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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그 날은 꼭 그랬던 것 같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늘도 우중충했고, 평소 있던 빈혈끼도 심해서 온종일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이구나, 하고 받아들여지더라.



아니,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 우리.



꼭 그 날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다. 이럴 때 미련이 남아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얼굴을 보지도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듯 말했다. 그리고 반지를 빼어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응시하는 그 애 손에 쥐어주었다. 네 번째 손가락에 여전히 반지가 끼워져 있던 그 손이 작게 떨렸다. 미안해, 지민아. 그 말을 하는데 나는 울고 있더라. 못되게 말해야하는데 이미 울고 있더라. 눈물을 그 애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아 그대로 일어나려던 순간 다급하게 내 손을 붙잡아왔다. 빨갛게 충혈된 눈을 하고서 반지를 내 손가락에 억지로 다시 끼우려고 하는 박지민이었다. 이거 니 꺼잖아, OO아. 니 꺼잖아. 왜 나 줘. 덜덜 떠는 손으로 내 손을 붙잡길래 뿌리쳤다. 죄책감에 입술을 깨물며 울었다. 그런 나를 습관처럼 안아주려다 마는 박지민의 꼴이, 이미 그 상황에서 나쁜 년이었던 나를 더 나쁜 년으로 만드는 듯 했다.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그 애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미친 사람 같은 눈을 하고서 내게 빌었다. 가지 말라는 듯 내 손을 꼭 붙잡은 채 올려다보는 그의 눈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차가운 목소리로 넌 잘못한 거 없다고, 일어나라고 말하고는 나는 그 애에게서 다시 멀어졌다. 나는 정말 나빴다. 정말 나쁜 년이었다. 결국 뒤에서 뛰쳐와 나를 안은 그가 한참을 그렇게 있다 울었다. 5년을 만나는 동안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운 적이 없던 그가, 나 때문에 울었다.




너 나 사랑하잖아. 나 니가 사랑하는 박지민이잖아. 왜 그래, OOO. 왜. 왜.




그 애처로운 울음이 섞인 말을 못 들은 척하고 떠날 수 있었던 여자는 아마 나밖에 없을 거다. 지금도 사실 그 때만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다. 아니, 미안함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하다. 어찌됬든 내가 내 목숨보다 사랑한 남자였으니까.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한다. 결혼 전날 그랬어야 할 만큼, 내 남편이 될 사람을 그렇게 아프게 했어야 할 만큼 나는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돌이켜보면 나는 박지민과 있으면서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직장에서 만나 5년을 서로 사랑하고, 생애 첫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 준비를 하고. 분명 행복한 시간들이었는데. 너무나도 과분할 만큼 행복했는데.  



프러포즈 후 그 애와 입을 맞추면서 결혼을 하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 애를 볼 수 있고, 그 애랑 한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냥 설레었다. 상견례도, 웨딩 촬영도, 청첩장을 돌리는 것도, 신혼 집에 들일 가구를 보러다니는 것도 모두 즐거웠다. 청첩장이 처음 나왔던 날, 신랑 박지민 신부 OOO 이라는 글자를 보고 우리 둘이서 좋다고 난리를 피웠었다. 매일 밤 그 청첩장을 보다 잠이 들었다. 행복했다. 결혼이 기다려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날짜만을 기다리며 준비를 하는 게 그렇게 행복한 일인지, 처음 알았다. 그 때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많이 싸운다고들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왔었는데, 연애할 적부터 박지민은 늘 나를 배려해주는 편이었어서 그런지 크게 다툴 일도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결혼 후의 나는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시점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사는 게 잘하는 일인걸까. 그런 괜한 걱정 류의 생각들. 이상하게도 결혼이 다가오자 불안해졌고, 걱정스러웠다. 나날이 우울한 감정들에 조금씩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울함은 결국 죄책감이 되어 나를 옥죄더라.  매일매일을 결혼 이야기로 설레어 살아가는 내 남편이 될 사람을 두고서, 나는 걱정이나 하고 있다니. 결혼이 다가올수록 예전같지 않은 내 모습에 무슨 일 있냐 물어오는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새아가 힘든 건 없냐며, 시댁이라고 어렵게 생각 말고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던 (원래대로라면 내 시부모님이 되었을) 그의 부모님께도 죄송한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결혼 일주일 전부터 감기몸살이 걸려 신체적으로도 약해지니 우울함이 극에 달했다.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기다려졌던 결혼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결혼에 대해 더 이상 자신이 없어진 나는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 그렇게 기다렸던 2월 13일 결혼식 전 날 내가 내 행복을 걷어차버렸다. 집으로 가 엉엉 울었다. 더 이상 결혼 반지가 없는 내 손가락을 보며 울었다. 행복하지 마라고, 절대 넌 행복하지 마라고 나 스스로를 욕했다. 그리고 그가 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도했다. 그게 박지민에 대한 최후의 배려였던 것 같다. 밤새 울며 가장 많이 생각이 났던 건 상견례날이었다. 상견례가 끝나고 난 뒤 우리 집 앞 놀이터 벤치에 같이 앉아있던 그 순간. 박지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서 만난 아기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기들을 함박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 우리 결혼하고 첫애기는 딸이었으면 좋겠다, 그치. "


" ...어? 왜 하필 딸이야? "


" 그냥. 난 딸이 좋아. "




내 손에 깍지를 껴오는 박지민의 손이 따뜻했다. 그렇게 미래를 함께 기약했는데. 내가 내 스스로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로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매일 끼니도 거르고 울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모진 말을 퍼부어댔다. 미쳐도 어떻게 그렇게 미치냐고, 제정신이냐고. 앞으로 박 서방 얼굴 어떻게 볼 거냐고 내 어깨를 붙잡아 흔들며 우셨다. 아마 그의 부모님도 같은 마음이셨겠지. 하지만 파혼으로 양가 집안을 그렇게 풍비박산 내놓고 당장에 내 아픔이 제일 우선이었다. 내가 제일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난 왜 그토록 이기적인 딸이고, 이기적인 신부였으며, 이기적인 며느리였을까. 내 인생의 많고 많은 순간에 하필 결혼 전 찾아온 우울증이 미치도록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결혼전야 01 | 인스티즈


: 전야_01






며칠 뒤 고민 끝에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무슨 낯짝으로 박지민을 볼 수 있나,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며칠만에 사무실을 찾았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간 거지만 사무실의 분위기는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아마 이미 숱하게 소문이 나 있었을 것이다. 박 팀장이랑 O 사원 결혼한다더니 결혼 전날 끝났다더라. 파혼을 했다더라. 등등.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내 자리로 가 짐을 하나 둘 씩 정리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자리에 박지민은 없었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칼같은 사람인지라 점심 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자리에 붙어있었는데. 출근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얼굴을 다시 보면 눈물이 날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평소처럼 금방이라도 옆에서 그가 같이 퇴근하자며 말을 걸어올 것만 같았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뒤에서 나를 와락 안아올 것만 같았다. 이젠 그럴 일도 없을 것이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에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오는데, 나를 따라나온 누군가 급히 붙잡는 것이었다. 꽤 친하게 지냈던 입사 동기 김 사원이었다.




" 저기, O 사원. "


" ...네? "


" 얼마 전에 박 팀장님이 O사원 보면 전해주라셨어요. 빈혈 조금 있으시다면서요. "


" ...아, 네. "


" 건강 좀 챙기시라던데요. "




내가 꾸준히 뭘 챙겨먹고 하는 진득한 성격이 아니란 걸 아는 박지민이 몇 년 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대신 챙겨주던 철분제였다. 내 약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데, 막상 받으려니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전에 먹던 게 다 떨어진 건지 묵직한 새 통이었다. 새로 산 듯 했다. 그 통을 볼 때마다 그의 얼굴이 생각날 것 같아 잘 챙겨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해준 김 사원에게 고맙다고 애써 웃어보였다.




" 아, 그리고 O 사원은 아실지 모르겠는데... 박 팀장님 말이에요. 요새 술에 쩔어 살아요. 회사도 잘 안 나오시고, O 사원은 오늘 짐도 뺀다 그러고... 두 사람 결혼 사정 내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서도, 박 팀장님 잘 좀 추스러줘요. 요즘 정말 제정신 아니거든요. "




하지만 곧 돌아온 김 사원의 대답에 금새 표정이 다시 굳었다. 평소 술도 잘 못 할뿐더러 즐겨 마시지도 않던 사람이었다. 불현듯 그 사람은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회사에서까지 추하게 울고 싶지 않아 김 사원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집에 가서야 알았다. 철분제 통 안에 그가 썼을 작은 쪽지가 들었다는 것을. 그를 닮아 정갈하고 바른 글씨체였다.「 하루에 두 알씩이야. 사랑해, OOO. 」 그 짧은 몇 글자에 그 날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박지민에게 그냥 나를 욕하라고 하고 싶었다. 나 같은 건 잊고 살아가라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약을 챙겨주던 박지민이 이제는 내 옆에 없다는 사실이, 분명 내가 불러일으킨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믿기 싫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를 깨우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닝콜을 해주던 박지민도, 주말이면 우리 집에서 같이 밥을 먹던 박지민도, 신혼 여행 때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재잘재잘대던 박지민도 이젠 없었다. 



박지민이 그리웠다. 보고 싶었다.










**

안녕하세요 씨너리입니다


예비신랑 지민이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린 작가를 용서해주시고.. (ㅠㅅㅠ)


설 잘 보내세요!


(지민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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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3.202
하, 진짜 그런 감정있죠.. 좋다가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맞는건지.. 익숙한 소재일 수 있지만 작가님만의 색깔이 더해져서 좋아요.
5년 전
비회원82.164
하아 ㅜㅜ감정이입해서읽었아요
5년 전
독자1
하....ㅜㅜㅡㅜㅠㅡ 쓰앵님ㅜㅜㅡ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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