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다며 히히덕댈 게 분명했다.




- “잘 가.”

- “…….”

- “나는 이쪽으로 가면 돼.”




내 뒤를 따라 응급실 밖을 나선 그에게 인사를 고했다. 침묵을 지키는 것을 보아 간단한 인사가 퍽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입꼬리를 밑으로 죽 늘어트리며 양쪽에 박힌 보조개를 불쑥 내민다. 좀 많이 화가 난 보조개 같다.




- “집 어딘데.”

- “여기서 30분 정도.”

- “같이 가, 그럼.”

- “응?”

- “너희 집. 데려다준다고.”




으슬거리는 어깨에 다시금 그의 외투가 자리했다. 당당히 앞장서는 뒷모습이 귀엽다. 이지훈, 그쪽 아니라 이쪽이야. 그러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곧장 돌아오는데 굉장히 진지하다. 열아홉이 이렇게 귀여워도 될 일인가 싶기도 하고. 오늘따라 웃음을 참는 순간이 잦다.










#09.

- “여긴 가로등을 아직도 안 고쳤네.”

……

- “요즘 새벽에는 달도 안 보이는데.”




어색함은 늘 혼잣말을 동반한다. 나와 일정한 간격을 두며 걷는 그를 흘긋거리다, 이내 보폭을 줄이며 발을 맞춘다. 어느덧 나란히 걷는 두 그림자, 가끔 겹쳐질 때면 진한 색을 띠었다. 닿을 듯 말 듯 한 손가락에 침을 꿀꺽 삼켰다. 어색한 미소로 시선을 마주하면 곧바로 답을 내 놓는 5G LTE. 




- “왜 웃어.”

- “사람은 원래 웃어.”

- “무섭게.”

- “못 들은 걸로 할게.”




몇몇 꺼진 가로등이 제빛을 내며 길목을 밝힌다. 어느 호박 등은 꿈의 실루엣을 비추며 내 기억을 상기했다. 김여주, 내 이름을 불러준, 그토록 찾고 싶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와 함께 달려준 존재가 지금 내 옆에서 걷고 있다는 것. 그는 내게 어떤 의미인 건지. 이지훈, 너는 대체…….




- “야, 차 오잖아.”




순식간이었다. 검은 중형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내 옆을 스치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급히 손목을 잡힌 터라 아아-, 옅은 신음을 냈다. 괜찮냐 묻는 부드러운 입술과 하얀 목덜미가 무방비한 시선에 닿는다. 서로의 거리가 꽤 가깝다는 것을 설명하는 묘한 신호였다.




- “정신 뺐지.”

- “…….”

- “괜찮은 거 맞아?”

- “응…… 근데 이것 좀…….”

- “어?”

- “이제 손 놔도 되는데…….

- “……아.”




머뭇거리던 손이 차갑게 멀어진다. 짧은 순간에 일어난 복잡한 감정에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는지 모른다. 두 볼에 손바닥을 붙이고 몰래 심호흡을 하지만 효과는 전무. 또다시 열이 오르려나. 뜨거워. 빠른 보폭으로 갈 길을 재촉하며 부러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내 그림자를 좇는다.




- “너, 의사 선생님이랑 친해?”

- “사촌 형.”

- “아아, 그래서 직접 연락도 하고 그런 거구나.”




……그래, 그렇구나. 그럼 다음은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해야 할까. 제발. 적막함을 깨고 싶어 불쑥 뒤로 돌아 시답잖은 질문을 해대는 날 보며, 그는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채 눈을 깜빡였다. 논술을 잘했으면 말도 잘했을까. ‘토픽의 신’을 울부짖으며 고뇌하던 머리는 오늘 교실에 버려진 가방을 불현듯 생각하다, 휴대폰 속에 남긴 승관을 아른거리게 했다.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르자 연달아 진동이 울린다. 알림이, 아니 알림들이 화면에 가득 차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문자 43통, 전화 60통. 승관의 한껏 올라간 눈썹과 함께 분노가 느껴졌다. 파라오의 분노는 아마 승관을 오마주 했을 거야.




- “잠깐만, 전화 한 통만.”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그가 두 발자국 멀찍이 떨어진다. 부재중 리스트를 씹어 먹은 주인공에게 통화를 시도하면, 단박에 받아버리는 성질 급한 놈. 승관에게 있어 통화 연결음은 사치였다. 우렁찬 목소리가 고막을 강타한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던 그도 깜짝 놀랄 만큼, 한밤중에 듣는 승관의 외침은 달밤의 체조보다 더욱 아찔했다.




- “야아아악! 너 살아 있었어?!”

- “귀 아파.”

- “야, 너 진짜 이럴래?”

- “왜, 또.”

-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봐! 네 가방은 그대로지, 너희 담임은 김여주 어디 있냐고 쥐 잡듯이 추궁하지, 난 진짜 모르는데 같은 편이 알려줄 리 있냐며 지나가던 우리 반 담탱이가 극딜하지. 와, 진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고!”




승관의 긴 하소연 끝은 한동안 계속됐고, 내 가방은 잘 챙겨 놨으니 내일 학교에서 꼭 보자며 다섯 번에 걸친 확답을 듣고 난 후에야 홀연히 전화를 끊었다. 길목을 울리던 승관의 목청이 사라지니 감히 메울 수 없는 공백은 더욱 심해졌다.




나는 말이 없었고, 그도 마찬가지였다.











의도치 않은 침묵의 바다에 서로가 잠기기 시작했을 때, 높은 건물 뒤로 낯익은 아파트 단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화단에 박힌 [진달래 마을] 팻말을 지나 벽돌 길을 따라 걷는다. 이내 아파트 공동 현관에 설치된 자동 센서 등이 반짝이며 도착지점을 알렸다.




- “여기야?”

- “응.”

- “간다.”




현관 바닥에 신발 앞코를 톡톡거리던 그는 짧은 눈인사와 함께 곧장 뒤를 돌았다. 그리고는 같이 걸어온 길을 홀로 밟는 것이다. 비죽 솟아오른 앞머리가 밤바람에 살랑인다. 알 수 없는 건조함에 입안 내벽을 깨물었다.










#10.

- “이지훈!!”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는 그를 다급히 부르는 내 목소리에 반응하는 짙은 그림자. 가쁜 숨을 내쉬며 품에 안고 달려온 외투를 내밀었다. 내게 하루 종일 온기를 나눠준 남색 마이가 서늘한 새벽을 맞는다.




- “네 마이. 까먹을 뻔했어.”

- “내일 줘도 되는데.”

- “네가 빌려준 거잖아.”

-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달려왔어?”

- “……응.”




그의 미묘한 표정을 예상하건대, 급히 부른 이유가 고작 외투 때문이냐는 심심함과 지루함을 가득 담았을 것이다. 또다시 정적이 일었다. 하지만, 진짜 내 이유는 비단 외투뿐만이 아니었다.




- “아니…… 꼭 옷 때문만은 아니고.”

- “그럼.”

- “어?”

- “옷 말고 뭔데.”

- “그러니까…….”




누군가는 쉽게 하고도 남을 말을, 몸까지 베베 꼬며 돌려 말하는 내가 약간은 좀 우스웠으려나. 해본 적, 받아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 “너 집에 가다가 갑자기 감기 걸릴 수도 있잖아.”

- “아픈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

- “너도 아플 수 있지 않을까?”

- “그게 무슨 말이야.”




여주야, 정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 네 말은 이지훈이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아플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소리를 하는 거니? 김여주? 어? 그는 이상한 사람 보듯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묻고 있었다. 도무지 진전되지 않을 것 같은 대화에 마음을 굳게 먹는다. 그러니까…… 내 말은…….




- “고마웠다고.”

- “…….”

- “오늘 내 얘기 들어 준 것도, 병원 데려다준 것도……."

- “…….”

- “고마웠어, 정말.”




시간도, 공간도 적절하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서 진심을 전하기란 매우 어렵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오늘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건 욕심이었으려나.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에도 도심은 시끄러웠고, 그것은 내 마음과도 같았다. 그가 자신의 외투를 팔에 감아 들며 조용히 입을 뗀다. 소용돌이 속에서 오직 그의 목소리만이 또렷이 들리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_ 02 | 인스티즈 

 

- “나도.” 





그가 옅게 웃는다. 무엇이 이리 내 마음을 뛰게 하는지……. 한동안 물끄러미 날 바라보던 그는, 이내 표정을 숨기며 머리칼을 매만졌다.

아아, 불현듯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앓고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






- “네가 왜…….

- “내일 보자.”

















가뿐히 등을 보인 채 멀어진다.
그러나 건조함 없는 이별이었다.
















- ‘고마웠어, 정말.’

- ‘나도.’


















#11.

다음 날, 담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제 받은 병원 진단서를 증거물로 제출함으로써 이름하여 ‘김여주 도주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 “수험생이 아프면 쓰나.”




몇 가닥 남은 머리를 참 빗으로 열심히 빗질하던 담임은 반성문을 반절로 줄여주었다. 그래 봤자 10Pt를 기반한 앞뒤 꽉꽉 세 장은 변함없었다. 아, 한결같은 사람. 차라리 모눈종이를 주지. 그래도 이 정도면 종례시간 전까지는 쓸 수 있겠다 싶어 반으로 돌아가 손에 모터를 단 듯, 누구보다 빠르게 채워 나갔다.

내용은 여느 반성문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 잘못했습니다’가 주를 이루고 약간의 변명이 섞인 보통스럽고 또 보통스러운 반성문. 어느덧 마지막 장, 마지막 줄을 채워 나갈 무렵, 나는 '아직 어린 고3 수험생의 치기가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넓은 선생님의 배려와 아량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며 대미를 장식했다. 왠지 교무실로 다시 불려가 된통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 마지막 줄이 내가 쓴 문장 중 제일 마음에 들어 따로 수정하진 않았다.




- “야, 아직도 반성문 쓰냐?”

- “제발 가.”

- “오빠가 도와줄까?”

- “오빠라는 소리 한 번만 더 해라.”

- “오빠, 오빠, 뜽가니 오빠아-.“

- “야, 오늘 피 좀 보자 진심으로.”




쉬는시간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의 꿀맛 같은 잠까지 가져간 승관의 열성적인 방문은, 고단했던 어제의 일을 잊게 할 만큼 강력했다. 7교시 끝나기가 무섭게 어김없이 발을 구르며 찾아온 승관이 요리조리 눈을 굴리며 시비를 건다.




- “학교 게시판에 네 이름 걸고 반성문 써줄까?”

- “어디 한번 해 봐.”

- “한낱 김여주를 인기 스타로 키우려는 고독한 부승관을 아십니까.”

- “영영 모르고 싶다, 이 시키야. 너 빨리 오라고 했지.”




남의 교실에서 책상을 넘나들며 잘도 피한다. 너구리 같은 놈, 다신 오지 마. 내 굵은 엄포에도 뒷문 벽에 걸린 거울 너머로 구렛나루를 확인하며 외모를 가꿨다.




승관은 어제 있었던 일을 따로 묻진 않았다. 다만, 이른 새벽 교문 앞에 서서 꿀차를 코끝을 훔칠 뿐이었다. 왜 하필 ‘꿀차’냐 묻는다면, 승관은 본인이 먹고 싶어서 산 커피에 원 플러스 원으로 달린 것이라며 시원스레 웃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 녀석과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속아주는 나였다.




종례 후, 평소처럼 첫 타자로 문을 과감하게 열어젖혔지만 그 앞에 멀뚱히 대기하고 있던 너구리와 마주치고 말았다. 조용히 물러갈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 아니, 너구리를 잘못 봤군.




- “김여주, 오늘 나랑 같이 학교에서 밤을 불태워 볼래?”

- “비켜.”

- “야자 하자. 그것도 나랑 진하게. 어때?”

- “부승관.”

- “할 거야? 하기로 마음먹었어? 나를 위해?”

- “네 여친 민증은 나왔고?”




수업 시간, 문제집 풀이 와 한참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평소 승관에게 관심을 보이던 친구는, 그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눈물을 머금었다고 한다. 오고 가는 사람 막지 않는 습관은 중학교 이후로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이런 사단을 낼 줄이야.




- “헐 어떻게 알았냐? 내 뒷조사라도 해?”

- “3학년도 아니고, 2학년도 아니고, 무려 1학년이라니. 완전 도둑놈 아냐 이거.”

- “이렇게 잘생긴 도둑놈은 또 처음 보지 네가.”




정신 차려야 대학 갈 수 있다는 내 말을 곱게 씹어 먹으며 승관은 손바닥 하나를 내밀었다.




- “지능선이 좀 떨어졌다. 손금도 나이 들면서 변하나 봐.”

- “야야, 투투 때 이백 원 줄 거지?”

- “너무 웃긴데 웃지 못 하는 병을 알아?”

- “너만 특별히 이천 원에 해 준다.”

- “초딩이네.”

- “아직은 그런 것 같아.”

- “결제는 비자 카드로.”

- “미쳤냐? 수수료 장난 없거든?”




장난은 장난으로 받아치는 게 답이지. 목에 걸고 있던 학생증을 꺼내 긁는 시늉을 하자, 온리 캐시라는 짧은 영어와 함께 심각한 척 턱을 매만지는 열아홉 꾸러기. 승관의 교복 셔츠 위로 깨진 플라스틱 명찰이 반짝인다. 칠칠 맞게 이런 걸……. 손에서 툭 떨어지는 학생증. 




- “쯧, 어린 나이에 수전증이라니.”

- “……승관아.”

- “아련하게 불러도 소용없어. 아직 널 부양할 능력은 없으니까 돈 얘기는 꺼내지도 마.”

- “혹시, 이지훈이라고 알아?”

- “이지훈?”

- “우리 학교 3학년이라던데…….”




하얀 플라스틱 명찰, 순간 떠오른 기억에 승관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건넸다.

그러나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승관은 방긋 웃으며 자신의 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지훈이? 쟤?”




곧은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시선은 바닥에서 서서히 위로, 위로, 또 위로.

이윽고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멘 채 휴대폰을 보며 뒷문으로 다가오는 한 사람.




- “지훈이 알아?”

- “…….”

- “하긴, A대 갈 거라고 쌤들이 맨날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데 당연히 유명하겠지.”




뒷문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에게 천천히 그의 시선이 닿는다. 틈새로 마주한 시선은 순식간에 전율을 일으켜 온몸을 감싸다 빠르게 흩어졌다. 어젯밤 보았던 부드러운 목에 걸린 그의 헤드폰이 최대치의 볼륨으로 귓가를 때린다.




- “이쥰, 야자 안 해?”




승관이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음악 목록을 훑는다.




- “……안녕.”




짧은 인사와 함께 두 볼에 퍼지는 붉은 장미꽃.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_ 02 | 인스티즈 

 

- “안녕.” 













내게 답하는 목소리.
어제 들었던 그 음성 그대로 달콤했다.






































Epilogue.

- “지훈아, 여기!”

- “형.”

- “……어? 네가 아픈 게 아니야?”




응급실 앞, 지훈은 곧장 택시에서 내려 자신을 부르는 이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누군가를 들쳐 엎고 심각한 얼굴로 다가오는 지훈을, 상대방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훈에게는 사촌 형이자, 누구보다 가깝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정한이었다.










*










소독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남은 베드 이거 하나야. 빨리 와. 정한이 복도를 서성거리는 지훈에게 손짓한다. 지훈은 땀에 젖은 얼굴을 대충 닦아내며 정한을 들볶았다. 평소 눈빛만 봐도 척 알 수 있는 사이라 늘 말하던 정한이 이질감을 느꼈다. 지금 지훈이 보이는 감정으로부터 말이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_ 02 | 인스티즈 

 

 - “얘 열 많이 나. 죽는 건 아니지?” 


- “잠깐만.”

- “상태 많이 안 좋아?”

- “바이탈 체크 먼저 해 볼게요.”

- “형!”

- “야, 지금 맥도 안 잡아 봤거든? 시끄럽게 할 거면 옆에 좀 가 있어.”

- “숨은 쉬고 있는 거냐고.”

- “숨 잘 쉬고 있고 하물며 갑자기 멈춰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




귀찮게 굴지 말고 나가라. 이상 행동을 취하는 지훈이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정한이었다. 지훈은 꿋꿋이 침대 옆에 서서 바짝 타오르는 입술을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봤다. 진찰하면서도 사촌 동생이 퍽 신경 쓰이는 게 형의 마음인지라, 정한은 지훈의 얼굴을 이따금 흘긋거렸다. 










*










나쁜 꿈을 꾸는 것이 틀림없다. 고요함 속에서도 가끔 움찔거리는 여주를 보는 지훈의 표정이 꽤 심각해 보인다. 마침내 종이 상자에 질소 과자를 꾹꾹 눌러 담듯 참아온 정한의 궁금증이 드디어 터져버리고 만 것이라.




- “누구야?”

- “…….”

- “누군데? 응?”

- “……”

- “설마 지나가는 사람 구해줬다는 믿지 못할 말은 하지 않겠지?”




정한이 가벼운 어투로 지훈을 추궁했다. 별다른 반응조차 보이지 않던 지훈이 답을 건넨 건, 여주의 얼굴이 비로소 잠잠해졌음을 확인한 후였다.




 - “……친구.”




평소와 같은 무미건조한 대답, 그걸 놓칠 정한이 아니었다.




- “친구? 이지훈 네가?”




정한은 눈을 반짝이며 얼굴을 들이민다. 지훈은 당연한 듯 정한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며 뒤로 물러났다. 개의치 않고 다가가는 정한의 적극성에, 그가 결국 보조개를 보이며 웃는다.




- “네 입에서 친구라는 소리가 나올 줄이야.”

- “놀란 척 하지 마.”

-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얼만큼 살았는데.”

- “너보다는 오래 살았지.”

- “누가 보면 윤정한 실버 시티 사는 줄.”

- “매달 생활비는 꼭 보내줘라.”




정한이 수많은 생각을 한다. 사실 지훈에게 ‘친구’란,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절대적이고 무의미한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타인으로부터 손해 보는 짓은 죽었다 깨어나도 싫어하는 지훈이 다른 사람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것도 걱정하면서까지 본인을 찾아온 건 지금까지 그를 계속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엄청난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 “형.”

- “왜?”

- “확인 차 묻는 거니까 기분 나빠 하진 마.”

- “뭔데?”

- “혹시 돌팔이야?”

- “여기서 싸우자고?”

- “왜 이렇게 안 깨어나는 건데.”

- “아마 많이 피곤할 거다. 아예 잠을 포기한 상태더구만, 뭘.”

- “숨은 잘 쉬고 있고?”

- “열심히 호흡하고 있으니까 의심 좀 하지 마. 너 때문에 잘 자던 애도 큰일 날 것 같으니까.”




퉁명스러운 말투에 지훈은 눈을 흘깃거렸다. 침대 밑에 떨어진 여주의 휴대폰을 주워 침대 위에 놓을지, 아니면 탁자 위에 놓을지 잠시 고민하는 지훈을 보며, 정한은 그의 옷차림이 아직 교복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장난스레 물음을 건넸다.




- “동생, 수업은 어쩌고 왔어? 설마 땡땡이?”

- “모든 학생이 다 형과 같다고 생각하지 마.”

- “그럼 뭔데?”

- “정상 참작됐어.”

- “아, 뻥쳤구나.”

- 형도 많이 해봐서 아네.”

- “역시, 이럴 때만 사촌인 게 티가 난다.”




정한은 자신의 농담에 웃는 지훈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이렇게 잘 웃는 아이가 왜 그리 표정 없이 사는지. 아니, 표정 없이 사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비참할 뿐이었다.




여전히 지훈은 웃고 있다.
하지만 웃지 않는 것이다.










*










- ‘......가는 거야?’




여린 손가락이 지훈의 옷깃을 잡는다. 그 짧은 순간에도 지훈에게 여러 생각을 들게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한을 제외한 타인에게 속마음을 말해본 적이 없다. 고로 타인의 말은 들어주되,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 ‘진짜…… 올 거지?’




봄날의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그런 그가 낯선 존재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죽으러 왔냐고. 항상 제 생각의 끈을 혼자 정리하는 그가 타인에게 처음으로 드러낸 속마음이었다. 수능에 대한 압박감은 더욱 심해졌고, 그만큼 주변의 기대도 커졌으며, 그것은 곧 숨통을 옭아맸다. 올해부터 '이지훈'이란 가시적인 이름이 아닌 '수험생'이란 미시적인 이름을 갖게 되었을 때, 그는 생각했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여태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도, 다시는 영영 보지 못할지라도,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내 영혼은 나보다 자유롭지 않을까. 내 본질의 영면이자 또 다른 시작일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결과가 될 죽음이, 내게 있어 무엇보다 최선의 선택이 되진 않을까 하고.










*










우연이었다. 벼랑 끝에 애처로이 서 있는 그에게, 매 순간 지루함을 느끼는 그에게, 대한민국 학교와 사회의 역설을 알리는 그녀의 입술이 그의 마음을 덩달아 뛰게 한 일 말이다. 애초부터 혼자 담고 살던 이야기를 그녀가 모조리 내뱉는 느낌이었으니. 물론, 그가 예상만 하던 그녀의 아픔이 빨리 찾아와 이내 생각을 접고 말았지만.




옷깃을 잡으며 말끝을 흐리는 그녀를 보며, 지훈은 문득 자신과 무척이나 닮았음을 느꼈다.






지켜주고 싶어.














매일을 허공에서 외줄을 타는 그에게 낯선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안개 속으로 밀어 넣는다.

부러 거부하는 것이다.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이라 되새기며.




















- ‘……안녕.’
















결국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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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_ 02 | 인스티즈 

 

SWEET DREAM  


 


 

+ 암호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 

(곰돌이 수첩 아직 살아 있어요 흑흑) 


 

++ 전 기억력이 좋습니다...... 

단지 어제 먹은 저녁이 생각 나지 않을 뿐입니다...... 


 

thㅜ녕이님, 붕붕님, 여우비님, 우즈님, 은블리님, 9575님, 유자님, 프레이그런스님, 너라는 꽃님, 우지소리님, 보보님! 

제 꿈에 그만 나와 주세요... 

이제 제가 들어가고 싶으니까 허락해 주시고요...... 


 

물민님, 우지꿍님, 호시바늘님, 순영완댯님, 그리고 새로운 독자님들도 안녕하세요!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_ 02 | 인스티즈 

 

+++ 그런데..... 사담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잘자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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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녕하세요 자까님 ㅎㅎ 나히에요! 와 첫댓인가요..? 이제 독자로 댓글을 달 수 있으니까 첫댓도 해보고,, 아ㅏㅏㅏㅏㅏㅏ 진짜 한동안 오엠알 너무 보고 싶었는데 글이 너무 반가운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 작가님 다시 한 번 다시 와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ㅠㅠㅠㅠㅠ 그리고 물론 전부 다 좋아하지만! 다시 봐도 2화 이 글은 정말,, 좋은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 에요!! 그리고 사담 전혀 안 길어요 더 길게 해주세요(? 작가님 진짜 엉엉,,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제가 ㅜㅜ 전 여기서 또 다음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힐링하고 가요! S2
6년 전
비회원233.213
헉 작가님 안녕하세요 두번째로 댓글 쓰는건 처음이네요 헤헤 암호닉 처음 신청드려요 체리부기 예요 ! 에필로그부터 봤는데 방금 두번째 댓글 일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제야 암호닉 드려요 글 너무 표현이랑 막 다 너무 좋아요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은 작가님과 작품이랄까요 ..? 아무래도 이번 화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 될 것 같아요 이러다가도 다 좋아서 날뛰겠지만요 흐히히 예쁜 글 너무 감사드리고 안온한 밤 되세요 작가님 ╰(*´︶`*)╯♡
6년 전
독자2
보고 싶었어요 작가님ㅠㅠㅜ 제가 암호닉이 아마 푸른 별.. 인가 푸른 뭐였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요ㅠㅠ 사실 제가 한 첫 암호닉이자 마지막 암호닉이었는데 그냥 작가님이랑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빨리 지었더니 기억이 안 나네요... 오엠알은 진짜 읽으면서 분위기에 취한다고 해야 할까 뭔가 그 분위기가 너무 아련하고 설레고 아려서 제가 진짜 좋아해요ㅠㅠ 사실 지금 제 처지랑 비슷해서 더 와닿는지도 몰라요.. 자주 작가님이랑 소통하고 싶은데 시간이 안되네요ㅠㅠ 아마 어쩌다 한번 이렇게 올 거 같은데 저 잊으시면 안 돼요ᅲᅮ
6년 전
독자3
으허ㅜㅠㅠㅠ 작가님 [슨fe야] 로 암호닉 신청할께요:) 글삭제하시기전에 정주행으로 읽은 기억이 나네욤,, 또읽으면서 분위기와 필력에 오열하고 합니다ㅠㅠㅠㅠㅠ 다음화도 기대하구이써용 좋은글 항상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4
작가님 ㅠㅜㅠㅠ 처음 보는 글이 작가님의 글이여서 너무 좋네요 8ㅅ8 작가님 필력에 발려버렸습니다.. 글 내용도 너무 좋아서 다음편이 기다리게 되네요 ! 앗 그리고 암호닉 언제나가을 신청해요0_< 좋은글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5
[봄봄이]로 암호닉 신청해요!퓨ㅠㅠㅠㅠㅠ 몇번읽어도 이렇게 가슴찡한 글이 있을까요. 앞으로 내용을 매번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님 능력 진짜 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훈이 사진 너무 글이랑 찰떡이어서 두번세번보고가요? 오늘도 예쁜 글 감사해요!
6년 전
독자6
호시바늘입니다 :) 진짜 다시 봐도 명작이에요ㅠㅠ 정주행하는기분이에요? 자까님 글은 진짜 표현이 대박이에요..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ㅠㅠ 가끔가다 이 말을 기억하고싶다 하는 부분들도 있어요ㅠ 앞으로도 예쁜 말 많이 써주세요?
6년 전
독자7
작가님 제가 아마.....흰둥이였을까요......? 돌아와쥬서서 감사합니더ㅠㅠㅠㅠㅠㅠㅠ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예쁜글 감사해요❤
6년 전
독자8
물민이에요!ㅜㅜ 신알신이 울리지 않은걸까요 제가 못보고 지나친걸까요ㅠㅠㅠㅠ 혹시해서 들어와봤더니... 이제야 읽네요 ㅜㅜ 작가님 글은 한줄한줄 곱씹으면서 읽게되요.. 단어 하나마다 작은 감정들이 다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제 초반부분이지만 오래봐온 글처럼 벌써 깊이 빠진 느낌이에요..ㅎㅎ 얼른 다음편도 보러가야겠어요ㅜㅜ!
6년 전
독자9
베리소스윗입니다!! 아진짜 이지훈때문에 설레서 죽을것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 오엠알 특유의 글 분위기라 해야하나.... 진짜 고3의 기분을 느껴요 나른한 햇빛아래 떠다니는 먼 보이고 조금이라도 밀면 벼랑끝으로 떨어질것같은 그게 글에 보여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른한 이 느낌이 너무 좋아요 글 너무 감사합니다 작가님은 저에게 진짜 힐링이에요
6년 전
독자10
너라는 꽃입니다 ㅜㅜ 정말 작가님 글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설레고 너무 떨려요ㅜㅜ 폰에 문제가 있는 건지 짤이 잘 안 뜨긴 하지만 지훈이는 언제나 늘 두근거리고 셀레는 존재 아닌가요 ㅠㅠ 얼른 이어질 내용을 봐야겠어요! 항상 했던 말이지만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
6년 전
독자11
은블리입니다! 현생이 ㅂㅏ빠 이제 보네요 8ㅅ8 작가님 너무 보고싶었어요 ㅠㅠㅠㅠ 언제 봐도 참 좋은 글인것같아요ㅠㅠㅠ읽을때마다 글의 분위기가 참 제스타일입니당♡ 늘 좋은 글 감사해요!
6년 전
독자12
첫 화 본 후에 계속 밖이어서 이제야 보기 시작하네요 ㅠㅠㅠㅠㅠㅠ 전 진짜 오엠알 너무 좋아하고요... 다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훈이 말은 툭툭 내뱉으면서도 다 해주고 마음 써주는 거 너무 좋아요 딱 제 남자... 승관이랑 정한이 캐릭터도 너무 잘 어울리고 ㅋㅋㅋㅋㅋㅋ 예쁜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3
작가님 글 분위기 너무 좋아요ㅠㅠ 따뜻한 방에 있는 느낌이에요 너무 재밌고 지훈이 옆에서 걱정하는 거 너무 귀엽고 이번 화도 잘 읽었습니다!!
6년 전
독자14
진짜 작가님 어디계세요
계신곳에 절 드릴게요ㅠㅠㅜㅜㅜㅠㅜㅜㅠㅜㅠㅜㅜㅠ
다시 정주행하고 있습니다ㅠㅜㅠㅜㅜㅠ

6년 전
독자16
꺄핫 너무 간질간질 설레는거 아닙니까???!!?ㅠㅠㅠㅠㅎㅎㅎㅎㅎㅎ 암호닉 [앤디스]로 신청합니당-
6년 전
독자17
작가님.. 이게 그 유명한 오엠알 이라면서요 ??? ㅠㅠㅠ 흑 정주행 하러왔습니다 너무 ㅠㅠ설레요 ㅠㅠㅜ 지훈수니 깨고닥 아무튼 작가님 사랑해요 ~~ 새해복 많이 받으십시오
( (
(„• ֊ •„)
O♡O

6년 전
독자18
암호닉을 신청해야 하군요!! [우리우지]로 암호닉 신청합니다 ><
뭐랄까 되게 글을 오랜만에 봐서 추가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작가님: ?) 아닙니다! ㅎㅎ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가 글잡에서 아니 모든 글 중에서 작가님 글을 제일 좋아해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고3 시절이고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에요
작가님의 글을 볼 수 있게 해준 세븐틴에 너무 고마운 것 같아요
작가님과 저 사이에 세븐틴이 없었더라면 작가님의 글을 보지 못 했을 거니까요
작가님도 세븐틴도 이번 생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길 바랍니다!!

6년 전
독자19
으악 작가님 ㅠㅠㅠㅠㅠ 오엠알 다시 정주행 하러 이제야 왔네요ㅠㅠ 현생이 뭐라고 이제야 오엠알을 다시 보다니 ㅠㅠ 작가님 작품은 언제봐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거 같아요!
5년 전
독자20
세번째 정주행 하는 중인데, 둘 다 첫눈에 반했다는걸 이제야 알아챘네요ㅋㅋㅋ
4년 전
독자21
유자예요! 전에 읽을 때는 못 느꼈던 지훈이의 감정선의 변화들이 이제는 잘 와닿아서 몽글몽글하네요 조용한 제 방 안이 오엠알 브금으로 가득차서 너무 좋아요 ♡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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