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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전정국] 내 연애의 발칙함 16 | 인스티즈 

 




 

 

 

내 의 발칙함
 

 

 

제 16장, SPECIAL STORY - T 

 

 

 

- 

 

 

 


 


 

남들이 듣기에는 재수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서울에서도 명문대로 꼽히는 이 대학에 오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서 4.5학점을 찍어야지! 하는 호기로운 목표 역시 없었다. 겪어보면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되지만 집안 형편이 꽤 부유했던 탓에 어렸을 때부터 영재교육이니 뭐니 닥치는 대로 받았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유창한 회화도 할 줄 아는데 고작 학교에서 내는 시험이야 시험기간에 따로 빡세게 공부하지 않아도 항상 상위권이었다. 한글을 깨우치기 전부터 영어를 배우고 유치원생 때 초등학생 수준의 공부를 해야 했던 내가 이 정도 성적이 안 나오면 돌머리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니까. 


 


 


 

아버지는 회사를 경영하고 계시는 사업가로, 1997년 우리나라가 그렇게 힘들었다던 IMF 시절에 컨테이너박스를 개조한 공장을 시작으로 현재 세계 반도체 부문 1위, 자동차 부문 4위, 핸드폰 및 가전용품 부문에서 2위에 있는 하이클래스 기업을 만든 장본인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본가는 으리으리했고, 피 섞인 가족이 아닌데도 청소를 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이 24시간 함께 살았다. 


 

신문 경제면에는 항상 회사 건물이나 아버지 사진이 1면에 대문짝만하게 걸렸고, 덕분에 중학교, 고등학교를 시끌벅적하게 다녔다. 쟤가 그 기업 아들이라며. 쟤 아빠가 그 기업 대표이사래, 등등. 내 귀에 다 들릴 만큼 쑥덕이던 소리에 진절머리가 나긴 했지만 그러려니 넘겼다. 태어날 때부터 부잣집 도련님 소리를 들었으면 모르겠지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반 이상을 남들과 같이 평범한 학생으로 다녔는데 갑작스럽게 승승장구해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명칭이 내게는 퍽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게는 위로 형이 한 명, 아래로 여동생 한 명이 있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장남이거나 외동아들이 아닌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차이가 좀 있어 나보다 7살 많은 형은 벌써 언론에 얼굴이 알려진 지 오래다. 이번에 영화관까지 손 벌리려는 아버지 밑에서 그쪽 사업을 맡기로 했다며 보도된 인터넷 기사를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확인 했다. 사람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대기업 자손들은 몇 명이 됐건 후계자 교육을 받는 게 정상인데 잘나신 형이 먼저 열심히 받고 있으므로 난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라.' 


 

'형……?' 


 


 


 


 


 

사실 원래부터 둘째였던 것은 아니다. 장남에다가 외동아들로 태어나 불행할 뻔했던 나는 아버지가 예고 없이 양쪽에 끼고 나타난 아이들 두 명으로 인해 3남매 중 둘째로 전락했다. 아버지는 우리 어머니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여자가 있었다. 보통 연인들이 그러하듯 뜨겁게 만났다가 순리처럼 헤어진 후 어머니와 결혼을 했고 나를 낳았다. 힘든 시절부터 같이 도우며 오순도순 살았고, 기업이 커지고 많은 돈이 들어왔음에도 아버지는 여자 문제로 집안에 불화를 일으키지 않으셨다. 이건 나도 엄마한테 들은 얘기니까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내가 보기에도 아버지가 여자에 미치는 분은 아니다. 


 

그런데 웬걸. 어머니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여자가 지금의 형을 데리고 와 이 아이가 당신의 아이라고 했다. 아무튼 복잡한 일이 많이 있었다. 한참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있었고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런 사건이 터지면 떡밥 문 고기 떼처럼 달려들 게 뻔한 이치라 당시 어머니에게도 말하지 않고 경제적인 부분을 몰래 도와줬던 것 같다. 뭐, 나보다 겨우 1살 어린 여동생을 끼고 나타난 걸 보면 비단 경제적인 부분난 도와줬던 것 같지는 않지만. 


 

세상에 모든 비밀은 없다고, 어머니도 그 여자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충격으로 꼬박 한 달을 드러누웠지만, '이게 무슨 짓이에요! 미쳤어요, 당신?' 같은 화도 내지 않았던 어머니는 그 아이들을 이 집에 데려오는 것을 허락했다. 대신 자신이 프랑스로 떠나버렸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소리 한 마디를 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면 떠나겠다는 어머니를 잡지도 않았다. '미안해. 그러지 말고 같이 살 순 없을까? 내가 잘못했어. 평생 당신 옆에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게.' 라고 입바른 말만 했어도 어머니가 그렇게 나를 두고 홀라당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여리고 착한 줄 알았고 우리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청렴한 기업인이라고 의심 없이 믿고 있던 나는 두 사람에게 동시에 배신을 당했다. 어머니가 프랑스행 비행기에 탄 날, 아버지는 엄연히 말하면 밖에서 데리고 온 자식을 집으로 들였고,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는지 내가 있는 집에 그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내가 갑자기 굴러들어온 그 둘에게 못되게 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을지도 모르겠으나 난 그 둘에게 아주 작은 텃새도 부리지 않았다. 어차피 집 안에 우리 가족 말고도 사람들은 많았다. 그 둘도 나에게 그런 존재일 뿐이었다. 아, 귀찮은 후계자 교육을 대신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 점은 조금 고맙네. 


 


 


 


 


 


 

'희건 씨! 희건 씨!' 


 


 


 


 


 

아버지가 사랑했다던 여자는 예쁘게 생겼지만 날카롭고 히스테릭하며, 결정적으로 매우 난감하고 귀찮은 존재였다. 게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은 눈꼴사납기도 했다. 우리 어머니는 여보 또는 회장님, 하고 점잖게 아버지를 불렀었는데 말이다. 


 

학교에서 하교를 하고 일주일 중에 딱 두번 과외를 하지 않는 날이라 기분 좋게 들어온 집에 누구의 초대도 없이 방문한 여자는 떡하니 앉아 있는 나를 본체만체하고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당연히 그 시간에 집에 계시지 않았다. 어떤 아주머니가 저 여자에게 문을 열어줬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잘못 판단했군. 내 눈치를 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시끄러운 여자에게 죄송하지만……, 하고 말을 꺼냈을 때 내가 끼어들었다. 


 


 


 


 


 

'아버지는 이 시간에 집에 없으세요. 11시나 돼야 들어오실 텐데. 급하시면 기다리세요.' 


 


 


 


 


 

일단 그 입부터 조금 다무시고요. 귀가 아프네. 


 

여자는 자기가 찾던 남자를 '아버지'라 부르는 나를 표독스러운 눈으로 봤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도 되겠니? 하면서 방금까지 시끄럽게 굴었던 여자라고 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아하게 말했다. 그러세요,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시간이 지나 여자의 아들과 딸이 아직 적응되지 않은 집으로 하교했을 때 여자는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달려 나갔다. 


 


 


 


 


 

'어이구, 우리 아들!' 


 


 


 


 


 

그 모습까지 확인한 나는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 세 사람을 보고 배알이 꼴려서는 아니었다. 어머니가 보고 싶긴 했지만. 


 

조금 산다는 집안 자제들을 보면 뼛속까지 싸가지 없고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철부지가 대부분인데, 적어도 나는 그 골빈 무리에서 제외되고 싶었다. 학교도 최대한 조용히 평범하게 다니고 싶어 사고도 치지 않았고,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부모님 앞에서 착한 아들이었던 나는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어머니가 나와는 조금의 상의도 없이 프랑스로 떠났을 때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아, 세상이 이렇게도 돌아가는구나, 했을 뿐. 


 


 


 


 


 

'아들은 이제 회장님 따라 기업의 대를 이을 거야.' 


 


 


 


 


 

여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잘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멍청해서 한 가지 일밖에 못하거나. 내 앞에서 '감히' 그런 얘기를 보란 듯이 하기에 나도 들리라는 듯 비웃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회사 경영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 아버지 회사는 내 거야. 언론에 장남이라고 소개해 봤자 아버지 회사는 그쪽 아들 거 안 돼. 뭐, 그래도 아버지의 피가 섞인 아들이고 언론에 공개한 게 있으니 빵빵한 계열사 한 군데는 줄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꿈이 크네. 그 여자의 아이들은 본가에 데려와도 좋다며 말하고 떠난 어머니는 그래도 아버지의 기업은 나에게 물려줄 약속을 받아내고 떠나버렸다. 


 

회사를 여기까지 끌고 오는 데에는 아버지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지만, 처음 회사를 꾸리는 자본과 최기 판매처 등은 그나마 경제력이 있었던 외갓집에서 다 대준 것이었고, 어머니와 어머니의 가족들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 지분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약속을 함부로 어기실 수 없을 것이다. 뭐, 꼭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는 자신의 자리를 내게 물려주셨을 거라 믿었다. 


 


 


 


 


 

'석진이랑 희진이도 당신 자식이에요. 등본에 올려주세요.' 


 


 


 


 


 

늦은 자정까지 아버지를 기다렸던 여자는 아버지가 들어와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몰아붙였다. 겁도 없는 여자다. 대체 저런 여자의 어느 점이 좋았을까. 절대 내 취향은 아닌데 말이야. 아버지가 곤란한 소리를 내는 것까지 들으며 잠에 들었지만 그 날 알겠다고 순응했을 게 분명했다. 왜냐고? 그 다음날 바로 그 둘을 가족등기부등본에 올리고 내 형이 된 사람을 언론에 발표 했거든. 괜한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 전에 정면 돌파한 기사의 내용은 어처구니없었다. 


 


 

'그동안 아들과 딸이 있었던 사실을 숨긴 이유는 이 아이들이 클 때까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럼 나는 뭔데? 하고 누군가 꼬투리라도 잡을 줄 알았는데, 기사는 그렇게 보도됐고 사람들은 그렇다고 믿었다. 참 쉬운 사람들이었다. 프랑스에서 이 얘기를 들었을 엄마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심정이 어땠으려나. 아마 그 차분한 성품에도 불구하고 도자기 하나는 깨먹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발표를 했으니, 저의 아들 김석진 군의 후계자 교육을 정식적으로 진행시킬 것입니다.' 


 


 

 

진짜 아들도 아닌 주제에 후계자 교육까지 꿰찼으니 말이다. 아직까지도 회사 주식 지분은 그 둘에 비해 내가 월등히 많았지만, 어느새 그 둘은 정말 우리 집안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별로 상관하고 싶진 않지만. 


 


 


 

 


 


 

 

 

내 의 발칙함 

*    *    * 

 

 

 

 

 

 

  

 

 

 


 

"윤하정." 


 

"네." 


 

"김진희." 


 

"네." 


 

"김탄소." 


 

"……." 


 

"김탄소. 김탄소 안 왔어?" 


 

"네! 왔어요!" 


 

"첫 시간이니까 봐준다. 다음부터는 지각 처리할 거야. 유호연." 


 

"네" 


 


 


 


 

대학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출석부를 보고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학생들의 얼굴을 보는 50대 중반의 여자 교수님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날부터 저러면 도대체 얼마나 깐깐하다는 소리야. 시험수준은 그다지 걱정되지 않지만 출결이 조금 걸리네. 지루한 표정이 드러날까 턱을 괴고 눈을 아래로 내리고 나눠 준 강의 계획서를 들춰보고 있는데 첫 날부터 요란하게 등장한 여자애 때문에 고개를 들어 잠시 쳐다보았다. 제 이름이 불릴 때 나이스 타이밍으로 간신히 세이프한 여자는 다음부터는 봐주지 않겠다는 교수님의 말에 헤헤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김탄소. 김탄소라고 했지? 별로네. 시끄러운 여자라면 딱 질색인데.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의 발칙함 

*    *    * 

 

 

 

 

 

 

  


 

 

 대학에 입학한 후 아버지는 너도 이제 성인이니 후계자 교육을 받으라고 했지만 적어도 대학은 평범하게 마치고 싶다고 뜻을 전했다. 적당히 회사 돌아가는 실정 같은 것은 배우겠지만 언록에 얼굴이 노출되고 정식적으로 회사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내 말에 생각보다 쉽게 허락을 해 준 아버지께 집도 학교 근처에 얻어서 살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는 절대로 안 된다고 역정을 내시던 아버지였지만 결국 허락을 얻어냈다. 청소면 청소, 밥이면 밥, 알아서 시간 되면 다 해주는 보가가 몸은 편했지만 어느 날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한 번 마음먹는 게 어려웠지, 막상 나와서 살다 보니 그 후로는 편했다. 


 


 


 

개강을 하고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했다. 물론 내가 회장 아들이라는 소문이 이미 대학내에 퍼졌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서부터 함께 달고 살아온 소문이 갑자기 어딘가로 증발해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에게 적당히 맞춰주고 마음을 얻는 법을 깨달은 나에게 친구 사귀기는 별거 아니었다. 적당히 친구도 사귀고 대학시절을 재밌게 보낼 생각이었는데 보기보다 순진하고 성격 좋은 애들이 많아 내심 만족 중이었다. 학교 졸업 후에도 얘들은 종종 만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개강한 지 겨우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주위에 친구들이 꽤 많아졌다. 말했듯 성격이 괜찮은 애들이 많아서 지내는데 어렵지 않았다. 저번 주는 개강 첫날이라 거의 모든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교수님 소개와 앞으로 수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며 중간고사, 기말고사, 출석, 과제물에 대한 점수 반영 비율에 대해 말하고 끝났지만, 오늘부터는 정말 수업 시작이었다. 


 


 


 


 


 

"쟤 귀엽지 않냐?" 


 

"누구?" 


 

"쟤! 저기! 진짜 내 스타일인데." 


 


 


 


 


 

사물함에서 두꺼운 전공 책을 꺼내는데 지민이 어느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김탄소?" 


 


 


 


 


 

확인하듯 물어보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 걔 옆에 쟤, 정소영." 


 


 


 


 


 

아, 김탄소가 아니라 정소영을 말하는 거였구나. 


 

귀엽지? 하며 내 동의를 구하듯 묻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체구가 작으니 귀여워 보이긴 하구나.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복도에서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민이 내 옆에 앉아서 중얼거리는데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왜 저쪽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만히 앉아 김탄소 쪽을 쳐다봤다. 지민이 귀엽다고 한 소영은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서서 이리저리 방방 뛰며 웃고 있다. 저게 귀여운 건가. 시끄럽지 않나. 


 


 


 

그에 비해 자리에 앉아 전공 책 맨 앞 페이지를 펴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필기도구를 꺼내는 김탄소는 나에게 조금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어라? 쟤 원래 저렇게 조용한애였어? 되게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첫인상과는 너무 다른 비주얼로 앉아 있는 김탄소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첫날에는 쓰지 않았는데, 지금은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에 눈이 나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톰한 크림색 니트에 긴 생머리를 뒤쪽으로 넘긴 모습이 참 단정해보였다. 쟤가 저렇게 생겼었구나.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처음에 봤을 때는 아버지가 데리고 온 그 여자를 닮은 얼굴 같았는데 저렇게 조용히 저 할 일을 하는데, 그 모습에서 나의 어머니가 비쳤다. 남자들은 자기 엄마 닮은 여자랑 결혼하게 되고, 여자는 자기 아빠 닮은 남자랑 결혼하게 된다던데……. 아,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늦게 잤더니 별 생각이 다 드는 구나. 


 


 


 


 


 

"우리 동아리 들래?" 


 


 


 


 


 

지민이 내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동아리?" 


 

"응. 정소영 친구 두 명이 든 동아리가 있는데, 쟤도 곧 들 것 같아. 들자, 들자." 


 

"어? 어……." 


 


 


 


 


 

그깟 거 들어봐야 많이 귀찮게 하지 않겠지. 그런데 쟤 진짜 원래 저렇게……. 


 


 


 


 

 


 


 

 

 

내 의 발칙함 

*    *    * 

 

 

 

 

 

 

  


 

 


 


 

"태형, 너희 형 영화관 사업하신다며?" 


 

"어. 하지." 


 

"우리 삼촌 영화 배급사 쪽에서 일하시는데 너희 형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하더라. 이제 너도 곧 일 시작해? 아니면 학교 졸업하고?" 


 

"잘 모르겠다.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이야, 이게 배부른 소리 하네. 내가 너였으면 일단 기획사 하나 차려서 예쁜 영화배우 다 계약하고!" 


 


 


 


 


 

철 없는 동민의 말에 애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나라고 뭐 아버지한테 엔터테이먼트 차릴 테니 돈 주세요, 하면 차려 주는 줄 아냐? 조금 반박하다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은 재단에서 다녔기 때문에 중학교 친구가 고등학교 친구인 게 대부분이었다. 중,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들은 나를 향해 부러운 자식이라며 오늘 술값은 네가 쏴! 하면서 몰아갔다. 사실 아이들의 정신 상태나 질을 따지면 대학교 친구들이 훨씬 낫다. 하지만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그들보다 편한 쪽은 이쪽인 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애들도 형이나 동생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형 얘기가 나오면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는 나를 눈치 채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형, 동생이랑 얼굴을 붉힐 정ㄷ로 앙숙관계인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골치 아픈 일이 너무나도 많아 그런 별거 아니고 사소한 일에 힘을 쓰기에 아깝다. 그게 별일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별일이었다. 그들에게 내 것을 빼앗겼다는 치기어린 생각도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들은 나에게 있어 그저 이방인이었다. 당연히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동민의 말에 대충 넘어갔다. 


 

오랜만에 만났으면 반갑기라도 했을 텐데. 이 자리가 지루하기만 하다. 티 나게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니 옆에 성현이 피곤해? 하며 꽤 걱정스레 묻는다. '피곤한 건 아니고, 그냥 지루하게' 라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얘기는 뻔했다. 


 


 


 


 


 

"내가 며칠 전에 클럽 가서 만난 여자 하나랑 그 날 바로 모텔로 갔거든." 


 

"오." 


 


 


 


 


 

특히나 이런 이야기의 주동자는 김동민이었다. 애들이 오, 하며 떠받드는 소리에 상기된 얼굴이다. 맞아, 쟤는 중학생 떄부터 저런 쪽으로는 훤했지. 그때는 야한 동영상 배급을 주로 맡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저러는구나. 해가 지나도 쟤는 평생 안 바뀌려나 보다. 나도 엄연한 남자였기 때문에 성에 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내가 잔 여자에 대해 함부로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다. 아무리 한 번 보고 잔 여자지만 그래도 저런 걸 얘기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더 있다가는 진짜 졸음이 몰려오겠다. 적당히 타이밍 봐서 나가버릴 생각이었다. 


 


 


 


 


 

"미친, 걔가 얼마나 허리를 잘…, 김태형, 어디가?" 


 


 


 


 


 

남의 잠자리 이야기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학생 때야 재밌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또 어떻게 알고 묻는다.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자 빨리 갔다 오라고 하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그래서 내가 뿅 간 거 아니야. 그런 애들이 세상에 좀 많아야 할 텐데." 


 


 


 


 


 

손이 얼 만큼 차가운 물로 빠르게 씻고 휴지로 물기를 닦았다. 원래 그런 거에 연연해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개강이 코앞이라 놀 때 놀자 싶어서 나왔는데 괜히 나왔나 보다. 그냥 집에서 TV나 보고 있을걸.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나는 일단 문을 열었다. 그냥 집에 가야겠어. 


 


 


 


 


 

"……?" 


 


 


 


 


 

뜻밖에도 문을 열자 보이는 사람은. 


 


 


 


 


 

"김탄소……?" 


 


 


 


 


 

얼굴이 빨갛게 뜬 김탄소였다. 


 


 


 


 


 

"맞지?" 


 


 


 


 


 

끄덕끄덕. 


 

김탄소 역시 제 앞에 서 있는 내 존재가 놀라운지 반쯤 풀린 눈을 동그랗게 치켜뜬다. 나는 술을 얼마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살짝 상기됐다. 여기서 김탄소를 만날 줄을 몰랐는데. 정말로 반가워하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많은 술집 중 이렇게 딱 만나다니. 이럴 때 보면 세상 참 좁아. 


 


 


 


 


 

"근처 살아?" 


 


 


 


 


 

물론 나와 김탄소가 이런 친근한 안부를 물을 사이는 아니었다. 지금껏 사적인 말은 커녕 학교 복도를 지나가면서도 인사조차 오간 적이 없었으니까. 


 

내 앞에 술에 취할 듯 말 듯 위태롭게 서 있는 김탄소의 갑작스러운 출연은 뭔지 모를 상승 기분을 동반했다. 1학기 내내 김탄소를 관찰하듯이 쳐다봤다. 내가 판단했던 첫인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놀랍기도 하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민의 권유로 들었던 동아리에는 김탄소도 있었고, 그때는 얘랑 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고 잘 지냈지만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딱히 없었는데 얘는 그랬다. 볼수록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비단 좋아하는 감정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구든 뭐든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여한 느낌. 사람을 사귀는 것은 내게 언제나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난 '친구를 사귀는 법'을 알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내치지 않고 적당히 다루는 법만 알고 있었을 뿐. 


 


 


 

첫 개강파티 때나 수업을 왔다 갔다 하면서 또는 같은 동아리니까 대화를 할 기회는 많았다 다들 한 번씩은 나에게 말을 걸고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얘는 그런 게 없었다. 대체 뭐지? 하면서 계속 김탄소를 쳐다보는 나 스스로를 보며, 나 설마 '나한테 관심 없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라고 지껄이는 버터남 같은 취향이 있었던 건가?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다. 그만큼 주위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김탄소는 나처럼 자기한테 호감을 갖고 붙는 사람들은 내치지 않지만 그렇다고 먼저 다가가지도 않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말도 걸어 봤었다. 그런데 내가 건네는 말에 응, 그래, 너도, 라는 식의 형식적이고 뭐라 더 말을 걸기가 힘들어지는 대답만 하고는 제 갈 길을 가 버리는 게 아닌가. 김탄소와 친해져서 득을 볼 일도 없는데 괜히 갑을 관계 중 을이 된 기분이었다. 


 


 


 


 


 

"뭐…… 그냥. 친구들 만나느라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듯 보였다. 내가 처음부터 저를 유심히 본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을 보니 아마 모르는 눈치네. 조용하고 시끄럽고를 떠나서 한 가지 확실하네. 눈치 더럽게 없는 건. 


 


 


 


 


 

"나도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어." 


 

"아, 그렇구나." 


 

"개강이 코앞이네." 


 

"그러게" 

 


 


 


 


 

이것 봐. 또 말 끊는다. 사람 할 말 없어지게. 아, 혹시 얘가 날 싫어하나? 정말 그런 것일 수도 있어. 지금까지는 전혀 고려해 보지 못한 의외의 생각이 떠올랐다. 날 싫어해? 내가 싫어? 왜? 


 


 


 


 


 

"이렇게 만난 것도 반가운데." 


 

"……." 


 

"둘이 한잔 할래?" 


 

"……응?" 


 


 


 


 


 

확인해 보기로 한다. 얘 성격이 원래 사람을 어려워하는 건지, 아님 내가 싫어서 거리를 두는 건지. 


 


 


 


 


 

"술이나 한잔 하면서 친해지자" 


 


 


 


 


 

어차피 여기에 있기도 싫었어. 괜한 시간낭비하지 말고, 너랑 있어 보고 싶다. 단둘이 있으면 말도 잘 하고 그러려나? 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그래도 하하 호호 웃으며 곧 잘 놀던데. 


 

저를 거의 인형 취급하며 궁금해 하는 내 속을 알 턱이 없는 김탄소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취해서 사리분별도 되지 않는 상태이기도 하고, 나랑 같이 있기는 별로 내키지 않는데 그렇다고 한 번에 거절하자니 서로 민망할까 봐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고. 


 


 


 


 


 

"난 너랑 친해지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잖아." 


 


 


 


 


 

거절할 수 없도록 쐐기를 박았다. 이 정도로 말했는데 싫다는 소리가 쉽게 나오진 못하겠지. 원래 사람이란 게 자기한테 호감을 보이는 사람한테는 약한 법이다. 


 


 


 


 


 

"……응, 그래." 


 


 


 


 


 

김탄소의 입에서 내가 원하던 대답이 나왔다. 짐을 가지러 테이블로 돌아가 자켓과 가방을 집어 들었다. 가려는 나를 여러 명이 붙잡는다. 태형, 가는 거야? 왜 갑자기 가! 


 

누가 보면 내가 여자친군 줄 알겠다. '오늘은 너희끼리 놀아. 나 피곤해서.' 하고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끈질기게 붙잡고 놓지 않을 놈들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골치 아픈 건 싫어서 손가락으로 멀뚱히 서 있는 김탄소를 가리켰다. 


 


 


 


 


 

"아, 김태현 이 자식, 빠르네." 


 

"오늘은 보내준다." 


 

"좋은 밤 되십시오." 


 


 


 


 


 

사실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했지, 따로 무슨 말은 하지 않았는데 저마다 이상한 생각을 하고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잘 들어가라고 순순히 보내준다. 웃기는 놈들이 아닐 수 없다. 피곤하다고 하면 죽어도 보내주지 않을 거면서 여자 만나러 가는 건 놔주다니. 김탄소는 그저 학교 친구일 뿐인데 말이다. 얘만 졸지에 처음 본 남자 무서운 줄 모르고 쫄래쫄래 따라가는 여자 꼴이 되어 버렸다.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그치?" 


 


 


 


 


 

의도적으로 김탄소의 얇은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러자 움찔하며 몸을 움츠리고 나를 쳐다본다. 쳐다보는 얼굴이 보였지만 모르는 체하며 그치? 하고 되물었다. 당황하는 표정이 재밌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처음부터 얘를 데리고 시끌벅적한 호프집에 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말하기가 힘들잖아. 얘를 데리고 뭘 어떻게 해 보려는 속셈은 아주 조금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하늘도 내 뜻을 알아준 듯 돌아보는 호프집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결국은 학교 근처에 있는 내 자취방으로 오게 됐다. 


 

편의점에서 술을 살 때까지 망설이던 김탄소는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집이 깔끔하다며 칭찬을 해줬다.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순진하기까지 한 모양이다. 


 

집이 깔끔한 건 주기적으로 와서 청소해 주는 아주머니가 있어서는 아니다. 본가에서 나온 이유는 불편해서도 있지만 그 이유 중 하나가 정말로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나는 혼자 잘 살고 있는 중이다. 집을 치워주고 밥 차려주는 아주머니가 없어도 내가 어지른 것은 제때 치우면서. 


 


 


 


 


 

"여기 앉아. 참 화장실은 저기 있으니까 가고 싶으면 저기로 가면 돼." 


 

"원래 잘 치우고 살아? 보통 남자들은 안 치운다던데." 


 

"아니. 나도 유난스럽게 깔끔 떠는 타입은 아니야. 마침 어제 청소했거든." 


 


 


 


 


 

이것 봐. 둘이 있으면 무슨 얘기라도 하겠지 싶었던 내 말이 들어맞았잖아. 나에게 질문을 하다니. 가히 놀랄 만한 성과다. 


 


 


 


 


 

"근데 난 너 말고도 아직 말 한번 안 해본 동기들 많아." 


 


 


 


 


 

남자 혼자 사는 방이 깨끗한 게 신기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던 김탄소가 자리에 앉고 캔 맥주를 따서 짠, 하고 부딪쳤다. 쉽게 친해지는데 술만큼 좋은 게 없다는 말은 주량이 높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속설이었지만, 난 이미 얘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고 얘가 취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얼굴만 보면 이미 반쯤 취한 것 같지만. 


 

내 어머니는 우아하고 기품 있게 생기셨다. 나의 어머니여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다 인정할 만큼. 그런데도 술이 굉장히 세셨다. 내가 주량이 이 정도인 건 외탁을 한 것이 확실해. 얘가 취하긴 했지만 김탄소 역시 생긴 거랑 다르게 술이 어마어마하게 세면 어쩌지 걱정을 했다. 


 


 


 


 


 

"어! 조심해!" 


 


 


 


 


 

그런데 나 왜 엄마랑 얘를 비교하고 있는 거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김탄소가 바닥에 넘어질 것처럼 휘청했다. 다행히 넘어지기 전에 빨리 몸을 낚아챘다. 김탄소는 내게 고맙다며 제대로 중심을 잡았지만 헐렁한 티셔츠 사이로 가슴골까지 다 내보이고 말았다. 정작 자기는 모르는 듯싶었지만. 


 


 


 


 


 

"탄소야." 


 


 


 


 


 

처음부터 이럴 마음이 초금도 없었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이럴 요량으로 데려온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다. 섹스는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이랑만 해야 한다는 관념 역시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하고나 쉽게 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섹스가 올바른 것이고, 그걸 고리타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게 맞는 거니까. 


 


 


 


 


 

"응." 


 


 


 


 


 

모두들 각자 좋아하는 이상형이 있다. 지민은 작고 통통거리며 돌아다니는 스타일을 좋아하고, 누구는 웨이브 진 머리에 청순한 여자를 좋아할 수 있고, 또 누구는 까만 머리에 섹시한 타입을 좋아할 수 있다. 


 

내 이상형은 누구더라. 확실히 김탄소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난 왜 지금 너랑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여자라면 다 좋다고 사리 분별 못할 정도로 취하지도 않았고 원래 그런 성격도 아닌데 말이야. 


 


 


 


 


 

"왜……." 


 


 


 


 


 

술에 취했음이 여실이 보임에도 단정해 보이는 얼굴을 꽉 잡고 키스를 했다. 처음엔 술맛이 났는데 향이 있는 입술보호제를 사용하는 모양인지 사과향이 어렴풋이 올라온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더 정신 못 차리도록 입을 크게 벌려 잡아먹을 것처럼 삼켰다. 얼떨결에 벌려진 입술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피하지 못하고 빼꼼 나와 있는 혀를 잡아 빨아올리면서 몸을 밀착시켰다. 


 


 


 


 


 

"왜…… 갑자기……." 


 


 


 


 


 

시작은 천천히. 입술을 떼는데 김탄소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제게 밀착된 몸을 슬쩍 밀었다. 하지만 밀리지 않게 단단하게 서 있었다. 눈알을 또르르 굴리는 걸 보니 확실히 당황했다. 그래, 놀랬겠지. 그런데 어떻게 해? 여기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 


 


 


 


 


 

"나 그만…… 가봐야 할……." 


 


 


 


 


 

그렇지. 그 말이 나와 줘야지. 


 


 


 


 


 

"……더 해도 돼?" 


 


 


 


 


 

그럼 난 모르는 척 물어보면 되고. 


 


 


 


 


 

"저기로 가자. 걸을 수 있겠어?" 


 


 


 


 


 

아니라고 대답하려 했는데 그것이 욕망을 이기진 못했는지 입술만 달싹이다 이내 닫는 것을 보고 침대 쪽으로 끌었다. 힘이 없어 걷지 못해도 상관없다. 내가 끌고 가면 그만이니까. 등 뒤를 감싸 안고 침대로 이끄니 가까이 밀착되는 바람에 나는 살 냄새에 아찔해졌다. 김탄소한테 나는 본연의 살 냄새는 독한 향수보다 나를 더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 씨발. 진짜 이걸 어떻게 하지? 침대까지 갈 거 없이 그냥 여기서 눕히고 싶었다. 침대까지 거리가 멀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잠깐 엉덩이 좀 들어봐." 


 


 


 


 


 

겨우 침대까지 도착해 넘어뜨리다시피 눕혔다. 눕히자마자 가는 허리 위에 올라타 목덜미를 물었다. 점점 취하는 기분이다. 바지를 벗기려는데 잘 벗겨지지 않아 짜증이 났다. 역시나 엉덩이 좀 들어보라는 내 말을 듣지 않아서 힘으로 확 내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후, 그러니까 서로서로 말 들어가면서 하면 좋잖아. 바지를 벗긴 후에는 나를 이렇게 몰아간 가슴에 손을 넣었다. 말캉이는 촉감의 가슴이 손 안에 가득 찼다. 


 

술까지 먹었겠다. 제 몸을 헤집는 기분 때문에 몸을 뒤척거린다. 가만히 좀 있자. 방금 물고 빨아 번들거리는 입술에 다시 한 번 내 입을 가져다대었다. 상체를 지분거리며 혀를 뻗어 목구멍 안쪽을 건드리자 말로는 설명 못할 기분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숨을 가쁘게 쉬고 있어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김탄소의 얼굴을 금방이라도 엉엉 울 것 같다. 


 

설마 너 처음이야? 그럼 내가 너무…… 좋지. 


 


 


 


 


 

"하…… 하…… 하아……." 


 


 


 


 


 

김탄소를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아니, 잠깐. 사랑스럽게? 내가 얘를 사랑스럽다고 한 거야? 갑자기 1학기 첫날 지각해서 허겁지겁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김탄소가 생각난다. 허둥거리는 폼이 꼭 그 여자를 연상시켰던 모습. 허벅지 안쪽 부드러운 살을 만지던 나는 모든 손동작을 멈췄다. 


 


 


 


 


 

"사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그 여자를 닮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유심히 관찰하던 나. 


 


 


 


 


 

"나 입학 첫날에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어쩌면 나 너를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의 발칙함 

*    *    * 

 

 

 

 

 

  

♥  조만간 8화 삭제하고 전부 한 화씩 앞당깁니다. 내용이 조금 바뀌어서요ㅎㅁ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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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짜몽이에요ㅠㅠㅠㅠ작가님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아요ㅠㅠㅠㅠㅠ
5년 전
선배
짜몽님♥️ 저도 다시 뵐 수 있게 돼서 좋네요ㅠㅠ
5년 전
독자2
헐 작가님ㅠㅠ
5년 전
비회원165.96
미쳤다ㅠㅠㅠㅠ하
5년 전
비회원160.165
샤랄라에여 글 잘 읽고가요~!!!!
5년 전
비회원118.71
엉엉 ㅜㅠ너무재밌어요
5년 전
독자3
결국은 태형이도 여주도 엇갈린거군요ㅠㅠㅠㅠㅠㅠ 럽 이즈 타이밍... 조만간 날 잡아서 제대로 다시 정주행 해야겠으요ㅠㅠㅠㅠ 얼른 아는 척 궁예 하고싶다..
5년 전
독자4
작가님 ㅠㅠㅜㅜ 오랜만이에요ㅜㅜ
5년 전
선배
오랜만이에요!!>ㅁ<
5년 전
독자5
작가님ㅠㅠㅠㅠㅠ돌아오시기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선배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108.49
글 잘 읽고 있습니다ㅠㅠㅠ 너무 재미있어요!!
5년 전
비회원44.241
와 잠만요 저 정주행했는데 이 글 모에여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ㅜ 암호닉은 안받으시는건가여??ㅠㅠ
5년 전
선배
암호닉은 따로 받는 글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5년 전
비회원155.138
태형이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가슴에 집착하는것도 있는것같네여ㅠㅠ 아짠내나ㅜㅜ 글너무잘쓰심
5년 전
독자6
옛날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오늘 다 읽었어요 헤헹 이번화도 짱이네유..ㅎㅎ
5년 전
선배
오래 지났는데도 읽어주러 와주셔서 감사해요^ㅁ^!!
5년 전
독자7
오마이갓 ㅠㅜ작가님 너무재밌어요 ㅠㅜㅜㅜㅜ코피터집니다ㅜ
5년 전
독자8
디즈니에요!! 어제부터 다시 1화부터 보고왔어요ㅎㅎㅎㅎ 그때읽었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여전히 재밌구나 ㅠ 했어요 태형이와 여주의 첫만남부터 뭔가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이네요!!! 어머어머
5년 전
독자9
정주행했는데 너무재밌어요!!!!!!
5년 전
독자10
슈가나라에요!!!
와ㅠㅠㅠ 진짜 자까님,,, 정말 숨도 안 쉬고 봤어요ㅠㅠㅠㅠ 태형아ㅠㅠㅠㅠ으헣... 저는 이 글 보자마자 앞 내용이 생각이 나고 그래서 증말 다시 돌아오신 거ㅜㅜㅜ 정말 감사해요!!!!!!ㅠㅠㅠㅠ

5년 전
독자11
작가님 전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오랜만인다ㅠㅜㅜ 늘 봐왁지만 암호닉 신청을 못한 일인입니다 으항항 진꙼̈짜꙼̈ 저 제 폰이 이상한 줄 ㅠㅠ
5년 전
비회원130.22
그늉이에요
작가님 진짜 돌아와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당ㅠㅁㅠ 보고싶었어요

5년 전
비회원75.131
최고다..진짜
5년 전
비회원116.80
작가님 오늘 정주행했는데 너무 재밌어요 ㅜㅜㅜㅜ
5년 전
독자12
작가님 ㅜㅜㅜ기다릴게여 ㅜㅜ
5년 전
독자13
작가님 ㅠㅠㅜㅠㅠ 정주행했는데 진짜 ... 넘 재밋어요 저 꼭 기다릴께여 ㅠㅠ
5년 전
비회원88.37
여주가 참,,,
태형이와 정국이에겐 마성의 여자인거네요.
둘다 장난처럼 가벼운 마음,? 호기심? 등등의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홀딱 빠진 느낌이에요.
한번 사는 인생 여주처럼!!!!!!!

5년 전
독자14
작가님 ㅜㅜ 기다리고 있습니다!
5년 전
독자15
작가님... 보고 싶어요...
4년 전
독자16
작가님!오랜만입니다! 생각나서 정주행하고갑니다 ㅎㅎ
4년 전
비회원91.200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간님
4년 전
독자17
작가님 보고싶어요ㅜㅜ 기다리고 있습니다!
4년 전
비회원222.135
오랜만에 정주행해써요!! 담편 보구싶어용 ㅠㅠㅠ 얼른 와주세요
4년 전
독자18
작가님 ㅜㅜㅜㅜㅜㅜㅜㅜㅜ다시 돌아오시나요??ㅠㅠ그것만이라도 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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