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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과 헤어진 건 비단 슬프지만도 않았으며 울고 싶은 만큼 서글픈 일도 아니었다. 괜찮은 듯했는데. 집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어느새 조금은 빨라진 걸 느꼈을 때 세게 깨물고 있던 입술 사이로 울음이 비집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와 헤어지고 나면 정말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면 시원섭섭한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미루던 일을 마침내야 끝내고 나면 한시름 덜 거라 장담했었다.
'그래도 만약에 어딘가 가게 된다면 나중에라도 안부 문자 하나만 남겨줘.'
제 길을 걸어가던 민현이 갑자기 돌아서서 꺼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까 너 잘 살고 있다고 연락 한 번만 해줘. 머쓱하니 뒷머리를 매만지며 그러면 괜찮을 것 같아서, 라고 뇌까리는 그의 말을 다 듣고 있었으면서 ㅇㅇ는 결국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뭐라 말을 하는 것도 벅찼다. 입을 떼려고 하면 울 것 같은데 그걸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 앞에서 울어서도 안되는 일이었으니까.
"다니엘은 더 늦게 있다가 오려나."
집에 가서 씻고 회사 나갈 준비도 하고 다니엘이 오면 먹을 밥도 내가 미리 해봐야지. 우리집에 맥주가 있나. 목욕 하고 난 다음에 맥주 먹어야 하는데. 애써 할 일들을 생각해내야 했다. 조금이라도 쉴 틈이 필요했다. 다니엘이 올 때 이런 얼굴로는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에 비친 ㅇㅇ의 얼굴이 전부 붉었다. 눈도, 코도, 볼도. 추위에 빨개진 얼굴과 함께 퉁퉁 부은 눈이 한 몫을 더해서 이보다도 못생긴 얼굴은 또 없을 것 같았더랬다. 진짜 나중에 구름이한테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지. 그러고 보면 딱 오늘 이렇게 다니엘을 불러준 성운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ㅇㅇ가 소매로 대충 얼굴을 문대며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했을까 번호키를 다 누르기도 전에 안에서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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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Does The Fox Say?
W.LIGHTER
"이제 진정 좀 됐어?"
다니엘의 말에 ㅇㅇ는 급히 제 얼굴을 가렸다. 미안해. 다니엘, 진짜 미안. 작게 신음소리를 내던 ㅇㅇ의 목소리가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제가 봐도 자신이 싫었는데 다니엘은 오죽하려나 싶었다. 그녀는 무어라 변명할 새도 없이 울었다. 그것도 전남친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민현 때문에 울었다기 보단 민현과 함께 했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표현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한 번에 가벼워지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근데 그걸 하필이면 다니엘 앞에서 그럴게 뭐야. 울음이 다 그치고 나니 수치심이 밀려드는 듯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해."
소파를 두고도 바닥에 앉는 게 버릇이 되어버린 ㅇㅇ를 따라서 러그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다니엘이 작게 웃었다. 오늘 일찍 오길 잘했네. 나 없었으면 ㅇㅇ 또 혼자 울었을 거잖아, 그치? 그는 한쪽 팔은 소파에 얹고 또 나머지 팔로는 ㅇㅇ의 뒷머리를 쓸어주었다. 별 말을 하지 않는다고 다니엘이 아무렇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알면서도 가만히 있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도, 그리고 그걸 제 옆에서 실없이 웃어주는 그가 제게 해주고 있다는 걸 모를 ㅇㅇ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래서 자신 또한 괜히 웃었다. 마른 눈물이 볼에 달라붙어 채 떨어지지가 않았는데 웃고 있자니 제 주인 속도 모르고 가슴이 가뿐히 뛰어댔다.
"ㅇㅇ야, 힘들면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어?"
"지금처럼 굳이 나 때문에 억지로 힘든 일을 사서 하지 마."
갑작스레 떠난다는 여행도, 쉽지도 않은 것까지 다 정리할 필요 없어. 이젠 다니엘이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태를 보이고 있었다. 나른한 눈길을 해서는 저를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말을 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 그게 참 뭐라고, 심장에 해로운 것만 같았다. 하다하다 사소한 그의 행동까지 전부 다. 천천히 해도 된다는 말을 이어가는 것이 제가 가끔씩 보는 다니엘의 늑대 모습이 아니었다면 오빠, 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한숨에 다 커버린 듯했다지. 너 혼자 자꾸 새치기 하고 멋있는 척 하지마, 다니엘.
"나 회사도 그만 둘거야."
"ㅇㅇ야."
"회사 그만 둔 김에 너랑 멀리 떠나고 싶어. 이왕이면 거기서 오래 살면 더 좋고."
그녀를 저지하기 위해서 몸을 반쯤 일으키는 다니엘의 손목을 좀 더 빨리 ㅇㅇ가 그러쥐었다. 너 때문은 아니라고 부정은 못하겠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야. 그의 손목을 애둘러 있는 그녀의 손과 함께 어깨 위로 머리카락이 사뿐히 내려 앉았다. 너한테 해주고 싶은게 많은데 이 정도 선에서 해결보는 중이니까 나 말리지 마.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말을 하던 ㅇㅇ는 다니엘에게 한껏 제 고개를 묻은 상태에서 눈을 감았다. 그가 있으니까 살 것 같았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동안 느껴지는 그의 체취가 새삼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사실이 퍽이나 우스웠다. ㅇㅇ는 더이상의 말을 하는 대신 그의 품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면 저를 단번에 안아줄 다니엘이 있을테니.
"ㅇㅇ는 어디로 가고 싶은데?"
"너는?"
이마 위로 금세 다니엘의 입술이 느껴졌다. 콧잔등을 간지럽히다가 문득, 스위스가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 난 눈이 많은 곳이 좋아. 겨울이 길고 길어서 또 밤이 깊은 곳이 좋아. 어느새 그에게 한껏 안겨 있었다. 꼭 이른 밤이 찾아온 것마냥 깜깜한 거실에 단 둘이 안고 있는 것이 좋았다. 팔을 뻗어서 그의 허리를 안으면 끊이지 않는 입맞춤을 받는 게 꽤 좋았다. 울다가 웃다가, 한참을 웃고 나면 저를 안아줄 다니엘이 있는 곳이면 그 어디든 좋지 않은 곳이 없겠지. 그럼 스위스로 가자.
"나는 어디로 가든 다 좋아."
"어디든?"
"응. 난 다니엘이랑 같이 있으면 다 좋…"
ㅇㅇ의 말이 멎었다. 다니엘이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는 그녀의 두 볼이 한순간에 뜨거워졌다. 말이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에는 맞닿은 다니엘의 입술이 한 몫을 하고 있었을 뿐더러 뭐라 말을 하려고 하면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그에게 잠깐이나마 내쉬고 있는 숨마저 빼앗겼다. 잠깐만. 할 말은 좀 다하고 입을 맞추던지 말던지 해. 지금 이 말을 하는 게 맞는건가. 주체할 틈도 없이 달라붙어 오는 그를 잠시 떼어놓으며 꺼낸 말의 의미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ㅇㅇ는 제 입술을 앙다물기에 바빴다.
"내가 앞으로 너 행복하게 해줄게."
"그런 말은 내가 해야되는 거 아니야?"
그러고 나서 꺼내는 말이 그녀답지 않게 비장하고 단호했다.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선 하는 말이나 표정이 웃을 때가 아님에도 자꾸만 바보같이 웃음이 새어나오게 했다. ㅇㅇ야 말로 내가 할 말을 가로채면 어떡해. 자신의 말에 심오하게 고민을 하던 그녀는 그럼 같이 해, 같은 말을 했다. 내가 다니엘, 정말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줄거야. 그렇게 울고 있을 때는 언제고 눈을 크게 뜨며 저런 고백을 아무렇지 않게 할까. 그는 저 말에 수도 없이 하늘에서 땅으로 꼬꾸라지는 기분을 맛보는 것 같았거늘. 정작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감을 잡지 못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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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찾아와서 죄송해요 라이터입니다!
늦게 여러분을 찾아와서 너무 죄송해요...그래도 나름 시험기간을 무릎쓰고 찾아왔으니까 쪼금만 이해해주세요휴ㅠ
솔직히 4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벚꽃이 막 지더라고요? 뭘 했다고 벚꽃이 끝났나 싶은데 티켓팅도 망하고 점수도 망하고 뭐 하나 되는게 없네욬ㅋㅋㅋㅋㅋㅋㅋ인생 뿌셔버리고 싶다.....ㅎ
우리 독자님들은 4월의 시험지옥을 잘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부디 잘 견디고 있다가 우리끼리 짧게 회포를 푸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당
아 맞다 알람이 오지 못해서 저번화 댓글을 못 봤다가 이번에 봤는데 그 '마지막 눈' 이라는 거에 우리 독자님들이 니엘이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본의 아니게 미안해지는;;) 사실 그건 한국, 지금 여기! 에서 보는 눈이 마지막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여주와 떠날 걸 미리 염두하고 있는 다니엘이랄까요? 허헣 그러니 걱정 마셔요 저는 한 번 정한 엔딩은 바꾸지 않습니닿~*^^*
쓸 글도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은데 자주 찾아오지 못해서 너무나도 죄송하구 잠깐의 휴식이 남았을 때 좋은 글들로 다시 올게요
요즘 일교차가 심해요 우리 독자님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구 우리 또 다시 만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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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호호호호닉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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