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누나와 배우 동생의 직업을 바꿔보자
EP 니네 그룹 이상해
지한: 오늘 손님 올 건데 그래도 괜찮죠?
남준: 손님? 누가 오는 건데?
지한: 그건 비밀이에요, 어차피 이따 와보면 다들 아는 얼굴일텐데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기도 하고
석진: 뭐, 방피디님?
지한: (질색) 그럼 비밀인 이유가 없잖아요 형
윤기: 나가서 놀다 오랄 땐 죽어도 말 안 듣더니 아예 집으로 데려오시겠다?
지한: 형이랑 다르게 금방 눈에 띄어서 밖에 나갈 수가 없다니까요
윤기: 너 지금 형한테 키로 극딜하냐?
지한: 찔렸어요? 난 키 얘기한 적 없는데 (화사) 그냥 형처럼 조용조용하게 다니질 못한다는 소리였어요
윤기: (짜증은 나는데 할 말은 없고)
호석: 지한이 네가 나보다 동생이라 참 다행이라 생각해
지한: ...갑자기 왜요?
호석: 그냥 뭐... 늦게 태어나줘서 고맙다
인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어린 멤버들은 아침부터 게임한답시고 난리법석인 통에 형들끼리 모여 단란한 아침식사를 즐기는 중입니다. 나이는 어린 멤버 무리에 속하지만 성향은 그렇지 않은 한 멤버가 있네요. 김지한, 이름부터 잘생긴 이 청년은 팀에서 막내 라인의 일부이자 최장신 겸 서브보컬을 맡고 있습니다. 훌륭한 외모에 완벽한 성품을 갖춘 젊은 친구죠. 비밀이 많다는 게 약간의 흠이지만, 그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장점이 있달까요.
나이만 어리지 하는 짓이나, 말투는 오히려 형들을 당황시킬만큼 유려합니다. 미꾸라지처럼 상황을 빠져나가는 재간을 부릴 줄 알아요. 덕분인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동생의 무의식적인 공포를 맛본 호석이 느닷없는 감사 인사를 전하네요. 지한은 그저 어리둥절하단 반응입니다.
남준: 별일이네, 네가 친구를 다 데려오고
지한: 친구 아닌데요
남준: 그럼 뭔데?
지한: 비밀이라니까요
석진: 야, 딱 봐도 방피디님이네
지한: (한심)
석진: 뭐 왜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건데
지한: 형이랑 동갑이에요
석진: 누가, ...오늘 오는 사람이?
호석: 진형이랑 동갑이라고? 뭐야 누구야
지한: 언제 올진 모르겠는데 아마,
탄소: (도어락 잠금해제) (철컹)
지한: ...지금 왔나?
호석: ???? 뭐야????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냐???
당당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의문의 손님은 지한의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친누나입니다. 가장 가깝게 지내는 멤버들도, 회사에서도 모르는 가족 관계인데요. 하필이면 그 누나도 같은 연예계에서 분야만 다를 뿐 함께 종사하고 있다네요.
탄소: 지한아~
석진: ...여자였어...? (소근)
남준: 여자...?
윤기: ...야 너,
지한: 어어 일찍 왔네 (어정쩡) 내가 도착하기 10분 전엔 연락하라고 했잖아
탄소: 집 비밀번호 보내줬으면서 뭘 또 굳이, ...안녕하세요~
호석: (숟가락 드랍)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퍼지는 숙소 공기가 일순 변한 것 같은 착각이 드네요. 다들 지한의 손님이 여자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던 터라 새하얗게 굳어버립니다. 아니 지금 세수는, 했고! 아니지, 세수만 하면 다가 아니잖아! 밥 먹다 말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그리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온 손님이 어색한 자세로 저를 맞이하는 지한을 무척 살갑게 반깁니다. 기골장대한 동생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장신인 누나는 동생의 뒤에 차마 가려지지 못한 멤버들을 발견하게 되죠. 살짝 당황한 눈치로 인사하는 걸 보아하니 동생이 와도 된다고 한 숙소에 다른 멤버들도 있는 줄은 예상치 못한 모양이에요. 아마 다들 나갔거나 자리를 비웠으니 오라고 한 게 아닐까 싶어 서프라이즈 방문을 계획한 건데, 난리났군요.
호석: 배우... 배우 김탄소세요?! 강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이영지 부회장 역할로 나왔던!! 맞죠!!
남준: 뭐?
지한: 아... (탄식)
지한은 마른 세수를 합니다. 토끼눈을 뜨고 방황하는 누나의 시선을 잡아주기엔 호석의 깨발랄이 무척 빨랐거든요. 물론 멤버들이 누나를 모르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폭발적인 호응을 보여주는 건 예상치 못한 부분이였죠.
탄소: 어, (동공지진)
윤기: 지한이 보러 오신 거 맞아요?
탄소: ...네...
남준: 헐, 정말요?
물 마시러 잠깐 나왔던 정국까지 이 환장 파티에 합류합니다.
정국: ...!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옴)
지한: 큼, 가서 박지민이랑 김태형 좀 불러와
지한의 말에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탄소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급히 형들을 부르러 가는 정국. 금방 얼굴을 내미는 95년생 친구들도 동그래진 눈동자로 쭈뼛대며 나오기 시작합니다. 탁월한 연기자인 탄소는 애써 내색 않는 척을 하지만 지한은 누나가 난처해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죠.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소개하고 싶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지한: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이쪽은 이미 아는 얼굴이겠지만 내 친누나인 김탄소석
진: ...? 뭐, 뭔 누나?
지한: 그리고 이쪽은 나랑 같이 지내는 우리 멤버들, 저 형이 진이고 옆에 형이 슈가, 숟가락 떨어트렸던 형은 제이홉
내 앞에 있던 형은 리더인 알엠, 아까 누나 보고 놀란 애는 막내 정국. 방에서 나온 둘은 지민이랑 뷔. 얘네가 나랑 동갑이야.
지한: 자주 들어서 알고 있지? 남준, 그러니까 알엠 형이 누나 엄청 좋아해
남준: (헛기침)
지한: 누나가 나온 거면 무조건 믿고 볼 정도로
탄소: 아, 어... 알지...
지한: 인터뷰에서 말 나올 때마다 솔직히 눈물나게 웃겼는데 참느라 힘들었어
Q.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평소 좋아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 혹은 드라마가 있다면?
어느 화보 촬영지에 실린 인터뷰 내용이죠.
(RM). 딱 하나로 고집하기 어려운 게, 저는 어느 배우 자체를 좋아해서 그 배우가 출연한 작품은 모두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작품 보는 안목이 훌륭해서인지 하나 같이 명작인 것들에만 나오더라고요. 요새는 가벼운 로코물에도 나오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추천하고 싶은 매력이 있어서... 어렵네요. 굳이 꼽자면 그 배우의 이름을 추천하고 싶네요. 배우 이름은,
지한: 추천하는 영화나 드라마 있냐고 물어봤는데 하나만 정하긴 어렵다면서 대신 배우 자체를 추천한다고 누나 이름 말했었잖아
남준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화끈함에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내가 그렇게 찬양하던 배우가 사실은 그룹 멤버의 친족이라니, 누나였다니! 아침에 일어나 밥 먹다 말고 만난 게 좋아하는 배우라니!
부끄러운 와중에도 눈부신 실물이 자꾸 힐끔대게 만드네요. 이게 더 민망스러운 기분이에요.
지한: 언제까지고 숨길 생각도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늦어졌네, 뭐... 누나도 놀랐겠지만 사실 우리 멤버들이 더 놀랐을 상황인 건 알지?
탄소: 그....래....
어색함의 극치인 첫인사. 다시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입니다. 숨막히는 정적 끝에 탄소를 찾는 매니저의 전화가 휴대폰을 울렸고, 그로 인해 오자마자 통성명도 제대로 못한 아쉬움을 남기며 홀연히 가야 했던 탄소죠. 지한은 오랜만에 만난 누나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나갔습니다.
그 동안 남준은 좋아하는 배우 앞에서 지나칠 정도로 편안한 태초의 김남준을 들켰다며 이불을 차댔고 윤기는 실제로 보니 더 장신으로 느껴지는 배우 김탄소가 신기했으며, 석진은 탄소를 보내고 돌아온 지한에게 온갖 질문공세를 펼쳤다고 하네요. 방으로 틀어박힌 호석은 온갖 포털 사이트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두 남매의 가족 관계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리고 탄소에 대한 정리글들을 보게 되죠. 약간 입덕을 시작하려는 걸까요.
석진: 네 누나도 연영과야?
지한: 아뇨, 누나는 극작과 나왔어요
석진: ...극작과?
지한: 자기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주변에 단 하나도 없다면서 본인 작품을 제대로 완성시키겠단 마음 하나로 뭐 하다가 바로 데뷔했죠, 나중에 자신이 정식 작가로서 무언가를 기획하게 되었을 때 그걸 입체적으로 옮겨줄 배우가 없단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고 했었나
방에서 이불킥 날리다가 슬쩍 나와 대화를 듣던 남준은 다시 한 번 탄소에 대한 애정도가 올라가는 계기를 얻었다며 속으로 기쁜 것인지 모를 한탄을 했습니다. 자신의 할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어떠한 길이라도 마다 않는 프로 정신이 리스펙해야 할 부분이라나요.
가출했던 정신이 겨우 돌아온 정국은 지한에게 뒤늦은 호들갑을 떨며 어머니가 탄소의 드라마를 무척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한참 꺼냈습니다. 태형은 드라마 화랑에서 꼭 캐스팅하고 싶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해 아예 배역을 없애버렸다던 현장 스태프들의 아쉬운 당사자를 보았다는 현실에 어안이 벙벙했죠. 지민은 게임하다 나와서 보게 된, 지한만큼이나 키가 큰 여배우가 사실 지한의 누나라는 것만 기억이 납니다.
모두에게 혼란만 남겨주고 꿈처럼 사라진 탄소는 그렇게 며칠 뒤 다시 초대받아 방탄소년단의 숙소를 찾아오게 되는데요.
석진: 연기에 약간 소울이 부족한 것 같아요, 감정선, 필이 부족해요, 필이
탄소: ....네? ;;
석진: 나라는 배필~?
지한: 아 진짜 아무리 형이라지만 누나한테 수작 부리는 건 용서 못해요
남준: 맞아요 형!! 어떻게 이 귀한 손님한테 그런 말 같지도 않는 장난을 칠 수가 있어요?
정국: 저, 우리 어머니가 드라마 완전 재밌게 보셨다고 했었능데 (옹알옹알)
태형: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완전 신기해요! 연예인 보는 기분!
윤기: 너도 연예인이야 태형아
지민: 어떻게 하면 남매가 그렇게 키가 커요?
남준: 지민이 넌 왜 쓸데없는 걸 물어보는거야
호석: 진짜 친남매 맞아요? 아니 실례되는 질문인건 아는데 검색해도 안 나오고... 키 말곤 딱히 닮은 게 없어서
남준: 그게 무슨 무례한... (경악)
지한: 누나 미안, 나도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어
초면보다 더 못한 구면입니다. 탄소는 조용히 지한에게 속삭일 수 밖에요.
탄소: 니네 그룹 이상해...
지한: 앞으로 누나 안 부를게... 진짜 미안
남준은 과연 성덕이 될 수 있긴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