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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








딛는 발걸음마다 낙엽이 밟혀 뒤틀렸다. 바사삭 소리를 내며 부서진 낙엽 조각은 이내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서툴게 묶인 대님 끝에 닿을락말락 낙엽이 낮게 깔린 채 날렸다. 야트막한 돌담길은 어째서 이리도 짧은가. 선우는 돌담길의 끝을 바라보았다. 초점 흐린 눈에 비친 서러운 풍경은, 역시나 흐렸다. 손에 들린 단 한장의 종이가 억겁보다 무거워, 선우는 이내 주저앉았다. 저 멀리 세워놓은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이 여태껏 겪었던 그 어떠한 일보다 고되었다.

"빨리 가시지요. 갈 길이 급합니다."

결국은 시동이 재촉하고 나서야 선우는 정신을 차렸다. 멍하니 바라본 돌담길의 끝이 가까워져왔다. 시동이 재촉한 것은 제 자신인가, 시간인가, 혹은 이 돌담길인가. 돌담길이 시간을 이끌고 저에게 다가오고 있는가. 낙엽 끄트머리에 걸린 대님이 풀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나풀거리는 바지 끝자락이 바닥을 쓸고 지나가며 한 차례의 돌개바람을 만들어냈다.
이 돌담길의 끝에 있는것은 무엇인가. 그 끝에 자리잡은 존재를 떠올리며 선우는 쓰게 웃었다. 자신이 '끝'에 다다른 순간, 자신의 시간과 '그'의 시간이 맞닿은 순간 존재함은 무(無)로 변할 것이다. 이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 한 웅덩이의 피와 형편없이 망가진 시체만이 남게 될 것이다.

밟혀 부서진 낙엽 조각 가장자리가 마치 제 발목을 벨 양 날카롭게 제 발가를 맴돌아 선우는 낙엽을 짓밟아 가루 내어 버렸다. 낙엽이 밟힐 때마다 파사삭 소리가 귓가를 찢는다. 단지 낙엽 뿐만이 아닌, 지금껏 숱하게 들었던 그 무엇과 같아, 선우는 애써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다.


이윽고 다다른 돌담길의 끝에서, 선우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들숨이 있으면 날숨 또한 있어야 하는 법이거늘, 한 번 들이쉰 숨은 다시금 나올 줄을 몰랐다. 마치 놀란 마음이 나오던 숨을 집어 삼켜 버린 듯, 꼭 그러했다. 흰 옷을 입은 채 가지런하게 앉은 정환의 모습은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듯 했다. 갓 밑으로 흘긋 보이는 정환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띄워져있지 않았다. 정환은 마치 바람 없는 호수와 같이 고요했다. 항상 그런 사람이었다. 죽음이 아니라 더 한 것이 그에게 닥치더라도 분명 그의 고요함을 수그러뜨릴수는 없으리라. 어쩌면 제 자신도 그 고요함에, 고고한 '평화'에 이끌렸던것은 아닐까. 선우는 더 이상 정환을 바라보지 못했다.
구겨진 종이를 펴는 손이 떨림을 멈출 줄 몰랐다. 종이에 씌인 형식적인 글자 한 자 한 자가 선우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죄인 이정환은,"

목소리가 떨렸다. 목이 메어 소리가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방금의 날숨이 아직까지 나오지 못한 듯 숨이 막혔다. 가슴이 답답해 입술을 깨물었다.

"사,약을."

"받겠습니다."

시동의 손에서 정환의 손으로, 사약은 건내진다. 정환에겐 조금의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곧 무너질 존재를 바라보는 선우의 눈동자만이 미치도록 흔들렸다. 죽을 자는 따로 있거늘, 살아있을 자가 더 죽음을 두려워한다. 정환을 향한 시선은 쉬이 떨어질 줄 모른다. 뭐라 말해야 함을 알았다. 이대로 보낸다면, 그를 떠나보낸다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을 알았다. 허나 제 말 한 마디가 정환의 '고요'를 무너뜨릴까 두려워, 또다른 '두려움'에 선우는 입을 열지 못했다. 겁 많은 자신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조차 막지 못한다. 말 한 마디 건내지 못한다. 그리, 그리.

정환의 얼굴엔 표정이 없다. 검은 약이 손에서, 입으로, 목으로 넘어가는 일련의 모습을 선우는 그저 쳐다보았다. 차마 막을 수 없다. 바로 옆에 있거늘, 왕의 명은 절대적이었다. 그것이 이 나라의 법. 사랑하는 이를 죽이는 법이라면, 그것이 왕의 명이라면, 이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한낱 신하에 불과한 저는 그것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까. 선우는 절망적으로 정환을 바라보았다. 약이 반쯤 정환의 목으로 넘어갔을 무렵, 정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릇이 흔들리고 약이 출렁일 무렵에, 선우는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떨어져 말라비튼 갈색 은행잎이 부서져 파삭거렸다. 손에 잡히는 것은 정환이 아닌 낙엽 뿐이라, 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벌어진 입에선 말이 아닌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꺽꺽 소리만 새나왔다. 숨이 막혀왔다.

손에서 그릇이 떨어지고, 정환의 고요한 얼굴이 입에서 토해낸 피로 물들어 붉게 변할 무렵에, 그 가지런했던 몸이 망가져 옆으로 무너져내리는 모양을 선우는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정환은 울지 않았다. 아니, 피를 제외하면, 늘상 그러하듯 죽음이 가져오는 특유의 붉음을 제외하면 정환은 전과 꼭 같았다. 흰 얼굴도, 가지런한 옷도, 손도, 모든 것이 다를 바 없었다. 그 사실이 시리게 아팠다. 그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그리고 변했다는 것에. 더 이상 이곳에 그는 없음에, 선우는 속으로 울었다. 서러이, 누구보다 서럽게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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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아...... 사약......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정환아 죽으면 안 돼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정환이 살려내여ㅠㅠㅠㅠㅠㅠ흐헝 ㅠㅠㅠㅠ서누야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169.57
바드루....는 love 작가님도 love...
9년 전
독자3
아고.... 슬픈 연인이네요... 나중에 후생이라도 좋은.. 결말... 원해요...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헐..아...정환아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사약..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정환이 살려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죽지마 정환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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