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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아 전체글ll조회 701l
2장 첫만남 

 

 

 

 

 

산속의 어둠은 더 빠르다. 

붉은 노을이 산을 물들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어둠이 그 자리를 메꿨다. 

 

 

 

봄의 따뜻한 온기 역시 낮에나 느낄수 있는 법. 

산에서의 밤은 동장군이 다녀간 듯 뼛속까지 시렸다. 

 

 

 

 

 

 

"하아~" 

 

 

 

 

 

 

 

소년은 입김을 불어가며 이리저리 생채기가 난 손을 비볐지만 점점 얼음장이 되어가는 손을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엉부엉  

 

찌륵찌륵 

 

 

 

 

 

 

어둠이 찾아온 산은 낮과는 다른 소리들로 채워진다. 

밤의 짐승들이 깨어나는 소리에 어린 소년의 어깨는 한껏 움츠러 들었다. 

 

하루종일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 탓에 입술은 바짝 말랐고 뱃속이 비어 아우성 쳤지만 소년은 배고픔과 목마름보다 공포심에 더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년은 몸을 지탱한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고 미끌어지듯 주저 앉아 감각마저 사라진 지친 다리를 두팔로 감싸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아픈 어미의 얼굴도 못보고 여기서 죽는건가 싶어 서러움이 복받쳐 눈물이 찔끔 올라왔다. 

 

그때였다. 

 

 

 

 

 

 

 

사락 

 

 

 

 

 

 

마치 비단이 스치는 듯한 작은 소리가 무서움에 신경이 예민해진 귀에 들려오자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 넌 누구니?" 

 

 

 

 

 

 

 

달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옷을 입은 소녀를 본 소년의 눈에서 고였던 눈물이 떨어졌다. 

 

 

 

 

 

 

"어머? 너 우니?" 

 

 

 

 

 

이 험한 산중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안심이 들어 제 또래의 소녀가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데도 멈추기는 커녕 닭똥같은 눈물이 후두둑 쉴틈없이 떨어졌다. 

제 앞의 소녀가 안절부절하며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눈물은 한동안 멈춰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던 눈물이 더이상 나오지 않자 소년은 그제야 부끄러움이 슬며시 올라왔다.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걱정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까맣고 커다란 눈동자가 보였다. 

 

 

 

 

 

" 이제 다 울었어? " 

 

 

"…응."  

 

 

 

 

 

 

밤이라 창피함에 붉어진 얼굴이 보이지 않을테니 다행이다 생각한 소년은 지금이라도 체면을 차리려 제깐엔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어,어험. 이 깊은 산중에 너는 어찌 있는 것이냐. 혹시 나처럼 길을 잃은 것이냐? " 

 

" 아니. 나는 여기 살아 " 

 

"뭐? 여기 이 산에 산다고? 여기 사람이 산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큰 형님께서 여긴 요괴만 산다 하셨는데…" 

 

 

 

 

 

 

짐짓 위엄있는 듯 낮게 내리깔던 목소리는 놀람에 높게 치솟았다. 

이 무섭기로 소문난 천산에 사람이 산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요괴인가 싶어 움찔 놀라 눈 앞의 소녀를 조심스레 살펴봤다. 

 

소녀의 칠흙처럼 까만 머리는 달빛을 받아 윤기가 흘렀고 밤인데도 빛이 날 만큼 뽀얀 얼굴과 커다랗고 순진해 보이는 눈망울은 자신이 생각하는 요괴와는 거리와 멀어 보였기에 안심이 들었다. 

 

 

 

 

 

 

"요괴? 그게 뭐야? 먹는거야?" 

 

 

 

 

 

산속에 살아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이구나 싶은 마음에 소년은 다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 어허, 요괴는 무서운 존재다. 물론 나는 사내대장부라 그것이 무섭지 않지만 너는 연약한 여인이니 요괴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까무라치고 말 것이야." 

 

 

 

 

 

기껏해봐야 열살 되었을까?  

자기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소년이 사내대장부라며 으시대자 소녀는 발끈해서 말했다. 

 

 

 

 

 

 

" 요괴가 아무리 무서워도 우리 오라버니에겐 꼼짝 못할거다, 뭐! " 

 

" 오라비와 사는구나? 그 오라비는 어디있느냐? " 

 

" 나도 몰라. 반시진 전에 누가 찾아온 듯 하다고 금세 다녀 오신다며 나가셨어." 

 

" 그래? 이 산은 드나들기 힘든 곳이라 하더니 모두 헛소문이었나 보구나." 

 

 

 

 

 

 

안심한 듯 하면서도 한편으론 허탈한듯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던 소년의 뱃속이 우렁차게 울리자 둘의 시선은 소년의 배로 모아졌다. 

 

 

 

 

 

 

" 너 배고프구나? 예서 잠깐 기다려봐." 

 

 

 

 

 

 

달이 비치는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싱긋 웃던 소녀가 나무 뒤쪽으로 뛰어갔다. 

 

 

 

 

 

어딜 가는 것일까?  

 

다시 혼자가 된 소년은 공포가 차올랐지만 금방 다녀올듯 말한 소녀였기에 두려움을 꾹 눌렀다. 

 

 

 

 

 

 

" 자. 볶은 콩이랑 떡이야. 여기 당과도 있어." 

 

 

 

 

 

 

금세 돌아온 소녀가 무명천에 싸인 것을 소년의 두손에 쥐어주었다. 

소년은 평소에 먹던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조잡한 음식들이 세상의 진수성찬이라도 되는 듯 입으로 가져갔다. 

 

 

 

 

 

 

" 체하겠다. 안뺏어 먹을테니 천천히 먹어." 

 

 

 

 

 

입속으로 마구 우겨넣다 얹혔는지 가슴을 치고 쿨럭대면서도 씹는 것을 멈추지 않는 소년을 보며 소녀는 작은 나무잔에 담긴 물을 건넸다. 

그리고는 쪼그리고 앉아 무릎 위에 팔꿈치를 얹어 턱을 괴고 빤히 바라 보았다. 

뱃속이 조금 채워지자 소년의 체면도 돌아온 모양인지 민망한 듯 하면서도 시건방진 말투로 말했다. 

 

 

 

 

 

" 어험. 이 몸이 원래 이런 음식들을 먹을 사람은 아니지만 네 성의가 갸륵하여 먹어준 것이다. 너는 그것을 대대손손 영광으로 삼도록 해라." 

 

 

 

 

 

소년이 떠들던 말던 골똘히 생각하는 듯 빤히 바라보는 소녀의 눈초리에 당황하여 짐짓 어설프게 호통을 쳤다. 

 

 

 

 

 

" 네가 감히 이 몸께서 말씀하시는데 감사하다 대답은 못 할 지언정 어찌 빤히 바라만 보는 것이냐!" 

 

 

 

 

 

소녀는 마치 비밀을 묻는 듯 조용히 속삭였다. 

 

 

 

 

 

" 너…산 아래에서 온 인간이구나? " 

 

" ㅁ..뭐?" 

 

" 맞구나! 산 아래에서 온 인간들 중에 내 또래는 처음 봤어! 이곳이 인간들에겐 험한 곳이라 다 큰 사내들도 힘들다 하는데… 너 대단하다! " 

 

" 어? " 

 

 

 

 

 

소녀가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신기하다는 듯 새삼스럽게 바라보자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어도 자신이 대단하다 칭찬하는 것만은 분명한 듯 해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지. 이 몸께선 이 나라의…아니, 아무튼 사내대장부라면 이 정도 산쯤이야 어린애 손에 들린 당과를 뺏는 만큼 쉬운 일이지! " 

 

" 왜 어린것 손에서 당과를 뺏는거야? 인간들은 어린 것들에게도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짓을 하는 거야? 인간은 이기적이고 잔혹한 것들이란 오라버니 말씀이 다 맞는 것 같네." 

 

" 아, 아니.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누가 진짜 뺏는 다 했냐? " 

 

" 그래? 인간들은 참으로 이상한 비유를 하는구나." 

 

 

 

 

 

마치 자신은 인간이 아닌 듯 말하는 소녀였지만 소년은 자신이 파렴치한 인간이 아님을 항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한가득 인지라 깨닫지 못했다. 

 

 

 

 

 

" 근데 너 몇살이야? 어찌 너 혼자 올라온 것이니?" 

 

" 이몸은 열 한살이다. 그러는 너는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감히 반말을 하는 것이냐?" 

 

" 난 아홉살. 너도 반말 하잖아. 그래서 여기는 왜 올라왔냐니까? 산 아래 인간들은 여길 무서워하는데. " 

 

 

 

 

 

소년은 자신보다 두살이나 어린 여아에게 반말을 듣는 것이 못마땅해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목적을 묻는 말에 어느새 어깨가 축 쳐져서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어마마…아니 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시다. 태의령 말로는 이제 손쓸 도리가 없다하여…" 

 

 

 

 

 

소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목까지 차오른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하는 소년을 보며 달래는 목소리로 알만하다는 듯 말했다. 

 

 

 

 

 

" 그래서 이 곳에서 약을 구하고자 했구나? "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 눈물이 넘어가지 않은 것인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 응. 가온 형님께서 이곳의 이야기를 해주시며 몰래 집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도와주셨어. " 

 

" 근데 왜 형님은 안오고 너 혼자 온 것인데? " 

 

" 형님의 어머니가 아니라 내 어머니시니까 내가 와야지." 

 

"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형님이라며? 어찌 어머니가 다르다니? 네 아비가 아내를 둘이나 두었을리는 없을테고. "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묻는 소녀를 보며 소년이 되려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 둘은 아니야. 열 둘이지. " 

 

"히엑? 세상에나. 짐승들도 한번엔 한 마리의 짝만 두는데 어찌 인간들은 둘도 아니고 열 둘이나…인간들은 무서운 존재라는 말이 참이었어" 

 

 

 

 

 

못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큰 눈을 한껏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소녀를 보며 소년은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 그럼 네 아비는 뭐하고 너만 홀로 보냈다니. 아, 몰래 나왔다 했지? 뭔가 사정이 있어보이니 더는 묻지 않을게. 예서 잠시 기다려. " 

 

 

 

 

 

잠시 기다리라 말하고 나무 뒤로 소녀가 사라졌지만 아까처럼 무섭다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금세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그런 자신의 마음이 새삼 신기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건만. 

 

 

 

 

" 자. 이것을 가져가서 이틀을 꼬박 달여 그 물을 어머니에게 드시게 해. 그럼 좋아지실 거야. "  

 

 

 

 

 

일다경의 시간이 지났을 쯤 다시 돌아온 소녀는 아까와 같이 소년의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주며 말했다.  

눈을 반짝이며 맑게 웃는 소녀의 얼굴을 빤히 보던 소년은 손에 쥔 것을 내려다 보았다.  

 

꽃이었다.  

 

하얀 눈처럼, 그리고 소녀의 하늘 거리는 하얀 옷자락 처럼 빛나는 꽃이었다.  

아무 무늬도 없이 하얀 그것은 그냥 꽃이라기에는 그 빛도 빛이지만 응당 있어야 할 꽃술이 없었다. 

 

 

 

 

" …이게 뭐야?" 

 

" 설백화라고 하는거야. 이걸 달여서 물을 마시면 상처로 인한 것이 아닌 이상 인간의 병은 다 고칠 수 있댔어."  

 

" …어? 이게 설백화라고? 이 꽃이? 정말이야?  

 

 

 

 

 

멍하게 소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듣던 소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 응. 너 이 꽃을 알아? 하긴 인간들이 이 꽃을 구하려고 많이들 이 산을 올랐었다 했어. " 

 

" 이,이렇게 귀한 걸 나한테 주는 거야? 그래도 되는거야? " 

 

" 그렇다니까. 그 누구보다 네게 필요한 것이잖아. 당연히 필요한 이가 가져가는 건데 왜 그리 놀라는 거야? " 

 

 

 

 

 

이 꽃이 설백화가 맞다면 세상 모든 이들이 탐내며 찾는 것이었다.  

근데 제게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 않게 건네 주는 소녀를 보며 입이 벌어졌으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머릿속이 뒤엉켰다. 

 

그런 소년을 보며 소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갸우뚱거렸다. 

 

 

 

 

 

 

" 손님이 왔나 보구나. " 

 

 

 

 

 

 

분명 아무런 기척도 없었는데 소야의 뒤로 검은 포를 입은 사내가 나타나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소녀를 불렀다. 

 

 

 

 

 

 

" 오라버니! " 

 

 

 

 

 

 

여전히 멍한 상태로 입을 벌리고 있던 소년은 품에 담뿍 뛰어든 소녀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으면서도 저를 훑어보는 사내의 날카로운 눈빛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자신의 모습이 처음 나무에 기대 주저 앉았던 그대로 라는 것을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소녀에게 했던 것처럼 제딴엔 위엄있는 목소리를 냈지만 사내의 칼날 같은 눈빛에 주늑이 들어 목소리가 살풋 떨렸다. 

 

 

 

 

 

" 다,당신이 이 아이의 오라비인가 보군. 마침 잘 되었네. 나를 이 산 아래로 안내해주면 내 자네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  

 

 

 

 

 

아직 수염도 나지 않은 소년이 하대를 하며 고개를 빳빳히 들고 명령조로 지껄이자 무표정한 사내가 비웃듯 콧웃음을 치며 나태롭게 말했다. 

 

 

 

 

 

" 옷차림과 시건방진 말투를 보아하니 네가 사는 세상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떠받들어지는 몸인가 보구나. 허나 어쩌나. 이 천산에서는 산 아래 인간들의 규율은 모두 쓸모 없는 것을. " 

 

 

 

 

 

사내는 눈깜짝 할 사이에 소년의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소년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 즉 네가 이 자리에서 산짐승에게 뜯어먹혀도 난 상관없다는 말이지. 오히려 귀찮은 것이 줄어서 내 딴에는 그 편이 더 좋을 듯 하구나. " 

 

 

 

 

 

 

사내가 나태롭게 속삭이는 말에 등줄기가 오싹해져 얼어붙었다.  

 

 

 

 

 

" 오라버니. 저만 빼고 둘이서 무슨 말을 하시는 거에요. 저도 궁금합니다. "  

 

" 별 말 아니다. 지금은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 낮에 다시 이야기하자 하였다."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려다보는 사내의 눈은 자신을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르게 다정함이 뚝뚝 묻어나와 그의 말을 내가 진정 맞게 들었나 싶을 정도였다. 

 

 

 

 

 

 

" 아, 그럼 둥지에서 같이 자면 되겠네요. "  

 

"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는 구나. 모름지기 사내라면 한데서 잠도 잘 줄 알아야하는 법이니. 그렇지 않으냐? " 

 

 

 

 

아오오오  

 

 

 

사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소리에 머리카락이 쭈뼛한 소년은 저를 떼어놓고 갈까 싶어 황급히 말했다. 

 

 

 

 

 

" 아, 아니. 오늘 무리를 조금 하여서인지 많이 곤하여 한데서 자면 감모가 들거 같으니 나도 같이 데려가주시오."  

 

" 하긴. 다 큰 인간들도 오르기 힘든 이곳에 너혼자 왔으니 정말 힘들었겠다. 그쵸, 오라버니? " 

 

 

 

 

무서운 와중에도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는 소년을 하찮다는 듯 보던 사내는 동의를 구하듯 자신을 올려다 보는 소녀에게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 

 

 

 

 

 

" 네가 그리 말하니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수 없지. 데려가자꾸나. " 

 

 

 

 

소년은 사내의 마음이 바뀔까싶어 지친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그들의 뒤를 열심히 따랐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집이라 부르기에는 신기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래서 저 아이가 둥지라 불렀던가.  

 

 

 

부드럽고 낭창한 가지들이 둥근 형태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알 모양 같아 너무도 신기했다. 

또한 마치 처음부터 그리 자랐던 것 마냥 그 가지들은 꺾임이나 부러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땅속에 뿌리마저 두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나무를 깎아 만든 듯한 탁자와 의자 두개이외엔 이렇다 할 가구가 없었다.  

몇개의 나무 상자와 소담하지만 우아한 그릇 등 세간살이 몇개가 전부인 듯했다. 

그 중 눈에 띄는건 벽에 걸린 소(簫)였다. 

칠흑처럼 검은색인 소는 온갖 사치품을 보며 자랐던 소년의 눈에도 그저그런 피리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우아함을 지니고 있었다. 

 

소년의 눈길을 알아챈 소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 그 소는 오라버니 것이야. 우리 오라버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신다. " 

 

 

 

 

 

마치 제가 그리 한다는 것 마냥 으시대는 말투의 소녀는 오라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 오라버니, 이참에 한번 들려주세요. 저도 듣고 싶어요. 오라버니의 소리를 들으면 금새 잠이 올 것 같아요."  

 

 

 

 

 

소녀가 제 오라비에게 애교를 부리며 부탁하자 찔끔하여 아니 괜찮다 말리려던 소년은 사내가 순순히 소를 가져가자 얼떨떨 했다. 

 

 

 

 

" 밤이 깊었으니 한 곡만 불어주마. 그 후엔 자야한다. 알겠지? " 

 

" 네. 오라버니 " 

 

 

 

 

저런 자를 두고 아마 팔불출 이라고 하는가 보다. 

냉혹한 눈을 가진 사내가 제 누이동생에게는 싫다 소리 한번을 안하는 것을 본 소년은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 그나저나 침상은 없는 거냐? 어디서 자는 것이냐? " 

 

" 그냥 아무곳이나 누워서 자렴. 오라버니와 나도 그러하는데? " 

 

 

 

 

진정 몰라 묻냐는 듯 갸우뚱 거리며 답하는 소녀의 말에 바닥을 내려 보았다. 

어째 발밑이 푹신하다 했더니 바닥에는 한때는 곰,늑대, 여우였을 목없는 짐승들의 털가죽이 깔려있었다. 

스무자는 넘어 보이는 집 안 바닥이 틈하나 없이 털가죽으로 채워져 있는 것을 깨닫고 소년은 흠칫 놀라 사내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듯 나태로운 얼굴로 흘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리는 사내의 눈에서 분명한 경고를 읽었다. 

 

 

 

 

이 짐승들은 분명 저 사내가 잡은 것이 틀림없다.  

근데 이 집에는 무기는 커녕 식도도 보이지 않는데 어찌 잡은 것일까.  

 

 

 

 

어린 소년의 머릿속이 복잡하던 말던 사내는 아무렇지않게 소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소녀의 말은 한치의 거짓도, 보탬도 없었다. 

사내의 숨과 수려한 손가락이 만든 소리는 그동안 들어봤던 장인들의 연주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가슴이 시릴정도로 청아하고 맑은 소리는 둥지 안을 부드럽게 채웠다. 

 

 

 

 

 

 

 

 

 

 

 

밝게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에 눈을 뜬 소년은 눈앞에 보이는 소녀의 얼굴에 깜짝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 

자고 있는 소녀의 얼굴은 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순수함과 천진함이 뽀얀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툭 

 

 

 

 

어린 소녀의 자는 얼굴을 물끄러미 보는 소년의 다리에 말린 육포가 떨어졌다. 

흠칫 놀라 올려다보니 소녀의 오라비가 무표정한 얼굴로 둥지밖으로 나갔다. 

 

 

사내가 건네준 육포는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이 정말 좋았다. 

육포를 다 먹어가던 중 어젯밤 소녀가 주었던 꽃이 떠올라 품안을 확인 하니 꽃은 신기하게도 아직 시들지 않은채 밝게 빛나고 있었다. 

 

 

 

 

 

" 다 먹었으면 일어나거라."  

 

 

 

 

 

어느새 둥지안으로 돌아온 사내가 말했다. 

자신을 보내려는 것임을 깨달은 소년은 시건방을 떨었던 어젯밤과는 다르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 이 아이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데 깨워도 되겠습니까? " 

 

" 아침잠이 많아 깨워도 안 일어날 것이다." 

 

" 하지만…" 

 

 

 

 

 

깨우는 시도라도 하고자 하는 소년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던 사내가 아무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 저기, 이봐.일어나봐. 야. 좀 일어나봐. " 

 

 

 

 

조심스럽던 처음의 손길과는 다르게 점점 목소리를 높이며 흔들었지만 사내의 말처럼 소녀의 눈꺼풀은 꿈쩍도 안했다. 

 

이대로 인사도 못하고 떠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어 고민하던 소년이 허리춤에 매달린 비단주머니에서 작은 장신구 하나를 꺼냈다.  

백옥으로 만든 나비 모양의 머리 장신구를 잠이든 소녀의 손에 쥐어줬다. 

 

 

 

 

 

" 내 너의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야. 나중에 꼭 돌아와서 빚을 갚을게. 그땐 내가 사는 곳도 데려가주고 진귀한 음식도 먹여주마." 

 

 

 

 

잠에 빠져 듣지 못하는 소녀에게 당당히 말하고 일어섰다. 

소년은 밖으로 나가기전 문앞에서 다시 한번 잠든 소녀의 모습을 눈에 새겼다. 

 

 

 

 

 

 

간밤에는 자신이 짐승에게 뜯겨도 상관없다던 사내가 그를 산 아래까지 데려다 주었다. 

허나 곱게 데려다 준 것이 아니라 소년을 짐짝처럼 어깨에 둘러매고 내려갔다. 

그 모양이 좀 치욕스럽긴 했지만 저를 들고서도 그 험한 산속을 발이 땅에 닿지도 않는 듯 바람처럼 내려가는 속도에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거꾸로 어깨에 매달려 있다가 땅에 발을 딛으니 어질해 머리를 감싸고는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사내를 향해 돌았으나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참으로 이상한 오누이다 생각하며 혹시 내가 꿈을 꾼 것인가 하고 품속을 확인해보니 소녀가 주었던 설백화가 있었다. 

 

이제 이것만 있으면 자리를 털고 일어 나실거다 싶어 희망이 차오른 소년의 눈에 저멀리서 그를 향해 달려오는 말들이 있었다. 

선두로 달리는 자가 자신의 친형님이라는 것을 깨닫고 안심한 소년이 문득 떠오른 생각에 방금 내려온 산을 바라보며 나이답지 않게 약간은 애달픈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러고보니 서로 이름도 모르고 헤어졌구나. 내 이름은 정국이다. 기다려. 꼭 널 찾으러 갈게. " 

 

 

 

 

 

[방탄소년단/정국/윤기] 흐르는 물에 떨어지는 꽃 落花流水 2장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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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입니다. 

간결하게 쓰려고 했는데 끊기에 애매해서 서론이 지루하게 길어진거 아닌가 싶네요. 

 

글잡에 올리는 첫 이야기라 규칙이라던가...암호닉이라던가..  

잘 모르니 이해 부탁드려요.😂 

 

 

일단 1편 봐주신 [국이네] 님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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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55.232
내용 참신하고 좋네요! [뿜뿜]으로 암호닉 신청하고갈게요~
6년 전
채아
비회원이셔서 아마 또 12시간 후에나 댓글이 보일 것 같아요.😭
6년 전
독자1
재미있을것 같아요ㅠ다음편도 기대합니다^^
6년 전
채아
감사합니다 😃
6년 전
비회원10.140
너무 재밌어요!!
다음편 빨리 보고싶네요^^^^

6년 전
채아
감사합니다 😀
6년 전
독자2
헐 저런 일이 있었군요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요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6년 전
채아
열심히 쓰려고 하는데 자꾸 지루해져서 문제네요 😢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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