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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WD 전체글ll조회 1278l 2

03.



 알고 보니 유천은 유명한 사람이었다. 들은 바로는 모든 이와 금방 친해진다는 것과 주위에 항상 사람이 많은 밝고 명랑한 아이라는 것, 머리가 그렇게 좋아 한 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것, 그 외의 무성한 소문들이 그를 감싸 돌았다.

 그렇게 4월이 되고 학교에 적응 할 때 까지도 유천과는 간단한 인사밖에 하지 못했고, 항상 어디론가 제 친구들과 가기 바빴다. 매점이든, 어디든. 그러나 4월의 어느 날 짝을 바꾸게 되었다. 낯가림이 심한 나로서는 제발 친한 몇몇 친구 근처에 앉기를 바랐지만 친한 친구들은 3분단 앞쪽에, 나는 1분단 뒤쪽에 앉게 되었다. 시무룩해져 앉아있는데 유천이 옆자리로 책상을 끌고 왔다. 의아해하는 나를 바라보던 유천은 배시시 웃었다.


 "자리 좀 바꿨어, 선생님한테는 비밀이야!"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대곤 장난스럽게 쉿! 하는 모습이 어린 애 같아서 나도 어색하게나마 쉿! 하는 소리를 내주었다. 그래도 유천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안면이 있어 어색하거나 부끄럽진 않을 테니까. 준수는 유천처럼 살갑게 굴지 못했다. 그런 점이 부럽기도 했고.

 1교시는 영어였다. 선생님이 만만한 탓에 아이들은 자거나 혹은, 매점에서 사온 과자를 몰래 먹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셋 중 하나였고 공부를 하는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 역시 어릴 때 외국 유학을 다녀온 까닭에 한국식 주입영어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연습장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 연습하고 있었다.


 '아니야, 이게 아니라 좀 더 부드럽게'


 그 때 옆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열중을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보니 유천이 내 쪽으로 팔을 베고 누워 눈을 찡그리며 웃고 있었다.


 "왜 웃어?"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만 내어 말하자, 유천도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귀여워서."


 순간 얼굴에 열이 쏠리는 것을 느낀 내가 말을 더듬으며 뭐뭐야. 라고 소리를 내어 말하자 유천의 얼굴이 조금 더 찡그려지며 웃었다.


 "나도 건반 좀 그려줄래?"


 낮고 고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고, 왠지 모르게 더 얼굴에 열의 쏠림을 느낀 내가 재빨리 건반을 그려주자 고맙다는 말하곤, 건반에 손을 올리는 박유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박유천의 그 다음 행동을 주시하려고 그를 쳐다보자, 유천은 쉼호흡을 하며 비장한 표정으로 종이 건반을 두드리려 했다. 나까지 가슴 속으로 쉼호흡을 했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손가락이 엉망으로 움직여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지 에잇, 하면서 종이 건반 두드리는 걸 그만 두었고 나의 심박수도 풍선의 바람 빠지듯 사그라 들었다.

 나는 도대체. 왜 계속 기대하게 되는거지.


 "아우, 진짜 모르겠어."


 나는 말 없이 유천을 향해 웃어보였다. 그리고 다시 내 종이건반에 손을 올리고 왕벌의 비행을 쳤다. 너무 빨라서 박자를 놓치기 일수인 그 곡을, 집중해서 쳐보았다. 유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애를 닮은 너에게 나는 이만큼 성장했다고,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컸다고. 하지만 항상 너에게는 뒤쳐지는 느낌이었다고.

 그 허술한 종이 연주가 끝나자 유천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작게 박수를 쳤다.


 "이거 왕벌의 비행 아니야? 너 되게 잘 친다. 빠르다고 들었는데 곧 잘치네.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대단하다 너!"


 유천이 하는 칭찬에 나는 살짝 웃어보였다가, 이내 깜짝 놀라 유천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왕벌의 비행인 걸 알았지? 진짜 피아노로 친 것도 아닌데!


 "이게 왕벌의 비행이란걸 어떻게...!"


내 얼굴에 모든게 써져있다는 듯 유천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빠른 곡 중 아는곡이 왕벌의 비행밖에 없다며, 혹시 자신이 또 무슨 잘 못을 했냐며 묻는다. 그래, 김준수 당황하지마. 왕벌의 비행은 유명한 곡이잖아. 그리고 유천이가 클래식 쪽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지. 왜 계속 그 아이랑 엮으러 들어?

 고개를 흔들어 보며 정신을 차리려 애쓰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미안하다고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 버렸다.



**


 오늘은 벚꽃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만개한 날이다. 뚜렷하고 예쁜하늘에 따스한 햇살, 그리고 연분홍색의 벚꽃이 옅은 바람에 흐드러지며 나부꼈다. 꽃비가 내리는 바깥에는 여자애들이 꽃비를 잡으려고 난리였다. 나는 창 밖의 그 광경을 턱을 괴고 멍하게 바라보았다. 준섭이는 그런 날 보며 어이구, 김피스(김피아니스트의 줄임말) 아련하고,가련하다 라며 빈정거렸고, 정신이 든 나는 준섭이를 보고 실없이 웃어버렸다.


 "내가 한 평생 살면서 이런 벚꽃은 처음봐."

 "야, 니가 한 평생 살아봤자 17년이고, 꽃이 거기서 거기지. 뭘 또 감상에 빠지고 지랄이야."


 준섭이가 뭐라하든 남은 점심시간을 벚꽃감상에 써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창문으로 머리를 더 내밀었다. 그때 나를 잡아당기는 손에 놀라서 돌아보니 유천이었다. 장난스레 웃고 있는 유천은 시간이 없다며 내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어떨결이었지만, 나도 어이없어 웃으며 그를 따라 달렸다.


 "하아, 다른 애들이랑은 찍었는데 너랑은 못 찍었더라구."


 숨차 멈춘 곳은 아까 내가 교실에서 바라보고 있던 그 풍경이 있는 곳이었다. 벚나무들이 줄지어 심어져있어 온통 꽃비가 나부끼는 그 풍경, 햇살을 받아서 온통 찬란하고 눈부신 그 풍경 속에 유천이와 내가 있었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손에 쥐고 내 옆에 서는 유천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웃었다.

 아아, 그래 생각났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곷 그리고 너 라는 곡이었다.

 이 봄 날, 너에게 어울리는 곡은.

 

 그리고 사진을 찍은 날은 집 피아노를 주기적으로 조율하는 날이라 학교에 있는 별관 음악실에서 밤늦게 까지 연습하기로 한 날 이었다. 따로 연습을 해야 할 곡이 있었지만, 아까 사진을 찍을 때 부터 봄날 벚꽃 그리고 너를 연주하고 싶었기 때문에 받아든 사진을 악보를 놓는 곳에 놓아두었다. 정말 우스깡 스럽게 나온 그 사진을. 나는 바보처럼 헤헤 하며 웃고 있었고 유천이도 브이를 하고 혀로는 메롱을 한 사진이었다. 둘 사이의 약간의 공간이 있어서, 뭔가 어색했지만 배경에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덕에 어딘가 따스해 보이던 사진.


 "잘 나왔네."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건반에 가져다댔다. 창 밖으로 꽃잎이 나부끼는 밤 하늘이 보였다. 그 때였다. 길쭉한 음악실 의자에서 꿈틀 거리는 물체가 보인것은.


 "엄마야!!"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고, 그에 꿈틀거리는 물체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뭐야! 거의 울것 같은 얼굴을 하고 그 곳을 주시하자 나야, 나! 라며 밝게 웃는 유천이가 보였다.


 "짝이 없으니까 심심해서 야자가 안 되더라구. 학주인가 해서 숨어있어지. 하하"

 "깜짝 놀랐잖아, 귀신인줄 알았어."

 "아,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 내가 그렇게 귀신같냐?"


 유천은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건 그렇고, 그 사진 마음에 들어?"


  어느새 몸을 일으켜 피아노가 보이는 창가 쪽에 기댄 유천이가 사진을 턱으로 가르키며 물었다. 나는 그런 유천이를 올려다 보기만 했다. 살짝 열린 창가 사이로 나부끼는 예쁜 꽃잎이 유천이의 교복에 붙었다 떨어지고, 머리카락에도 붙었다.


 "저기..."

 "응?"

 "이거 쳐 주고 싶었는데. 음 그러니까 아까 사진찍을 때 부터 너한테 이곡을 쳐주고 싶었는데…."


 횡설수설 대는 나의 말에 유천이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고, 분명히 빨개졌을 나의 얼굴에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건반을 바라보았다.


 "음…. 잘들어줘!"


 그리고 나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나는 박유천을 떠올리며 낮에 본 예쁜 봄을 선율에 담았다. 유천은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서 음악실을 고요히 울리는 예쁜 선율을 귀에 담았다. 6살 때 만난 그 아이 이후로 누군가를 위해 연주한다는 건 처음이라 나는 신이 났다. 그 때 바람이 불어 열린 창문 사이로 벚꽃잎이 흩날려 들어와 피아노에 내려앉고, 끼익대는 나무바닥에도 내려앉았다. 이보다 예쁜 봄이 있을까.

 3분 여의 짧은 연주가 끝나고 건반에서 손가락을 떼자 유천은 나를 고요히 바라보았다. 맑고, 빛나는 고동색의 눈동자. 그리고 유천은 눈을 접으며 예쁘게 웃었다.


 "… 준수야 고마워."


 뭐가 고마웠는지 알수없지만, 준수야 라고 예쁘게 불러주었을때 나는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댔다. 얼굴이 빨개져버린 걸 느낀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 옆에 두었던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저, 나, 나 늦어서 먼저가야돼, 내일, 보자! 라는 바보같은 더듬거림을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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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앙 더보고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쓰니님 짱짱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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