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 an incurable romantic
: 기약없는 로맨티스트
04
이렇게나 다른? 이렇게나 닮은!
김남준은 어젯밤의 일을 대충 넘어가려는 내 태도를 분명하게 하라는 듯, 내게 입을 맞췄다. 그것도 벌을 받기 위해 나온 학교 복도에서. 벽 하나만 넘으면 아는 얼굴이 수두룩한 그 복도에서. 한 번도 아니고, 쪽. 쪽. 그렇게 입을 맞췄다. 상황을 정리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게 사귀는 건가 싶다가도 요즘에는 사귀지 않아도 입 정도는 맞추는 건가 싶어서.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이 친 뒤에도 손끝이 바르작 저렸다. 녀석은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 교실 뒷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남자아이들로부터 나를 제쪽으로 당겨, 피하게 만들었다. 아이의 큰손이 닿은 팔뚝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매점 가자!"
남자 아이들 무리가 빠져나간 뒤, 아리와 미영이가 남준이로부터 나를 빼냈다. 아이들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내 팔을 하나씩 잡고는 문학 선생님 욕을 해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복도는 오바 아니냐. 그치? 나는 아이들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조금 전 맞닿은 아이의 입술이 생각나 고개를 저었다. 끄덕끄덕. 절레절레. 끄덕끄덕. 절레절레.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런 것쯤은 하나도 중요치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입을 맞췄고. 고백은 아무도 하지 않았고.
입만 맞춘, 고백을 하지 않은 사이였다. 달라진 건 그것 뿐인데, 그게 너무 컸다.
나는 매점으로 내려가는 내내, 몇 번이고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했다. 양팔을 붙든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넘어졌을 게 분명했다.
04-01
마지막 수업 시간은 담임 선생님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학기 초에 나눠줬어야 할, 진로희망서를 나눠주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수학 진도를 다 나가, 자습 외에는 딱히 할 게 없으니 잘 된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종이를 다 넘긴 뒤에도 한참동안 진로 희망란을 바라보았다. 희망하는 게 있나. 내가. 나는 나보다 두 줄 앞에 앉은, 옆분단의 김남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김남준의 단정한 뒷모습은 아이가 글자를 적느라 움직이는 대로, 따라서 달싹였다.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꿈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문득 내 삶에 끼어든 녀석의 존재가 신기했다. 엮일 것 하나 없는 우리가 어쩌다 남매처럼 함께 자랐을까. 어떻게 남준이네 이모가 우리 집 가정부가 되었을까. 심지어 김남준은 어떻게 나랑 동갑인 걸까. 하나하나 곱씹자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함께 산 세월이 자그만치 십오 년이었다. 네 살때부터 같이 울고 웃었으니까. 그런데 저 아이가 무슨 꿈을 꾸는지, 저 좋은 성적으로 어느 학교 어느 과에 가게 될 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새삼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평소 같았으면 이따가 집에 같이 가면서 물어봐야지. 했을 거다. 그런데 불과 한 시간 전에 복도에서 입을 맞춘 우리가 같이 집에 갈 수 있을까? 사귀는 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한참을 복잡한 머리를 굴려가며 후에 있을 어색함을 미리 대비할 준비를 하자, 어느덧 뒷자리 아이가 종이를 걷어갔다. 아. 나 못 적었는데. 내일 아침에 선생님이 부르겠다. 나는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책상 위로 엎어졌다. 그리고는 또 단정한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김남준은 굳이 맨 뒤까지 제가 걸어와, 제 분단 종이를 걷었다. 그냥 앉아 있으면, 뒤에 있는 아이가 걷어갈 텐데. 사서 고생이야. 멍청이.
김남준이 종이를 걷어가느라 내 옆을 스쳤다. 녀석의 향이 자연스레 공기 중에 묻어났다. 바보 같이, 녀석의 옷자락을 잡아챌 뻔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종이를 교탁 한켠에 밀어두시고는, 수학 교제를 꺼내셨다. 아. 오 분 남았는데. 설마 수업하실까?
"어제 푼 문제 답 하나만 말할거야. 표정 펴라. 이것들아."
아. 어제 마지막 문제 답 못 들었지. 나는 서랍 속에서 수학 교제를 꺼내들었다. 하도 폈다 접었다 한 탓에, 어제의 페이지가 익숙하게 펼쳐졌다. 내가 적은 정답은 '29'였다. '29'면 좋겠다. 이거라도 맞으면, 마음이 좀 진정될 것 같은데. 얘라도 정답이면. 하지만 무심하게도 정답은.
"'8'이다. 틀린 아이들은 다시 풀어보고. 이상. 오늘 종례는 따로 없고. 다들 피씨방에서 잡히면 죽는다."
팔이라니. 오늘 종일 정답인 게 없었다. 짜증나. 짜증나. 나는 신경질적으로 책을 집어 넣었다. 아이들은 종례가 없다는 선생님의 말에 서둘러 가방을 챙기며, 제 무리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남자 아이들은 조금 전 선생님의 경고를 어디로 들은 것인지, 바로 피씨방에 가자는 이야기를 뱉어대고 있었다. 그 무리에는 김남준도 속해 있었다. ... 가려나. 피씨방. 나는 괜히 그들의 대화를 더 듣고자, 느릿하게 짐을 챙겼다. 김남준은 그런 나를 느꼈는지, 제 친구들에게 잠시 손짓을 하고는 내게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약하게 헝클이고는 말했다. 오늘은 같이 못 가겠다. 조금만 하고 들어갈게.
"부인한테 회식 허락 받는 남편 같다. 야."
"가자."
김우석이 우리를 놀릴 심산으로 꺼낸 말이었다. 부인, 남편. 입맞춤에서 뻗어나가기에는 너무 크고, 어른인 단어였다. 어른인 단어라고 하니까 이상한데, 쨌든. 괜히 정말로 그런 모습의 우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말이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푹 숙인 채로, 교실을 벗어나며 김우석의 팔을 힘주어 쳤다. 미친놈이야. 진짜.
04-02
남준 View
그래도 연애를 시작한 첫 날부터 혼자 집에 가게 하는 건 아니다 싶어, 걸음을 틀었다. 아이들은 며칠 사이 내게 배신자라는 말을 아주 많이 했고, 나는 그때마다 머쓱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였어도 그랬을 테니까. 나는 짧은 다리로 그닥 멀리 가지 못했을 아이를 찾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익숙한 길목에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카디건을 입은 건지, 카디건이 저를 입은 건지 모를. 푹 파묻힌 채로 총총 걷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괜히 손끝이 간지러워 괜한 주먹을 쥐었다폈다. 예전부터 귀여운 동물이나 아기나 아기자기한 것을 보면, 이상하게 손끝이 저릿저릿 했다. 전기라도 통하는 것처럼. 지금까지도 종종 여주를 보고 그랬었는데, 그때는 왜 쟤를 귀여워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 안 했을까. 나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아이의 옆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걸음을 맞춰 걸었다.
"같이 가자고 조르기라도 하던가."
"... 뭐냐."
뭐냐는 뭐냐. 하여튼 말 예쁘게 안 해. 나는 아이의 콧잔등을 검지로 툭 치고는 뭐긴 뭐야. 하고 답했다. 여주는 누가봐도 저 삐졌어요. 티를 엄청 내며 퉁퉁거렸다. 작은 입술이 삐죽 나와있었다.
"삐졌어?"
"아니."
"왜 삐졌는데."
"안 삐졌다니까?"
"나 연애한 지 오래 된 거 알잖아. 말 안 해주면 잘 몰라."
"... 너 연애해?"
"장난치지 말고. 무르지 말자고 했잖아."
"너 누구랑 연애 하는데?"
"너랑. 김여주랑. 너랑. 너랑."
아이가 걷는 것을 멈추고는 길게 늘어진 카디건의 소매를 걷었다. 잘하면 때리겠는데? 하지만 아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 하고 짧게 숨을 뱉었다. 뭐야. 사실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할 때부터, 좀 화가 난 것 같기는 했는데. 이 분위는 뭐지. 아이는 혼자서 분노를 죽이려는 듯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가, 저를 살피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나를 피해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 무방비하게 맞은 나는 맞은 쪽 다리를 든 채로 깽깽이를 하며, 느닷없는 폭력의 의미를 물었다. 왜 때려! 그러자 아이는 질 세라 되물었다. 너 나한테 사귀자고 안 했잖아!
"뽀뽀했잖아!"
"사귀자고는 안 했잖아!"
"없던 걸로 하지 말자고 했잖아!"
"사귀자고는 안 했잖아!"
"뽀뽀 두 번 했잖아!"
"한 번도 사귀자고는 안 했잖아!"
"그럼 안 사귀는데 뽀뽀하냐?!"
"누가 사귀자고도 안 하고 뽀뽀하냐?!"
"너가 먼저 했잖아! 나 잘 때!"
아이는 내 마지막 말에 할 말을 잃은 듯, 바락바락 높이던 목소리를 뚝 끊었다. 그리고는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서는 바닥에 다리를 쭈그리고 앉았다. 짜증나. 너. 알아? 아냐고! 나는 그런 아이를 따라 앞에 다리를 쭈구려 앉았다. 뭐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데. 우리 둘은 그렇게 한참을 서로 노려보듯이 바라보았다. 우리 곁을 지나가던 사람들 몇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근데 일단은 서로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입장이라, 좀 삐댔다. 유치하게도. 그리고 그런 우리 둘 사이로.
야옹.
길고양이 하나가 들어섰다. 길고양이는 우리 사이를 오가며 나와 여주의 몸에 제 털을 부볐다. 귀엽기는 한데,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야. 야옹아. 하지만 여주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아이는 얼마 전 길고양이를 만나면 주겠다고 대량구입한 츄르를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자세를 한껏 낮춰 껍질을 뜯어, 고양이에게로 가져갔다. 야옹아. 먹어 봐! 맛있어. 조금 전 나와 다툴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다정한 목소리였다. 고양이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읽었는지, 아주 맛있게. 츄르를 먹었다.
04-03
고양이마저 자리를 떠나고 나니, 어색한 한기만이 진득하게 붙어왔다. 따지고 보면 남준이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내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따지다 보면 끝이 없었다. 연애는 따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나는 한참을 쭈그려 앉아 있어 불편한 다리를 일으켰다. 남준이 역시 나를 따라 일어섰다. 우리 둘은 저릿한 다리에 휘청이며 하마터면 동시에 넘어질 뻔했다. 둘 다 자존심만 강해서, 또 별것도 아닌 일로 상처를 줄 뻔했다. 아니, 이미 줬을 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의 눈치를 살금살금 살피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 아니, 꺼내려했다.
"아! 그래서 사귄다고 만다고!"
등 뒤로. 정확하게는 골목 커브길에서 아이들의 무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김남준과 오늘 약속이 있다던 아이들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벌건 얼굴을 한 채로 성을 냈다.
궁금해 죽겠는데! 그래서 사귀는 거야?
아니, 병신아. 안 사귀잖아. 입만 부대꼈대.
또라이냐? 그럼 사귀는 거지.
아. 존나 순정파인 척 오졌다. 이 새끼.
뭐래. 넌 배꼽 아래 간수나 잘해. 존나 양아치새끼야.
나는 오고가는 욕설에 조용히 아이의 등 뒤로 몸을 감췄다. 남준이는 아이들의 등장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그들 쪽으로 걸어가려다 제 뒤로 숨은 나 때문에 자리에 멈춰섰다. 아이들은 저들의 신념을 내세우며 다투기 바빴다. 나는 김남준의 점퍼 뒤를 잡아당겼다. 벗어나고 싶다는 뜻이었다. 김남준은 찰떡 같이 내 말을 알아 듣고는 내 손을 자연스레 잡아챘다. 우리 역시 오랜 시간 길에서 실랑이를 한 탓에 손이 찼다. 등 뒤로 쟤네 손 잡는데? 하는 물음이 들렸지만, 온 감각이 손에 가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핸드크림이라도 바를 걸.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모가 할머니댁에서 돌아오셨나 확인부터 했다. 김남준이 또 눈치없이 말 꺼내서, 이모가 들으면. 으. 상상만 해도 어색해. 김남준은 현관에 서서 신발을 찾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고는 내 가방까지 들고서는 거실 소파에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제 옆자리를 툭툭쳤다. 앉지? 나는 녀석이 앉아 있는 소파에서 우리가 입을 맞춘 밤이 떠올라,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아. 어쩌다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지. 종일 뽀뽀 아니면 입술 밖에 생각이 안 나. 하지만 김남준은 입맞춤. 소파와 복도에서의 입맞춤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했다. 너한테는 그깟 입맞춤이냐. 이자식아. 나는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삼켜내며, 괜히 집을 한 번 둘러보았다. 익숙한 공간인데, 괜히 새롭다는 듯이. 그런 나를 잠시 기다리던 녀석은 답지않게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다시 현관까지 걸음했다. 그리고는 내 양볼을 제 두 손으로 감싸고는 저를 보게 만들었다.
"... 놔."
"왜 이렇게 정신을 못차려."
"... 내, 내가 언제."
"얼라라고 부르니까, 진짜 얼라됐네. 김여주."
"... 하지 말라니까."
"뭘."
"... 그냥 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게 하도 많아서 모르겠어."
"..."
"있었던 일도 없었다고 하자, 얼라라고도 하지마라, 이렇게 만지지도 마라."
녀석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그렇게까지 아이를 밀어냈나 싶었다. 근데 따지고보면 다 사소한 건데, 그걸 엄청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니까. 내가 되게 큰 잘못을 한 것만 같았다. 나는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아이를 용기내어 바라보다가, 금세 고개를 떨어트렸다. 언제 마음이 이렇게 커진 건지.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파도 위에 던져진 것 같았다. 일렁일렁, 찰싹찰싹 다시 또 일렁일렁, 찰싹찰싹.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내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감당 안 되는 마음을 들고 왔다.
"나는 안 사귀는 사람하고 입 안 맞춰."
바닥에 향해 있던 시선이 절로 올라갔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녀석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말은.
"또 입 맞춰도 되냐고 물어보는 거야."
이 순간까지도 단정하고 차분한 아이가 얄궂었다. 그래서 아이의 목 뒤로 손을 두르고서는 까치발을 한 채로, 먼저 입을 맞췄다. 복도에서의 복수심과 함께 붉게 타오른 얼굴을 아주 가까이에 가져가서 차라리 보이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나의 심중을 모르는 아이는 까치발을 한 채로 버둥거리는 나를 눈치 채고서는 내 허리에 손을 둘렀다. 그리고는 힘주어 나를 들어 올린 다음 제 발 위에 내 발을 올려두었다. 한결 편한 자세였다. 하지만 내쪽으로 자꾸만 몸을 기울이는 녀석 탓에 몸이 자꾸만 뒤로 넘어가려 했다. 당황한 나는 아이의 목 뒤에 둘렀던 팔을 빼내, 아이의 양볼을 감쌌다. 여전히 입술을 떼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진정 좀 하자는 신호였다. 녀석을 감싼 두 손의 엄지손가락에 아이의 보조개가 알맞게, 딱 맞춰졌다. 마치 퍼즐처럼. 남준이 역시 그것을 느낀 건지, 결국은 입을 맞춘 채로 웃음을 터트렸다. 소파와 복도 그리고 현관에서의 입맞춤이었다. 마지막 입맞춤의 우리는 명백한, 연인이었다.
04-04
김남준은 학생회 때문에, 아침 일찍 등교했다. 내가 안 깨우면 못 일어난다면서. 거짓말쟁이. 나는 앞에서 말한 투정을 시작으로 이런 저런 투정을 부리느라 지각할 뻔한 것을 간신히 면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은 출석부로 나를 한번 가리키고는 운이 좋다고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선생님의 출석체크가 시작됐다. 김남준은 몸을 틀어 자리에 앉는 나를 보고서는 눈으로 많은 것을 물었다. 왜 지각했어? 늦게 일어났어? 나는 녀석의 물음에 그냥 대충 어깨를 으쓱이고는 책상 위로 엎어졌다. 뛰어오느라 힘들었거든.
"남준이는 종례 끝나면 나 좀 따라오고."
"네."
"아. 그리고 어제 문제 답, 수정한다."
반장과 학생회장을 겸하는 녀석은 매일 같이 교무실을 오갔다. 오늘은 무슨 일이길래, 아침부터. 선생님은 녀석의 대답을 끝으로, 어제의 수학 문제 답을 수정하겠다며 칠판 위로 분필을 가져댔다. 그리고는 칠판 중앙에 커다랗게,
'29'
이십구를 썼다.
명백한 정답이었다.
**
안녕하세요. 겨울입니다.
요즘 제본 관련으로 이래저래 조금 바쁘게 지내다보니, 로맨틱 업뎃이 늦어졌네요 ㅜ_ㅜ 퇴고도 하기 전이 날것의 원문이라 좀, 부끄럽지만...! 염치 불구하고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증말 염치읎따!) 혹 로맨틱 관련해서 궁금하신 점이나 뭐든 물어볼 거 있으시다면, 편하게 답글 남겨주세요! 그리고 여러분 댓글 하나하나 정말 감사하게 잘 읽고 있어요. 비록 댓글을 길게 남겨드리지는 못하지만, 다 감사히 읽고 피드백 받고 있다는 거 알아주시면 또 한 번 감사하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 분량 조절에 또 실패했다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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