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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엑소
문과벌레 전체글ll조회 1950l 3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땅 덩어리가 8조각으로 갈라져 있을 무렵 그 위에서는 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대한 대륙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한 8국의 몸부림에 살은 찢겨 나갔고 피가 튀었다.
첫 8국의 전쟁은 3년을 끌었다. 8국 중 가히 두 번째로 명성이 대단했던 하국이 첫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야욕이 대단했던 하국의 군주는 그 규모가 약소했던 주국과 우국을 침을 시작으로 세력을 넓히어 나가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물결에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킨 하국의 군주 화한은 그에 멈출출을 몰랐고 더 막강해진 군사력을 앞세워 수국과 화국을 무릎 꿇렸다.





순식간에 네 나라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은 하국의 군주는 가장 막대했던 나라인 목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호랑이 새끼와도 같았던 하국의 군주 화한을 경계했던 목국의 대신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께 속히 하국의 침입에 대한 준비를 하시라 청하였지만 당시 환락과 유희를 일삼던 목국의 황제는 관료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채 무희들의 얄쌍한 허리를 끌어안는데만 급급할 뿐이었다. 목국의 황제가 이리도 태만하게 정사를 돌보는 동안 남은 두 나라인 울국과 춘국은 서로의 국력을 합치어 하국의 왕 화한의 목을 치기로 도모하였으나 종국엔 두 나라 군주의 목이 도성 앞에 처참히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폐하, 하국이 엄청난 강세를 띠어 주변 나라들을 차례로 패망시키고 있사옵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언제 하국이 처들어올지 모르는 급급한 상황이온데 폐하께서는 속히 군사를 훈련시켜 전쟁에 대비하셔야 하옵니다"



"그대들은 우리 목국이 얼마나 대단한 위세를 떨치는지 정녕 모른단 말이오? 하늘아래 가장 강한 나라가 바로 우리 목국인데 어찌 감히 하국의 새끼 호랑이 따위가 우릴 친단 말이오"






허나 목국 황제의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하국의 화한은 새끼 호랑이가 아니었다.
화한은 새끼를 벗어나 막 전성기를 누릴 준비를 끝마친 새파랗게 젊은 호랑이였고 목국은 기골이 장대하긴 했으나 이빨이 다 빠져버린 늙은 호랑이 였음을 목국의 황제는 간과하고 있었다.
마지막 전쟁을 끝으로 2년간 늙은 호랑이의 목을 물어뜯을 준비를 끝마친 젊은 호랑이는 마침내 이빨을 드러냈고 목이 너덜너덜해진 늙은 호랑이의 시체는 들판에 아무렇게나 뒹굴어 그 기세등등하던 목국은 치욕스러운 패망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불과 6년 반이라는 시간만을 가지고 200년간 갈라져 있던 땅 덩어리를 통일한 화한은 나라이름을 영원히 불타오르리라는 뜻으로 (然)자를 써 연국이라 새로이 명명하였다.
그러나 연국의 군주 화한은 온 대륙을 호령하던 전의 모습과는 무색하게도 나라를 통일한지 불과 3년만에 병을 얻는다.






"첫째인 한은.. 성미가 아주 포악하여 용상에 앉힐 수 없다.. 지금.. 연국은 오랜 전쟁에 지친 백성들을 돌봐줄.. 황제가 필요하니, 대신.. 성품이 온화한 화정을 용상에 앉히도록 하라.."






본디 하국에서부터 이어오던 국헌상 다음 황제의 대는 첫째가 이어야 함이 지당하였으나 그러기에 첫째 황자 한은 성미가 너무도 포악하였다.
환락과 여색을 즐겼으며 종국엔 언제나 칼을 뽑아들어 피를 보고 마는 한은 다음 황제의 대를 잇기엔 너무도 위험한 인물이었음을 황제의 침상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기에 결국 황제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둘째인 공주 화정이 용상에 올랐다. 성품이 온화했던 화정은 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했으나 그 성품 탓인지 자주 주변의 위협을 받았다. 화정이 왕위에 오르고 난 후 그녀는 나라를 여섯 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그녀의 형제들을 제후로 임명하였다. 화정이 왕위에 오르면서 오랜 전쟁에 지쳤던 나라는 잠시 안정되는 듯 보였으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 했다. 왕위에 오르지 못 한 화한의 자식들 중 가장 성미가 포악했던 한이 군사를 이끌고 4황자의 목을 베는데 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황위 친탈을 목적에 둔 황자의 난은 그리 막을 올렸다.






초대 황제는 슬하에 자식 일곱을 두고 있었는데 그 중 첫째가 한, 둘째가 화정공주요 셋째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민혁이다. 1황자 한이 4황자의 목을 벰과 동시에 민혁은 한에게 서신을 보내어 앞으로 뜻을 함께 할 것을 요청했다. 혼자 다른 형제들을 치고 황궁까지 공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거라 판단한 한은 민혁의 요청을 수락했고 한과 민혁은 차례로 형제들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황자의 난이 시작된지 23일이 되는 날이었다. 마침내 네 형제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한과 민혁은 곧장 황궁을 향해 군대를 끌었다.






'폐하 큰일 났사옵니다. 1황자와 3황자께서 군대를 이끌고 황궁 문 앞까지 쳐들어왔.. 폐... 폐.. 폐하..!'






황제에게 급히 소식을 알리기 위해 뜀박질하던 상궁이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일곱 형제들 중 성품이 가장 너그러워 황위에 오른 화정은 일곱 형제들 중 가장 여렸기에 저를 칼로 베어 죽이려는 형제들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목을 매달아 자결한 화정의 눈빛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슬픈 것이었다.





이내 태화전에 당도한 1황자 한이 태화전 문을 열어 젖혔고 눈앞에 펼쳐진 참담한 광경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3황자 민혁은 기회를 잡을줄 아는 사람이었다. 1황자 한이 자결한 황제를 잠시 바라보는 동안 칼을 뽑아든 민혁은 1황자 한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과 죽은 두 형제를 앞에 둔 민혁은 뒤돌아 소리쳤다.





"황제와 첫째 형님께서 승하하셨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보위에 오르겠다"



"화.. 황제 폐하 만세! 만만세!"





형제 여섯을 제 손으로 모두 죽인 자다. 태화전 앞에,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우뚝 선 민혁을 마주한 자금성의 궁인들은 살기를 느꼈다. 민혁이 든 칼에는 아직도 제 형제의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언제 목숨이 날아갈지 모른다. 그리하였기에 그들은 새 황제를 군말없이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태사 이문겸이 가장 먼저 엎드렸다. 온 궁인들의 외침을 듣고 난 그제서야 민혁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피가 튄 미색의 얼굴에 띄우는 미소는 가히 절경이었다. 이것이 이야기의 서막, 새로운 황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군주君主 의 황후














많은 이들이 수많은 형제들을 죽이고 보위에 오른 민혁이 난폭한 폭정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민혁이 툭 하면 칼부터 뽑아들고 보는 1황자 한과 같을 것이라 여겼지만 민혁은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에 대한 잘못이라도 뉘우치듯 관용적인 정책을 펼쳤다. 죄인을 함부로 고문하는 일이 없었고, 또 함부로 죽이는 일이 없었다. 오랜 전쟁으로 병든 백성들을 보살피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폐하, 국정을 보살피시는 것도 좋지만 하루빨리 황후를 맞이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올해 폐하께서도 꼭 스물이시니 한시라도 바삐 금혼령을 내려 황후를 맞이하시옵소서"



"황후? 황후라.."



"예, 폐하"



"태사 이문겸"



"하문하시옵소서 폐하"



"그대에겐 여식이 있는가?"



"소신에겐 올해 열 여덟 난 여식이 하나 있습니다"



"금혼령을 내리면 그대의 여식도 처녀단자를 올리겠군"



"......."



"태사 그대는 참으로 투명하오"



"황공하오나 소신 아둔하여 폐하의 말 뜻을 잘 알아듣지 못 하였사옵니다."






쯧. 턱을 괴고있던 민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태사 이문겸. 그는 초대 황제때부터 권세를 누리며 최고관직인 태사 자리를 꿰차고 있는 자다. 김문겸은 겉은 곰 같으나 속은 교활한 너구리나 뱀과도 같은 자라 민혁의 신경을 자주 건드렸다. 그런 자가 황후 간택을 청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여식을 황후 자리에 앉히겠다는 말과 진배없는 것이었다.






"알겠다. 내 황후를 들이도록 하지."



"황공하옵니다 폐하"



"당장 도성에 금혼령을 내리도록 하라."



"허나,"



"그 누가 황후가 되든 짐은 절대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오"



"짐이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는 것. 그대들도 잘 알지 않소?"





하긴, 짐이 도성 여인들과 견주어도 질것 없는 미색이라 하니 굳이 황후에게 정을 줄 필요가 있겠소? 제 혼자 농을 뱉은 민혁은 호탕한 웃음을 흘렸다. 태사 이문겸의 얼굴에 알듯 모를듯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무리 그래봤자 어디 세상사가 폐하 마음대로 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아무리 온 나라를 피에 물들게 한 황제라도 제 권세를 막을 방도는 없었다. 선대 황제에게 충성했던 관료들을 모두 살려둔 것부터 이미 황제는 완전히 피에 물든 사내가 아님을 김문겸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내정되어 있는 황후에게 애정을 주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황제가 그저 치기어린 어리광을 피우는 것일 뿐이라. 그리 생각하였다.   













군주君主 의 황후










"처녀단자요?"


"그래. 이 아비는 황궁에 네 처녀단자를 올릴 것이다."





쳐녀단자를 올릴 것이라는 제 아비의 말에 연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제가 처녀단자를 올린다면 반드시 황후로 간택될 것이라는 것을 연희는 알고 있었다.






"황궁으로 들어가서 황후가 되거라"


"황후가 되어 황제를 휘어잡아라"


"황제를 휘어잡으면 온 나라를 네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황제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는 말거라. 언제든 그를 찌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 말하는 제 아비의 얼굴엔 탐욕스러운 웃음이 가득 피어올랐다. 연희는 제가 아비의 명을 거역할수 없는 위치에 놓였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황후가 될 운명을 타고나 황후가 될 고귀한 핏줄을 가진 여인. 그것이 바로 자신임을 연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 아버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신의 순종적인 대답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비가 미웠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연희는 결심했다. 황후가 되기로 결심했다.
황궁으로 들어가 황제를 휘어잡은 다음 제 아비에게 인정받겠노라 그리 생각했다. 





꽃가마가 하나 둘 씩 황궁 앞에 도착하였다. 꽃가마 안에서는 꽃과 같은 양반집 규수들이 내리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상궁의 안내를 받아 태화전으로 향하였다.

연희도 그 중 하나였다. 노란 저고리와 다홍빛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채로. 노란 저고리를 입은 규수들의 행렬에 따라붙은 몇몇의 나인 중 몇몇이 은근히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씨'


'......'


'아씨께서 황궁 안으로 들어가시어 황제폐하를 알현할 일이 생기시면, 절대 폐하의 용안을 쳐다보지 마십시오. '


'황제폐하의 용안.. 말입니까?'


'예. 황제폐하의 용안을 뵈는 순간 아씨의 운명은 박복해질 것이옵니다.'


"황제폐하의 용안을 뵌 여인들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심장이 뛰며 온 몸에 열이 올라 평생 그 마음을 잊지 못 한다 합니다."


'폐하의 마음을 얻을 자신이 없는 여인들은 절대 폐하의 용안을 마주해서는 안 됩니다. 그게 설령 태사댁 아씨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래요. 명심하지요.'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나오는 본인의 이름에 저도 모르게 뒤 돌뻔 하였다. 자신이 황후 내정자라는 사실은 이미 궁인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것인가 보다 했다. 헌데 대화를 듣자 하니 저 틈에는 나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와 같이 노란 저고리를 입은 규수가 하나 섞여있는 모양이었다.
얼핏 들으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나인의 태도가 무례하여 목소리가 일그러 질만 한데 뒤의 규수는 그런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의연히 명심하겠다는 말만 남긴 규수는 후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현 황제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절세가인이란 말은 이미 익히 들은 것이었다. 황제의 얼굴을 보면 어느 여염집 규수라도 오랫동안 편히 잠들수 없다더라. 도성 안의 여인들을 모두 불러놓고 봐도 황제의 미색이 훨씬 뛰어날 것이다. 하는 소문은 이미 파다한 것이라서. 그 미색을 하고도 여제껏 후궁은 커녕 황후도 두지 않은 황제가 사실은 남색을 밝힌다더라 하는 소문까지 도성 내에 알음알음 하게 돌 정도였다.






연희에게 초간택은 너무도 쉬운 것이었다. 그저 눈을 살며시 내리깔고 예의 바르게 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재간택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연희는 삼간택까지 올랐고 집에서 황궁으로 행하는 날 어머니는 제 손을 꼭 붙잡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제 가면 다시는 못 볼 터인데.. 다시는 못 볼 터인데.. 걱정 마세요 어머니. 연희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고운 꽃가마에 살포시 발을 올렸다.  삼간택에서 떨어져도, 운이 좋아 간택된다 하더라도 황제의 여인이라 황궁 밖으로 나가지 못 하게 된다는 사실은 똑같은데. 그런데도 자꾸 우세요 어머니. 마침내 연희가 올라탄 꽃가마는 가마꾼들의 손에 들렸고 황궁으로 향하였다.












경하드리옵니다 마마. 황후로 간택되었사옵니다.




새로운 교태전의 주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자신들이 모실 주인이 간택되자 궁인들이 머리를 조아려 예를 표하였다.
궁인들은 황후를 데려가 태왕태후전에서 손수 준비한 예복을 걸쳐주었고 봉잠과 비녀를 비롯한 색색의 장신구들을 머리에 꽂았으며 곱게 분칠도 해주었다. 틀어올린 머리카락은 흑단보다도 검고 윤기가 흘러 탐스러웠고 그에 드러난 희디 흰 목덜미는 연약했으며 붉은 핏빛 입술은 그 누구라도 탐미 하고플 정도였다. 새로운 교태전의 주인은 황궁의 어른들께 머리를 조아려 예우를 표하였다. 황후의 몸에 걸친 예복이 딱 들어맞았다.    






"폐하!! 폐하!"


"무엇이 그리 급해 죽을둥 살둥 뜀박질 하느냐"


"그것이.. 그것이..!"





태사 이문겸의 여식이 교태전의 주인이 되셨다 하옵니다! 곧 숨이 넘어갈 듯 뜀박질 해 온 상선은 황제에게 태사 이문겸의 여식이 황후마마가 되셨노라 고하고는 체면도 생각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역시 그리 되었군"


"......"


"역시 그리 되었어"






소리내어 웃는 민혁을 바라보던 호석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본래 누이가 황후로 간택되었다 함은 기쁜 소식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호석은 현 황제께서 제 누이를 여인으로 바라볼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황제는 제 누이를 그저 제 아비의 권력놀음을 위한 장난감, 즉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호석은 제 누이의 인생이 박복해질 것임을 예감해야만 했다.






"익위사"


"예 폐하"


"기쁘냐"


"무슨 말씀이온지.."


"내 너의 누이가 황후가 되어 기쁘냐 물었다."


"......"


"내 대신들의 상소에 못 이겨 황후를 맞은 것이니 짐이 네 누이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짐을 미워하지 말거라"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폐하"

 

"내 그래도 황후의 얼굴정도는 한번 봐 두는 것이 좋겠지"


"폐하, 또 어딜 가십니까"


"황후전으로 간다."


 




삼년을 곁에서 모셨지만 대체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황제였다. 상선은 분주하게 황제의 뒤에 따라 붙었다. 민혁은 황후전으로 느릿한 걸음을 옮겼다.







"그대가 이문겸의 여식인가"





멋대로 교태전 문을 열고 들어와 결국엔 황후가 든 침소 문까지 벌컥벌컥 열어제낀 민혁이 황후에게 물었다. 폐하, 그러시면 안 되옵니다..!
문 밖에 선 상궁과 나인들만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황제를 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제아무리 황제라지만 이리 황후전 문을 멋대로 열고 들어 온다는 것은 결례였다. 만약 민혁이 아니라 일반 상궁이나 나인이 그런 짓을 했다간 목이 두번 날아가고도 남았으리라. 예상치도 못 한 갑작스런 황제의 방문에 놀라 굳은 표정을 한 황후가 민혁의 눈동자에 들어찼다.






"대답도 하지 않는군"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긴 민혁이 황후의 손목을 그러쥐었고 허리를 굽혀 황후의 턱을 잡았다.




"황제의 말은 우스워 대답할 가치도 없으니 그리 굳은 표정을 한채 앉아있으라고 황후 그대의 아비가 그리 말하던가?"


"......"



"황후. 그대가 아비의 권세를 업고 황후가 됐다 하여 이곳 황궁에서까지 권세를 누릴수 있을거란 착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오"






황후의 턱을 그러쥐고 황후에게 얼굴을 가까이 댄 채 입술을 귀에 파묻고 속삭이듯 말하는 황제의 모습을 지켜보던 궁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여 뒤돌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
민혁과 얼굴을 가까이 한 황후의 눈동자가 갈피없이 흔들렸다.






"이리 무례하게 찾아온 것은 내가 사과하지"


"보석이면 보석, 비단이면 비단. 황궁에서 얻을 수 있는건 내 기꺼이 황후에게 다 얻어다 드리지"


"허나 이것만은 명심하시오. 내 그대에게 딱 한가지, 마음만은 절대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말이오"


"짐은 사람을 그리 쉽게 믿지 않거든"



"그게 설령 황후라 해도 말이지"






황제의 손이 그러쥐었던 황후의 턱을 놓았다. 그럼 좋은 밤 보내시오 황후. 민혁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발걸음을 옮겨 유유히 황후전을 빠져나갔고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던 황후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사색을 한 궁인들이 뛰어들어와 황후를 살폈다.
황후는 황제가 잡았던 왼쪽 손목을 그러쥐었다. 마마 손목이..! 다급한 상궁의 외침을 들은 황후는 무심결에 손목을 살폈다. 황제의 손자국을 따라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제서야 황후는 손목이 점차 아려옴을 느꼈다. 황후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초간택을 위해 가마솥 뚜껑을 밟고 태화전으로 들던 날, 뒤에서 속삭이던 나인들의 말이 맞았다. 황제의 마음을 얻을 자신이 없으면 황제의 용안을 마주하지 말라는 그 나인들의 말이 맞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황제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한 순간부터 표정이 굳고, 얼굴이 붉어지며 심장이 쿵쿵 뛴다. 황제가 남색이라도 좋다 생각했다. 황제에게 정을 받지 못 해도 아버지의 바람만 채울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여겼다. 황제를 휘어잡겠노라, 그리 말했다. 허나 틀렸다. 상황은 역전되어 오히려 황제가 황후를 제대로 휘어잡고 있었다.
황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다. 마마 어찌 우십니까 마마.. 황후의 눈망울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흘러내렸다. 황궁에 들어와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울지 않겠다 다짐하였는데. 주먹쥐며 했던 그 굳건한 다짐이 반나절만에 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 한 것이었다. 뭣 하느냐?! 어서 마마의 옥체를 살필 어의를 불러오지 않고!
어린 나인을 향해 어의를 불러오라 호통치는 상궁에게 나는 괜찮다고 일렀다. 황궁에서 황제를 마주하고 나니 욕심이 생긴다. 황제를 사랑하고 싶다. 황제의 사랑을 받고 싶다. 그리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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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문과벌레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자습시간에 생각난 거 막 끄적인거라ㅠㅠㅠ 앞에 서두가 길어서 읽기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6년 전
독자3
민혁이 글 너무 보고 싶었는데... 황제민혁이라니 대애박.... 글 너무 잘 쓰세요... 진짜 글잡에서 볼 글이 생겼네요 어땋게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실 생각을 하셨어요....ㅠㅠㅠㅠㅠ 미쳤어요 진짜ㅜㅠㅠ 매번 민혁이 글 찾다가 수확 못 하고 나가곤 했는데 오늘 지대로 건졌네요ㅠㅠㅠㅠㅠㅜ 진짜 신작 알림 신청하고 가요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화 언제가되든 기다릴게요 ♡♡♡ 암호닉 신청하고 싶어요ㅠㅠ흐흑 [미학적 관념]
6년 전
비회원32.189
대박 진짜 재미있어요ㅜㅜㅜ 꼭 적게 일하고 얼떨결에 성공하세요 글 진짜 너무 좋아요... 다음 편도 빨리 보고 시퍼요
6년 전
비회원31.63
헙 작가님,,, 황제 민혁이라니요ㅠㅠㅠㅠ 민혁이 글잡은 많이 안 보여서 아쉬웠는데 너무 최고에요ㅠㅠㅠㅠ 다음화 너무 기대돼요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4
진짜 좋아요... 왜 작가 안하세요...? 신작알림 누르고 갈게요...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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