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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평생 동안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넌 그런 노래일 거야. 


 


 


 


 


 


 


 


 


 


 


 

왼손에 소설책을 끼워 문장을 읽어 내리는 지훈은 가끔 중력을 이기지 못한 동그란 안경을 콧대에 걸쳤다. 넓은 품에 안겨 얼굴을 감상하다 혹여 눈이 부실까 보드라운 뺨에 앉은 투명한 햇살을 막는다. 날 바라보는 오롯한 눈동자, 그는 방심한 틈을 타 후드 끈을 당겨 장난을 거는 내게 속절없이 끌려오는 중이었다.

우리 지훈이는 뭘 해도 예쁘다. 습관적 고백이 특기인 나는 손바닥만 한 리본을 묶었다가, 복잡한 매듭도 지었다가, 또 그것을 돌돌 말아 달팽이를 만든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며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욕구 충족을 당하던 그가 다시 책을 찾는다. 섹시한 목소리와 반대되는 아주 불편한 행동이었다.

글을 읽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 베스트 셀러에 관심 없는 이 남자를 꼬신 건 사실이었으나,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본래 종이책과 영 맞지 않는 성향은 아까 전부터 반쯤 감긴 눈으로 목소리를 낼 때마다 움직이는 목울대를 쫓았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4 | 인스티즈 

 

아담의 사과를 손가락으로 만지작대는 이상 행동은 이성을 탈출한 본능이었다. 짓궂은 방해에도 끝까지 책을 붙잡던 근성을 마침내 입술로 막는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뭉툭한 소리에 입술을 떼자, 그는 되려 날 당기며 숨을 가로챘다. 힘에 밀려 뒤로 넘어가는 순간에도 틈을 주지 않는다. 콧대에 비스듬히 걸린 안경을 귀찮은 듯 벗어내는 건 어느 베스트 셀러의 절정이었다.




- “책 읽어 달라며.”

- “널 읽는 중이야.”




엉겨 붙은 입술이 자극적이다. 이대로 떨림을 안고 좋아한다 속삭여도 모자람 없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셔츠를 풀어내 그 위를 지분거리는 입술이 아담의 흔적을 새긴다. 심장과 가까운 곳은 모두 그의 것이었다.




- “그래서, 결말은.”

- “어땠으면 좋겠어?”




부러 대답하지 않고 셔츠 단추를 끌러 내린다. 숨기지 못한 새빨간 귓바퀴와 목덜미가 매력적인 그는 자신과 같은 귓가에 입을 맞췄다. 그의 도드라진 날개뼈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허리를 감는다. 소파 밑 주인 잃은 안경과 읽히지 못한 문장이 눈을 감았다.

















비겁한 나도 눈을 감는 시간이었다.















OH MY RAINBOW
;Caramel Drizzle






























Chapter 27. 〈나의 우주>

















#60.
잠에서 깨면 숨이 막히도록 안아 주는 그가 좋았다. 그의 향이 곳곳에 베여 오래도록 진득하게 남는 것도 좋았고 익숙한 음악을 듣다 밀려오는 잠에 팔을 베어주는 것도 좋았다. 새벽이 되면 은은한 조명에 의지한 채 속삭이는 목소리는 환각이 되어 천장을 향해도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이 헤엄쳤다.




- ‘생일날 관람차 타러 갈까.’

……

- ‘스티커 사진도 찍고.’




11월 22일을 쉬이 까먹지 않았던 건 휴대폰 알람이나 분신 같은 다이어리의 빨간색 동그라미가 아니었다. 그토록 갈망한 소원을 이루기에 가장 완벽한 날이었으니 숨 쉬듯 기억하는 건 마땅했다. 더 나아가 일 년에 한번 돌아오는 날에 나를 새기고 싶은 욕심이었다. 누군가가 잊혀도 함께한 음악은 잊히지 않듯이, 그가 날 잊어도 그날의 시간만큼은 잊지 말아 달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4 | 인스티즈
여주랑 하고 싶은 거

- ‘놀이동산 관람차’

- ‘스티커 사진’

- ‘음악 듣다 낮잠 자기’

- ‘책 읽어 주기’




온통 나와 하고 싶은 것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해주고 싶은 것들. 사소함에도 말갛게 웃는 그를 상상한다. 입가에 패인 보조개가 꼭 별이 떠난 흔적 같은 그를 생각한다. 종일 같은 얼굴을 떠올려도 사무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그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 “오늘 이지훈 생일인데 꼭 가야 되냐?”

- “조별 과제를 미룰 순 없잖아.”

- “견학이면 눈으로만 보는 거지? 대신 가 주리?”

- “애들이 너 싫어해.”

- “왜?”

- “우리 조에 너 짝사랑하던 애 있어.”

- “구자라트어 반드시 복수한다.”




승관은 희번득한 눈을 허공에 갈겼다. 그러다 지훈의 생일임에도 커리큘럼에 오차 없이 박힌 ‘D조 호텔 견학’에 과제 자료를 챙기는 내게 참 FM 같은 명문대생이라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젯밤 작성한 견학 계획서를 제출하는 이 순간에도 녀석은 남의 학과실에서 조교와 농담을 시작했다. 학과실 문턱을 넘으며 긴 하품으로 입 크기를 자랑하던 ‘개’선배는 승관에게 손을 흔들며 죽지 않은 러브콜을 보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불사가리는 이석민과 부승관의 것! 청록색 비니로 탈바꿈한 ‘개’선배가 두 귀를 막고 도망치는 녀석의 뒤꽁무니를 쫓는다. 만약 찬이가 불가사리에 있었다면 승관은 단박에 오케이를 날렸을 거다. 원체 싸가지없는 귀여움을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 [여주야 어디야?]

- [지금 나가는 중]




복잡한 점심시간을 헤쳐 본관 건물 1층에 다다르자 모자를 푹 눌러쓴 지훈이 자판기 앞에서 절규하는 민규를 달랜다. 기부했다고 생각해. 빡치면 컴플 걸던가. 돈 먹은 자판기 앞에서 나오지도 않는 음료수를 기다리던 민규는 반드시 환불받고 말겠다는 각오 아래 자판기 옆 서비스 센터 번호를 읊었다. 불기둥을 뿜으며 큰 보폭으로 멀어지는 민규를 바라보던 그가 뒤를 돈다. 놀란 토끼 눈은 이윽고 반달이 되었다.




- “지금 출발해?”

- “응, 점심은?”

- “김민규 다시 오면.”




자정부터 자정까지 얼굴을 맞대고 싶었다. 아무것도 마시거나 먹지 않아도 좋으니 오늘만큼은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 빌고 싶었다. 차마 그러지 못해 대신 허리를 끌어안는다. 생일 축하해 지훈아. 간절한 마음에 아껴 둔 말을 뱉는다. 좀 더 멋진 곳에서 말하고 싶었으나 인내심 없는 난 언제나 계획을 그르치고 만다.




- “일곱 시에 광장 앞에서 만나는 거 잊으면 안 돼.”

- “늦어도 천천히 와.”

- “너 기다리잖아.”

- “너 기다리는 거 완전 잘해.”




휴대폰이 울리고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 눈짓에도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전화야. 신경 쓰지 마. 뒤로도 몇 번씩 진동이 울렸지만 그때마다 사서함으로 넘기는 버튼을 눌렀다. 복도 끝에서 대형견처럼 달려오며 지폐를 흔드는 민규를 발견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민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끝나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긴 채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나섰다. 대여섯 걸음 만에 자판기 앞에 도착한 민규는 그를 쫓아 밖으로 달렸다.










- ‘모르는 전화야.’

……

-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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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이 일렁였다.

어째서인지 그가 떠난 이곳을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나를 찾는 휴대폰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도.















#61.
인터뷰는 십분 뒤에 할게요. 견학 담당자는 질문지를 받아 들고 로비 뒤쪽으로 사라졌다. 동기들은 오랜 시간 서 있던 탓에 부어버린 다리를 붙잡고 로비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카메라로 인증샷을 남기며 다른 조의 결과물을 염탐하던 동기들은 B조 석민의 셀카를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실물이 더 낫다는 여론이 힘을 실을 무렵, 승관을 연모했던 동기는 석민과 녀석의 투샷에 가늘게 눈을 떴다. ‘휴먼 옛체’가 정확히 어떤 뜻이었는지 몰라도 어쨌거나 본인은 녀석의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건 눈치껏 아는 정도였다.




- “얘는 조명 없어도 얼굴이 사네.”

- “아직도 좋아해?”

- “몰라, 애인 있는 사람은 건드리는 거 아니야.”

- “애인? 아직 없을걸?”

- “휴대폰 잠금 화면에 있는 여자 사진 봤네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청 예뻤다. 그녀는 심술 난 입술로 녀석의 화면 속 여자를 질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옅은 미소를 짓는 것뿐이었다. 은수의 사진을 넣어두고 다니는 승관은 이처럼 오해받는 것을 좋아했다. 개나 소나 달라붙어 진절머리가 난다 허세를 부리며 은수 덕분에 시간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는 녀석은 아직 은수를 잊지 못했다는 말 대신 그렇게 핑계를 댔다.




- “여주야, 너 어제 대신 전해드립니다 봤어?”

- “왜?”

- “17학번 건축과 이지훈 족구 하는 거 멋있다고 누가 익명으로 애인 있냐고 물어보던데?”

- “사람들 눈은 다 똑같다.”

- “근데 웃긴 게 댓글에 네 남친이 ‘품절’ 두 글자 남기고 사라졌잖아. 그런 거 신경도 안 쓸 것 같은 사람이 품절이라고 대답해서 애들 다 뒤집어져서…….”




진지한 얼굴로 키패드를 두드린 그를 생각하니 여간 웃음이 나는 게 아니었다. 아마 댓글을 남기고 뿌듯한 표정으로 승관에게 소심한 자랑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 녀석은 A대 애들은 눈이 바닥에 달렸나 의문을 던지며 그를 극딜 했을 테고 날렵한 그의 다리가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찼을 거다. 안 봐도 비디오였다. 오랫동안 붙어 있는 시간만큼 이런 일을 상상하는 것쯤은 쉬웠으니 말이다.

다만 두려웠다. 이런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 멀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은 순간마다 불현듯 치고 올라와 날 잠식했으니.

그는 일렁였고 떠나지 못한 내가 서 있다. 휴대폰 배터리가 깜박이며 희미해지는 잔명을 지킨다. 금방 올 것 같던 약속 시간은 아직 멀기만 했다. 이윽고 숨이 끊어진 기계를 가리키며 동기의 휴대폰을 빌렸다. 이젠 눈을 감아도 손이 기억하는 열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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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아, 배터리가 없어서 친구 번호로 남겨.
내가 늦으면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꼭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어.
여기서 끝나면 여섯 시 정도 되니까 금방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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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인지 운명인지.”

……

- “넌 어디에 걸래?”










위로 향하는 경직된 시선.

이죽거리는 그녀의 입술.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 어떠한 것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나는.















#62.
보지 못한 척 지나치려 했었다. 애써 눈을 감으려 했었다. 지훈을 들먹이는 새빨간 입술을 지나치지 못했다. 여러 개의 날것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그가 없는 시곗바늘이 아까워 뒤늦게 도망치려는 발목에 덫이 걸린다. 불행히도 난 발목을 잘라내야만 살 수 있는 덩어리였다.




- “오늘 지훈이 생일이라 모인다는 자리에 지훈이 혼자만 쏙 빠졌잖아. 얼마나 중요한 약속이 있길래 연락까지 씹어 대고 잠수 타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넌 알아?”

……

- “파티 주인공이 빠졌으니까 당연히 계약도 박살 나겠지? 내가 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자식들 핑계로 움직이는 게 이 바닥인데 몇 년 동안 겨우 공들인 거 물거품 되면 지훈이 부모님은 얼마나 걜 미워하겠어.”

……

- “저번엔 사촌이 그러더니 이번엔 걔가 말썽이야. 이지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어차피 건축으로 부모덕도 봐야 하고 돈쟁이들한테 억지로 얼굴도 비춰야 할 텐데, 꼭 누가 방해하는 것 같지 않아?”

……

- “우리 아빠가 그러던데, 걔 작년 생일도 계속 휴대폰만 쳐다보더니 집에 빨리 가야 한다고 분위기 초 치면서 나갔다더라? 꼭 집에서 누굴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그것 때문에 이지훈 부모한테 줄 대려고 했던 사람들 거품처럼 사라졌다던데 진짜 웃기지 않아?”




내 생각엔 작년도 올해도 방해꾼은 같은 사람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반짝이는 네일 장식을 정리하는 그녀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창으로 찍어 내렸다. 갈등과 대립 속에서 정신 못 차리던 내가 마침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원체 두려움이 많고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스무 살의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 “넌 지훈이를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 네 눈엔 자유로워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항상 갇혀 있어. 진열된 상품처럼 값이 매겨지고 공인 같은 삶을 살아. 너 같은 일반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을 뿐이지.”

……

- “지훈이는 계속 눈 밖에 날 텐데 넌 괜찮아? 지켜줄 수 없으면 방해라도 하지 말았어야지. 이지훈한테는 네가 어떤 존재일진 몰라도 다른 사람 눈엔 넌 그냥 가시야.”















지훈이를 운명에 가둔 건 너야.





욕심내지 않았다면 스쳐 지나갈 사람을 네가 억지로 잡아버린 거잖아.


















다 너 때문이야.























퓨즈가 끊어진다. 깜깜한 세계였다. 나의 불행과 그의 현실은 이가 빠진 톱니바퀴처럼 억지로 맞물리다 마침내 궤도를 이탈했다. 번잡스러운 잔해가 내 영혼과 함께 빨려 들어간다.




- “오늘 둘이 만나겠네?”

…….

- “좋겠다, 망가트려서.”















#63.
묵직한 버스가 도로를 달렸다. 빌딩 불빛에 드문드문 그가 보였다. 매초가 아까운 나는 프리지아를 품에 안고 광장을 향해 발을 구른다. 이미 늦어버린 약속은 까만 밤을 먹었다. 떠다니는 달은 광장 나무 아래 고개를 숙인 채 발장난을 하는 그를 비췄다.

멍울진 목을 토해낸다. 그렇지 않으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걱정을 살 게 뻔했다. 꽃을 등 뒤로 감춘 채 나무 아래 서면, 추위에 붉어진 뺨으로 서서히 올려다보는 오롯한 눈동자가 있었다.




- “김여주 지각쟁이.”

- “메시지 남긴 거 못 들었어?”

- “괜히 들어갔다가 엇갈리는 것보단 낫잖아.”

- “아무리 그래도 얼굴은 다 빨개져서…….”

- “만났으니까 됐다.”




깍지 낀 손을 자신의 점퍼 주머니에 넣는다. 벌게진 콧방울로 내가 없는 하루를 조곤 대는 그에게 숨겨둔 프리지아를 건넸다. 생일 축하해. 오는 길에 예뻐서. 어색한 몸짓으로 향을 맡던 그가 점퍼 속에 프리지아를 품으며 말갛게 웃는다. 따뜻해지면 좀 더 살지 않겠냐는 엉뚱한 생각으로.




- “스티커 사진 먼저 찍을까.”




대기 줄이 긴 관람차를 피해 광장 건물을 가리킨다. 삐에로 가발과 뿔 머리띠를 두고 고민하는 내게 다가온 그가 토끼 머리띠를 무심히 쓰고 한쪽 귀를 접는다. 이거 너한테 잘 어울리겠다. 거울 앞에서 대신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는 무방비한 그를 기계 앞으로 밀어 넣는다.




- “잠깐만.”

- “지금 완전 토끼야.”

- “이건 아니야.”

- “맞아.”

- “진짜 잠깐만.”




지폐를 욱여넣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곧바로 찾아온 카운트에 맞춰 포즈를 취한다. 당황한 그는 멋쩍게 웃으며 브이를 그렸다. 정말 처음 찍어보는 듯한 모습, 그것마저 웃음을 참지 못해 등을 돌린 내가 그대로 프레임에 걸린다. 머리띠를 벗고 망가진 머리를 정리하던 그는 마지막 사진 앞에서 퍽 긴장한 듯 내 어깨를 감쌌다.




- “잘 나왔어?”

- “……응, 예쁘다.”




인화된 사진을 빤히 바라본다. 내 어깨를 감싼 그는 카메라 앵글이 아닌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스스로를 세뇌한다. 사진을 찾는 그에겐 쉽게 잃어버릴 수 있으니 나중에 주겠다 둘러대며 마음을 감춘다. 관람차에 타기 직전, 정리하지 못한 가방을 뒤적거리며 사진 둘 곳을 찾던 나는 커다란 불씨를 떨어트리고 만다.




- “……뭐야.”

- “…….”

- “네가 왜 아버지 명함을 가지고 있어?”




하늘이 애석했다. 거지 같은 타이밍이었다. 호텔을 나서기 전 그녀가 건넨 데드라인이었다. 오늘이 아니면 지훈이가 사람들 눈 밖에 나는 건 시간 문제라 했다. 난 그렇게 만들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의 휴대폰이 울리고 당황한 눈빛이 광장 입구로 들어오는 세단을 보며 사나워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무작정 관람차 안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지상으로부터 작은 점이 되고 하늘과 가까이 맞닿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 “말을 하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끝까지 숨기려고 했어?”

- “전화 오잖아.”

- “너 누구 만났는데.”

- “안 받아?”

- “여기 오기 전에 누구 만났냐고. 그것부터 말해.




실망한 목소리. 원망스러운 눈. 화를 참는 입술. 그래, 난 이것이 두려웠다. 도저히 견딜 수 없다. 가슴이 꽉 메인 듯 답답했다. 나를 바라보는 상실된 눈빛은 원체 감정에 솔직하고 성숙하지 못한 나를 도려낸다.

오늘이 지나면, 이번 주가 지나면, 이번 달이 지나면, 올해가 지나면…… 매일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고 그것을 대사처럼 줄줄 외워 마음에 잔뜩 굳은살을 만들던 나는, 그를 안아주기에 미처 성숙하지 못한 나는 결국…….




- “그만 좀 하면 안 돼?”

- “……뭐?”

- “왜 다들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부러 비수를 꽂는다. 얽히고설킨 타래가 마침내 ‘우리’를 끊어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뒤틀렸다. 서툴게 쓰인 비극적 소설의 주인공은 빌어먹게도 나였다.




- “잘난 네 덕분에 꿈에도 없는 대학 와서 주제넘게 살고 있는 거 알아. 도와준 건 정말 고마운데 이젠 별로 재미도 없고 네 얼굴만 봐도 짜증 나.”




- ‘오늘 지훈이 생일이라 모인다는 자리에 지훈이 혼자만 쏙 빠졌잖아. 얼마나 중요한 약속이 있길래 연락까지 씹어 대고 잠수 타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넌 알아?’




- “솔직히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어. 처음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동정이고 연민이었던 거. 불쌍한 애들 보면 너도 그렇잖아. 챙겨주고 싶고 곁에 있어 주고 싶은 거.’




- ‘이지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어차피 건축으로 부모덕도 봐야 하고 돈쟁이들한테 억지로 얼굴도 비춰야 할 텐데, 꼭 누가 방해하는 것 같지 않아?’




- “이제 너한테 억지로 웃어주는 것도 힘들어. 오늘은 그래도 생일이니까 비위라도 맞춰줄까 생각했는데 도저히 못 하겠어.”















- ‘좋겠다, 망가트려서.’















정점에서 멈춰버린 관람차가 흔들린다. 평정심을 잃은 그가 주먹 쥔 손을 움켜잡는다. 어서 내려가고 싶었다. 오롯이 둘만 있는 이 순간마저 행복에 겨워하는 내가 죽기보다 싫어서. 이젠 그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버려서.




- “너 무슨 일 있었지.”

- “…….”

- “나 좀 봐.”




떨리는 손을 감춘다. 눈을 맞추려는 그를 피한 시선은 오로지 바닥을 향했다. 정점에 닿은 관람차는 하강을 시작했다.










나는 후회하고 있을까.

매일 울고 있지는 않을까.

당장 내일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정말……










……괜찮을까.  




















광장 중앙에 선 세단이 불을 밝힌다.

파티의 주인공을 위하여.




















- “이제 가.”

……

- “……제발.”















관람차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얼마 가지 않아 잡힌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선택과 선택, 그사이에 나와 그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선택한 경계 밖으로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 내 부족함에 괴로워하든,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든, 그걸 깨고 다시 돌아오든 모든 선택이 내 몫이라면 어쨌거나 지금의 나는 떠나야 함이 옳았다.










현재의 그를 위해서라도.

미래의 나를 위해서라도.










언제까지 불행에 집착하며 그의 곁에 머물 수 없다. 만약 곁에 남는다 한들 나와 잠식할 것이 뻔했다. 닮아가는 것이 일상인 우리에겐 어쩌면 내가 독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것마저 닮아가는 건 원치 않으니 보내는 거다. 불행해지는 것보다 두려운 건 그가 날 닮아가는 거다. 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거짓말.”




애원하는 목소리. 익숙하지 못한 나. 터지는 불꽃. 차가운 겨울. 프리지아를 구겨 쥔 그가 고개를 숙인다. 더는 안아줄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없었다. 주먹을 말아 쥔 두 손에 손톱이 박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 “네가 준 꽃은 죽어버려서 줄 수가 없어.”

……

- “돌려주는 거야. 이젠 필요 없으니까.”




















- ‘지훈아 넌 내가 왜 좋아?’

- ‘어떤 대답이 듣고 싶은데’

- ‘초면인 대답.’

- ‘그냥 뭐, 거짓말할 때?’

- ‘내가?’

- ‘거짓말하면 양손 주먹 쥐면서 떨잖아.’

- ‘완전 범죄를 꿈꾸는 사람의 사인이랄까.’

- ‘그래서 귀엽다고. 거짓말 티 나는 거.’




















입가에 움푹 패인 골짜기에서 떠난 별이, 그를 닮은 것 같아 좋아한 별빛이 무수하게 떨어지던 밤, 나는 혼자 길을 걸으며 울었다. 못난 나는 당장 내일 후회할 것이 뻔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온종일 울다 잠들 나는 당장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었다.

땅거미 꺼진 교문 앞에서 날 기다리던 앳된 얼굴, 지친 날 안아주던 어깨, 눈물을 닦아주던 어색한 손과 긴장한 듯한 입술, 만날 때마다 스친 향기와 눈 맞추는 걸 좋아하던 그 날의 그를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 ‘그래서, 결말은.’

- ‘어땠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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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평생 동안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넌 그런 노래일 거야. 


 


 


 


 


 


 


 


 


 


 


 

왼손에 소설책을 끼워 문장을 읽어 내리는 지훈은 가끔 중력을 이기지 못한 동그란 안경을 콧대에 걸쳤다. 넓은 품에 안겨 얼굴을 감상하다 혹여 눈이 부실까 보드라운 뺨에 앉은 투명한 햇살을 막는다. 날 바라보는 오롯한 눈동자, 그는 방심한 틈을 타 후드 끈을 당겨 장난을 거는 내게 속절없이 끌려오는 중이었다.

우리 지훈이는 뭘 해도 예쁘다. 습관적 고백이 특기인 나는 손바닥만 한 리본을 묶었다가, 복잡한 매듭도 지었다가, 또 그것을 돌돌 말아 달팽이를 만든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며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욕구 충족을 당하던 그가 다시 책을 찾는다. 섹시한 목소리와 반대되는 아주 불편한 행동이었다.

글을 읽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 베스트 셀러에 관심 없는 이 남자를 꼬신 건 사실이었으나,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본래 종이책과 영 맞지 않는 성향은 아까 전부터 반쯤 감긴 눈으로 목소리를 낼 때마다 움직이는 목울대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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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사과를 손가락으로 만지작대는 이상 행동은 이성을 탈출한 본능이었다. 짓궂은 방해에도 끝까지 책을 붙잡던 근성을 마침내 입술로 막는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뭉툭한 소리에 입술을 떼자, 그는 되려 날 당기며 숨을 가로챘다. 힘에 밀려 뒤로 넘어가는 순간에도 틈을 주지 않는다. 콧대에 비스듬히 걸린 안경을 귀찮은 듯 벗어내는 건 어느 베스트 셀러의 절정이었다.




- “책 읽어 달라며.”

- “널 읽는 중이야.”




엉겨 붙은 입술이 자극적이다. 이대로 떨림을 안고 좋아한다 속삭여도 모자람 없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셔츠를 풀어내 그 위를 지분거리는 입술이 아담의 흔적을 새긴다. 심장과 가까운 곳은 모두 그의 것이었다.




- “그래서, 결말은.”

- “어땠으면 좋겠어?”




부러 대답하지 않고 셔츠 단추를 끌러 내린다. 숨기지 못한 새빨간 귓바퀴와 목덜미가 매력적인 그는 자신과 같은 귓가에 입을 맞췄다. 그의 도드라진 날개뼈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허리를 감는다. 소파 밑 주인 잃은 안경과 읽히지 못한 문장이 눈을 감았다.

















비겁한 나도 눈을 감는 시간이었다.















OH MY RAINBOW
;Caramel Drizzle






























Chapter 27. 〈나의 우주>

















#60.
잠에서 깨면 숨이 막히도록 안아 주는 그가 좋았다. 그의 향이 곳곳에 베여 오래도록 진득하게 남는 것도 좋았고 익숙한 음악을 듣다 밀려오는 잠에 팔을 베어주는 것도 좋았다. 새벽이 되면 은은한 조명에 의지한 채 속삭이는 목소리는 환각이 되어 천장을 향해도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이 헤엄쳤다.




- ‘생일날 관람차 타러 갈까.’

……

- ‘스티커 사진도 찍고.’




11월 22일을 쉬이 까먹지 않았던 건 휴대폰 알람이나 분신 같은 다이어리의 빨간색 동그라미가 아니었다. 그토록 갈망한 소원을 이루기에 가장 완벽한 날이었으니 숨 쉬듯 기억하는 건 마땅했다. 더 나아가 일 년에 한번 돌아오는 날에 나를 새기고 싶은 욕심이었다. 누군가가 잊혀도 함께한 음악은 잊히지 않듯이, 그가 날 잊어도 그날의 시간만큼은 잊지 말아 달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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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랑 하고 싶은 거

- ‘놀이동산 관람차’

- ‘스티커 사진’

- ‘음악 듣다 낮잠 자기’

- ‘책 읽어 주기’




온통 나와 하고 싶은 것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해주고 싶은 것들. 사소함에도 말갛게 웃는 그를 상상한다. 입가에 패인 보조개가 꼭 별이 떠난 흔적 같은 그를 생각한다. 종일 같은 얼굴을 떠올려도 사무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그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 “오늘 이지훈 생일인데 꼭 가야 되냐?”

- “조별 과제를 미룰 순 없잖아.”

- “견학이면 눈으로만 보는 거지? 대신 가 주리?”

- “애들이 너 싫어해.”

- “왜?”

- “우리 조에 너 짝사랑하던 애 있어.”

- “구자라트어 반드시 복수한다.”




승관은 희번득한 눈을 허공에 갈겼다. 그러다 지훈의 생일임에도 커리큘럼에 오차 없이 박힌 ‘D조 호텔 견학’에 과제 자료를 챙기는 내게 참 FM 같은 명문대생이라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젯밤 작성한 견학 계획서를 제출하는 이 순간에도 녀석은 남의 학과실에서 조교와 농담을 시작했다. 학과실 문턱을 넘으며 긴 하품으로 입 크기를 자랑하던 ‘개’선배는 승관에게 손을 흔들며 죽지 않은 러브콜을 보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불사가리는 이석민과 부승관의 것! 청록색 비니로 탈바꿈한 ‘개’선배가 두 귀를 막고 도망치는 녀석의 뒤꽁무니를 쫓는다. 만약 찬이가 불가사리에 있었다면 승관은 단박에 오케이를 날렸을 거다. 원체 싸가지없는 귀여움을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 [여주야 어디야?]

- [지금 나가는 중]




복잡한 점심시간을 헤쳐 본관 건물 1층에 다다르자 모자를 푹 눌러쓴 지훈이 자판기 앞에서 절규하는 민규를 달랜다. 기부했다고 생각해. 빡치면 컴플 걸던가. 돈 먹은 자판기 앞에서 나오지도 않는 음료수를 기다리던 민규는 반드시 환불받고 말겠다는 각오 아래 자판기 옆 서비스 센터 번호를 읊었다. 불기둥을 뿜으며 큰 보폭으로 멀어지는 민규를 바라보던 그가 뒤를 돈다. 놀란 토끼 눈은 이윽고 반달이 되었다.




- “지금 출발해?”

- “응, 점심은?”

- “김민규 다시 오면.”




자정부터 자정까지 얼굴을 맞대고 싶었다. 아무것도 마시거나 먹지 않아도 좋으니 오늘만큼은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 빌고 싶었다. 차마 그러지 못해 대신 허리를 끌어안는다. 생일 축하해 지훈아. 간절한 마음에 아껴 둔 말을 뱉는다. 좀 더 멋진 곳에서 말하고 싶었으나 인내심 없는 난 언제나 계획을 그르치고 만다.




- “일곱 시에 광장 앞에서 만나는 거 잊으면 안 돼.”

- “늦어도 천천히 와.”

- “너 기다리잖아.”

- “너 기다리는 거 완전 잘해.”




휴대폰이 울리고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 눈짓에도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전화야. 신경 쓰지 마. 뒤로도 몇 번씩 진동이 울렸지만 그때마다 사서함으로 넘기는 버튼을 눌렀다. 복도 끝에서 대형견처럼 달려오며 지폐를 흔드는 민규를 발견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민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끝나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긴 채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나섰다. 대여섯 걸음 만에 자판기 앞에 도착한 민규는 그를 쫓아 밖으로 달렸다.










- ‘모르는 전화야.’

……

-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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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이 일렁였다.

어째서인지 그가 떠난 이곳을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나를 찾는 휴대폰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도.















#61.
인터뷰는 십분 뒤에 할게요. 견학 담당자는 질문지를 받아 들고 로비 뒤쪽으로 사라졌다. 동기들은 오랜 시간 서 있던 탓에 부어버린 다리를 붙잡고 로비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카메라로 인증샷을 남기며 다른 조의 결과물을 염탐하던 동기들은 B조 석민의 셀카를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실물이 더 낫다는 여론이 힘을 실을 무렵, 승관을 연모했던 동기는 석민과 녀석의 투샷에 가늘게 눈을 떴다. ‘휴먼 옛체’가 정확히 어떤 뜻이었는지 몰라도 어쨌거나 본인은 녀석의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건 눈치껏 아는 정도였다.




- “얘는 조명 없어도 얼굴이 사네.”

- “아직도 좋아해?”

- “몰라, 애인 있는 사람은 건드리는 거 아니야.”

- “애인? 아직 없을걸?”

- “휴대폰 잠금 화면에 있는 여자 사진 봤네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청 예뻤다. 그녀는 심술 난 입술로 녀석의 화면 속 여자를 질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옅은 미소를 짓는 것뿐이었다. 은수의 사진을 넣어두고 다니는 승관은 이처럼 오해받는 것을 좋아했다. 개나 소나 달라붙어 진절머리가 난다 허세를 부리며 은수 덕분에 시간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는 녀석은 아직 은수를 잊지 못했다는 말 대신 그렇게 핑계를 댔다.




- “여주야, 너 어제 대신 전해드립니다 봤어?”

- “왜?”

- “17학번 건축과 이지훈 족구 하는 거 멋있다고 누가 익명으로 애인 있냐고 물어보던데?”

- “사람들 눈은 다 똑같다.”

- “근데 웃긴 게 댓글에 네 남친이 ‘품절’ 두 글자 남기고 사라졌잖아. 그런 거 신경도 안 쓸 것 같은 사람이 품절이라고 대답해서 애들 다 뒤집어져서…….”




진지한 얼굴로 키패드를 두드린 그를 생각하니 여간 웃음이 나는 게 아니었다. 아마 댓글을 남기고 뿌듯한 표정으로 승관에게 소심한 자랑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 녀석은 A대 애들은 눈이 바닥에 달렸나 의문을 던지며 그를 극딜 했을 테고 날렵한 그의 다리가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찼을 거다. 안 봐도 비디오였다. 오랫동안 붙어 있는 시간만큼 이런 일을 상상하는 것쯤은 쉬웠으니 말이다.

다만 두려웠다. 이런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 멀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은 순간마다 불현듯 치고 올라와 날 잠식했으니.

그는 일렁였고 떠나지 못한 내가 서 있다. 휴대폰 배터리가 깜박이며 희미해지는 잔명을 지킨다. 금방 올 것 같던 약속 시간은 아직 멀기만 했다. 이윽고 숨이 끊어진 기계를 가리키며 동기의 휴대폰을 빌렸다. 이젠 눈을 감아도 손이 기억하는 열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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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아, 배터리가 없어서 친구 번호로 남겨.
내가 늦으면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꼭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어.
여기서 끝나면 여섯 시 정도 되니까 금방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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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인지 운명인지.”

……

- “넌 어디에 걸래?”










위로 향하는 경직된 시선.

이죽거리는 그녀의 입술.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 어떠한 것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나는.















#62.
보지 못한 척 지나치려 했었다. 애써 눈을 감으려 했었다. 지훈을 들먹이는 새빨간 입술을 지나치지 못했다. 여러 개의 날것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그가 없는 시곗바늘이 아까워 뒤늦게 도망치려는 발목에 덫이 걸린다. 불행히도 난 발목을 잘라내야만 살 수 있는 덩어리였다.




- “오늘 지훈이 생일이라 모인다는 자리에 지훈이 혼자만 쏙 빠졌잖아. 얼마나 중요한 약속이 있길래 연락까지 씹어 대고 잠수 타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넌 알아?”

……

- “파티 주인공이 빠졌으니까 당연히 계약도 박살 나겠지? 내가 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자식들 핑계로 움직이는 게 이 바닥인데 몇 년 동안 겨우 공들인 거 물거품 되면 지훈이 부모님은 얼마나 걜 미워하겠어.”

……

- “저번엔 사촌이 그러더니 이번엔 걔가 말썽이야. 이지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어차피 건축으로 부모덕도 봐야 하고 돈쟁이들한테 억지로 얼굴도 비춰야 할 텐데, 꼭 누가 방해하는 것 같지 않아?”

……

- “우리 아빠가 그러던데, 걔 작년 생일도 계속 휴대폰만 쳐다보더니 집에 빨리 가야 한다고 분위기 초 치면서 나갔다더라? 꼭 집에서 누굴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그것 때문에 이지훈 부모한테 줄 대려고 했던 사람들 거품처럼 사라졌다던데 진짜 웃기지 않아?”




내 생각엔 작년도 올해도 방해꾼은 같은 사람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반짝이는 네일 장식을 정리하는 그녀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창으로 찍어 내렸다. 갈등과 대립 속에서 정신 못 차리던 내가 마침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원체 두려움이 많고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스무 살의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 “넌 지훈이를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 네 눈엔 자유로워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항상 갇혀 있어. 진열된 상품처럼 값이 매겨지고 공인 같은 삶을 살아. 너 같은 일반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을 뿐이지.”

……

- “지훈이는 계속 눈 밖에 날 텐데 넌 괜찮아? 지켜줄 수 없으면 방해라도 하지 말았어야지. 이지훈한테는 네가 어떤 존재일진 몰라도 다른 사람 눈엔 넌 그냥 가시야.”















지훈이를 운명에 가둔 건 너야.





욕심내지 않았다면 스쳐 지나갈 사람을 네가 억지로 잡아버린 거잖아.


















다 너 때문이야.























퓨즈가 끊어진다. 깜깜한 세계였다. 나의 불행과 그의 현실은 이가 빠진 톱니바퀴처럼 억지로 맞물리다 마침내 궤도를 이탈했다. 번잡스러운 잔해가 내 영혼과 함께 빨려 들어간다.




- “오늘 둘이 만나겠네?”

…….

- “좋겠다, 망가트려서.”















#63.
묵직한 버스가 도로를 달렸다. 빌딩 불빛에 드문드문 그가 보였다. 매초가 아까운 나는 프리지아를 품에 안고 광장을 향해 발을 구른다. 이미 늦어버린 약속은 까만 밤을 먹었다. 떠다니는 달은 광장 나무 아래 고개를 숙인 채 발장난을 하는 그를 비췄다.

멍울진 목을 토해낸다. 그렇지 않으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걱정을 살 게 뻔했다. 꽃을 등 뒤로 감춘 채 나무 아래 서면, 추위에 붉어진 뺨으로 서서히 올려다보는 오롯한 눈동자가 있었다.




- “김여주 지각쟁이.”

- “메시지 남긴 거 못 들었어?”

- “괜히 들어갔다가 엇갈리는 것보단 낫잖아.”

- “아무리 그래도 얼굴은 다 빨개져서…….”

- “만났으니까 됐다.”




깍지 낀 손을 자신의 점퍼 주머니에 넣는다. 벌게진 콧방울로 내가 없는 하루를 조곤 대는 그에게 숨겨둔 프리지아를 건넸다. 생일 축하해. 오는 길에 예뻐서. 어색한 몸짓으로 향을 맡던 그가 점퍼 속에 프리지아를 품으며 말갛게 웃는다. 따뜻해지면 좀 더 살지 않겠냐는 엉뚱한 생각으로.




- “스티커 사진 먼저 찍을까.”




대기 줄이 긴 관람차를 피해 광장 건물을 가리킨다. 삐에로 가발과 뿔 머리띠를 두고 고민하는 내게 다가온 그가 토끼 머리띠를 무심히 쓰고 한쪽 귀를 접는다. 이거 너한테 잘 어울리겠다. 거울 앞에서 대신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는 무방비한 그를 기계 앞으로 밀어 넣는다.




- “잠깐만.”

- “지금 완전 토끼야.”

- “이건 아니야.”

- “맞아.”

- “진짜 잠깐만.”




지폐를 욱여넣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곧바로 찾아온 카운트에 맞춰 포즈를 취한다. 당황한 그는 멋쩍게 웃으며 브이를 그렸다. 정말 처음 찍어보는 듯한 모습, 그것마저 웃음을 참지 못해 등을 돌린 내가 그대로 프레임에 걸린다. 머리띠를 벗고 망가진 머리를 정리하던 그는 마지막 사진 앞에서 퍽 긴장한 듯 내 어깨를 감쌌다.




- “잘 나왔어?”

- “……응, 예쁘다.”




인화된 사진을 빤히 바라본다. 내 어깨를 감싼 그는 카메라 앵글이 아닌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스스로를 세뇌한다. 사진을 찾는 그에겐 쉽게 잃어버릴 수 있으니 나중에 주겠다 둘러대며 마음을 감춘다. 관람차에 타기 직전, 정리하지 못한 가방을 뒤적거리며 사진 둘 곳을 찾던 나는 커다란 불씨를 떨어트리고 만다.




- “……뭐야.”

- “…….”

- “네가 왜 아버지 명함을 가지고 있어?”




하늘이 애석했다. 거지 같은 타이밍이었다. 호텔을 나서기 전 그녀가 건넨 데드라인이었다. 오늘이 아니면 지훈이가 사람들 눈 밖에 나는 건 시간 문제라 했다. 난 그렇게 만들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의 휴대폰이 울리고 당황한 눈빛이 광장 입구로 들어오는 세단을 보며 사나워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무작정 관람차 안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지상으로부터 작은 점이 되고 하늘과 가까이 맞닿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 “말을 하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끝까지 숨기려고 했어?”

- “전화 오잖아.”

- “너 누구 만났는데.”

- “안 받아?”

- “여기 오기 전에 누구 만났냐고. 그것부터 말해.




실망한 목소리. 원망스러운 눈. 화를 참는 입술. 그래, 난 이것이 두려웠다. 도저히 견딜 수 없다. 가슴이 꽉 메인 듯 답답했다. 나를 바라보는 상실된 눈빛은 원체 감정에 솔직하고 성숙하지 못한 나를 도려낸다.

오늘이 지나면, 이번 주가 지나면, 이번 달이 지나면, 올해가 지나면…… 매일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고 그것을 대사처럼 줄줄 외워 마음에 잔뜩 굳은살을 만들던 나는, 그를 안아주기에 미처 성숙하지 못한 나는 결국…….




- “그만 좀 하면 안 돼?”

- “……뭐?”

- “왜 다들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부러 비수를 꽂는다. 얽히고설킨 타래가 마침내 ‘우리’를 끊어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뒤틀렸다. 서툴게 쓰인 비극적 소설의 주인공은 빌어먹게도 나였다.




- “잘난 네 덕분에 꿈에도 없는 대학 와서 주제넘게 살고 있는 거 알아. 도와준 건 정말 고마운데 이젠 별로 재미도 없고 네 얼굴만 봐도 짜증 나.”




- ‘오늘 지훈이 생일이라 모인다는 자리에 지훈이 혼자만 쏙 빠졌잖아. 얼마나 중요한 약속이 있길래 연락까지 씹어 대고 잠수 타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넌 알아?’




- “솔직히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어. 처음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동정이고 연민이었던 거. 불쌍한 애들 보면 너도 그렇잖아. 챙겨주고 싶고 곁에 있어 주고 싶은 거.’




- ‘이지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어차피 건축으로 부모덕도 봐야 하고 돈쟁이들한테 억지로 얼굴도 비춰야 할 텐데, 꼭 누가 방해하는 것 같지 않아?’




- “이제 너한테 억지로 웃어주는 것도 힘들어. 오늘은 그래도 생일이니까 비위라도 맞춰줄까 생각했는데 도저히 못 하겠어.”















- ‘좋겠다, 망가트려서.’















정점에서 멈춰버린 관람차가 흔들린다. 평정심을 잃은 그가 주먹 쥔 손을 움켜잡는다. 어서 내려가고 싶었다. 오롯이 둘만 있는 이 순간마저 행복에 겨워하는 내가 죽기보다 싫어서. 이젠 그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버려서.




- “너 무슨 일 있었지.”

- “…….”

- “나 좀 봐.”




떨리는 손을 감춘다. 눈을 맞추려는 그를 피한 시선은 오로지 바닥을 향했다. 정점에 닿은 관람차는 하강을 시작했다.










나는 후회하고 있을까.

매일 울고 있지는 않을까.

당장 내일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정말……










……괜찮을까.  




















광장 중앙에 선 세단이 불을 밝힌다.

파티의 주인공을 위하여.




















- “이제 가.”

……

- “……제발.”















관람차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얼마 가지 않아 잡힌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선택과 선택, 그사이에 나와 그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선택한 경계 밖으로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 내 부족함에 괴로워하든,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든, 그걸 깨고 다시 돌아오든 모든 선택이 내 몫이라면 어쨌거나 지금의 나는 떠나야 함이 옳았다.










현재의 그를 위해서라도.

미래의 나를 위해서라도.










언제까지 불행에 집착하며 그의 곁에 머물 수 없다. 만약 곁에 남는다 한들 나와 잠식할 것이 뻔했다. 닮아가는 것이 일상인 우리에겐 어쩌면 내가 독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것마저 닮아가는 건 원치 않으니 보내는 거다. 불행해지는 것보다 두려운 건 그가 날 닮아가는 거다. 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거짓말.”




애원하는 목소리. 익숙하지 못한 나. 터지는 불꽃. 차가운 겨울. 프리지아를 구겨 쥔 그가 고개를 숙인다. 더는 안아줄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없었다. 주먹을 말아 쥔 두 손에 손톱이 박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 “네가 준 꽃은 죽어버려서 줄 수가 없어.”

……

- “돌려주는 거야. 이젠 필요 없으니까.”




















- ‘지훈아 넌 내가 왜 좋아?’

- ‘어떤 대답이 듣고 싶은데’

- ‘초면인 대답.’

- ‘그냥 뭐, 거짓말할 때?’

- ‘내가?’

- ‘거짓말하면 양손 주먹 쥐면서 떨잖아.’

- ‘완전 범죄를 꿈꾸는 사람의 사인이랄까.’

- ‘그래서 귀엽다고. 거짓말 티 나는 거.’




















입가에 움푹 패인 골짜기에서 떠난 별이, 그를 닮은 것 같아 좋아한 별빛이 무수하게 떨어지던 밤, 나는 혼자 길을 걸으며 울었다. 못난 나는 당장 내일 후회할 것이 뻔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온종일 울다 잠들 나는 당장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었다.

땅거미 꺼진 교문 앞에서 날 기다리던 앳된 얼굴, 지친 날 안아주던 어깨, 눈물을 닦아주던 어색한 손과 긴장한 듯한 입술, 만날 때마다 스친 향기와 눈 맞추는 걸 좋아하던 그 날의 그를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 ‘그래서, 결말은.’

- ‘어땠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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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평생 동안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넌 그런 노래일 거야. 


 


 


 


 


 


 


 


 


 


 


 

왼손에 소설책을 끼워 문장을 읽어 내리는 지훈은 가끔 중력을 이기지 못한 동그란 안경을 콧대에 걸쳤다. 넓은 품에 안겨 얼굴을 감상하다 혹여 눈이 부실까 보드라운 뺨에 앉은 투명한 햇살을 막는다. 날 바라보는 오롯한 눈동자, 그는 방심한 틈을 타 후드 끈을 당겨 장난을 거는 내게 속절없이 끌려오는 중이었다.

우리 지훈이는 뭘 해도 예쁘다. 습관적 고백이 특기인 나는 손바닥만 한 리본을 묶었다가, 복잡한 매듭도 지었다가, 또 그것을 돌돌 말아 달팽이를 만든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며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욕구 충족을 당하던 그가 다시 책을 찾는다. 섹시한 목소리와 반대되는 아주 불편한 행동이었다.

글을 읽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 베스트 셀러에 관심 없는 이 남자를 꼬신 건 사실이었으나,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본래 종이책과 영 맞지 않는 성향은 아까 전부터 반쯤 감긴 눈으로 목소리를 낼 때마다 움직이는 목울대를 쫓았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4 | 인스티즈 

 

아담의 사과를 손가락으로 만지작대는 이상 행동은 이성을 탈출한 본능이었다. 짓궂은 방해에도 끝까지 책을 붙잡던 근성을 마침내 입술로 막는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뭉툭한 소리에 입술을 떼자, 그는 되려 날 당기며 숨을 가로챘다. 힘에 밀려 뒤로 넘어가는 순간에도 틈을 주지 않는다. 콧대에 비스듬히 걸린 안경을 귀찮은 듯 벗어내는 건 어느 베스트 셀러의 절정이었다.




- “책 읽어 달라며.”

- “널 읽는 중이야.”




엉겨 붙은 입술이 자극적이다. 이대로 떨림을 안고 좋아한다 속삭여도 모자람 없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셔츠를 풀어내 그 위를 지분거리는 입술이 아담의 흔적을 새긴다. 심장과 가까운 곳은 모두 그의 것이었다.




- “그래서, 결말은.”

- “어땠으면 좋겠어?”




부러 대답하지 않고 셔츠 단추를 끌러 내린다. 숨기지 못한 새빨간 귓바퀴와 목덜미가 매력적인 그는 자신과 같은 귓가에 입을 맞췄다. 그의 도드라진 날개뼈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허리를 감는다. 소파 밑 주인 잃은 안경과 읽히지 못한 문장이 눈을 감았다.

















비겁한 나도 눈을 감는 시간이었다.















OH MY RAINBOW
;Caramel Drizzle






























Chapter 27. 〈나의 우주>

















#60.
잠에서 깨면 숨이 막히도록 안아 주는 그가 좋았다. 그의 향이 곳곳에 베여 오래도록 진득하게 남는 것도 좋았고 익숙한 음악을 듣다 밀려오는 잠에 팔을 베어주는 것도 좋았다. 새벽이 되면 은은한 조명에 의지한 채 속삭이는 목소리는 환각이 되어 천장을 향해도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이 헤엄쳤다.




- ‘생일날 관람차 타러 갈까.’

……

- ‘스티커 사진도 찍고.’




11월 22일을 쉬이 까먹지 않았던 건 휴대폰 알람이나 분신 같은 다이어리의 빨간색 동그라미가 아니었다. 그토록 갈망한 소원을 이루기에 가장 완벽한 날이었으니 숨 쉬듯 기억하는 건 마땅했다. 더 나아가 일 년에 한번 돌아오는 날에 나를 새기고 싶은 욕심이었다. 누군가가 잊혀도 함께한 음악은 잊히지 않듯이, 그가 날 잊어도 그날의 시간만큼은 잊지 말아 달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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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랑 하고 싶은 거

- ‘놀이동산 관람차’

- ‘스티커 사진’

- ‘음악 듣다 낮잠 자기’

- ‘책 읽어 주기’




온통 나와 하고 싶은 것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해주고 싶은 것들. 사소함에도 말갛게 웃는 그를 상상한다. 입가에 패인 보조개가 꼭 별이 떠난 흔적 같은 그를 생각한다. 종일 같은 얼굴을 떠올려도 사무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그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 “오늘 이지훈 생일인데 꼭 가야 되냐?”

- “조별 과제를 미룰 순 없잖아.”

- “견학이면 눈으로만 보는 거지? 대신 가 주리?”

- “애들이 너 싫어해.”

- “왜?”

- “우리 조에 너 짝사랑하던 애 있어.”

- “구자라트어 반드시 복수한다.”




승관은 희번득한 눈을 허공에 갈겼다. 그러다 지훈의 생일임에도 커리큘럼에 오차 없이 박힌 ‘D조 호텔 견학’에 과제 자료를 챙기는 내게 참 FM 같은 명문대생이라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젯밤 작성한 견학 계획서를 제출하는 이 순간에도 녀석은 남의 학과실에서 조교와 농담을 시작했다. 학과실 문턱을 넘으며 긴 하품으로 입 크기를 자랑하던 ‘개’선배는 승관에게 손을 흔들며 죽지 않은 러브콜을 보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불사가리는 이석민과 부승관의 것! 청록색 비니로 탈바꿈한 ‘개’선배가 두 귀를 막고 도망치는 녀석의 뒤꽁무니를 쫓는다. 만약 찬이가 불가사리에 있었다면 승관은 단박에 오케이를 날렸을 거다. 원체 싸가지없는 귀여움을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 [여주야 어디야?]

- [지금 나가는 중]




복잡한 점심시간을 헤쳐 본관 건물 1층에 다다르자 모자를 푹 눌러쓴 지훈이 자판기 앞에서 절규하는 민규를 달랜다. 기부했다고 생각해. 빡치면 컴플 걸던가. 돈 먹은 자판기 앞에서 나오지도 않는 음료수를 기다리던 민규는 반드시 환불받고 말겠다는 각오 아래 자판기 옆 서비스 센터 번호를 읊었다. 불기둥을 뿜으며 큰 보폭으로 멀어지는 민규를 바라보던 그가 뒤를 돈다. 놀란 토끼 눈은 이윽고 반달이 되었다.




- “지금 출발해?”

- “응, 점심은?”

- “김민규 다시 오면.”




자정부터 자정까지 얼굴을 맞대고 싶었다. 아무것도 마시거나 먹지 않아도 좋으니 오늘만큼은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 빌고 싶었다. 차마 그러지 못해 대신 허리를 끌어안는다. 생일 축하해 지훈아. 간절한 마음에 아껴 둔 말을 뱉는다. 좀 더 멋진 곳에서 말하고 싶었으나 인내심 없는 난 언제나 계획을 그르치고 만다.




- “일곱 시에 광장 앞에서 만나는 거 잊으면 안 돼.”

- “늦어도 천천히 와.”

- “너 기다리잖아.”

- “너 기다리는 거 완전 잘해.”




휴대폰이 울리고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 눈짓에도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전화야. 신경 쓰지 마. 뒤로도 몇 번씩 진동이 울렸지만 그때마다 사서함으로 넘기는 버튼을 눌렀다. 복도 끝에서 대형견처럼 달려오며 지폐를 흔드는 민규를 발견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민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끝나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긴 채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나섰다. 대여섯 걸음 만에 자판기 앞에 도착한 민규는 그를 쫓아 밖으로 달렸다.










- ‘모르는 전화야.’

……

-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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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이 일렁였다.

어째서인지 그가 떠난 이곳을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나를 찾는 휴대폰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도.















#61.
인터뷰는 십분 뒤에 할게요. 견학 담당자는 질문지를 받아 들고 로비 뒤쪽으로 사라졌다. 동기들은 오랜 시간 서 있던 탓에 부어버린 다리를 붙잡고 로비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카메라로 인증샷을 남기며 다른 조의 결과물을 염탐하던 동기들은 B조 석민의 셀카를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실물이 더 낫다는 여론이 힘을 실을 무렵, 승관을 연모했던 동기는 석민과 녀석의 투샷에 가늘게 눈을 떴다. ‘휴먼 옛체’가 정확히 어떤 뜻이었는지 몰라도 어쨌거나 본인은 녀석의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건 눈치껏 아는 정도였다.




- “얘는 조명 없어도 얼굴이 사네.”

- “아직도 좋아해?”

- “몰라, 애인 있는 사람은 건드리는 거 아니야.”

- “애인? 아직 없을걸?”

- “휴대폰 잠금 화면에 있는 여자 사진 봤네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청 예뻤다. 그녀는 심술 난 입술로 녀석의 화면 속 여자를 질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옅은 미소를 짓는 것뿐이었다. 은수의 사진을 넣어두고 다니는 승관은 이처럼 오해받는 것을 좋아했다. 개나 소나 달라붙어 진절머리가 난다 허세를 부리며 은수 덕분에 시간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는 녀석은 아직 은수를 잊지 못했다는 말 대신 그렇게 핑계를 댔다.




- “여주야, 너 어제 대신 전해드립니다 봤어?”

- “왜?”

- “17학번 건축과 이지훈 족구 하는 거 멋있다고 누가 익명으로 애인 있냐고 물어보던데?”

- “사람들 눈은 다 똑같다.”

- “근데 웃긴 게 댓글에 네 남친이 ‘품절’ 두 글자 남기고 사라졌잖아. 그런 거 신경도 안 쓸 것 같은 사람이 품절이라고 대답해서 애들 다 뒤집어져서…….”




진지한 얼굴로 키패드를 두드린 그를 생각하니 여간 웃음이 나는 게 아니었다. 아마 댓글을 남기고 뿌듯한 표정으로 승관에게 소심한 자랑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 녀석은 A대 애들은 눈이 바닥에 달렸나 의문을 던지며 그를 극딜 했을 테고 날렵한 그의 다리가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찼을 거다. 안 봐도 비디오였다. 오랫동안 붙어 있는 시간만큼 이런 일을 상상하는 것쯤은 쉬웠으니 말이다.

다만 두려웠다. 이런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 멀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은 순간마다 불현듯 치고 올라와 날 잠식했으니.

그는 일렁였고 떠나지 못한 내가 서 있다. 휴대폰 배터리가 깜박이며 희미해지는 잔명을 지킨다. 금방 올 것 같던 약속 시간은 아직 멀기만 했다. 이윽고 숨이 끊어진 기계를 가리키며 동기의 휴대폰을 빌렸다. 이젠 눈을 감아도 손이 기억하는 열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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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아, 배터리가 없어서 친구 번호로 남겨.
내가 늦으면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꼭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어.
여기서 끝나면 여섯 시 정도 되니까 금방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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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인지 운명인지.”

……

- “넌 어디에 걸래?”










위로 향하는 경직된 시선.

이죽거리는 그녀의 입술.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 어떠한 것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나는.















#62.
보지 못한 척 지나치려 했었다. 애써 눈을 감으려 했었다. 지훈을 들먹이는 새빨간 입술을 지나치지 못했다. 여러 개의 날것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그가 없는 시곗바늘이 아까워 뒤늦게 도망치려는 발목에 덫이 걸린다. 불행히도 난 발목을 잘라내야만 살 수 있는 덩어리였다.




- “오늘 지훈이 생일이라 모인다는 자리에 지훈이 혼자만 쏙 빠졌잖아. 얼마나 중요한 약속이 있길래 연락까지 씹어 대고 잠수 타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넌 알아?”

……

- “파티 주인공이 빠졌으니까 당연히 계약도 박살 나겠지? 내가 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자식들 핑계로 움직이는 게 이 바닥인데 몇 년 동안 겨우 공들인 거 물거품 되면 지훈이 부모님은 얼마나 걜 미워하겠어.”

……

- “저번엔 사촌이 그러더니 이번엔 걔가 말썽이야. 이지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어차피 건축으로 부모덕도 봐야 하고 돈쟁이들한테 억지로 얼굴도 비춰야 할 텐데, 꼭 누가 방해하는 것 같지 않아?”

……

- “우리 아빠가 그러던데, 걔 작년 생일도 계속 휴대폰만 쳐다보더니 집에 빨리 가야 한다고 분위기 초 치면서 나갔다더라? 꼭 집에서 누굴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그것 때문에 이지훈 부모한테 줄 대려고 했던 사람들 거품처럼 사라졌다던데 진짜 웃기지 않아?”




내 생각엔 작년도 올해도 방해꾼은 같은 사람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반짝이는 네일 장식을 정리하는 그녀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창으로 찍어 내렸다. 갈등과 대립 속에서 정신 못 차리던 내가 마침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원체 두려움이 많고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스무 살의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 “넌 지훈이를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 네 눈엔 자유로워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항상 갇혀 있어. 진열된 상품처럼 값이 매겨지고 공인 같은 삶을 살아. 너 같은 일반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을 뿐이지.”

……

- “지훈이는 계속 눈 밖에 날 텐데 넌 괜찮아? 지켜줄 수 없으면 방해라도 하지 말았어야지. 이지훈한테는 네가 어떤 존재일진 몰라도 다른 사람 눈엔 넌 그냥 가시야.”















지훈이를 운명에 가둔 건 너야.





욕심내지 않았다면 스쳐 지나갈 사람을 네가 억지로 잡아버린 거잖아.


















다 너 때문이야.























퓨즈가 끊어진다. 깜깜한 세계였다. 나의 불행과 그의 현실은 이가 빠진 톱니바퀴처럼 억지로 맞물리다 마침내 궤도를 이탈했다. 번잡스러운 잔해가 내 영혼과 함께 빨려 들어간다.




- “오늘 둘이 만나겠네?”

…….

- “좋겠다, 망가트려서.”















#63.
묵직한 버스가 도로를 달렸다. 빌딩 불빛에 드문드문 그가 보였다. 매초가 아까운 나는 프리지아를 품에 안고 광장을 향해 발을 구른다. 이미 늦어버린 약속은 까만 밤을 먹었다. 떠다니는 달은 광장 나무 아래 고개를 숙인 채 발장난을 하는 그를 비췄다.

멍울진 목을 토해낸다. 그렇지 않으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걱정을 살 게 뻔했다. 꽃을 등 뒤로 감춘 채 나무 아래 서면, 추위에 붉어진 뺨으로 서서히 올려다보는 오롯한 눈동자가 있었다.




- “김여주 지각쟁이.”

- “메시지 남긴 거 못 들었어?”

- “괜히 들어갔다가 엇갈리는 것보단 낫잖아.”

- “아무리 그래도 얼굴은 다 빨개져서…….”

- “만났으니까 됐다.”




깍지 낀 손을 자신의 점퍼 주머니에 넣는다. 벌게진 콧방울로 내가 없는 하루를 조곤 대는 그에게 숨겨둔 프리지아를 건넸다. 생일 축하해. 오는 길에 예뻐서. 어색한 몸짓으로 향을 맡던 그가 점퍼 속에 프리지아를 품으며 말갛게 웃는다. 따뜻해지면 좀 더 살지 않겠냐는 엉뚱한 생각으로.




- “스티커 사진 먼저 찍을까.”




대기 줄이 긴 관람차를 피해 광장 건물을 가리킨다. 삐에로 가발과 뿔 머리띠를 두고 고민하는 내게 다가온 그가 토끼 머리띠를 무심히 쓰고 한쪽 귀를 접는다. 이거 너한테 잘 어울리겠다. 거울 앞에서 대신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는 무방비한 그를 기계 앞으로 밀어 넣는다.




- “잠깐만.”

- “지금 완전 토끼야.”

- “이건 아니야.”

- “맞아.”

- “진짜 잠깐만.”




지폐를 욱여넣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곧바로 찾아온 카운트에 맞춰 포즈를 취한다. 당황한 그는 멋쩍게 웃으며 브이를 그렸다. 정말 처음 찍어보는 듯한 모습, 그것마저 웃음을 참지 못해 등을 돌린 내가 그대로 프레임에 걸린다. 머리띠를 벗고 망가진 머리를 정리하던 그는 마지막 사진 앞에서 퍽 긴장한 듯 내 어깨를 감쌌다.




- “잘 나왔어?”

- “……응, 예쁘다.”




인화된 사진을 빤히 바라본다. 내 어깨를 감싼 그는 카메라 앵글이 아닌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스스로를 세뇌한다. 사진을 찾는 그에겐 쉽게 잃어버릴 수 있으니 나중에 주겠다 둘러대며 마음을 감춘다. 관람차에 타기 직전, 정리하지 못한 가방을 뒤적거리며 사진 둘 곳을 찾던 나는 커다란 불씨를 떨어트리고 만다.




- “……뭐야.”

- “…….”

- “네가 왜 아버지 명함을 가지고 있어?”




하늘이 애석했다. 거지 같은 타이밍이었다. 호텔을 나서기 전 그녀가 건넨 데드라인이었다. 오늘이 아니면 지훈이가 사람들 눈 밖에 나는 건 시간 문제라 했다. 난 그렇게 만들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의 휴대폰이 울리고 당황한 눈빛이 광장 입구로 들어오는 세단을 보며 사나워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무작정 관람차 안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지상으로부터 작은 점이 되고 하늘과 가까이 맞닿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 “말을 하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끝까지 숨기려고 했어?”

- “전화 오잖아.”

- “너 누구 만났는데.”

- “안 받아?”

- “여기 오기 전에 누구 만났냐고. 그것부터 말해.




실망한 목소리. 원망스러운 눈. 화를 참는 입술. 그래, 난 이것이 두려웠다. 도저히 견딜 수 없다. 가슴이 꽉 메인 듯 답답했다. 나를 바라보는 상실된 눈빛은 원체 감정에 솔직하고 성숙하지 못한 나를 도려낸다.

오늘이 지나면, 이번 주가 지나면, 이번 달이 지나면, 올해가 지나면…… 매일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고 그것을 대사처럼 줄줄 외워 마음에 잔뜩 굳은살을 만들던 나는, 그를 안아주기에 미처 성숙하지 못한 나는 결국…….




- “그만 좀 하면 안 돼?”

- “……뭐?”

- “왜 다들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부러 비수를 꽂는다. 얽히고설킨 타래가 마침내 ‘우리’를 끊어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뒤틀렸다. 서툴게 쓰인 비극적 소설의 주인공은 빌어먹게도 나였다.




- “잘난 네 덕분에 꿈에도 없는 대학 와서 주제넘게 살고 있는 거 알아. 도와준 건 정말 고마운데 이젠 별로 재미도 없고 네 얼굴만 봐도 짜증 나.”




- ‘오늘 지훈이 생일이라 모인다는 자리에 지훈이 혼자만 쏙 빠졌잖아. 얼마나 중요한 약속이 있길래 연락까지 씹어 대고 잠수 타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넌 알아?’




- “솔직히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어. 처음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동정이고 연민이었던 거. 불쌍한 애들 보면 너도 그렇잖아. 챙겨주고 싶고 곁에 있어 주고 싶은 거.’




- ‘이지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어차피 건축으로 부모덕도 봐야 하고 돈쟁이들한테 억지로 얼굴도 비춰야 할 텐데, 꼭 누가 방해하는 것 같지 않아?’




- “이제 너한테 억지로 웃어주는 것도 힘들어. 오늘은 그래도 생일이니까 비위라도 맞춰줄까 생각했는데 도저히 못 하겠어.”















- ‘좋겠다, 망가트려서.’















정점에서 멈춰버린 관람차가 흔들린다. 평정심을 잃은 그가 주먹 쥔 손을 움켜잡는다. 어서 내려가고 싶었다. 오롯이 둘만 있는 이 순간마저 행복에 겨워하는 내가 죽기보다 싫어서. 이젠 그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버려서.




- “너 무슨 일 있었지.”

- “…….”

- “나 좀 봐.”




떨리는 손을 감춘다. 눈을 맞추려는 그를 피한 시선은 오로지 바닥을 향했다. 정점에 닿은 관람차는 하강을 시작했다.










나는 후회하고 있을까.

매일 울고 있지는 않을까.

당장 내일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정말……










……괜찮을까.  




















광장 중앙에 선 세단이 불을 밝힌다.

파티의 주인공을 위하여.




















- “이제 가.”

……

- “……제발.”















관람차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얼마 가지 않아 잡힌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선택과 선택, 그사이에 나와 그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선택한 경계 밖으로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 내 부족함에 괴로워하든,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든, 그걸 깨고 다시 돌아오든 모든 선택이 내 몫이라면 어쨌거나 지금의 나는 떠나야 함이 옳았다.










현재의 그를 위해서라도.

미래의 나를 위해서라도.










언제까지 불행에 집착하며 그의 곁에 머물 수 없다. 만약 곁에 남는다 한들 나와 잠식할 것이 뻔했다. 닮아가는 것이 일상인 우리에겐 어쩌면 내가 독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것마저 닮아가는 건 원치 않으니 보내는 거다. 불행해지는 것보다 두려운 건 그가 날 닮아가는 거다. 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거짓말.”




애원하는 목소리. 익숙하지 못한 나. 터지는 불꽃. 차가운 겨울. 프리지아를 구겨 쥔 그가 고개를 숙인다. 더는 안아줄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없었다. 주먹을 말아 쥔 두 손에 손톱이 박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 “네가 준 꽃은 죽어버려서 줄 수가 없어.”

……

- “돌려주는 거야. 이젠 필요 없으니까.”




















- ‘지훈아 넌 내가 왜 좋아?’

- ‘어떤 대답이 듣고 싶은데’

- ‘초면인 대답.’

- ‘그냥 뭐, 거짓말할 때?’

- ‘내가?’

- ‘거짓말하면 양손 주먹 쥐면서 떨잖아.’

- ‘완전 범죄를 꿈꾸는 사람의 사인이랄까.’

- ‘그래서 귀엽다고. 거짓말 티 나는 거.’




















입가에 움푹 패인 골짜기에서 떠난 별이, 그를 닮은 것 같아 좋아한 별빛이 무수하게 떨어지던 밤, 나는 혼자 길을 걸으며 울었다. 못난 나는 당장 내일 후회할 것이 뻔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온종일 울다 잠들 나는 당장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었다.

땅거미 꺼진 교문 앞에서 날 기다리던 앳된 얼굴, 지친 날 안아주던 어깨, 눈물을 닦아주던 어색한 손과 긴장한 듯한 입술, 만날 때마다 스친 향기와 눈 맞추는 걸 좋아하던 그 날의 그를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 ‘그래서, 결말은.’

- ‘어땠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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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엔딩.’




















하얀 이불 속에 묻혀 곤히 자는 얼굴을 매만진다. 톡 튀어나온 눈썹뼈와 왼쪽 눈가에 박힌 눈물점에 입을 맞추고 감정에 솔직한 귓불까지 눈에 담으면 어쩔 줄 몰라 벅찬 내가 있다. 조용히 뒤척이던 그가 허리를 감아온다. 지그시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그 속에 울 것만 같은 나를 담는다.










- ‘……좋아해.’















내 곁에 없는 그대에게.

























Epilogue.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유난히도 예쁜 바람이 분다.

지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옆에 앉아 아이스티를 마시던 그녀가 잔바람이 날리는 머리를 넘기며 입가를 닦는 그 순간까지도. 지훈아 넌 내가 왜 좋아? 얼음을 오물거리며 말하는 게 귀여워 지훈은 짐짓 시선을 돌렸다. 대답을 까먹는 건 머리의 나쁨 정도가 아니었다.




- ‘어떤 대답이 듣고 싶은데.’

- ‘초면인 대답.’




진부함을 참을 수 없는 성격은 뻔한 대답이 정답인 질문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훈은 자신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녀를 보며 웃음 짓는다. 진부하지 않으면서 새롭고 예상되지 않으면서 귀여운 정답에 골머리를 앓던 그가 생각하지 않은 척 가벼운 말투로 그녀를 자극했다.




- ‘그냥 뭐, 거짓말할 때?’

- ‘내가?’

- ‘거짓말하면 양손 주먹 쥐면서 떨잖아.’

- ‘완전 범죄를 꿈꾸는 사람의 사인이랄까.’

- ‘그래서 귀엽다고. 거짓말 티 나는 거.’




지훈은 당당히 변호하는 그녀의 입술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애써 앞에 놓인 얼음물을 들이키며 정신을 깨운다. 승관은 지훈에게 ‘못생김의 대표 격은 바로 김여주’ 세뇌를 박아댔지만, 그럴수록 지훈은 그녀에게 빙글빙글 도는 중이었다.

양손에 턱에 괸 채 반짝거리는 눈으로 집중하는 모습과, 곧게 뻗은 콧방울을 찡긋거리며 부끄러워하는 모습과, 지훈이 탐내는 입술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얼굴을 담는다. 지훈은 뜨거워지는 온도에 애꿎은 날씨 탓을 했다. 귀끝에만 열이 받는 이상한 여름이었다.




- ‘근데 넌 내가 거짓말하는 거 알면서도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잖아.’

-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 ‘그럼 너랑 놀러 가고 싶어서 공강 아닌데 공강인 척 거짓말한 것도 이미 알고 있었어?’

- ‘그건 제일 먼저 알았지.’




그녀가 의자에 등을 기대 가지런한 얇은 눈썹을 구긴다. 지훈의 반응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은 거라. 화가 나면 화가 났다 말을 하면 될 것을 그녀는 부러 지훈을 쏘아보며 눈을 흘겼다. 그는 대충 넘기려는 건 통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한 손에 얼굴을 괴고 그녀처럼 가늘게 눈을 뜬다. 서로를 아무 말없이 쏘아보는 건 퍽 웃긴 터라 가까스로 웃음을 참고 있던 그녀가 결국 백기를 든다.




- ‘계속 속아줄 거지?’

- ‘당연하지.’

- ‘약속해.’

- ‘콜.’




슬그머니 의자를 끌어 지훈 옆으로 다가온 그녀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입술을 내민다. 인싸가 되려면 약속은 여기다 하는 거야. 지훈의 어깨를 살포시 잡고 눈을 감는다. 인싸가 되는 지름길보단 그녀의 마음으로 가는 게 더 급한 지훈이었다. 입술에 닿는 가벼운 입맞춤에 되려 빨개진 얼굴로 딴 곳을 보던 그녀가 굳게 다짐한 눈빛으로 말한다.




- ‘전과 할래.’

- ‘거짓말 하는 중이야?’

- ‘완전 진지해. 무려 방금 생각 한 거야.’

- ‘어디 가고 싶은데.’

- ‘건축.’

- ‘네, 다음 거짓말.’




그녀의 입에 과일을 욱여넣고 묵묵히 밥을 먹는 그다. 채 넘기지도 못한 덩어리를 씹으며 그녀가 주장한다. 전과란 애인이랑 과제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밤도 같이 샐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 ‘네 미래를 생각해.’

- ‘내 미래가 너야.’




얼음물이 담긴 컵을 그녀의 볼에 갖다 대 열을 식힌다. 너 약간 병원 가서 윤정한 봐야 될 것 같다. 불법 진단에 그녀는 차갑다 찡그리면서도 배시시 웃는다. 지훈의 눈엔 여간 예쁜 게 아니었다.




- ‘훈이님, 오늘은 네 방 가서 과제 하면 안 될까요?’

- ‘답은 정해져 있어?’

- ‘응, 좋다고 대답하면 돼.’

- ‘좋아.’

- ‘떨려.’




왼쪽 가슴에 손을 대고 두 눈을 질끈 감는 그녀다. 다이어리를 꺼내 과제를 확인하던 그녀는 오늘은 방에서 나갈 수 없을 거라 지훈을 자극한다. 애간장이 다 녹는 지훈이 주제를 돌리지만, 그의 머리에 앉아 있는 그녀는 오늘도 그를 놀리기 바쁘다.




- ‘가자, 수업 늦겠다.’

- ‘학교 도착할 때까지 노래 불러주면 안 돼?’

- ‘어쩐지 요즘 잠잠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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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에 퍼지는 지훈의 낮은음자리.
그녀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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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Returns _ 14 | 인스티즈 

 


 


 


 

15화 완결로 만나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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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완결....완결이요.....????아니 눈물 줄줄 ㅎ르리면서 아껴보며 내려왔다 기절할뻔했어요 완...결...?
5년 전
독자3
(심호흡) 저는 도제구요.......넘 빨리 돌아오셔서 씬났는데오늘 내용이 헤어짐이 될 줄은 몰랐어서 그저 눈물뿐........여주 너 거짓말인거 다 들켰다......지후니 속아주지 말어라.....................흑흑흑흑 오엠알 완결나면 허해서 어떡하죠...????새드는...새드는......마음이 너무 아플것같은데........((눈물퐁퐁
5년 전
독자2
작가님 아움입니다ㅠㅠㅠ 새드엔딩인걸까요... 그건그렇고 다음편이 마지막편이라니 눈물이 날것 같네요ㅠㅠㅠㅠㅠㅠㅠ 이번 편 보면서 진짜 여주랑 지훈이 둘다 너무 안쓰럽고... 둘 다 마음을 알 것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네요ㅠㅠㅠㅠ 진짜 작가님...ㅠㅠㅠㅠㅠㅠ 늘 좋은 글 감사하고 오엠알은 진짜 저의 행복이에요 다음편이 마지막이라해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작가님 늘 감사해요❤
5년 전
독자4
작가님 후 아유입니다!!! 벌써 완결이라뇨ㅠㅠㅠ 안돼요ㅠㅠㅠ지훈이를 위해 헤어짐을 택한 여주,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걸 누구보다 더 아는 지훈이 둘이 그냥 서로 사랑하게 해주세요ㅠㅠㅠ저 두 사람의 끝엔 서로가 바라는 해피엔딩이 되겠죠??? 항상 작가님 글을 읽을 때마다 감성에 취하게 되는 거 같아요 글 한자 한자 읽다 보면 잔상이 남는,,, 그런 글인 거 같아요!! 비록 다음 편이 마지막이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포인트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절대 후회하지 않고 기억에 남을 작품인 거 같아요!! ❤️❤️
5년 전
독자5
트윅슈 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완결 알림이라뇨,, 어흐흑 따흐흑,,, 그래도 시즌 3가 있을 거라고 믿어봅니다 (?) 저 삥꾸여주는 지금쯤 헤어졌겠지 하고 좋아라하면서 들이대볼 것 같은데 절대 철벽 깰 수 없다에 한 표 겁니다... 아문 상처 위를 다시 한 번 할퀴고 지나간 것만 같은 저 잔인함이라는 감정을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이렇게 아프면서까지 헤어지니까 보는 제 마음은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15화에서는 희망의 실타래 한 가닥이라도 볼 수 있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작가님의 스토리를 믿어요..... 수능 30일 남은 오늘도 희로애락을 느끼고 갑니다 사랑해요 하스님 ❤️❤️❤️❤️❤️
5년 전
독자6
여우비입니다! 15화 완결이요????????? 이렇게 아픈 14화를 맞았는데 15화가 완결이요?????? 어떡해ㅠㅜㅜㅠㅠ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요ㅠㅜㅠㅜ 지훈이 못 보내ㅠㅠㅜㅠㅠ 매번 지훈이의 환경에 장벽이 있다고 느끼면서도 그저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ㅠㅜㅠ 조마조마하지만 기다리구 있겠습니다..! 작가님 항상 응원해요'°'
5년 전
독자7
소나무입니다 벌써 다음화가 완결이라니... 믿기지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전 완결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걸요ㅠㅠㅠㅠㅠ 저번화에서 정한이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자기가 있는 자리가 니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 ㅠㅠㅠㅠㅠ 그 말이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랑 지훈이 둘 다 해피엔딩을 맞이하길 바랍니다ㅠㅠㅠ
5년 전
독자8
류다입니다 허어어어어어어어억 진짜 마음 아파 죽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 지훈이는 거짓말인 걸 전부 안다는 에필로그네요ㅠㅠㅠㅠㅠ 둘이 함께해야 해피엔딩인데 어서 함께했으면 해요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9
하아아아아아 정말... 안타깝고... 아 정말.,. ㅜㅜㅜㅜㅜㅡㅠㅜ 둘이 너무 예쁜데ㅜㅜㅜㅜ
5년 전
비회원85.120
YKILU입니다.

부러 비수를 꽂는다. 얽히고설킨 타래가 마침내 '우리'를 끊어 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뒤틀렸다. 서툴게 <쓰인진> 비극적 소설의 주인공은 빌어먹게도 나였다.

슬그머니 의자를 끌어 지훈 옆으로 다가온 그녀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입술을 내민다. (중략) 입술에 닿는 가벼운 입맞춤에 되려 빨개진 얼굴로 딴 곳을 보던 그녀가 굳게 다짐한 눈빛으로 <마한다.>

글 읽다가 오타 발견해서 남겨요. < > 부분이 오타예요. 저는 O.M.R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을 좋아해요. 조금 더 생생하게 느껴져서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작가의 말 보고 벌써 완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걸 알았어요. 여기까지 열심히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댓글이 힘이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5년 전
독자10
정말 슬프고 아름다운글이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다음화가 완결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지만 그만큼 기대되네요 작가님 항상 행복만 하세요
5년 전
독자11
물민이에요! 밀린 두편 읽고왔어요ㅜㅜ 여주의 선택이 슬프고 원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너무 이해되기도 하고... 원래도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긴 하지만 특히나 이전편과 이번편은 더 몰입돼서 실제로 너무 마음이 먹먹해졌어요 ㅠㅠ.... 매번 읽고나면 여러 생각들이 들었고 그것들을 정리해서 댓글에 적었었는데 이번편은 마냥 슬프고 먹먹한 마음만 가득찬 느낌이에요.. 여주의 과거는 정말 현재를 놓아줄 수 없는 걸까요?...ㅜㅜ 완결이 기다려지면서도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ㅠㅠ 마지막편에선 정말 할 말이 많아질 것 같네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작가님..❣️❣️
5년 전
독자12
청포도 입니다!!!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저 지금 엄청 충격 받았거든요... 다음화가 완결이라니 너무 진짜 그냥 와 .... 여주의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왜 말을 그렇게 한거야ㅠㅜㅠ 둘 다에게 가서 위로 해주고 싶네요 근데 설마 새드엔딩은 아니잖아여ㅜㅠㅜㅜㅠㅜㅜ 증말 작가님이랑 오엠알이랑 헤어질 생각하니까 벌써 슬퍼요ㅜㅠㅠㅠㅜㅜ 으앙 제발 해피엔딩이면 좋겠어요 핑크 글씨 그 여자.. 정말 나빠요ㅜㅠㅠㅠㅠ 진짜 여주랑 지훈...둘다 행복해야하는데 ㅠㅜㅜㅠㅜㅜ 작가님도 행복하셔야 되요ㅜㅠㅠㅠㅜㅜ 정말 여주가 그런 말 할 때 제 마음까지 다 아프더라구요ㅠㅜㅜㅜ 정말 작가님 저를 100프로 감정이입 시키세요ㅜㅠㅜㅜ 너무 글 잘 쓰세요ㅜㅠㅡㅠ 오엠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5년 전
비회원137.14
작가님 ㅠㅠㅠ완결이라니요ㅠㅠㅠㅠㅠㅠ가지마세오ㅠㅠㅠㅠㅠㅠㅠ제발 해피엔딩으로 ㅠㅠㅠㅠ
5년 전
독자13
김왈왈입니다! 진짜 펑펑 울었어요... 완결이 벌써 다가왔다뇨 자까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 쏙 들어가부려ㅛ네여 ㅠㅠㅠㅠㅠㅠ 항상 좋은글 감사해요 ㅠㅠ
5년 전
독자14
작가님 완결이요???완결이라뇨ㅠㅠㅠㅠㅠ뭔가 완결 보고싶으면서도 시원섭섭기대설렘우울 감정충돌이에요 따흑 대박 소심해서 맨날 댓글도 못 남기고 그랬는데 완결이라뇨 늦었지만 쪼끔 끄적이고 갑니다 진짜 여주가 하는 생각들이 제가 정말로 해봤던 생각들이라 더 공감되고 감정이입되고 마음 아프고 근데 무슨 마음인지는 또 알겠고 행복해라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다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무슨 마음인지 알아서 더 마음아파요ㅠㅠㅠㅠㅠㅠ결말 기다려지는데 마음 아파요ㅠㅠㅠ떠나보낼 생각하니 끝이라니 작가님 진짜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기다릴게요!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막판에 암호닉 [선율]로 신청해봅니다! 지금 잠 안자고 이러고 있어서 정신이 없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5년 전
독자15
은블리입니다. 작가님? 완결이요? 잠시만요...
오랜만에 들어와 밀린 글을 읽다가...헐, ㅠㅠㅠㅠ
여주가 저렇게 극단적인 아니...헐...작가님...8ㅅ8
지훈이의 말처럼 해피엔딩이길 바래봅니다ㅜ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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