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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식 호그와트가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입니다. 해리포터와 유사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프리스틴 카테고리가 없어 '기타' 카테고리를 선택했습니다(ㅠㅠ) 기타를 쳐야할 것 같은 느낌....

* 노래 있습니다. 





음양학당(陰陽學黨) ; 불여우(1)
 

 


 

'기숙사 학생들께 알립니다.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 석식시간이오니 식당으로 이동하여 석식을 드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지금부터...' 


 


   짐정리를 하다 지쳐 잠이 든건지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자는 여주의 주위에는 아직 정리하지 못한 짐이 한가득했다. 여주는 엄청난 피로감에 방송도 듣지 못하고 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낯선 곳,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세계를 온 것이니 당연히 그것 자체에 대한 피로도 굉장히 클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오랜 걸음과 어마어마했던 발현식까지. 피곤해서 쓰러지지 않을래야 쓰러지지 않을 수가.... 오히려 짐정리를 조금이라도 한 게 용했다. 석식 안내 방송에 여주의 룸메이트는 쓰러진 여주를 힐끔보고선 서둘러 방을 나섰다.  


 

 

   조용한 방 안, 여주의 룸메이트마저 잠이 든 시간에 여주는 일어났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천장의 모습에 눈만 껌뻑껌뻑거릴 뿐인 여주는 시간도 가늠이 되질 않아 상체를 일으켜 침대 옆 탁상 위의 스탠드를 켰다. 그 조그만 행동을 하는 데도 에너지 소모가 일어난 모양인지 점심부터 저녁까지 먹지 않은 여주의 배는 정직했다.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방안에 굉장히 크게 울려퍼졌다. 과장해서 말하면 옆방까지 다 들릴 정도로. 그런 여주의 눈에 띈 건 탁상 위에 올려져 있던 빵과 우유였다.  


 

"내 거겠지? .... 내 탁상 위에 올려져있으면 내 거지" 



  배가 고파 사리분별 못하는 여주는 너무나도 논리적인 생각으로 빵봉지를 시원하게 뜯었다. 세상에. 한입 먹었는데 확 퍼지는 깊은 초코와 부드러운 식감. 이제껏 먹었던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넘은 싸구려 빵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그 덕에 여주는 우유까지 클린하게 다 먹어치웠다. 차갑지 않은게 좀 아쉽긴 했지만 우유도 훌룡한 맛이었다. 부른 배에 만족해야하며 여주는 다시 침대에 누웠고 어떻게 잠을 자야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아까 잤던 잠들은 어디로 간 것인지 눈이 스르륵 감겼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든 여주였다. 




  여주가 잠든 방 안은 두 여학생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침대 옆 탁상 위에는 여주가 먹었던 빵봉지와 우유곽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었고 그것들과 상관없이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창문으 들어오는 달빛은 탁상 위 앉아있는 누군가를 어렴풋이 비췄다.  
 

 비춰진 얼굴에는 굉장히 날카로운 눈매와 턱선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였다. 그 남자는 바로 여주의 신수인 일신(日神)이었다. 일신의 눈은 곤히 자고 있는 여주를 향하고 있었고 굉장히 복잡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잘 컸네" 



곧, 일신은 자리에서 없어졌다.




  하루 동안 많은 잠을 자 더 잘 잠도 없는 여주는 동이 트기 전 일어나 여유롭게 학교 갈 준비를 하였다. 준비를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하늘에 떴고, 창문 사이로 햇살이 어렴풋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분명, 어제 여주는 치우다 말고 잠이 들었었는데 어질러놓은 짐들은 다 정리가 되어있었다. 생각해보니 정신 없이 빵을 먹었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았다.


   원래라면 룸메이트가 치워준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곳은 음양 세계. 귀신과 요괴가 있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음양 세계다. 무영 세계에서 귀신을 체험하고 온 여주였기에 그런 평범한 생각은 곧장 들지 않았다. 소름이 돋은 여주는 팔을 두어번 쓸었다. 룸메이트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언제 그렇게 빨리 나간 건지 잘 개어진 이불만 놓여 있을 뿐이었다. 혼자 있는 방이 뭔가 무서워진 여주는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였다. 어제 룸메이트 인상으로 봐서는 치워주는 성격은 아닐 것 같고, 청소하는 청소부라도 있는 건가? 하하. 와, 역시 돈 많은 학교는 달라....! 


똑똑-


  문에서 들리는 방문소리에 여주는 깜짝 놀랐다. 아씨....! 긴장 상태에서 난데없이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순간적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거침없이 문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시원스레 움직였던 발걸음과는 대비되고 문을 여는 건 조심스럽게 열었다. 다행히도 보이는 것은 민현의 얼굴이었다. 안심했다. 귀신, 뭐, 그런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민현이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또, 굉장히 반가웠다. 어제 민현 때문에 머리가 터질 뻔 했던 여주는 반가운 마음에 멱살부터 잡고 봤다.
 


"저기요, 회장님. 어제보니까 빼먹으신 이야기가 꽤 많으시던데요?" 

"하하, 여주야, 모닝인사로 멱살잡이라니. 무영 세계 문화는 안 이랬던 것 같았는데..." 

"닥쳐. 어제 최강 학교니, 사방신이니, 일신이니.... 내가 얼마나 머리가 터질뻔했는지 알아?" 

"여주야, 우리 이것부터 놓고 얘기할까?" 

 

    여주의 멱살잡이에 그저 실없이 웃고만 있는 민현이였고 그 얼굴이 더 짜증이 나 멱살을 잡고 엄청 흔드는 여주였다. 민현이 미안하다고 열댓번은 사과하고 나서야 여주는 멱살을 풀어주었다. 민현은 구겨진 옷매무새를 정리했고, 어제 깜빡하고 주지 못한 노리개를 여주에게 주었다. 여주는 곧장 노란색 노리개를 자신의 허리춤에 걸었다. 



"굳이, 2학년 해야 돼? 어차피 1년 꿇을 것 같던데. 그럴거면 차라리 1학년으로 보내주지." 

"아, 그게 2학년 화 속성 여학생 수가 좀 모자라서" 

".... 그게 이유야?" 

"응" 


  

   굉장히 허술한 이유에 여주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나도 단순한 이유로 자신이 2학년이라니. 좀 모자르면 어떻길래. 여주는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민현을 따라 기숙사를 나섰다. 여주에게 멱살 잡히지 않기 위한 민현의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말이다. 

 


여주시점ㅡ  


 


  아아, 굉장히 부담스럽고 부담스럽다, 이 시선들. 절대 내가 잘난 척으로 이런 말을 짓껄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공주병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생활했던 환경을 보면 보이지 않는가? 나는 '공주'라는 단어와 굉장히 먼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관심은 너무나도 민망하고 쑥쓰럽고 어, 그리고.... 무섭다. 기숙사를 나서고 등굣길부터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이 학교 학생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혹시, 많은 관심을 받고 사람이 죽었다는 사례는 없는가? 없다면 곧 만들어질 것이다. 그 사례의 주인공이 내가 될 예정이거든.


   회장님은 학교 건물에 데려다주자 마자 공부는 안하고 교장 쌤이 시킨 일을 하러 가는 건지 다시 학교를 나섰다. 그 덕분에 혼자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회장이 사라지니 혼자서 받는 이 시선들이 더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관심을 주는지 알 턱이.... 없진 않다. 이제야 생각났다. 내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편입생'이고 신수는 '일신'이였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생각난 나의 수식어들에 아차했다. 그러나 이유를 알아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어우, 불여우 지나간다. 다들 조심해, 홀릴라' 

'아, 뭐야. 불여우잖아' 

'헐, 우리 학교에 불여우 있나봐' 

'불여우래, 불여우....!' 

 

 

 학교 안을 거닐다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웅성거림에 귀를 쫑긋해서 들었다. 들려오는 건 역시나.... 내가 모르는 이야기다. 그리고 분위기로 봐선 그렇게 좋은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그냥 흘려들으면 그만. 저런 식으로 짓껄여 대는 걸 열심히 듣는 취미 따위는 나에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저 피해자이기도 했고. 나는 1교시 수업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회장님이 손수 직접 짜주신 시간표를 보았다. (배우는 과목을 수강신청해서 자신이 시간표를 짜는 방식이다. 무영세계의 대학교와 같은 방식이라 놀랐다.)


    우리 회장님은 시간표 짜는 센스는 별로 없는 듯 했다. 왜냐하면 1교시부터 수학이었거든. 1교시가 수학이라니. 순간 시간표를 꾸길 뻔 했지만 어찌저찌 잘 참고 발을 움직였다. 수학 수업은 수학 2실에서 한다고 했다. 그래, 그건 회장님한테 들어서 기억하고 있는데 수학 2실은 어디란 말이지. 그걸 알려줬어야지, 회장님아.... 오늘도 띨빵한 회장님에 욕이 나왔지만 굳이 입으로 뱉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정말 상욕 중의 상욕이 터져나올 것 같았거든.


  그래도 어차피 학교 안. 돌아다니면 보이겠지 싶어 열심히 교실을 찾아다녔다. 근데 무슨 학교가 한국 학교 같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이 아니라 무영 세계겠지. 무영 세계의 학교 구조와는 달라서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또, 당황스러운 점은 학교 크기가 너무 놀라울 정도로 커서 수학의 '수'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 외관상으로도 되게 컸지? 머리 속에 스치는 건물 외관 모습이 나의 걸음을 멈추세웠다. 첫날부터 힘.... 아니지, 첫날이라서 힘든거지.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사람 얼굴 가지고 그러면 안 되지만 그래도 좀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사람마다 기(氣)라는 게 있기도 하고.... 그래서 좀 약해보이는 사람 위주로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너무 기가 세지는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소심해보이지도 않는, 길 물어보기에 적합한 남자 애 한 명 보였다. 얼굴에는 누가봐도 '나 친절하고 순해요'를 써놓고 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기분 좋은 걸음으로 말을 걸었다.

 
 

"저기"

"네? 저요?"

"죄송한데 제가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수학 2실 어딨어요?" 

"네?" 

"수학 2..." 


 


[플레디스/뉴이스트/세븐틴/프리스틴] 음양학당(陰陽學黨) 05 - 불여우(1) | 인스티즈 

"헐! 대박! 미친! 일신님이시다...!" 

"예?" 


 

 

  나는 분명 교실 위치를 물었는데 남자애는 그에 대한 대답은 커녕 내 얼굴을 보고선 오만 생난리를 쳤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질 않나, '어머, 어머'거리면서 박수를 짝짝 치질 않나, 나를 일신님이라고 불러 제끼질 않나.  .... 일신님이라니. 여주님도 아니고. 아 어쨌든 정신 사나웠다는 말이다. 이 기나긴 퍼포먼스가 언제쯤 끝나나 싶어서 기다렸고  대충 진정된 것처럼 보여서 나는 다시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저, 학생? 수학2실 어딨는지 아냐고 물었는데...." 

"호, 혹시 정말로 일신님도 1학년 수업 들으세요?" 

".... 네" 



   아니, 가르쳐 달라는 건 안 가르쳐주고 아픈 곳을 찌르는 1학년이었다. 첫만남부터 그렇게 아픈 곳을 찌르면 못써요. 1학년 수업을 듣는다는 내 말에 남자애는 갑자기 입을 틀어 막더니 '오마이갓, 오마이갓...!'이라는 이상한 감탄사를 내기 시작한다. 저기, 학생아. 저는 아까부터 수학 2실 어딨는지 묻고 있거든요? 정신차려 줄래요? 예?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그러니깐 약간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사실 이미 나고도 남았다. 원체 무영 세계 학교에서 주목 받고 살아와서-안 좋은 쪽으로- 주목 받는 건 이제 신물이 났기 때문에 성질을 가라앉히고 또, 다시 물어보았다. 



"아니, 수학2실 어딨..." 

"저도 1교시 수학 들어요! 같이 가실래요, 일신님?!" 



  아니, 그닥 같이 가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은거 지금 꾹 참고 있다. 순간, 입밖으로 내뱉을 뻔했다. 입술을 질끈 물어 참아냈다. 잘 참았다. 김여주. 인생 쓴맛을 아직 못 본 애기한테 그런 가혹한 말을 할 수는 없지. 나는 나름 배려있는 여자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최대한 좋게  


  

"아뇨" 


 

   거절했다. 이정도면 꽤나 배려있게 얘기한 거였다. 웃어주기까지 했지, 반말도 안하고 존댓말로 대답했지. 여기서 더 이상 어떻게 배려해서 말하나. 나는 거절한 뒤, 다른 사람을 찾으려 바로 몸을 돌렸다. 아, 이러다가 첫날부터 수업에 늦는 게 아닌가 몰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던데. 혹시 그 벌레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였던가.... 


 

"일신님, 그쪽이 아니라 이쪽으로 오셔야 수학 2실이예요!" 

".... 아, 고마워요"



 나는 수학 2실을 찾는 게 아니라 수학 2실로 안내할 사람을 찾고 있었지만 남자애는 명랑한 목소리로 이제서야 알려주었다. 아까 물어볼 때, 얘기했어야지.... 그에 나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애가 뭐라고 한 줄 아는가?


 

"일신님의 에스코트는 저한테 맡기세요!" 

".... 굳이?" 


 
 아차. 속으로 말한다던 걸 입밖으로 내뱉어버렸다. 그렇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굳이'라고 말함으로써 거절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해냈으므로 이 남학생과의 인연을 끊을 수 있거든. 나는 길을 알려줄 사람을 다시 찾으려는 그때 또 말을 걸어오는 남자애였다. 이젠 아예 옆으로 따라붙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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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승관이라고 하고, 속성은 금(金)이예요! 일신님이랑 같은 수업이라니, 너무 영광이예요!" 


 


.... 이 아이, 내가 한 거절의 표현은 아예 듣질 않았나보다. 


 

 "아, 제 신수는 일신님에 비해 턱없이 보잘 것 없지만 작고 귀여운 토끼예요. 저희 집안은 웬만하면 다 초식동물이예요" 

"...." 

"노루, 다람쥐, 염소, 기린, 코알라, 뭐, 없는 초식동물을 찾는 게 더 빨라요" 

"...." 

"제 위로 누나가 둘이나 있거든요. 그 둘도 저랑 똑같은 토끼인데 왜 누나들은 기가 그렇게..." 


 

 거기다가 시끄러워.... 


 
 

  다행히 부승관군-그닥 친숙하게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아서 '군'을 붙였다.- 덕분에 지각은 면했다. 음양 세계에서의 나는 시끄러운 사람들과 연이 좀 있는 것 같다. 어제 봤던 전원우도 그렇고.... 그 전원우보다 더 말이 많은 부승관군이였다. 어떻게 입을 한시도 가만히 두질 않는지,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에 들은 얘기가 어마어마했다. 물론 기억은 못 한다. 제대로 듣지 않았거든. 대답도 안 했고. 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그렇게 하면 난 조용해질 줄 알았지.  



"편입생이시면 저희 학교 시험 쳐서 들어오셨나요? 편입에 관련된 건 잘 몰라서.... 시험이라면 공부 되게 잘하시나 봐요."

"아니. 전 학교에서 꼴찌, 간신히 면한 수준이었는데?"

"꼴찌가 아니면 공부 잘 하는 거죠~ 어머, 일신님. 머릿결 왜 이렇게 좋으세요? 대박이다. 무슨 린스나 트리트먼트 쓰세요? 완전 찰랑찰랑....!"

"비누 쓰는데"

"와, 그럼 타고 나신거네요. 대박. 아, 일신님 이름은 여주시죠? 어쩜.... 이름에서도 귀티가..." 

"우리 집 가난한데. 기초 생활 수급자야" 

".... 어쩐지....! 그런 힘든 환경이 있었으니 강한 영력이 나오고 신수가 일신이 나오는거겠죠? 멋있으십니다" 

"...." 
 

 

   얘, 강적이다. 나의 철벽 수비에도 굴하지 않고 나를 끝까지 치켜세워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나는 고래가 아니니 그저 오그라들 뿐이었다. 그리고 어쩜 하는 칭찬마다 내 인생에서 나올 수 없는 칭찬인지. .... 멕이는 건가.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만 이제 더는 안 볼 사이라 그냥 참아주기로 했다. 교실에 들어와보니 딱히 자리가 정해진 건 아닌 것 같아 아무 데나 앉았다. 맨 앞자리만 아니면 된다.  
 

   교실에 들어와서도 내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대던 부승관군은 내가 자리에 앉자 지멋대로 '제가 데려다드렸으니 답례로 옆에 앉아서 수업들어도 될까요?'라고 말하며 내 대답을 듣기 전에 먼저 앉아버렸다.  .... 승관군, 내 대답을 듣지 않을거면 질문은 하지 않아줬음 좋겠어. 이래 봬도 나, 대답 잘하는 타입이란 말이야. 아까는 일부러 안 그런 거고. 그리고 '답례'란 단어가 굉장히 거슬렸다. 그거 원래.... 너 멋대로 결정하는 건가....?  

 

 

"야, 부승관! 네가 먼저 같이 가자 해놓고 먼저 가는게 어딨어!" 

"헐, 맞다....!" 

"너무해, 진짜" 

"아, 미안, 진짜 미안!" 
 


  어떤 볼이 통통한 여자애가 부승관군한테 쿵쾅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와 무작정 화를 내었다. 뛰어온건지 살짝 헉헉거리고 있었다. 화를 내는 여자애. 거기에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부승관 군.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둘이 친구인데 교실로 같이 오려다 부승관군이 뒤통수를 때렸단 것 같은데. 저 여자애의 등장에 부승관군은 안절부절 못하는 듯 했다. 차라리 잘됐다. 이 여자애가 빨리 부승관군을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신님이 길을 잃으셔서 도와드린다고...!" 

"뭐, 일신님?" 



 나름 해명 아닌 해명을 여자애에게 하는데.... 왜 그 입에서'일신님'이라는 저를 지칭하는 민망한 단어가 나오는 겁니까, 부승관군. 데려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다가 저는 그 '일신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안 들거든요. '여주님'도 아니고 일신님이라니. 내 존재를 부정 당하는 기분이 들잖아. 부승관군 쪽으로 쳐다보자 부승관군에게 화를 냈던 여자애랑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뭐지, 이 불안감. 뭔가 굉장히 불안하다. 


 

"...여주 서, 선배, 배, 배님...?"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손에 들고 있던 물통을 떨어트려다. 손을 덜덜 떨어서 그 진동이 입까지 전해지는 지 말도 더듬는 여자애였다. 음, 분명 아까도 봤던 그림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선배란 말은.... 너보다 지위라던가 학위라던가 그게 높은 사람한테 어울리는 말 아닐까. 내가 아무리 학년이 2학년이라지만 나도 오늘 고등학당 첫날인데. 아, 그리고 어떻게 보면 네가 선배야. 나 음양 세계 이제 이틀 차야. 이렇게 말할 수 없으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 그냥 입만 웃었다. 그러더니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같은 책상에서 수업을 들어도 될까요...?'라고 말하면서 부승관군 옆에 앉았다.


저기, 나 아직 허락 안했는데.


 




[플레디스/뉴이스트/세븐틴/프리스틴] 음양학당(陰陽學黨) 05 - 불여우(1) | 인스티즈

"제대로 인사드릴게요, 일신님! 저는 배성연이라고 합니다! 속성은 목(木)이고, 일신님 앞에선 말하기 부끄럽지만 신수는 고양이예요" 

"...." 

"여주 선배님은 앉아 있는 자태마저도 부잣집에서 태어난 사람 마냥 귀티가 나시는 것..." 

 


 


 

[플레디스/뉴이스트/세븐틴/프리스틴] 음양학당(陰陽學黨) 05 - 불여우(1) | 인스티즈 

"집, 가난하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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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귀티란! 역시 일신이 선택한 주인님다우세요!" 
 


 

   왜 부승관군과 친구인지 알 것 같다. 알고 싶지도 않지만 알 것 같았다. 둘 다 얼굴이 동그래서 친구하는 줄 알았더니 성격도 꽤나 비슷하다. 말도, 아부도 많은 것 같다. 아니, 나한테 뭐가 떨어질 게 있다고 아부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그리고.... 



"근데 여주선배님은 어떻게 편입하셨어요?" 

"아, 그..." 

"이 학교 다니기전에는 무영 세계에 있으셨다던데, 설마 무영 세계에서 수련하신거에요?!" 

"아니...." 

"와, 멋지세요! 무영 세계에 쉽게 갈수도 없잖아요!  그 깐깐한 절차를 다 통과하시고 수련하시러..." 

"헐, 그런 거 였어? 대박이다. 존경합니다. 일신님....!" 
 


사람 말을 더럽게 안 듣는다. 
 



전지적 작가 시점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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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어때?" 

"수업? 뭐, 그럭...." 

"어우, 형, 말도 마세요. 어쩜 선생님들마다 첫 시간인데도 다 진도를 나가시는지.... " 

"특히, 1교시에 수학을 넣은 게 헬이였어요. 제가 수강신청 하는 날 늦잠을..." 


 

   지금은 점심시간. 식당의 맛있는 냄새는 수업에 지친 학생들을 치유하겠다는 듯이 코를 사로잡았고 하나 둘씩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점심종이 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식당은 미어터지는 그림이 나왔지만 전교 회장인 민현 때문인지, 아니면 엄청난 관심의 주인공 여주 때문이였는지 몰라도 그 둘을 알아서 다 피해주는 덕에 이들은 편하게 자리를 잡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뷔페식인 식당인 덕분에 음식을 고르는데 애먹은 여주였다. 다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민현이 언제까지 고를거냐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탓에 집게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이서 오붓하다고하면 오붓하다고 할 수 있는 자리를 이어나갔지만 젓가락질 몇 번에 오붓함은 와장창 깨져버렸다. 그 원인은 당연히 승관과 성연의 등장이었다. 둘은 여주를 발견하자마자 음식을 빠르게 담고 옆으로 다가와 '여주님, 같이 밥 먹어도 될까요? 진짜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자리를 저희에게 선사해주신다면 너무나도 기쁠 것 같아요'라고 하며 여주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 물론 이미 앉았다. 그렇게 말할 거면 차라리 물어보지 말라고.... 여주는 밥 한숟갈과 함께 말을 삼켰다. 민현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사람이 많으면 좋지'하며 1학년 두 명을 반겼다. 그리고 역시나 여주의 기대에 들어맞게 엄청 시끄러워진 자리였다. 1학년 두 명이 '여주님', '일신님'거리는 탓에 귀가 빨개져서 욱신거렸다. 민현 앞에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민현도 비웃는건지 여주 몰래 킥킥대며 웃어댔다. 유감스럽게도 여주는 봤다. 패기 넘치는 1학년 두 명은 분명 민현이 여주에게 질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둘이 대답했다. 그런 1학년 둘이 귀여웠는지 허허웃으며 다 들어주고 있는 민현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여주였다. 손녀, 손자보는 할아버지 같아.



'미친, 불여우 옆이잖아!' 

'딴 데로 가라고 말 해' 

'아, 싫어. 말 섞기도 싫어' 
 
 

   시끄러운 식당 안, 어디선가의 대화가 여주 귀에 박혀 들어왔다. 눈치를 살펴보니 1학년 둘과 민현은 듣질 못한 듯 했다. 들리는 대화는 아침에 들었던 불여우 얘기인 것 같았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싫은 것인지 목소리에서 부터 싫은 감정이 묻어 나왔다. 여주는 주위를 둘러보아 들려온 대화의 출처를 찾았지만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찾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불여우가 뭘까. 학교에 불여우가 있는걸까. 여주는 민현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옆에 앉는 쉴 새 없이 떠들고 있는 1학년들이 눈에 밟혀 다음을 기약했다. 




"자, 이걸로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요"

"와, 드디어 끝! ##일신님은 오늘 뭐 하실거예요?" 

"딱히 안 정해뒀는데" 

"그럼 저랑 '양지의 거리'에 놀러가실래요?" 


 

   여주와 시간표가 아주 비슷한 승관은 마지막 교시도 여주 옆에 있었다. 승관이 오늘 하루 옆에 있으면서 얻은 것은 상대방이 아무리 옆에서 떠들어대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기술을 터득한 여주였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지만 일단은 수업이 모두 끝났다는 사실에 좋아하기로 했다. 수업이 끝났으니 드디어 이 시끄러움에서 해방인가 싶었는데 승관의 제안에 여주의 귀가 솔깃해졌다. 

 

  

"양지의 거리?" 

"네! 양지의 거리에 있는 보보씨의 잡다한 상점에 새로운 게 많이 들어왔다던데요? 같이 구경 갈래요?" 


  

   '양지의 거리', '보보씨의 잡다한 상점' 뭔가 게임에서 나올법한 이름들에 열여덟 살 소녀, 여주는 흥미를 느꼈다. 사람이 사는 세계니 시내와 같은 개념일까 하며 괜히 기대도 해보면서 승관의 제안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양 세계의 여주는 무영 세계에서 바쁘고 치열하게 살던 여주와 달랐다. 이때까지 제대로 놀아봤던 적이 없던 여주는 '이게 놀러나간다는 거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었다. 딱 그 나이 또래 마냥 '논다'라는 사실이 즐거웠다. 마음 속으로는 학교 밖 주변을 알아두면 좋잖아? 주변 탐색하러 가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진짜요? 진짜 같이 가는거죠?! 배성연이랑 같이 가도 돼요?" 

"그러든가" 

"그러면 제가 걔 데리고 올테니까 정문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세요!" 

"그래" 


 

   승관이 성연을 찾으러 떠나고 여주는 책을 갖다 놓기 위해 2학년 홈베이스-사물함이 모여있는 장소, 여주는 2학년으로 취급해 2학년 홈베이스를 사용한다.-로 향했다. 홈베이스에 다다른 여주의 눈에 보였던 것은 꽤나 소란스러운 장면이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학생들이 우글우글 많이 모여있었고 시끄러운 와중에 간간히 높은 목소리의 욕설도 들려왔다. 누가 싸움이라도 하나 보지? 여주는 심드렁한 얼굴로 오직 책을 갖다 놓는다는 목적만 가지고 많은 인파 사이로 들어갔다. 거길 지나야 책을 놓을 수 있으니까.



"아, 짜증나게 길 막고 난리야" 

 

 

  많은 학생들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여주였고, 그에 짜증이 많이 난 상태였다. 도대체 뭐 때문에 사람이 통행도 못하게 길을 막고 있는 것인지 그 원인이 문득 궁금해진 #여주였다. 여주는 인파를 뚫으면 뚫을 수록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대화들에 집중했다. 진짜 별 거 아니면 일신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어. 벌써부터 힘을 과시하려는 여주였다. 여주가 귀를 쫑긋하고 집중해 들으니 하늘을 찌를 듯한 목소리가 고막을 강타했다. 여주는 귀가 따가워 인상을 찌푸렸다. 어우, 목소리 높은 것 봐. 너, 합창단 같은데 들어가면 무조건 소프라노 했었지?


 

"짜증나게 왜 내 몸에 닿고 난리야! 더럽게 진짜!" 

"...." 

"불여우면 알아서 사람 많은 데는 피해야 할 거 아니야!" 

"...." 

"네가 불여우인거 까먹은 거 아니지?"

"...."

 "너 불여우야. 더럽고 추악한 불여우"

"...."

 "잊지 말고 알아서 몸 사려라? 어?" 
 
 

   목소리가 높기도 했고, 그 내용도 그렇고 여주가 인상을 찌푸리기엔 충분했다. 그나저나 또 불여우 얘기다. 도대체 이 학교에서 불여우의 존재가 뭐길래 저렇게 혐오하는 걸까. 여주는 점심 때, 다음을 기약해야 했던 의문을 다시 품었다. 제법 많은 사람을 뚫은 여주는 소란의 근원지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소리치는 여학생. 밑에 주저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다른 여학생. 손가락질 하는 주위 학생들. 이것만 봐도 무슨 상황인지 뻔히 보였는데 거기다가 대화 내용까지 들으니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마 밑에 주저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여학생이 아까부터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불여우'란 거고, 이 여학생은 전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리고 저 소프라노 여학생은 지나가다 몸이 닿인 걸로 저 지랄.... 아니, 저 난리를 피우는 거다. 여주가 정리한 상황은 그랬다. 어쩜, 무영 세계랑 똑같니. 자신의 과거가 생각난 여주는 비소를 지었다. 나도 몸이 닿았다고, 가난함이 묻었다며 저 지랄 떨던 놈이 있었는데.... 여주의 시선은 불여우라고 모두가 칭하는 여학생에게 시선이 박혔다. 긴 갈색 머리, 끝자락에는 약간의 웨이브. 계속 보다보니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더 자세히 보려 더 가까이 다가갔다.


 


 

[플레디스/뉴이스트/세븐틴/프리스틴] 음양학당(陰陽學黨) 05 - 불여우(1) | 인스티즈

"...."


  룸메이트였다. 순간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여주의 룸메이트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생각 외의 인물에 깜짝 놀란 여주였다. 어제, 자신의 말을 차갑게 씹었던 모습과 괴리감이 느껴졌다. 여주가 느낀 바로는 저기서 저러고 있을 게 아니라 저렇게 소리치고 있는 쪽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쁜 말들을 듣고 있던 룸메이트는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룸메이트에게 소리치고 있는 여학생의 폭언은 점점 수위가 심해졌고 그에 따라 여주의 미간은 점점 찌푸려져갔다. 하지만 여주가 이해 되지 않았던 건 가만히 듣고 있는 룸메이트였다. 여주로썬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초등, 중학교 시절, 다 왕따를 당해 보았던 여주는 저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바로 멱살을 잡고 보는.... 뭐, 그런 아이였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주먹으로 이름을 날렸던 여주였으니 이해가 가지 않을 만도. 주저 앉아 있는 룸메이트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히 폭언을 듣고 있었다. 

 


"차라리 학생들 학교 좀 마음 편히 다니게 자퇴를 하는 게 어때?" 

"...." 

"아니면 세상 사람들 마음 편히 다니게 자살을...." 

"미친!" 

"악!" 
 

 

  퍽. 여주의 룸메이트에게 폭언을 하고 있던 여학생이 누군가에게 밀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리고 그 여학생을 밀친 그 누군가는 건 여주였다. 초등, 중학교 때 자신이 왕따를 당했던 그 모습이 떠올라 갑자기 발끈해서 그 여학생을 밀쳐 버린 건 절대 아니였다. 그냥 주위에 있던 다른 학생이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앞에 있는 여주를 어깨로 세게 밀쳤고 그 힘이 워낙 강하던 탓에 밀려나다 발을 헛디뎌 여학생을 들이박은 것 뿐이었다.


 저 '미친!'이라는 탄성은 그런 이유로 여주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절대 심해지는 폭언에 화가 나 무작정 몸을 들이 박은게 아니였다. 여주는 정의의 사도가 될려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나한테 신경 쓰기도 바쁜데 정의는 무슨 정의. 상황이 귀찮게 된 것 같아 골치가 아파진 여주였다. 넘어진 소프라노 여학생은 아파서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여주에게 소리치려 했다. 그 주인공이 여주라 소리는 치지 않았지만.



"너, 뭐! .... 일신?" 

"어, 그게...." 

 "...." 


 

  젠장. 속으로 여주는 외쳤다. 역시 상황이 골치 아파졌다. 이곳에 있던 모든 학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두 팔 걷고 정의를 위해 나선 것 같은 이 상황. 어떻게 하지. 소프라노 여학생이 벙찐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보는 동안 여주의 뇌는 빠르게 굴러갔다. 여기서 저 여학생에게 밀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는 아까까지의 행동들이 별로라 그렇게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파워레인저 마냥 '그만 두지 못할까! 어리석은 중생이여!'라고 말하는 것도 싫었다. 


  여주가 혼자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동안 소프라노 여학생의 벙찐 얼굴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엇, 또 소프라노 목소리로 소리 지를 것 같은데? 여주는 다급하게 웃기지도 않은데 웃어보이며 말했다.


 

".... 하하하, 안녕, 룸메이트?" 

"...." 

"어제 내가 인사를 못 받아서. 인사를 받으려고 왔는데" 

"...." 



 상황 모면하겠다고 아무 말이나 짓껄이고 본 여주였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그걸 잘 아는 여주는 자신을 밀친 얼굴도 모르는 학생에게 저주를 퍼붓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가 주술? 그걸 배우게 된다면 네놈에게 먼저 해주마. 속으로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고 있던 여주에게 다행히, 룸메이트는 잘 대답해주었다. 



".... 아, 안녕, 여주야. 어젠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였어. 당황해서...."

"...."

"어쨌든 미안해!" 

"크흠, 사과 받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아. 저, 그럼 그렇게 미안하면 기숙사에 짐정리 좀 도와주라"

".... 어?"

"짐이 워낙 많아서."


   뭐야. 생각보다 착하잖아? 바보처럼 사과하는 룸메이트에 살짝 놀라던 것도 잠시, 주위를 둘러 싸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진 여주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정리해준 깨끗한 방이 떠올랐지만 애써 무시하고 대충 짐정리 핑계를 대며 룸메이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 



  여주의 말에 룸메이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거야! 빨리 알겠다고 해야지! 여주는 답답했던 모양인지 대답도 듣지 않고 가만히 있던 룸메이트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여기까지 딱 좋았는데 말이지.
 

"야, 지금 사람 넘어진 거 안 보여? 사과 안 해?!"



  룸메이트의 손목을 잡고 도망가려던 여주를 향해 소리를 꽥 지르며 사과하라는 여학생이었다. 폭언을 퍼붓던 소프라노 여학생은 많은 학생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고 느꼈으니 여주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겠지. 고막을 강타하는 높은 목소리에 여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이상한 상황에 끼어들게 돼서 짜증나는데 귀에 박히는 높은 목소리와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 더 짜증이 나는 여주였다.



"하아"



 여주는 성가시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소프라노 여학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제껏 싸워왔을 때 반은 먹고 들어 갔던 기선제압하는 표정을 지어 보는 여주였다. 요새는 진상손님 대할 때만 지어왔는데 여기서 쓸 줄은 몰랐네. 소프라노 여학생은 쫄아서 움찔했지만 기죽지 않으려는 듯 눈을 더 부라렸다. 너도 얘 일부러 넘어뜨린 것 같은데 그냥 쌤쌤으로 하는 게 어때. 여주의 목소리에는 귀찮음이 가득했다.


  여주의 신수는 일신이란 걸 모르는 학생은 전교에 찾아볼 수 없었다. 신수가 일신, 즉, 학교에서, 이 세계에서 영력이 최강이라는 말인데. 세계 최강이 저런 얼굴과 저런 목소리로 말을 하니 그 누가 됐든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힘을 과시한다는 거였다. 아무 말 못 하는 소프라노 여학생에게서 고개를 돌려 여주는 룸메이트 손목을 잡고 그 장소에서 빠져나왔다.


  음. 뭔가 빼먹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룸메이트와 함께 학교 건물 밖으로 나온 여주는 찜찜한 느낌에 걸음을 멈추었다. 홈베이스를 간 목적을 까먹은 여주   였다. 걸음을 멈춘 여주에 의해서 자연스레 룸메이트의 걸음도 멈추어졌다. 여주가 심각하게 자신이 뭣 때문에 홈베이스를 갔는지 생각하고 있던 여주에게 룸메이트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질문하였다.


 

".... 저기, 왜 도와주는거야?"



  룸메이트를 등지고 있던 여주는 지금 심각하게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어? 뭐라 말하지? 누가 밀쳐가지고 상황에 잘못 끼어든 것 뿐인데.... 사실대로 말해야 되나. 여주 딴에는 엄청난 갈등이었다.  결국은 사실대로 말하였지만.

 

"도와준거 아닌데?" 

".... 어?" 


 여주의 말에 룸메이트는 당황스러워 했고, 여주는 뻔뻔했다.



"그냥 내가 거기에 있었던 걸 고마워해" 

"응.... 고마워, 여주야" 


 


 뻔뻔한 여주의 말에도 룸메이트는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하였다. 첫인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에 여주는 '하란다고 또 고맙다고 하냐....'하며 답지 않게 쑥스러워했다. 둘 사이에는 어색한 정적이 맴돌았고 룸메이트는 할말이 있는지 뭔가 우물쭈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치챈 여주는 왜 그러냐 물어보았고 룸메이트는 좀 더 망설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어제, 빵, 맛있었어?" 

".... 빵?" 

"짐은 어디다 뒀는지 알아볼 수 있겠어?" 


 

   이 말에 여주는 어제 자신이 자다 일어나 먹었던 빵과 정리 되어있던 방 안이 떠올랐다. 짐은 그렇다치고 빵에 대해선 완전히 잊고 있었던 여주라 놀라움은 배가 되었다.놀란 눈으로 '그거 네가 한거야?'라고 물어봤고 룸메이트는 고개만 한 번 까딱했다. 여주는 룸메이트가 고마워해야 할 게 아니라 자신이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주가 고맙다고 말하려던 그 순간


 

"아! 일신님! 찾았잖아요! 여기서 뭐하세요?" 



  승관이 찾아왔다. 여주는 다시 한 번 더 깨달았다. 아, 맞다. 나 너랑 약속 있었지? 여주의 태연한 말에 승관은 찡찡대는 톤으로 말했다. 그걸 까먹으시면 어떡해요! 안 그래도 소프라노 뺨치는 높은 목소리를 듣고 와서 고막이 아픈데 승관의 찡찡거림까지.... 여주는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승관의 징징거림은 합당한 것이었다. 정문에서 성연과 하도 안 오는 여주를 기다리다 못 기다리겠던 승관은 직접 여주를 찾으러 나선 것이었으니 징징거려도 여주 쪽에선 할 말이 없었다. 그걸 아니까 조용히 귀만 막은 여주였다. 


  여주가 연속으로 깨달은 것은 책을 넣어 놓고 온다는 것도 깜빡한 것이었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에 손을 쳐다보니 훔베이스에 갔던 목적인 책이 손에 들려있었다. 아, 씨. 여주는 척추에서부터 퍼지는 피로감을 느꼈다. 다시 홈베이스를 가야하나.... 속으로 고민하고 있던 여주는 무언가 이상했다. 승관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었다. 조금 더 징징거려야 되지 않나 싶어 승관을 바라보니 승관은 여주의 룸메이트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룸메이트를 향한 승관의 눈을 봐서는 첫눈에 반했다거나 뭐, 그런 하이틴 멜로 드라마 눈빛은 아닌 것 같았다. 룸메이트가 돈이라도 떼어 먹었나. 아니면 그 반대.... 는 아니겠지. 이 분위기의 영문을 모르겠는 여주는 승관에게 왜 그러냐 물어봤지만 승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승관 뿐만 아니라 룸메이트도 승관의 눈치를 본 건지 룸메이트는 여주의 손에 쥐어있던 책을 가져갔고, 기숙사에 갖다놓겠다며 여주에게 얼른 가보라며 여주의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기숙사로 뛰어갔다.  


 

"네가 하도 힐끔거려서 가버렸잖아." 

"여주님, 정은우 누나랑 아는 사이에요?"

"그게 누군데?"



  여주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승관은 놀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이제 자신의 말을 안 듣는 것도 적응된 여주라 흐름에 자신을 맡긴 여주였다. 여주의 말에 승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 아까 본 누나랑은 무슨 사이신데요?" 

"룸메이튼데" 

"그럼 정은우 누나는 누군데요"

"누군지 모른다니까?"

"아까 그 누나가 정은우 누난데.... 룸메이트끼리 통성명도 안 하세요?"



 승관의 말에 머쓱해진 여주는 애꿎은 목을 가다듬었다.  안 한게 아니라 못 한거야.... 큼큼, 넌 쟤를 어떻게 아는데.




 



"모를 수가 없죠. 중등 학당.... 아니 초등 학당에도 다 퍼졌을텐데"

 "...."



[플레디스/뉴이스트/세븐틴/프리스틴] 음양학당(陰陽學黨) 05 - 불여우(1) | 인스티즈

"저 누나가 불여우라면서요?"
 


- 다음 편에 계속  
 


 

* 끊는 부분이 굉장히 애매하다

* 이쯤되면 해야하는 인물정리 

1학년 

부승관, 배성연 

2학년 

김여주, 전원우, 김민경, 정은우 

3학년  

황민현, 김종현 


 추가예정 


 


 

+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 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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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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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리 은우 오ㅑ 왕따당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루에 하나라뇨 따흐흑 고흐흑 바흐흑... 승관이 성연이도 참 카와이하군요....
6년 전
독자2
아 은우가 불여우라니 뭐 이상한 악역같은 건 아니겠지요오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3
저 이런 판타지물 좋아하는거 어찌 아시고...따흐흑...
6년 전
독자4
플디라니ㅜㅜㅜㅜㅜ 판타지라니ㅜㅜㅜㅜㅜ 너무 좋은거 아닙니까ㅜㅜㅜㅜㅜㅜ
6년 전
독자5
작가님 진짜 세계관에 글 내용에 정말 띵손 금손 다 가져가세요ㅠㅠㅠㅍ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들도 너무 귀엽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ㅍ
6년 전
독자6
아 진짜 승관이 성연이 꿀귀ㅠㅠㅠㅠㅠㅠㅠㅠ승관이 말하는거 넘나 음성지원ㅋㅋㅋㅋㅋㅋㅋ은우는 무슨 이유로 불여우로 칭해지고 욕을 먹는지ㅠㅠㅠㅠ 다음편도 보러갈게요~~
5년 전
독자7
승관이랑 성연이 둘이 이미지가 많이 비슷하긴 하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은우는 신수가 불여우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건가요?ㅠㅠㅠㅠㅠㅠ
이번 편도 잘 읽었습니다~

5년 전
독자8
아 다닌다는게 성연이랑 승관이를 말하는거같아욬ㅋㅋㅋㅋㅋ 성연이랑 승관이는 귀여워 죽을 것 같은데 은우가 왕따 당해서 맴찢이라 죽을 것 샅아요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9
은우 왜ㅠㅠㅠㅠㅠㅠ 근데 성연이랑 승관이 너모 귀여워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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