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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和風暖陽 (화풍난양) 

 

 

 

 

 

 

 

비(丕)나라 시황제 13년 

 

 

 

 

 

 

 

신들의 산이라 불리우는 천산에는 인간과는 다른 이들이 살았다. 

본디 짐승인 육체에 신성한 영이 깃들여 태어나는 존재. 

인간과 닮은 존재들의 퍽이나 아름다운 모습에 홀리기도 하는 속세의 인간들은 그들을 요신(妖神) 혹은 요괴(妖怪) 라 불렀고 그들 스스로는 정령(精靈)이라 칭했다. 

 

 

 

 

 

 

 

 

 

 

천산은 하늘에 닿을 듯 높고도 험준하여 인적이 드문 탓에 기백 년은 족히 넘을 산삼이며, 이틀 밤을 달여내 그 물을 마시면 죽어가는 자도 살린다는 설백화까지 온갖 희귀한 약초들 천지였다. 

종종 부와 영생에 욕심이 나 그것들을 노리고 올라갔던 이들은 열이면 열 다시 내려오지 못하였기에 사람들은 산신의 노여움을 받은 것이라 수근거렸다. 

 

허나 예외는 있는 법. 

드물게 산에 올라가 살아 돌아온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 아픈 노모나 형제 등 누군가를 살리기 위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높은 천산에 올라 병자를 위한 약초만을 구해 내려왔으며 신기하게도 약초를 구한 뒤 험한 산속에서 길을 잃을 때면 토끼나 산새들과 같은 산짐승들이 앞장서서 길을 알려주었다 하더라. 

그렇게 살아 돌아온 자들의 증언에 사람들은 더욱 천산을 무서워하면서도 경외로움을 갖게 되었다. 

 

 

 

 

 

 

 

 

 

 

 

 

 

천산 

 

 

 

 

 

 

 

 

 

 

 

 

 

봄이 한창이라 천산 여기저기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눈과 코를 즐겁게 했다. 

겨울잠 자고 일어난 짐승들은 겨우내 비어있던 배를 채우고는 볕 좋은 곳에 늘어졌으며 나비나 벌과 같은 곤충들은 꽃을 찾아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그저 한가롭고 따스하기만 해보이는 풍경이었지만 그 안에 어찌 좋은 일만 일어날 뿐이랴. 

 

커다란 뱀의 단단하고 미끈거리는 몸뚱이가 점점 죄어오자 작은새의 눈에는 공포와 뒤늦은 후회의 눈물이 가득 고였다. 

눈처럼 하얀 몸에 까만 먹물에 담갔다 뺀 듯 반질한 꽁지의 이 작은 새는 오늘 아침만 해도 늦봄의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이불 삼아 잠을 잤더랬다. 

 

 

 

 

 

 

 

 

"소야(昭鵺). 해가 중천에 떴다. 그만 일어나거라." 

 

 

 

 

 

 

 

 

작은 오목눈이새가 낮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에도 통 잠에서 깨지 않자 윤기는 얼굴을 가린 하얀 날개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소야야. 내 오늘 산을 내려갔다 온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이리 게으름을 피우며 넋을 놓고 자다가는 수리에게 잡아 먹혀도 모르겠구나." 

 

 

 

 

 

 

 

 

으름장을 놓는 말에도 소야가 눈을 뜰 생각이 없어 보이자 윤기는 한숨을 쉬듯 웃으며 쳐다보다 큰 목소리로 외쳤다. 

 

 

 

 

 

 

 

 

" 뱀이다,뱀! " 

 

 

" 엄마야! " 

 

 

 

 

 

 

 

 

뱀이라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올라 두리번거리던 소야는 큰 소리로 웃는 윤기를 보며 그제서야 속은 것을 깨닫고 원망스레 외쳤다. 

 

 

 

 

 

 

 

 

 

"오라버니! 장난이 너무 심하시어요. 제가 뱀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아시면서!" 

 

"하하하. 그러게 얼른 일어났어야지. 이리 정신없이 자다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수리나 뱀이 나타나면 어쩌려고." 

 

 

 

 

 

 

 

 

잔뜩 약이 오른 소야를 보는 윤기의 눈이 웃음으로 가늘게 접혔다. 

달에 한번씩 오라비 윤기는 산아래 마을로 내려가 약초를 팔아 떡이며 곡식,서책 등 산에서 구하기 힘든 것 들을 사왔다. 

 

그날이 다가올 때마다 소야와 윤기의 투닥거림은 매번 있는 일이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며칠 내내 보채는 소야와 달래는 윤기의 반복된 언쟁이었다. 

 

 

 

 

 

 

 

 

"그리 걱정되시면 저도 데려가주시면 되잖아요. 산 아래 인간들이 사는 곳은 어떤지 너무 궁금한데 오라버니 혼자만 꼭 재미난 구경을 가시고…너무 합니다!" 

 

 

 

 

 

 

 

소야의 말이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오라비지만 인간 마을만큼은 절대 데려가 주지 않았다. 

윤기는 항의하듯 볼멘소리를 내며 팩 토라지는 소야를 다정한 목소리로 달랬다. 

 

 

 

 

 

 

 

" 인간 마을은 네게 너무 위험하다 하지 않았느냐. 인간들은 잔인하고 포악하여 혹 네 정체를 아는 날에는 너를 산 채로 잡아먹을 것이라 말한 것을 잊었느냐?" 

 

 

" 안 들키게 조심할게요! 저도 이제 다 컸습니다. 네? 오라버니~제발 소야도 데려가 주세요~" 

 

 

 

 

 

 

 

소야가 작은 부리를 자신의 목덜미에 부비며 아양을 떨어대자 큰 날개로 감싸고 내려다보는 윤기의 날카로운 눈매가 웃음으로 부드럽게 풀렸다. 

하지만 짐짓 엄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네 이리도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데 다 컸다니? 내 몇번을 말했느냐. 너는 겁이 많아 인간 마을에서 네 모습을 들키게 되는 건 한순간이라 아니 된다고."  

 

 

"아니어요, 소야는 이제 겁 따위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저도 엿새 후면 열여덟인 어른새가 되는 걸요!" 

 

 

"그래? 그럼 어젯밤에 부엉이 소리에 무섭다고 내 날개 밑으로 들어온 건 대체 누구더냐?" 

 

 

"…그,그건." 

 

 

" 이제 뱀이나 수리도 무섭지 아니하겠구나?"  

 

 

"…" 

 

 

 

 

 

 

 

 

크고 어여쁜 눈을 도록도록 굴리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소야를 보면서 윤기는 부드럽게 웃는 목소리로 달랬다. 

 

 

 

 

 

 

 

 

"소야야 네가 그리도 가고 싶어 하니 다음번에는 꼭 데려가 주마. 이번에는 열일곱인 아기새이니 어른새가 되면 가자꾸나." 

 

 

"참말이시지요? 다음번에는 꼭 저도 데려가 주시는 거지요?"  

 

 

"그래, 꼭 데려가 주마. 그러니 이제 이 오라비에게 웃는 낯을 보여주렴" 

 

 

"헤헤~소야는 오라버니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 

 

 

 

 

 

 

 

 

 

말하는 것은 꼭 지키는 윤기라 돌아오는 달에 데려가 주겠노라는 약조를 듣고 그제야 평소처럼 밝게 까르르 웃으며 외쳤다. 

윤기는 그 모습에 웃으며 소야에게 놀리듯 물었다. 

 

 

 

 

 

 

 

 

"홍시 보다도?" 

 

 

"당연한 것을요!" 

 

 

"앵두나 꿀떡 보다도?" 

 

 

"홍시나 꿀떡, 앵두를 어찌 오라버니에 비하겠어요." 

 

 

"그래? 그럼 이번에는 그냥 서책만 사와도 되겠구나?"  

 

 

"아이참~ 오라버니, 소야는 홍시나 꿀떡을 사오시는 오라버니는 더더더 좋습니다!" 

 

 

 

 

 

 

 

 

언제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 아름씩 사다주는 오라비인 걸 알기에 청회색의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윤기의 몸에 자신의 하얀 몸을 부비며 아양을 떨어댔다. 

작은 새가 하는 양을 내려다보고 낮게 웃던 윤기가 소야를 품에서 떼어놓으며 당부를 했다. 

 

 

 

 

 

 

 

"더 지체했다가는 오늘 안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없는 새에 함부로 다니지 말거라. 저번처럼 혼자 천방지축으로 다니다가 또 수리를 만날 수도 있음이야. 겨울잠에서 깬 주린 뱀들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산신님을 찾아가 귀찮게 하지말고." 

 

 

"아이참. 오라버니, 제가 진정 어린아이인 줄 아시어요?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 걱정말고 다녀오셔요! 꿀떡 잊지 마시구요." 

 

 

"오냐.그럼 내 금방 다녀올 터이니 조심 또 조심하거라." 

 

 

 

 

 

 

 

 

 

사람 나이로 열일곱이면 시집갈 나이지만 소야는 윤기의 보호 아래 애틋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컸기에 정도 많고 순진한 소녀였다. 

그런 소야를 홀로 두고 내려갈 적마다 물가에 어린아이만 내놓는 듯한 걱정에 매번 당부에 당부를 더 했다 

 

하얀 오목눈이 새를 걱정스레 쳐다보던 청회색 매가 스륵 하는 소리와 함께 미남자로 변했다. 

윤기의 깃털과 같은 청회색 머리카락은 늦은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에 푸른 은빛으로 반짝였다.  

창백하리만큼 하얀 얼굴이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유약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검은 포를 걸친 낭창한 몸은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 그럼 다녀오마." 

 

 

" 네. 부디 조심히 다녀오셔요." 

 

 

 

 

 

 

 

 

윤기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오목눈이새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어젯밤 싸놨던 짐을 챙겼다. 

바람처럼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가는 윤기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소야는 염려와 신뢰의 눈빛으로 배웅했다. 

 

 

 

 

 

 

포식자인 매와 피식자인 오목눈이의 오누이가 된 사연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사냥을 위해 나무 위를 배회하던 윤기의 귀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아기새의 울음이 들려왔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린 것은 먹지 않는 윤기였기에 무시하려는데 아기새의 울음 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먹이를 구하러 나간 어미를 찾는 소리치고는 너무나도 애처로워 그 소리를 찾아 내려가보니 주목나무에 자리 잡은 둥지 안을 덮치려는 구렁이와 부화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솜털이 보송한 오목눈이새가 보였다. 

주변에 흐트러진 솜털과 성체의 깃털로 보아 이미 어미와 형제들은 뱀의 먹이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배고프던 차에 먹이를 사냥하는 것 뿐이다.' 

 

 

 

 

 

 

 

약육강식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 인지라 그냥 돌아서려던 윤기는 가슴을 파고드는 울음소리에 마음을 바꿔 바람처럼 하강해 아기새를 삼키고자 시커먼 입을 벌린 뱀의 대가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찍어 눌렀다. 

 

 

 

 

 

 

 

〈엄마~엄마~> 

 

 

 

 

 

 

 

눈처럼 하얀 솜털이 보송한 어린 새는 어미를 불러대며 둥지를 채우고 있는 깃털 들에 머리를 숨긴 채 엎드려서 울기만 했다. 

힘을 실어 단번에 뱀의 숨통을 끊은 윤기의 미간에 살며시 주름이 졌다. 

 

 

 

 

 

 

 

'어미를 잃어 어차피 곧 죽을 아이인데 내가 괜한 오지랖을 떨었구나.' 

 

 

 

 

 

 

 

한순간의 동정심으로 살렸으나 먹이를 물어다 줄 어미 없는 어린 것은 어차피 죽을 것이 뻔한 일이기에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홀로 남은 작고 여린 새를 보며 윤기는 고통 없이 한 번에 숨통을 끊어 주는 것이 아기새를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뱀에게서 발톱을 거두자 죽은 몸뚱이는 힘없이 나무 아래로 떨어졌지만 윤기는 그것에 관심도 두지 않고 오목눈이 새의 둥지로 다가갔다. 

 

 

 

 

 

 

 

 

" 일각에 고통없이 자비롭게 보내 줄 터이니 어미와 형제들을 만나러 가거라" 

 

 

 

 

 

 

 

낮고 부드럽게 중얼거리는 윤기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머리를 숨기고 울기만 하던 아기새가 그 순간 고개를 들어 윤기를 바라보았다. 

 

 

 

 

 

 

 

〈엄마?엄마?> 

 

 

 

 

 

 

 

커다란 매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커다란 눈으로 쳐다보며 다가서는 아기새를 보며 당황했다. 

 

 

 

 

 

 

 

"아, 아니다. 난 네 어미가 아니야. 무엇보다 나는 수컷인데 어찌 어미가 되겠느냐. 아니지 이게 아니라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참." 

 

 

 

 

 

 

 

솜털이 그득한 따뜻한 몸이 바르르 떨며 자신의 몸에 파고들자 윤기는 황당하고 난감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던 말던 아기새는 커다랗고 단단한 매의 몸에 더욱 파고들며 훌쩍이다 금새 잠이 들었다. 

 

 

 

 

 

 

 

"허 이거참…이를 어쩐다." 

 

 

 

 

 

 

먹잇감인 작은 새를 품고 있는 매라니. 

다른 육식 짐승들이 보면 배꼽 잡고 웃을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 어린 새의 숨통을 끊어주자 하는 마음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칠백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 누구에게도 곁을 내어 주었던 적이 없었기에 따뜻한 온기가 주는 간질간질함과 애틋함이 나쁘지 않다 생각이 드는 스스로가 낯설기도 했다. 

 

 

 

 

 

 

 

"하는 수 없구나.이 아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거둬주는 수밖에." 

 

 

 

 

 

 

 

그렇게 천산 날짐승의 우두머리 정령과 볼품없이 연약한 아기새의 인연은 시작 되었다. 

어미새 처럼 먹이를 챙겨주고 둥지를 살펴주며 보살피다 보니 정이라는 것이 자꾸만 커져 한 두해만 지나면 자립 시키겠다는 생각을 자꾸만 미루게 되었다. 

 

 

 

삼 년의 세월이 지나고 평범한 오목눈이 새인 줄 알았던 소야가 세 살이 되던 달에 처음으로 인간의 형체가 된 것을 본 윤기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고 대견함 마저 들었다. 

이미 소야에게 윤기는 어미이며 아비이고 오라비 같은 존재였고 윤기 역시 소야를 제가 품고 낳은 새끼 처럼 애지중지하던 차였다. 

 

부모가 정령인 경우라면 그 자식 또한 자연스레 정령이 태어나지만 간혹 평범한 짐승 부모 아래에서도 영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는데 그런 희귀한 경우가 바로 소야와 윤기였다. 

그렇기에 정을 담뿍 주고 키운 작은새가 찰나와 같은 수명의 평범한 새가 아님에 하늘님에게 감사에 또 감사를 올렸다. 

 

 

 

 

윤기는 그 길로 세살배기 소야를 안아들고 천산의 주인인 산신님을 찾아뵈었다.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천산의 모든 일을 알고 있는 산신은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산신은 밝게 빛나라는 의미의 소야(昭鵺)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는 이제야 네 얼굴에 온기가 도는구나 하고 놀리듯 말하자 윤기의 하얀 얼굴은 벌겋게 물들었다. 

윤기는 답지 않게 쑥스러워 하며 산신의 하얀 옷자락을 빨아대는 소야를 들쳐 안고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그런 윤기의 뒷모습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발끝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수염을 쓰다듬던 산신의 눈에서 애잔함이 스쳤다. 

 

 

 

 

 

소야를 보살피며 윤기의 생활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정령으로서 각성 후 말을 배우고 생각도 넓고 깊어지자 지렁이나 곤충은 징그럽다며 먹지 않으려 하는 소야가 그 원인이었다. 

소야는 머루나 산딸기, 오디 같은 산 열매들을 즐겨먹었기에 열매나 나지 않는 계절에는 홍시나 콩, 떡 등 마을에서 사온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보니 달에 한두번씩 인간 마을로 내려가서 장을 봐오는 것이 윤기의 중요한 일거리가 된 것이다. 

 

 

산 열매가 열리기에는 이른 계절인 봄.  

저장해둔 음식이 바닥을 보여가자 혹여 소야가 배를 곪을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산 아래로 내려가는 윤기였다. 

바삐 내려가는 윤기를 배웅한 소야는 맑게 흐르는 골짜기에서 세수를 한 뒤 달콤한 곶감을 씹으며 계곡 근처의 넓적 바위굴 앞에 다다라 친구 묘아(卯雅)를 불렀다. 

 

 

 

 

 

 

 

 

"묘아야 나 왔어." 

 

 

"어머, 잠꾸러기 소야가 어쩐 일로 이 아침부터 깨어 있다니?" 

 

 

" 묘아 너마저 나를 놀리는 것이니? 안 그래도 오라버니께 잔뜩 놀림 받고 깬 참이란 말이야" 

 

 

 

 

 

 

 

소야는 홍옥 같은 붉은 눈을 크게 뜨고 반가움을 나타내는 묘아를 곱게 흘겨보면서 투정부리 듯 앙앙댔다. 

아담한 키에 커다란 눈, 찹쌀떡처럼 말랑거리는 발그스름한 볼의 묘아는 열다섯 살 정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백이십 해를 산 토끼의 정령이다. 

 

백년을 넘게 살았다지만 천년을 넘게 산다는 정령인지라 120살의 묘아는 소야만큼 어린 축에 속했다. 

또한 소야와 묘아 둘다 순진하기 짝이 없는 성격에다 육식을 하지 않는 소동물이기에 자연스레 둘은 단짝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묘아는 천산에서 자라는 약초들로 약을 만들었는데 그 재주가 너무도 신통방통 하여 못만드는 약이 없을 정도 였다. 

숨이 끊어져 가는 자도 묘아의 약이면 금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때문에 천산의 작은 짐승들부터 포식자 정령들까지 묘아에게 목숨을 구한 이들이 많았다. 

묘아는 소야에게도 약초의 효능부터 약을 만드는 법까지 알려주었다. 

소야 또한 흥미를 갖고 열심히 배웠다. 

 

 

 

 

 

 

 

 

" 후훗, 미안해. 네가 아침에 찾아온 것이 흔치 않은 일이라 반가워서 그런다." 

 

 

 

 

 

 

 

다정스레 웃으며 미안하다 하는 묘아에게 친우의 몫으로 챙겨온 곳감을 손에 쥐어 주면서 살풋 웃는 얼굴로 말했다. 

 

 

 

 

 

 

" 오늘 오라버니께서 산 아래로 가는 날이라 그래. 내 걱정을 태산처럼 쌓아두신 분 아니니. 내가 여적 아기인 줄 아신다니까." 

 

 

" 윤기님께서 널 그만큼 아끼신다는 뜻 아니겠니. 우리 같은 작은 짐승들은 자칫하다 포식자 정령들의 먹이가 될 수 있으니 걱정이 되시는 게 당연하지. " 

 

 

 

 

 

 

 

 

 

 

 

정령은 하늘의 선인들 마냥 선한 존재가 아니었다. 

본질이 짐승이기에 대부분은 본능에 따라 그들끼리조차도 약육강식의 세계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먹이사슬 꼭대기에 오른 이가 매 정령 윤기와 호랑이 정령인 태형이었다. 

 

사실 윤기는 다른 육식 짐승처럼 작은 정령들을 사냥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처럼 인간 형상을 하는 정령을 사냥하는 것이 귀찮고 필요 없다 생각했을 뿐인데 그 모습을 만만히 보고 덤벼드는 멍청한 것들이 꼭 있었다. 

물론 그것들 중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윤기는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 예전의 윤기님을 생각하면…' 

 

 

 

 

 

 

 

과거의 윤기가 떠올라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던 묘아는  

 

 

 

 

' 윤기님이 소야를 거두시면서 정말 많이도 바뀌셨구나'  

 

 

 

 

라고 생각하며 소야를 새삼스런 눈으로 바라 보았다. 

 

 

 

 

 

 

' 소야는 예전의 윤기님은 상상도 못 할 것이야. 소야에게는 참으로 다정스러우시니 나 조차도 그 윤기님의 모습을 종종 잊어버린다니까' 

 

 

 

 

 

 

 

묘아는 겉보기와는 달리 꽤 눈치가 빨랐다. 

그렇기에 그 차갑고 무시무시 하던 윤기의 모습을 소야에게 절대 알려 줄 생각이 없었다. 

다정한 오라비로만 생각하는 소야에게 윤기의 본 모습을 알려준 날에는 자신이 매의 먹잇감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묘아 자신과는 달리 둔하기 짝이 없는 친우를 바라보며 남 모르게 살짝 한숨을 쉬다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 그나저나 어쩌니. 오늘 산신께서도 또 자릴 비우신다 하셔서 가보려던 참이었거든." 

 

 

" 산신께서? 어디 가시는데?" 

 

 

" 글쎄다. 또 저번처럼 해금강의 수룡님과 겨루기를 하시려는 건가. 

요새는 통 말씀을 해주시질 않네." 

 

 

 

 

 

 

산신의 수족 노릇을 하는 묘아는 천산에서 유일하게 산신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이였다. 

붙임성 있고 애교 많은 성격의 소야마저도 산신을 벽이 있는 거대한 존재로 느끼는 반면 묘아는 그저 할아버지와 친손녀처럼 스스럼없이 굴었다. 

어디 그뿐인가. 

이것저것 챙겨주며 잔소리까지 하는 탓에 산신께서 슬쩍 묘아의 눈치를 볼 때도 있었다. 

 

 

 

 

 

 

 

 

" 아무튼 또 말없이 도망 가시기 전에 내 얼른 가봐야 할 것 같아. 다녀와서 보자. 아, 괜히 이리저리 싸돌아다니지 말구 둥지에 가서 기다리렴. 알았지? " 

 

 

 

" 아휴. 내가 어린 아이니? 암튼 잔소리는! 얼른 가. 그러다 산신님 놓치겠어." 

 

 

 

" 꽃에 정신 팔리지 말고 곧장 가야해! 지금 바로 날아가." 

 

 

 

 

 

어려보이는 겉보기와는 달리 빠릿빠릿하게 야무진 묘아는 잔소리도 많았다. 

소야는 오라버니만큼 묘아도 잔소리가 심하다 궁시렁거리며 하얀 오목눈이새의 모습으로 날아올랐다. 

 

 

 

봄은 처녀의 계절이라 하였던가. 

산 곳곳에서 풍기는 봄꽃들의 향기와 막 돋아난 잎들의 수줍음이 마음을 설레게 하자 곧장 둥지로 가라는 묘아의 말은 어느새 까맣게 잊고 산 이곳저곳을 누볐다. 

날개에 스치는 바람 마저도 따스함에 봄이 한창인 것을 느끼며 날던 소야의 눈이 반짝였다. 

 

 

 

 

 

 

 

" 어? 저건 오디아냐? 어찌 초여름도 아닌데 오디가 벌써 익은거지?" 

 

 

 

 

 

 

육칠월은 되어야 까맣게 익는 것이 오디인데 볕이 잘 드는 곳이어서 그런지 벌써 까맣게 익어갈 뿐만 아니라 나무의 크기 또한 여타 다른 오디나무보다 굵고 컸다. 

달짝지근한 오디의 향이 콧속에 스며들자 몇 개만 먼저 맛을 보고 양껏 따서 오라버니 돌아오시면 드려야지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  

 

오목눈이 새는 삐로로 삐로로 콧노래를 부르며 땅 위로 내려가 날개를 접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잘 익은 오디 중 하나를 따 입속에 넣으니 오랜만에 맛보는 것이라 그런지 그 맛이 퍽이나 달았다. 

 

검붉은 오디의 달콤함에 정신이 팔려 점박구렁이가 슬며시 다가서는 것도 모르던 소야는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놀라 본능적으로 새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얼룩덜룩한 진흙 색의 커다란 몸뚱이가 작은 새의 몸을 칭칭감아 묶어두고 비열하게 웃으며 내려다보았다. 

 

 

 

 

 

 

 

" 오호라~ 누군가 하니 그 시건방진 매 놈의 새끼 새로구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다는 말이 참이었어. 서방님을 죽인 그 매놈을 생각하면 내 아직도 피눈물이 흘러 가슴에 고이니 하늘님께서 그런 나를 불쌍히 여겨 너라도 보내주신게 틀림없구나!" 

 

 

 

 

 

 

 

바들바들 떨던 소야는 남모를 소리를 해대는 구렁이에게 빌었다. 

 

 

 

 

 

 

" 말씀을 들어보니 오해를 하신 듯 합니다. 제 오라비께오선 살생을 하지 않으십니다! 다른 분과 착각을 하신 듯 하오니 제발 저를 풀어주세요. 언어(言語)를 하시는 걸로 보아 구렁이님도 정령이신데 어찌 같은 동족끼리 이러십니까. 제발 저를 보내주셔요!" 

 

 

" 동족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 게다가 착각? 그 놈이 살생을 하지 않는다? 내가 들어본 말 중 가장 재밌는 말이로구나. 깔깔깔 " 

 

 

 

 

 

 

 

윤기의 본모습을 모르기에 다른 이와 착각한게 분명하다 말하는 소야를 보며 구렁이는 재밌다는 듯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며 웃었다. 

 

 

 

 

 

 

" 17년 전 사냥을 다녀오겠다 나가신 날 그놈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날 서방님 시신이 있던 곳에 오목눈이 둥지가 있더니만 알고보니 네년을 구하고자 그런것이 아니겠느냐? 네년 따위가 뭐라고! 네깟 것이 대체 뭐라고 내 서방님을!" 

 

 

 

 

 

 

 

피를 토하듯 악다구니를 쓰는 구렁이의 말을 들으니 17년전 자신을 구하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점잖고 다정한 오라비가 자신때문에 살생을 저질렀다 생각하니 오라비와 구렁이 모두에게 내가 죄인이구나 싶었다. 

나는 몰랐다 사과하며 살려달라 빌자니 오라비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된다는 생각에 입을 뗄 수도 없고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 너 따위 햇것을 먹어봐야 요력에 기별도 안 가겠으나 그 놈이 너를 퍽이나 아낀다 했으니 내 분이 조금은 가시겠지. 날 원망 말고 니 자신과 니가 오라비라 부르는 그 놈을 원망하거라!" 

 

 

 

 

 

금방이라도 삼킬 듯이 입을 벌려 다가오는 구렁이를 보며 소야는 바들바들 떨었다. 

 

 

 

 

 

 

 

' 묘아 말처럼 곧장 둥지로 갈 것을…오라버니, 소야 무서워요. 오라버니..흑흑' 

 

 

 

 

 

 

 

공포와 후회로 눈물을 줄줄 흘리다 결국 정신을 잃은 소야를 구렁이가 시커먼 입을 벌려 삼키려던 찰나였다. 

 

 

 

 

 

 

쉭!  

 

 

 

 

 

 

힘차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구렁이의 머리에 화살 하나가 박혔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머리부터 턱까지 뚫고는 오목눈이 새의 오른쪽 날개에도 스쳤다. 

 

잠시 후 화살의 주인은 정신을 잃은 하얀 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이 새도 죽은 것인가?"  

 

" 날개 끝에 상처가 조금 났을 뿐 숨은 붙어 있습니다. 아마 정신을 잃은 듯 합니다." 

 

 

 

 

 

 

 

새를 안아든 손이 작은 새를 비단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감싸 품안에 넣는 것을 보고 곁에선 이가 물었다. 

 

 

 

 

 

" 황궁으로 데려가려 하십니까?"  

 

" 정신을 잃은 이 아이를 여기두면 다시 위험해질 터인데 그럼 구해준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 게다가 날개 마저 상하게 했으니 데려가서 치료라도 해주어야 도리이지 ." 

 

 

 

 

 

 

그 고개를 끄덕 거리며 옳으신 말씀이옵니다 하는 이에게 날이 저물기 전에 이만 내려가자 하고 앞장서는 화살의 주인은 시황제의 제 3황자 정국이었다. 

 

 

 

 

 

 

[방탄소년단/정국/윤기] 흐르는 물에 떨어지는 꽃 落花流水 1장 | 인스티즈 

 

 

 

 

 

 

 

 

------------------------------------------------------------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지만... 

재밌게 봐주시는 분이 계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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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박...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서 읽었어요 신알신하고 갈게요!
6년 전
채아
넘 두서없이 썼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지루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에요 😀
6년 전
독자2
헉 대박이어요 ..... 넘 이야기가 .... 암호닉 신청 가능하다면 [국이네]로 부탁드려유 .. 짱 좋네요
6년 전
채아
감사합니다 😀
근데 암호닉은 뭔가 다른 점이 있나요?
글잡에 글쓰는건 처음이라 암호닉의 의미를 몰ㄹ..(소근소근)

6년 전
비회원56.152
너..너뮤 취적이에요 작가님 ㅠㅠㅜㅜㅜㅠㅠ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ㅠㅠㅠㅠ 복받으세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ㅠㅠㅜㅜ
6년 전
채아
비회원이셔서 댓글공개가 12시간이나 지나고 보이네요.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

6년 전
독자3
흐어 세상에..... 안돼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갔다가 윤기가 얼마나 애타게 찾을터인데ㅜㅠㅠㅠㅜ
6년 전
채아
다시 만나게 될거에요.
언젠가는...😂

6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쑥쑥 읽히고 넘 재밋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 분위기도 넘 좋구요 ㅠ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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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이런 하이틴 드라마 보고싶어서 쓰는 글6 07.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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