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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티스 06








변백현은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에게 미안했는지 내말이면 지구가 네모라 해도 믿었다. 가끔은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증권가를 휘어잡고있는 백진의 대표이사라는게 안믿겨질 정도로 내말 한마디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 줄 기세였다. 가끔 그럴때마다 그의 할아버지에게 미안해졌다. 경영에서 물러나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변백현의 할아버지는 장손인 변백현에게 모든 경영권을 물려주었다. 예전에 한번 밥을 먹다 말고 변백현의 할아버지가 재산 상속 분할도 안하고 모든것을 변백현에게 넘긴다는것을 들었다. 그때문에 변진섭이 두달을 넘게 생 난리를 피웠지만.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그렇게 애지중지 물고 빠는 변백현은 14살씩이나 어린 애한테 홀라당 넘어가 바보가 되었어요. 펜실 어쩌구 저쩌구 스쿨을 졸업한 앤데 모의고사 5등급맞는 개빡대가리랑 놀아난다구요...



하지만 변백현은 늘  한결같이 바빴다. 집에 와서도 서재에 틀여박혀 있었고, 주말이어도 가끔씩 TV를 보는 내 옆에 앉아 하루종일 서류를 읽었다. 언제한번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소리때문에 방해가 되는것 같아 나도 옆에서 책을 펴고 공부를 하였다. 물론 책을 펴놓고 변백현이 서류를 볼 동안 낙서를 한다던지 딴 생각을 하였지만 변백현에게 방해가 되는게 싫어 열심히 공부하는척을 했다.




중간고사 마지막날에 한국지리와 미적분을 보고 시험이 모두 끝이 났다. 한국지리는 벼락치기를 하여 어떻게든 대충 봤는데, 수학은 공부를 하던 안하던 한결같은 30점대를 유지했다. 가채점을 하고 멘탈이 탈탈탈 털린 나는 누가 볼세라 비내리는 시험지를 파일에 고이 끼워넣고 가방 지퍼를 닿았다. 준면쌤이 잔소리 하는게 벌써부터 귓가에 왱왱 울리는것 같다. 가방을 챙겨 교실문을 나가려는 순간 지예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에리야! 시험 끝났는데 집에가?"

"응.피곤해서 집에 가서 쉴려고."

"그러지말고 나랑 같이 놀래? 사거리에 예쁜 카페 생겨서 갈껀데, 같이가자~"


응?에리야 시험도 끝났는데 같이 가서 놀자아~ 지예가 내 팔을 잡고 흔들었다. 그럼...같이 가자. 사거리 어디쯤에있어?  옆에 사거리 마트 크게 있는데 알아? 거기 옆에 새로 생겼어! 나는 마지못해 지예와 카페에 가기로 했다. 야, 에리야 너 미적 잘봤어? 나 진심 개망함... 사거리에 있는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도중 지예가 울상인 얼굴로 말했다. 나도 못봤어.  지예는 내 표정이 많이 어두워보였는지 오히려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괜찮아~ 에리야! 이렇게 된이상! 기말을 노린다. 근데 기말 시험범위가 더 어렵던데..적분의 활용까지 배울꺼아냐..  야 괜찮아! 공부 하면 성적 오르겠지. 어, 초록불이다. 건너자.



잠시후 신호등이 바뀌고 건너편에 있는 카페로 갔다. 새로생겨 오픈한지 얼마 안되보이는 작은 카페가 보였다. 저깄다. 지예와 나는 카페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카페.  카페 카운터에 이벤트를 한다고 뭐라 적혀있었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올시 음료 1+1 이벤트 중. 나중에 변백현이랑 같이 오면 어떨까.. 비싼 커피밖에 안마시던데.  지예가 메뉴판을 보더니 말했다. 너 뭐먹을래? 나 초코라떼... 초코라떼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아메리카노 마시게? 응,왜? 아니.. 그냥. 난 아메리카노 엄청 쓰던데. 예전에 한번 변백현의 책상에 놓여진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셔본 기억이 났다. 변백현은 그런거 신기하게 홀짝홀짝 잘도 마신다. 잠시후 진동벨이 울려 음료2개가 나왔고 지예와 나는 음료를 들고 카페 의자에 앉았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던 지예가 대뜸 나한테 물었다.


"야, 에리야. 넌 남친 사겨본적 없지? 이상형 있어?"

"어...글쎄"

"없어? 난 무쌍에 나랑 유머코드가 통하는 사람."

"...난 속쌍커풀에 센스있는 사람?"


센스있는 사람. 아~ 좋지. 지예가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근데 속쌍커풀은 누구야? 너 좋아하는 연예인 있어? 어, 아니! 나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뭐야, 왜이렇게 놀라면서 대답해? 아니...안놀랐어. 나는 머쓱해져 괜히 초코라떼에 있는 얼음을 빨대로 휘져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지예한테 괜히 딴 얘기를 꺼냈다.  근데.. 이사장님은 속쌍커풀 있잖아, 무쌍 좋아한다며. 아~ 이사장은 그냥 잘생겨서. 그리고 뭔가 이사장 사연있게 생기지 않았냐? 나이도 젊어보이는데 이사장인것도 신기하고 눈빛만 보면 사연 오조오억개있을거처럼 생겼어, 뭔가. 지예가 변백현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그런가...? 난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나는 변백현의 얼굴을 생각하며 지예에게 대답했다. 변백현의 눈빛이 그렇게 생겼나. 이따 집 가서 제대로 봐야겠다. 변백현 웃을때를 지예가 안봐서 그런가. 웃을때 입이 네모여서 엄청 해맑은데.  나 화장실좀 다녀올게. 지예가 화장실에 간뒤 창밖을 내다보았다. 횡단보도 앞에 심어져있는 나무가 보인다. 나무에 단풍이 낙엽이 되어 휑휑 떨어지는거보면 완전한 가을이다.


지예가 물기젖은 손으로 핸드폰을 보며 왔다. 여기 화장실 물비누에서 엄청 좋은 냄새 난다? 지예가 물기 있는 손을 대충 교복에 털며 말했다. 교복에 물기 털지 말고 휴지로 닦아. 나는 지예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지예가 휴지로 물기를 대충 털고는 내 옆에 앉아 핸드폰을 하였다. 손가락이 빠르게 액정을 휙휙 쓰는거 보면 딱히 재밌는게 없나보다. 나는 그런 지예를 보곤 빨대로 초코라떼를 한모금 마셨다. 창밖을 보니 해가 짧아져 6시 밖에 안됬는데 어두워지고 있었다. 변백현도 지금쯤 회사 끝나고 집에 갈텐데. 나도 가야겠다. 창밖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중 지예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야! 김에리, 너 페북 안하지? 이거 봐봐. 나같으면 진작 헤어졌다.




"페북에 올라온건데 미친거 아니냐?"

"뭔데?"

"연애를 도와드립니다  라는 프로그램 알아? 거기 나온건데 대박이다."


지예가 건네준 핸드폰속 화면에는 요즘 핫한 개그맨들이 연애관련 사연을 읽어주고 있었다.  사귄지 3년이 다 된 남자친구, 잠지리도 가졌고 서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지만 사랑한다는 얘기를 안해요. 꼭 남자가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여자입장에서는 좀 서운하고 속상하네요. 3년동안 만났는데 사랑한다고 한마디 안하는 남자친구, 이대로 계속 만나야할까요?  나는 영상을 다 보고 댓글을 읽어보았다. 댓글에는 '나라면 당장 헤어진다.' '저건 남자입장도 들어봐야하는거 아님?' '표현못하는 사람 특: 지 화난거 표현은 존나 잘함.' ' 이미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여자가 기억못하는거 아님?ㅋㅋ' 등등의 댓글이 달려져 있었다. 야, 당장 헤어져야 하는거 아냐? 어떻게 남자가 사랑한다고 표현을 한마디도 안해? 지예가 영상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 같은거 안해도 잘 해주면 되는거 아냐..? 뭐~? 사랑한다는 애정표현 같은걸 안하는데 그게 어떻게 잘해주는거야? 지예가 핸드폰을 보며 대꾸했다. 변백현도 사랑한다는 표현같은거 안해도 잘해주고 다정한데..   지예는 아메리카노를 다 마시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헐, 벌써 어두워졌네. 이제 겨울이라 해가 짧아지나봐."

"응. 혹시 가야돼?"

"평소 같으면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어서 좀 더 있다 들어가도 되는데, 시험 개망해서 좀 눈치보여."

"그럼 지금 갈래?"



그러자~ 지예와 나는 가방을 챙겨 카페를 나왔다. 에리야, 너 집 여기서 멀어?  학교랑 가까워서 걸어갈려고. 아 진짜? 난 버스타고 가야해서 길 건너야돼. 신호 바뀐다. 내일 봐~ 지예와 헤어지고 나는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집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며 변백현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까 지예가 보여준 동영상이 생각이 났다. 지예한텐 대수롭지 않은척 그렇게 얘기했지만, 변백현이 나한테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게 생각이 났다.  사랑한다는 말. 왜 인지 변백현에겐 좀 뻔하고 오글거리는 말 아닐까. TV에서 나이 서른이 지나면, 사귄자 라던가 사랑한다는 거추장스러운 표현 없이 남녀가 서로 만나면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진다는 말을 들은게 생각이 났다. 그런 표현 안해도  지나온 세월에 대한 눈치와 경험으로 사는것이라 했다. 변백현과 나는 자그마치 14살이나 차이가 난다. 7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아무리 못해도  변백현과 나 사이에는 14년의 간극이 있었다. 변백현은 32살의 30대를 지나고 있고, 나는 18살. 아직 10대이다.  변백현은 사랑한다는 표현은 좀 우습다고 생각할수도. 이미 다른 여자한테 많이 들어봐서 그런 말에 대한 별 감흥이 안생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우울해졌다.







변백현은 항상 나한테 모든걸 양보하고 배려한다. 단순히 14살씩이나 적은 어린애에게 어른으로써 배려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변백현의 차를 타면 항상 뒷자석에서 무릎담요를 꺼내 덮어주었고, 비싸보이는 레스토랑에 가 스테이크나 연어를 먹을때면 항상 자신의 고기를 다 썬 후, 내 접시와 바꾸어 주었다.  금요일 밤이 되어 변백현과 나는 쇼파에 널부러져 TV를 보고있었다. 정확히는 변백현만 TV를 보고있었다. TV속에서는 아나운서가 지루한 정치소식, 경제소식등을 떠드는데 바빴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0.06포인트 오른 716.92포인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하반기 경제지표를 발표하기에 앞서,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0.06포인트 상승한 716.92임을 발표하였습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40억원과 60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670억원 매도 우위상태로, 거래량은 6억3324만주, 거래대금은 3조9005억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배쿠... 예능 프로 보면 안돼?"

"이것만 보고."

"아까부터 계속 뉴스봤잖아. 인터넷으로 보면 안돼?"

"곧 끝나."




변백현은 유일하게 뉴스를 볼때만 칼같이 굴었다. 코스닥이랑 코스피가 대체 뭘까.. 변백현은 심오하게 숫자들을 계산이라도 하듯 미간을 구긴째 뉴스를 보았다. 벌써 채널만 돌려가며 뉴스만 1시간 넘게 보고있다. 어차피 인터넷으로 뉴스도 다 뜨고 그러던데, 인터넷으로 보면 안되냐고 물어도 변백현은 굳이 TV뉴스를 시청하였다. 하긴... 요즘시대에 인터넷 뉴스는 커녕 신문을 보는 사람도 변백현 밖에 없을것이다. 벌써 10분만 더 본다는게 1시간을 넘었다. 다른 금융기업 사장이나 이사들도 변백현처럼 살까. 매일 영자신문 보고 매일 경제뉴스 시청하고.난 미적분 수업 50분만 들어도 토나올거같던데. 뉴스를 극한으로 보내버리고 싶다.



"배켠.. 벌써 2시간째야. 딴데좀 보면 안돼?

"....."

변백현은 뉴스에 나오는 아나운서가 떠드는 소리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변백현은 32살이라는 나이에 안맞게 굉장히 아날로그한 사람이다. 32살이면 그렇게 늙은이도 아닌데. 말이 좋아 아날로그지, 일부러 그렇게 사는 사람인가 싶을정도로 변백현은 자신의 센스에 비해 올드했다. 만약 하느님이 변백현에게 센스와 위트를 안주셨다면 변백현은 사회생활은 커녕 준면쌤과 찬열삼촌도 못사귀었을것이다.  언제한번 찬열삼촌이 집에 놀러와 배달음식을 시킨적이 있었다. 변백현은 그럴떄마다 배달음식에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몸에 안좋다고 질색팔색을 하였다. 삼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먹고싶은건 없냐고 물어보았다. 음.. 뿌링클? 나 그거 먹어보고싶어. 뿌링클? 삼촌 그저께 병원에서 배달시켜서 먹었었는데. 나 뿌링클 한번도 안먹어봤는데. 맛있어? 헐 뿌링클을 안먹어봣다고? 그럼 뿌링클 시키자. 잠시후 띵동 하는 초인종소리와 함께 치킨이 배달왔고 변백현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순살 뿌링클 한조각을 집어 먹었다.



"어때? 맛있지? 너 이런 인스턴트도 먹어줘야 면역력도 생기는거야."

"넌 의사라는애가 이런걸로 면역력 따지냐."

"그래도 맛있지?"

"....이게 뭐라고? 그.. 뿌리펌?"



미친 뿌리펌이랜다. 찬열삼촌은 치킨을 먹다말고 소파에 나뒹굴어 배가 찢어져라 웃었다. 그리고 한동안 뿌링클을 뿌리펌이라 불렀다. 아이고~ 우리 백현이. 또 뿌리펌 시켜줄까? 에리도 뿌리펌 먹을래? 삼촌은 일부러 변백현을 약올리는듯이 깐쪽대며 뿌리펌이라 놀렸다. 너 진짜, 금융기업 이사라는 애가 이렇게 시대흐름을 못따라가서 어떡하냐.  갑분싸라는 뜻은 아냐? 이거 우리 병원 환자중에 에리만한 고딩있거든? 개한테 들었는데, 너같은 애보고 하는거야. 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



변백현은 이렇게 좀 올드한 부분이 있었다. 요즘 시대나 트렌드에 맞춰 휙휙 따라가지 못하는 그런거. 나는 TV에 정신이 팔려있는 변백현의 팔을 잡고 흔들다가 손을 만지작거렸다. 배켠.... 진짜 2시간째 뉴스만 보면 안지루해? 예능도 봐줘야지. 배켠 진짜 노잼이야... 변백현은 내 말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졌는지 여전히 미간을 찌뿌린채 경제뉴스를 듣고있었다. 됐어, 나 방에 갈래. 나는 변백현의 서재로 가 아이패드로 예능방송을 틀었다, 하지만 이미 예능방송이 끝나고 금토드라마가 나오고있었다.

 

"우리..헤어지자."

"넌 헤어지자는 소리 진짜 쉽게 한다."

"나 이제 너 안사랑해."

"난 너 사랑해."



이런 미친, 오글거려서 죽을것같어. 지예가 금요일 토요일마다 보고 눈물 한바가지를 흘린다는 드라마가 이거였다니.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있었다. 사랑한다는 말. 드라마 속 배우가 해도 이렇게 오글거리는데 내가 변백현에게 할수나 있을까. 암만 생각해도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뻔하지만 쉽지 않은 말이다.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행여나 변백현이 볼까봐 재빨리 아이패드를 끈 뒤 침실로 가 변백현의 옆에 누웠다.  변백현은 침실 불을 다 꺼놓고 무드등만 킨 채 영자신문을 읽고 있었다. 누워서 영자신문을 열심히 읽고있는 변백현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사랑한다는 말. 약간 유치하고 낯 간지러운거 아는데도 한번쯤은 듣고 싶다.



"배쿠... 준면쌤이 그러는데 어두운데서 글자보면 눈 나빠진데."

"에리 잘꺼야? 이거 꺼줄까?"

"아니.. 그냥 배쿠 맨날 뉴스도 보고 신문도 읽으려면 지겨울거같아서."



나 잘래. 나는 괜히 피곤한 척 변백현을 등지고 옆으로 누웠다. 변백현이 무드등을 끄고 신문을 접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변백현이 내 옆에 붙어 이불을 덮고 누웠다. 나도 눈을 감고 잠을 자려는데 오늘따라 1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았다. 한 20분 지났을까, 변백현이 말을 걸었다. 자? 안자는거 다 알아. 나 보고 누워봐. 나는 귀찮아하며 변백현을 보고 옆으로 다시 누웠다. 그리고는 변백현한테 말했다. 나 잘꺼야. 피곤해.





"김에리. 내가 오늘 뉴스를 봤는데."

".....봤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찾아봤어."

"....."

"내가 에리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야."

"수능이나 대입 관련 입시 용어야?"

"아니. 내가 진짜 해주고싶은말. 김에리 커엽다. 좋못사."





변백현은 이불로 입을 가리고 눈웃음을 치며 나한테 말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요즘 10대 인싸 유행어라고 뉴스에 나왔어. 에리 이거 알아? 나는 변백현의 말을 듣고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커엽다는 귀엽다라는거 까지는 알고있었다. 근데, 좋못사가 대체 뭐지. 나도 모르는 신조어를, 좋못사야 좆못사야. 어감이 좀 이상한데. 어디서 이상한 욕 배워온거 아니야? 좋못사의 뜻을 열심히 유추해보지만 도저히 좋못사의 뜻이 뭔지 모르겠다. 변백현이 이불 안에서 손을 빼고는 내 볼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김에리, 10대면서 이런 말도 모르는거야, 설마? 학교에서 아싸야?



"....커엽다는 귀엽다는 뜻 아니야? 얼핏 보면 커 자가 귀 자 처럼 보이니까."

"좋못사는?"

"......"

"에리한테 진짜 해주고싶은 말."

"뭐야? 알려줘."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고."





-










"그렇게 해서...변백현이랑 사귀게.... 되었어."

".....걔 바쁠텐데 잘해주디? 괴롭히진 않고?"

"엥? 아니야! 좀 많이 바쁘긴해도.. 변백현 나한테 엄청 잘해줘!"

"백현이가 괴롭히면~ 쌤한테 말해."




쌤이 변백현 혼내줄게. 준면쌤이 푸스스 웃으면서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급식을 먹고 매점앞 벤치에  앉아 준면쌤과 함꼐 피크닉을 마시고 있었다. 변백현과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후, 말할까 말까 수십억번을 고민하다 준면쌤한테 처음 털어놓게 되었다. 준면쌤은 변백현이랑 친하니까 말해도 되겠지... 아직 아무한테도 얘기 안한건데. 쌤은 놀라실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어색해지지 않게 웃으며 잘 대답해주셨다. 변백현이 괴롭히거나 변백현이랑 싸우면 쌤한테 말하라고.   썜 안녕하세요! 어,그래 얘들아. 3학년 선배들이 매점 앞을 지나가며 쌤에게 인사를 하였다. 아무렇게나 걸친 체육복에 질끈 묶은 머리. 누가 봐도 수능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대한민국의 고삼이다. 나도 저렇게 될까. 머리도 못감아서 묶고 다니고 교복 치마밑에 체육복 입고다니고. 많이 힘들겠지, 매일같이 앉아서 열두시간씩 공부만 하니까. 준면쌤이 피크닉 빨때를 잘근잘근 씹고있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그러고보니 이제 고삼들 수능 보면 에리가 고삼이네. 시간 진짜 빠르다. 너 처음본게 1학년때였는데.. 쌤...난 아직도 마음만은 17살이야.


"가고싶은 학과는 있어?"

"...딱히"

"지금부터 찾아보면 되지."

".....모의고사랑 중간고사 성적표있잖아, 변백현한테 보냈어?"

"아침에 메일로 보냈는데, 걔가 바빠서 봤을지는 모르겠다. "

"헐! 미친, 벌써 보냈어? "

"그래. 너 쌤이 공부좀 하라고 했는데,왜 성적이 그 모양이야."

"아니...쌤, 나도 진짜 공부 한다고 한건데....."



꼭 대학 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중에 너가 진짜 하고싶은게 뭔지부터 생각해봐. 만약에 진짜 하고싶은게 생겼는데, 공부나 대학때문에 못하게 될 수도 있잖아. 응? 준면쌤은 그렇게 말씀하신 후 곧 수업이 시작하겠다며 나를 올려보냈다. 수능이 벌써 다음주이고, 이제 진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나도 1년뒤에 수능을 보는구나. 난 진짜 수능 안볼줄 알았는데. 만약에 대학 못가면 어떡하지. 재수...해야할까? 지방에서 학교 다니면 변백현 얼굴도 주말밖에 못볼텐데. 아니 어쩌면 변백현은 지금보다 더 바빠져서 진짜 자주 못볼 수도. 한달에 한번? 갑자기 수능을 말아먹고 지방대를 가 변백현을 못본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변백현의 서재에서 옆에 앉아 학교 숙제를 했다.  정확히는 학교 숙제를 펼쳐놓고 컴퓨터로 메일을 읽는 변백현을 몰래 힐끔힐끔 보고있었다. 변백현은 메일을 한참이나 읽고 파일들을 정리하더니  갑자기 미간에 주름을 진 채 컴퓨터 화면을 보았다. 뭘 보나 힐끔 컴퓨터 화면을 봤더니 보내는 사람 김준면이라 떠있는 메일을 보고 있다. 정확히는 컴퓨터 화면속에 있는 내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와 9월 모의고사 성적표.  회사에서 메일로 봤을텐데, 두번 다시봐도 믿기지 않는 성적인가보다. 그래도 중간고사는 아파서 다 말아먹은건데. 먹히지도 않을 변명들을 생각하며 학교 숙제로 시선을 옮겼다.  변백현이 안경을 벗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에리야."

"엉?"

"이제 딱 1년 남았어."

"그치..."

"공부좀....열심히 해야하지 않을까? 응?"



변백현이 화를 꾹꾹 눌러담고있는게 눈에 보였다. 차라리 못봤으면 이게 성적이냐고 하면서 화를 내지, 저러는게 더 무섭다. 아니... 기말고사때는 좀더 잘볼게,배쿠야. 나는 어색하게 입꼬리만 올리며 변백현의 눈치를 보았다. 변백현이 나에게 물었다. 나중에, 하고싶은건 있어? 음..배쿠부인? 나는 변백현을 뚫어져라 쳐다본채 말했다. 약 3초간 변백현의 서재에 정적이 흘렀고 변백현이 어이없다는듯이 피식 웃었다.



"배쿠부인? 에리 나중에 사람들이 직업이 뭐냐고 물어볼때 배쿠부인이라 대답할래?"

"아니... 농담인데."

"....나중에 뭐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나랑같이"




그리고 이제부터 매일  공부해. 하다 모르는거 있으면 김준면이나 나한테 물어보고. 변백현도  준면쌤과 비슷한 말을 했다. 내가 고3이 되긴 하나보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 한 후 학교 숙제를 했다. 서재에는 다시 마우스가 달칵거리는 소리와 정적이 흘렀다. 내가 수능을 보고 성인이 되면 그때도 변백현과 나는 잘 지내고 있을까.































암호닉&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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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셨나요. 설 연휴 내내 혹시 글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여러 번 글잡 들락거렸어요ㅎㅎ 오늘도 잘 봤습니다! 우리 에리.. 언제 성인 돼서 배쿠랑 으른연애 하나욧. (ᗒᗣᗕ)՞
5년 전
비회원50.236
작가님 ㅠㅠㅠ 비회원이라서 눈팅만 하다가 댓글이 힘 된다고 하길래 댓글 달아요ㅠㅠ 요새 맨날 이거 기다리는 재미로 인티 들어와요 !!!! 글이 너무 매력있습니다 ㅠㅠ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5년 전
독자2
백현이랑 어쩔 수 없이 세대차이가 나네요ㅠㅠㅠㅠㅠ근데 백현이 너 이번편에 엄청 무뚝뚝하고 그렇다...
5년 전
독자3
이제와서 정주행 해보는데 너무너무너부너뷰 제밌어요,. 완결까지 없어서 아쉽네요 ㅠㅠ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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