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얘랑 친해지다보니까 이젠 전처럼 나보다 어린 애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덜해지더라. 이런 애들도 있구나 하면서. 어느 날은 얘가 다른 날이랑 다를게 없이 장난치고 그러는데 문득 의문이 든거야. 그냥 이렇게까지 하면서 날 좋아하고 싶은가. "야." "네?" "나한테 왜이렇게까지 해주는거야?" "그야... 저번에 누나 친구분도 누나 앞에서 말했듯이 그냥... 이유가 그래요." "날 좋아할 계기가 있었어?" "예쁘잖아요." 이 때 살짝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 근데 얼굴 보고 좋아하는거 같으면 나였으면 이미 포기했을거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걔가 정적 깨고 말걸더라. "아니, 그. 처음에는 얼굴보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런거 아니에요." "어?" "아니에요. 오늘 수업 열심히 들으세요." 솔직히 지금은 얼굴 때문 아니라고 했을 때 당연히 알아들었지. 근데 내 입으로 먼저 꺼내기도 민망하고 분위기 수습도 안 될것 같은거야.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했더니 얘도 아예 피해버리더라. 이 때 처음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 13. 그 때 이후로 얘 보는게 마냥 전같지는 않은거야.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주변에 사람도 많고. 몰랐는데 얘가 반장이어서 그거 핑계로 그동안 사문쌤 얘기 나한테 해준거더라고. 쨌든 제법 친해져있으니까 둘이 점심시간에 운동장도 한바퀴 돌고 오고 그랬어. 내 친구가 왜 안사귀냐고 했는데 아직 그건 아닌거같고 솔직히 확신도 없었거든. 난 원래 연하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으니까 만약에 사겨서 헤어지게 되면 다시 전처럼 친하게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잖아.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훨씬 더 친해져봐야겠다였어. 나중에 더 친해졌는데 확신이 들면 사귈 수도 있는거고 아니면 계속 친한 사이로 지내는거고 둘 중에 하나였지. 14. 내가 그 때 쯤 갑자기 깨달은게 그동안 내가 하도 받기만 하니까 미안해서 작은거라도 보답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친구 끌고 매점을 갔는데 너무 고민이 되는거지. 뭘 좋아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이런거에 서투니까 가만히 턱 괴고 서서 고르고 있는데 친구가 나 보더니 안고르고 뭐하냐고 묻는거야. 내가 이동혁 사줄거 고르고 있다고 했더니 경악하더라. 하긴 그 친구랑 3년 내내 같이 지냈는데 뭐 본 적이 있는 모습이여야지. 그러다가도 내가 가만히 서있다가는 못고를 것 같았나봐. 친구가 마이쮸 딸기맛 두 개를 집어들고 계산대에 올리더니 눈으로 내 지갑 가리키길래 사고 나와서 이동혁네 반으로 갔지. 사실 난 이 때까지도 이동혁이 몇 반인지는 몰랐어. 그 사실을 마이쮸 사고 안거야. 그래서 어떡하지 이러고 있었는데 진짜 우연하게 걔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는거지. 보자마자 팔 탁 붙잡았더니 얘가 엄청 놀라면서 무슨 일로 2학년 층에 있냐는거야. 그래서 손 펴서 손에 마이쮸 쥐어주고 먹어. 이랬어. 그랬더니 얘가 갑자기 막 그 감동에 젖은 눈빛을 보내면서 놀란 표정에서 환하게 웃는거야. "너무 그동안 받기만 한거 같아서. 별건 아니지만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헐. 이게 왜 별거 아니에요. 진짜 감사해요. 예상도 못했다, 진짜. 너무 감사해요." 정말 별건 아니였지만 너무 좋아해주는 이동혁때문에 다행이라 생각했지. 15. 그렇게 잘 지내다가 시험기간이라서 걔나 나나 내 시험이 너무 중요해진거야. 그러다보니 이동혁도 어쩔 수 없이 점점 뜸해지고 나도 걔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졌었어. 또 점심시간 이외에는 교실에만 있으니까 마주칠 시간조차도 별로 없었지. 시험 전 날 밤에 집에서 막 집중 안 돼도 공부해야해. 이 다섯 글자를 머리에 박으면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동혁한테 전화가 온거야. 사실 만나서 얘기하고 이런건 자주 해서 편했어도 전화는 이 때까지 한 번도 안해봐서 너무 당황스러운거야. 엄청 고민하다가 끝내 받았지. "여보세요?" '아, 저 누나 어디세요?' "당연히 집이지! 지금 시간이 벌써 열한시 반 돼 가니까." '아...' "왜?" '집 어디세요?' "나 ㅇㅇ동." '그 빵 집 있는 그 쪽이랑 많이 먼가...?' "아니? 한 5분만 걸으면 될 것 같은데." '혹시 잠깐 나오실 수 있어요? 잠깐이면 되는데...' "누나 뭐 주게? 미리 고마워." '네. 별건 아니에요.' 그냥 장난으로 말했는데 사실이어서 할 말을 잃고 있다가 알겠다고 대답하고 안경에 후드티 눌러쓰고 나갔지. 완전 쌩얼이어서 심하다 생각이 들길래 입술이라도 발랐어. 나가니까 이동혁은 학교에서 나오는 길이었나봐. 완전 단정한 교복에 그 검정색 후드집업은... 잘어울렸다고. 쨌든 초췌한 눈을 가리고 인사했지. 걔가 당황하면서 막 웃는거야. "자려고 했던 참은 아닌거죠?" "...아니거든. 누가 집에서 화장하고 있어." "농담이에요. 아, 이거." 걔가 손에 쥐어준건 곰돌이 얼굴모양 초콜렛을 투명 포장지에 가득 채운거였어. 근데 딱 봐도 아니, 걔한텐 미안한 소리지만 만들다가 만 비주얼...? 미안 동혁아 너가 볼 일이 없으니까 이렇게 쓴다. 그래도 그 어수룩한 모양조차도 귀엽더라고. "너가 직접 만든거야?" "네.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초콜렛 좋아하시는거 같아서. 이제 시험이잖아요. 이거 먹고 잘 보세요." "아이고, 오랜만에 만나서 또 이런거 받았네. 미안하게." "아니에요. 그동안 누나랑 얘기하고 싶었는데 방해될까봐." "에이. 그럴 시간조차 없을까." 사실 없었지. 그래도 하루에 몇 분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뺄 수 있는 시간이니까. "잘 먹을게 동혁아. 너도 내일 시험 잘봐. 우리 시험 끝나면 밥 먹으러 가자." 내 말에 이동혁이 놀라서 크게 눈 떴다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길래 손 흔들고 보내줬지. 16. 뛰어나게 잘 보지는 않았지만 시험 점수가 나쁘지 않은거야. 이 정도 나올것 같다 싶었는데 딱 그 정도가 나온 느낌? 삼일만에 시험에서 벗어나니까 행복하더라. 고삼이긴 했지만 그래도 시험 끝난 날은 편하게 놀 수 있는거잖아. 친구가 놀자해서 학교 근처에서 밥 먹고 카페가서 대화하고 있었는데 이동혁한테 카톡이 온거야. '누나 시험 잘 보셨어요?' '응응 나쁘지 않아 너는??' '아 저도 괜찮게 본것같아요' '무슨 일로 카톡했어!' '시험 전날에 밥먹기로 약속한거요!' '맞다ㅋㅋㅋ 언제가 좋아?' '전 누나 편하신대로 뺄게용' '그럼 이번 주 토요일!' 이 때가 목요일이었으니까 이틀 뒤로 잡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토요일에 보자고 했지. 주말이라 그 때가 더 마음 편하기도 했고. '네! 그때 점심먹는게 좋으니까 한시쯤에 그 빵가게 앞에서 만나요ㅎㅎ' '응 알게써~' '네!' 근데 또 단 둘이 밖에서 이렇게 제대로 보는건 처음이었거든. 그래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를까봐 걱정되긴 했어. 17. 토요일이 다가왔는데 내가 또 주말이라고 편하게 자다가 열두시 조금 넘어서 일어난거야. 다행인건 머리를 원래 저녁에 감는 스타일이라 머리는 시간이 얼마 안걸릴거 같았고 화장이 문제였지. 그래서 다 대충 두들기고 나왔어. 원래 학교 다닐 때는 훨씬 연하게 하니까 화장하는데 솔직히 5분이면 끝났었거든. 피부 눈썹 입술 끝. 근데 주말에는 이제 자유니까 다 해야해서 조금 걸리더라. 밖에 나오니까 한 시까지 3분밖에 안남은거야. 그래서 막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기다리고 있더라고. 난 걔 범생이 이런 느낌으로만 생각했는데 학교 밖에서 보니까 깔끔하게 잘 입더라. 주황빛 도는 갈색 코트 안에는 네이비색 후드 티를 입고 있었어. 사실 여기서 매력을 좀 더 느낄 수 있었지. 생각치도 못한 부분이었으니까. 쨌든 반가움에 달려가다가 살짝 웨이브 진 뒷머리가 잔뜩 헝클어져있는게 느껴지는거야. 그래서 막 다급히 정리하고 걔를 짧게 불렀지. "이동혁!" "어, 누나!" 나 발견하고는 반갑게 고개 살짝 숙이면서 인사하더라. 18. 어디가서 밥먹을까 물었는데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라는거야. 근데 나 사실 결정장애 좀 있어서 편의점 가도 삼십분은 고민한단 말이야. 그래서 이동혁한테 떠넘겼더니 즉석떡볶이 먹고싶다해서 얼른 즉석떡볶이 집으로 갔지. 얘가 보기보다 엄청 잘 먹는거야.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게 이런 느낌인것 같았어. 웃긴게 나도 모르게 걔 먹는걸 계속 보고 있었나봐. 걔가 당황해서 멈추고 눈치을 보는거야. "...누나 안드세요?" "어? 아니. 먹고 있었어. 너 되게 잘먹는다." "저 진짜 많이 먹는데. 몰랐죠." "잘 먹으니까 보기 좋다고." 그냥 웃으면서 얘기했더니 민망해하면서 계속 먹더라고. 다 먹고 내가 계산하려 했는데 걔가 왜 혼자하냐는 눈빛을 보내는거야. 그래서 내가 그냥 막으면서 말했지. "그럼 너가 버블티 사줘." 단호하게 말하니까 그냥 고개 끄덕끄덕하면서 내 옆에 졸졸 쫓아오더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버블티 가게 가서 걔가 제일 큰 사이즈로 사줬어. 이제 말 할 시간이 많아졌으니까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 물어봤지. "이번에 시험 잘봤어?" "나쁘진 않았던것 같아요." "가채점 해봤어?" "아직이요. 누나는요?" "나는 해봤지. 근데 말 못해." "왜요?" "너한테는 안좋은 성적일 수도 있거든." "아니에요. 저도 뭐 그다지..." "쨌든. 그럼 너 그동안 되게 허전했겠다? 나랑 자주 얘기하다가 못해서." "네. 그래도 이젠 다시 자주 해야죠." 어쩌면 내가 얘 손바닥 안에 있는건 아닐까 싶더라. 얘가 말을 너무 잘해서. 조금 휘말린 느낌이었는데 그냥 나쁘지 않으니까 계속 얘기하다가 이제 집 가려고 나왔는데 아직 봄이 완전히 온게 아니니까 일교차가 진짜 크더라. 이동혁은 코트 입고 나왔다고 했잖아. 나는 오후에 더워서 그냥 긴 팔 티 하나 입고 나왔는데 춥더라고. 그래서 그냥 추위 안타는 척 하면서 걷는데 떨리는게 보였나봐. 막 웃더니 "누나 추우세요?" 이러는거야. 그래서 "아니? 이제 진짜 따뜻하다." 따뜻한 척 하면서 피부 안 떨리게 하려고 숨 참고 그랬는데 걘 그게 너무 웃겼나봐. "누나 제거 입고 집 가실래요?" "아니. 이제 다 와가는데 뭐. 잘가라. 여기서 헤어지자." 강인한 척 하면서 팔 휘휘 저으면서 보내줬지. 그래도 안가더라고. 그냥 코트 벗어서 주려고 하더라. 근데 진짜 웃긴게 코트 빌려주려고 마음 먹었으면 어깨에 걸쳐주면 되는데 걔가 벗긴 벗었는데 되게 갈등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크게 웃으면서 고마워. 잘 빌릴게. 이러면서 걔 손 내 어깨 한 쪽으로 끌어다가 어깨에 코트 살짝 올린다음에 내가 혼자 입었지. 그리고 보내줬어. 별거 없었긴 해. 얘가 마지막에 엄청 부끄러워했던건 아직도 생생하다.
글에 쓴 동혁이 착장입니다 홍홍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러분의 저입니다(아무말) 최악의 시험기간이네요.... ★ 10월 마지막주부터 11월 첫째주까지 내내 시험 치는데.... 기분이...... 마치...like.......... 김빠진 콜라 원샷...? 아 근데 저 김빠진 콜라 좋아해요...ㅜ 쨌든 오늘도 즐겁게 보시고 즐건 하루 마무리 하세요♥ 암호닉 론리갈맹 숭아숭아 알지알지 토깽이 런츄 어드 달 도랑 요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