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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히어로

3화

One Step, two step, and three step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하고싶은거?

난 십년넘게 길다면 긴 이 시간동안 계속 시키는것만 해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찾으라하면 못찾겠어요.


그동안 시도는 해봤죠. 어렸을때, 애기였을때, 당연히하고싶은거 무의식적으로 찾아서 해본적 있었죠.

그런데 그 일이 부모님이 싫어하시거나 혼내키시면 난 그 일을 더숨겨서 하게되었고 

나중에는 좋아하는것을 찾아서 한다는걸 어떻게 하는지 잊어버렸어요

난 다 잃었어요.


이런 생각해봤자보잘것없죠.

다 내 잘못이죠. 내 탓이죠.


그냥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게 속이 편해요.

그래서 난 너 하고싶은대로 해라 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심란하고 머릿속이 꼬여버려요.



나 진짜 어디까지 가버린 걸까요.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보다는 새벽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다섯시에일어나 

어제 아침보다 더 자잘해진 유리조각 사이로 발을 내딛였을때

그동안  느껴졌던  불안함과 지겨움이 오긴했지만 평소와 다른 일퍼센트의 설렘과 그미만의 기대감이 같이 느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빳빳해진 교복이 날 가두더라도 저 현관문만열면 어제 마주쳤던 아저씨가 서 있을것이라 생각덕분에 

한껏 생생해진 몸과 맑아진 눈동자가 벌써부터 현관문을 향해 달려가 문손잡이를 달걀쥐듯살짝 잡아 철컥소리를 내며 

어제와 똑같은 그 문틈 사이로 그의 눈꼬리와 입꼬리가 바람을 살랑 일으켜 내 옷깃을 간지럽히면 

나는 금방이라도 그의 품에 달려가 얼굴을묻고 싶었다

다시 감싸주길 바랬다.  

위로받고싶었다

의지 하고싶었다.  

다시 날 걱정스럽고 애틋한 눈으로 쳐다봐주길 빌었다.



하지만



없었다.

신문도 당연히 없었다.

한줌의 연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침마다 평소에 아무생각 없이 걷던 아스팔트 길이 오늘따라아저씨를 떠올리는 바람에 점점 길 모양이 울렁거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교를 걸어가지만 버스카드를 핑계로 편의점에들렸다.

계산대에는 처음보는 아저씨가 계셨고 버스카드를 충전하기 위해내밀었을때 당연히 사탕은 주시지 않았다.



이거 사탕주는거 어제까지였죠?”



박명수를 닮은 아저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학생? 무슨 사탕?”

.. 아니에요! 안녕히계세요!”


카운터에 올려져있던 교통카드를 짧은손톱으로 급하게 긁어내듯이 집어 교복 자켓 아무 주머니에 넣고는 

투명 유리문을 몸으로 밀어 온힘을 다해 큰 보폭으로 횡단보도로 향했다.





보고싶어요아저씨…”



핸드폰 번호도 몰라요

길치라서 한번밖에 간 집은 못 외운단 말이에요.

아저씨랑오늘도 집 앞에서 마주칠줄 알고편의점에서 볼 수 있을줄 알고

계속 만날 수 있을 줄 알고



왜 이렇게 새롭게 만난 남자에게 정이 가는걸까짧은 시간안에 만들어진 이애틋함은 진짜일까

이런 호의를 처음 받아봐서 의미를 크게 둔 내가 문제인걸까.

망가지는 느낌이 들어. 전보다 더 슬퍼져. 버려진것같아.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날 다시 더 독하게 찌르고 얼얼하게만들었다.






학교에 십분 일찍 등교했을때, 아이들의 눈초리와 속닥거림이 날 밧줄로 손발을 묶었다.

어제 결석한 탓에 교무실로 불려갔고, 묶여져버린 나의 손과 발은 피가 통하지 않아 벌벌 떨었고 얼굴부터 점점 굳어갔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어제 왜 안왔니?”

“…”

대답 안할꺼야? 부모님도 전화 안받으셔서  자초지종은 너한테 들어야해. 무슨일인지 말하고 지금 못하겠으면 학교 끝나고 남아. 아니면 지금부모님 모셔오던지.”

“…”

어휴 답답해. 저 꾹다문 입좀봐. 가서 자습이나 해.”

“…



나의 기어가는 목소리를 들으시던 맞은편 국어 선생님께서 몸을 내쪽으로 틀더니 한 말씀 건네셨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요즘 고등학생들은 다 심란한가봐요지금 학생들은 스트레스 엄청 받을거에요. 밖에서 하도 말이 많아서.”




담임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씀하셨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어휴 그래도 이건 아니죠~”


국어선생님의  손가락 끝은 담임선생님을 향하더니 그만하라는듯이 위아래로 내저었다.






다시 교실 문앞에 서있었을때는 정말 죽을만큼 들어가기 싫었다

항상 내가 교실로 들어가면 갑자기 작아진 대화소리들과 

무언가를 살짝 말하려다만 입술사이로 새어나오는듯한 나의 이름을 귓가에 두고싶지 않았다.  

그리고 곁눈질로 보는 그들의 눈 깜빡임 조차도 보고 싶지 않았다.






다시 갈래.

슬리퍼의 방향은 반대로 향하더니 교복치마를 펄럭이며 복도를가로질렀다.

심장박동수에 맞춰 빠르게 뛰었다.

어디든 갈래.

그냥 찾아볼래.

무엇이든.

한번 해볼께. 아저씨 말처럼.






어느덧 해가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처럼 고소한 냄새를 물들이듯이 익어가고 집집마다 저녁준비를 하는 냄새로 날 괴롭혔다.

얼마나 화목하면 집에서 저녁준비를 할 수 있을까.

이런 풍족한 냄새를 맡으며 만걸음 넘게 걸었을까.


동그란 해가 앉아있는 언덕을 향해 올라갔을때 낯익은 사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이 보였고 맨 윗층은 잡초 냄새가 나는 옥탑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올라가도 되는걸까 라는 망설임도 잠시차가운 공기에 맞대어 뜨거운 입김을 따라 올라가면 어제 들어갔다 나왔던 낡은 문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끼익-소리를 내며 우리집 현관문보다 더 조심스럽게 열었을때, 거친 기침소리가 수건을 걸어놓은 옥탑방 빨랫줄을 타고 들려왔다.




아저씨!”



잠겨지지 않은 방문을 열자 두꺼운이불에 말려져 있는 아저씨가있었고, 방벽은 얼음보다 더 차가워 깨질것같았고 딱딱했다.


아저씨, 많이 아파요?”


막힌 코때문에 입으로 숨쉬다 자꾸 나오는 기침때문에 아저씨는아무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젖혀 이마에 손을 대었을때 차가운겨울 바람을 가로질렀던 나의 손은 녹아버렸고 다리는 아저씨 옆에 주저 앉았다.



아프면 말을 하지…”

말을... 어떻…”

말 하지 마요. 목 상해요.”



오늘 아침 편의점에 들려 아저씨 줄려고 사온 유리병에 담긴 꿀물차를 그의 입에 갖다 대었다.



마셔요좀 나을거에요.”

독하게 걸려버린 감기탓인지 한모금만 마시고 멈추었다.



…”

아저씨 죽 드실래요? 약 사올까요?”

약 사왔어…”

사오면 좀 먹지 왜…”

어제 사왔는데 깜빡하고 안먹었더니 이러네지금 먹을게, 지금!”



그는 이불속에서 힘겹게 일어나 감기약 두 알을 입안에 털어넣고 꿀물과 함께 삼키고 나서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정말 눈만 바라봐도 힐링된다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내 안의 우울함의 습도가 낮아지고 아저씨를 봐서 다행이라는느낌이 들때 쯤,



행복한 정적을 깨는 아저씨의 한마디.




양아치? 학교는?”

차라리 양아치면 좋겠네요. 지금 이미 학교 끝난 시간이에요. 분위기 괜히 잡았네.”




민망한 마음에 눈 옆을 긁적거리고 툴툴거리는 내 표정에 아저씨는 밑에서 위로 동그란 눈으로 날 올려다 봤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삐졌냐?”

가려워서 그래요 . 가려워서. 쉬어요. 그리고 내일 봬요.”

뭐하러 내일 다시 또와.”

뭐하러 라니요? 난 그냥 아저씨 걱정되서…”


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뒹굴다 안경을 쓰고 벽 한쪽에 달려있는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내일 휴일. 공휴일

근데요?"

보살펴줘. 내가 어제  했던것처럼.”

뭐하러.”



퉁명스럽고 반말섞인 내 말투에 아저씨는 당황하며 내 손등을아저씨의 손바닥 대신 이불로 덮었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그래~ 내말이. 내일 다시 뭐하러 오냐고. 힘들게.”

“….참나. 걱정되는 내 마음은 생각 안해요?”

내일 어차피 휴무인데, 뭐하러 다시 오냐고. 올라올때 힘들었을 거 아니야.”

다신 못보는게, 그게 더 힘들어요. 아저씨 못본지 하루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얼굴도 못보고 목소리도 못들으니까 하루종일 우울했어요. 난 진짜 아침부터 아저씨 생각나서  보자마자 안기고 싶었단 말이에요."

“…”

“…”





나방이 전등주위를 맴돌다 떠나가는 동안 아무 말 없이 창문사이로새어나오는 찬바람만 느끼고있었다.

헛기침을 하며 그는 멋쩍은듯이 안경을 벗고 말을 이어나갔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나는 그냥 단지, 지금부터 내일까지만, 아주 잠깐동안 우리집에 있으면 어떨까 하는 나의 아주 조그마한 작은 바램일 뿐이야.”

여기 있어달라고 하는 말 참 기네요.”

삐졌을때 말 참 짧네요.”

진짜 말싸움에서 못이기겠어.”

싸울려고 하지마. 이길려고 하지마나는 보살펴줘. 아껴줘.”

~~”

내가 널 평소에 생각하는 것 처럼 그렇게 해줘.”

무슨 생각하는데요.”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 3화: 찾아봐. 한 번. 나 간다 | 인스티즈


몰라. 자꾸 생각나 네가. 어제 헤어지는 순간부터 뒤돌아서 계속 보고싶고 아프니까 더 보고싶었는데 아무때나 못보니까 계속 생각나 너가.”

“…”

매일 보고싶어. 눈 감는 순간에도 보고싶어. 왜이렇게 애틋해졌는지 모르겠어.”

“…”





우리 둘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내 손에 얹어진 이불자락을 꼬집다가 입술을 매만졌다.




나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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