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10
아침부터 단 한마디도 없었다.
일부러 말 할 타이밍을 주려고 말도 안걸었는데도, 정말 단 한마디도 없었다.
정말 잊어버린 걸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 마음은 불안해졌고,
혹시나 우리반으로 찾아오지는 않을까 계속 반에 꼼짝않고 앉아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흘러 야자가 끝나는 10시 종이 울렸고, 내 마음은 실망으로 가득찼다.
"허, 전정국 진짜 까먹었어?"
나는 믿기지 않아서 한번 피식 웃어버리다가
다시 얼굴을 굳히고 오늘 친구들에게 받았던 선물들을 바리바리 싸들었다.
이 선물들을 보면 눈치는 채겠지? 그래도 용서안할거야. 라고 생각하며 나는 이과건물로 향했다.
"전정국 여기 있어?"
"전정국 야자 안했는데?"
겨우 이과반까지 찾아왔는데 전정국은 이미 집에 간 듯 했다.
그제야 핸드폰에 도착한 [먼저 간다] 라는 문자를 발견했고, 나는 화가 더 가득 채워져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내 생일은 겨우 2시간도 남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 수록 불안해져만 갔다.
우리는 태어나서 19년동안 매년 각자의 생일에 함께 있었고, 이번 생일은 특히나 전정국과 함께 있고 싶었다.
전해들은 말로는 내가 전정국을 처음 만난 것도 내 첫 돌, 나의 첫 생일날이라고 했다.
문론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돌잔치에 아기전정국이 왔고,
거기서 양가의 부모님들이 서로를 보여주며 '이 애가 니 남편이다' '이 애가 니 아내다' 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내 생일은 더 특별했다. 전정국을 처음만났던 날이었으니깐.
오늘도 태어나서 전정국을 만난 지 딱 19년 되는 날이었다.
또한 전정국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은 이번 년도의 생일은 나에게 유난히 더 뜻깊게 다가왔다.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전정국이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왔냐?"
문을 열자마자 티비에 앉아서 태연하게 티비를 보고있는 전정국을 보자 나는 다시 화가 차올랐다.
"뭘 그렇게 많이들고있어?"
"몰라도돼!!"
내가 들고 있는 선물을 보고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인 전정국에 나는 화를 버럭 냈고,
전정국은 깜짝 놀라 왜 갑자기 화를 내냐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직접 알려주기에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알아챌 때까지 냅두기로 결심했다.
나는 더 쿵쿵 발소리를 내며 방으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화장실로 가서 씼는 데 눈물이 막 차올랐다.
매년 함께 생일을 축하했었으니, 우리가 만난지 19년이 되는 날이니,
당연히 전정국도 오늘을 기억할 줄 알았는데, 하루종일 나혼자서만 기대하고 기다렸던 거였다.
전정국에게 오늘은 의미가 있는 날도 아니었나보다.
나에게 전정국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나보다.
아직도 전정국은 날 사랑하지 않나보다.
이렇게 자존심상하고 화나는데도 마지막 남은 생일을 전정국과 함께 있고 싶은 내가 너무 싫다.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쓱쓱 닦고, 세수를 어푸어푸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생일이 한시간 남아있다.
난 말해주긴 자존심상하지만 그래도역시 전정국과 함께 있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입을 삐쭉 내밀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있는 전정국 옆에 털썩 앉았다.
그래도 같이 있긴 같이 있는 거니까 하고 마음으로 나 혼자 위안했다.
그래도 마음이 속상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김탄소"
온갖 복잡한 마음으로 앉아서 티비를 보고있는데
전정국이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대답하면 당장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무시하고 계속 티비를 보는 척 했다.
"김탄소"
"..."
"탄소야."
"왜!!!!"
나는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렸고
쪽-
내 볼에 따듯한 온기가 맞닿았다.
이 온기가 전정국의 입술이었음을 파악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걸리지 않았다.
나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전정국을 바라보았고, 전정국은 살짝 미소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생일 선물이야."
나는 정말 놀라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정말 많이 놀랐기때문이다.
내 생일을 까먹지 않았던 건가, 근데 지금 나한테 뽀뽀한 건가, 어떤 반응을 해야하는 거지, 근데 왜 나 이렇게 기분이 좋지.
여러 감정들이 내 머릿속에서 뛰어들기 시작했고
내 눈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떨어졌다.
"어? 야, 야. 왜, 왜 울어?!"
"흐으윽 나는 흐윽 너가 까먹은 줄 알고 흐윽 얼마나 속상했는 데 흐윽"
"내가 니 생일을 까먹겠냐? 혼자서 울상인 게 얼마나 웃기던지"
"이 나쁜 놈!!"
울고 있는 나를 웃으며 내려다보는 전정국에 살짝 짜증을 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직 울기엔 이른데?"
"..."
"내가 왜 오늘 야자안하고 먼저 집갔게?"
의문을 가지고 쳐다보는 나를 냅두고 전정국은 뒤에 숨겨놓았던 연보라색편지 하나를 꺼냈다.
"어머님 편지야"
전정국의 한 마디에 내 눈에선 눈물이 수도꼭지의 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나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싫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전정국은 그런 나를 말 없이 품에 넣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나는 그런 전정국의 품에 기대어 계속 눈물을 쏟아냈다.
"아직도 어머님 만나는 건 어렵지만, 몇 주전부터 병원가서 열심히 부탁해서 겨우겨우 받아냈어.
그리고 정말 많이 좋아지셔서 곧 퇴원하실 수도 있대.
일찍 병원 다녀오느냐고 야자도 못하고 먼저 갔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니 생일이니깐 이 정도는 당연한거지. 그만 울어야지 편지도 읽지. 뚝해."
나는 전정국의 말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펴보았다.
예쁜 연보라색의 편지지인걸보니 우리 엄마가 쓴 거인 게 확실했다.
나도 엄마도 연보라색을 가장 좋아했다.
사랑하는 탄소야 보고싶어. 정말 사랑해. 엄마 딸이라 고맙다. 생일 축하해. 곧 만나자
-엄마가-
서툰 보라색 글씨가 내 마음을 더 울렸다.
이 글자 하나를 적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엄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지만, 엄마의 글씨를 보니 다시 마음이 따듯해졌다.
짧은 편지를 읽고 읽을 수록 꼭 옆에 엄마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항상 보고싶었는데, 정말 엄마의 소식이 궁금했는데 이렇게라도 엄마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전정국은 내가 무얼 가장 바라고있는지 언제나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전정국 흑 진짜로 고마워. 최고의 선물이야."
"좋은 날인데 그만 울어. 이렇게 우는 거 어머님이 싫어하실 거야."
"흑 알았어 그만 울게"
"너가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도 사왔어."
전정국은 냉장고에서 초코케이크를 꺼내와 19개의 초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불을 끄고 나니 우리 둘 사이를 예쁜 불빛이 비추었고,
전정국의 생일축하 노래에 나는 언제 울었냐는 듯 환히 웃었다.
"소원빌어."
나는 두 손을 꼭 모으고 마음 속으로 빌었다.
엄마가 빨리 퇴원하게 해주세요.
전정국이 저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전정국이랑 평생 행복하게 해주세요.
나는 초를 후 불고 전정국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근데 그럼 이제 너도 나 사랑하는 거야?"
"뭔소리야"
"너가 나한테 아까 내 볼에 뽑...그거 했잖아!!"
"그게 사랑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냥 진짜 생일선물이라니깐?"
"아 뭐야! 왜 사랑하지도 않는 데 뽀뽀해?!"
"그래서 싫었어?"
"...칫, 아니!!"
"사랑하는지는 한달 지나고 나서 결정할거라고 했잖아. 그 전에 알려고하지마"
케이크를 먹으며 악마같이 웃어대는 전정국을 보다 짜증이 나서 케이크를 던질까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은 전정국이 나한테 해준 게 많으니 참기로 했다.
전정국은 내 마음을 화나게 했다가, 슬프게 했다가, 기쁘게 했다가, 행복하게 했다가, 어찌나 이렇게 잘 조종하는지
내 생에 이런 사람은 전정국뿐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일 끝!"
"아직도 신났네"
시간은 흘러 12시가 되어 행복했던 내 생일이 끝이 났고, 이제 막 케이크를 치우고 잘 준비를 하려고 할 때 쯤이엇다.
갑자기 전정국의 핸드폰이 울렸고 늦은 시간이었기에 나는 이상하게 전정국을 쳐다보았다.
전정국은 살짝 내 눈치를 보며 전화를 받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내려놓고는 갑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외투를 입으러 가려는 듯 했다.
나는 그런 전정국 몰래 핸드폰을 만져 누구한테 온 전화인가를 살펴보았다.
[최보나]
나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걸 느꼈다.
"나갔다올게"
"가지마!"
나는 나도 모르게 전정국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왠지 모르게 절대 보내면 안될 것 같았다.
"나 두고 가지마."
"..."
"나 무서워 전정국"
"가야돼 미안해"
전정국은 그런 나를 냅두고 문을 열고 나갔고,
방금 전까지 행복으로 가득 차있던 집 안이 너무 넓게 느껴져서 추운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를 냅두고 최보나에게 갔다.
그 생각 하나가 내 머릿 속을 가득 매웠고, 나는 너무 추워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밤새 전정국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전정국은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밤새 추위에 떨어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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