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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문태일] 너드 문태일 A | 인스티즈



너드

문태일





0.




가진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는 괴짜 한 명이 있다. 이름은 문태일 나이는 스물넷. 수석으로 입학을 하고 여전히 수석을 유지하고 있다. 학과 사람들은 그를 너드라고 불렀다. 너드의 시초를 거슬러 가보자면 학과 오티가 있는 날이었다. 




“쟤 뭐야?”

“세상에- 무슨 고깃집에 노트북을…”

“얼굴은 멀쩡하게 생긴 애가 왜 저런데?”




대학교 입학을 하고 처음 갖게 된 학과 행사였다. 새내기들은 부푼 마음을 안고 선배들과 마주한 자리에 한껏 멋을 부리고 왔지만 유독 특이한 새내기 한 명이 있었다. 




“어이 1학년. 너 지금 뭐해?”




일명 해리포터 안경을 쓴 남자는 열심히 노트북 타자를 두드렸다. 학회장의 물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손의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쟤가 걘가? 수석으로 들어왔다는 애 있잖아.”

“아, 문…뭐였지?”

“문태일. 문태일이다.”




저를 두고 떠드는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문태일은 원체 그런 인간이었다. 컴퓨터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어디를 가든 컴퓨터를 끼고 살았다. 주로 한컴타자연습에 들어가서 ‘동백꽃’을 쳤다. 가끔 심심하면 게임도 했다. 물론 프로그램을 다운 받지 않고 컴퓨터 내에 있는 게임을 했다. 예를 들면 지뢰 찾기, 포커, 카드놀이 따위 등을 말이다. 




“야 문태일. 너 그거 안 닫을래?”

“……”

“어쭈. 대답 안 하지?”




문태일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을 때 누군가 건드는 일을 제일 싫어했다. 흐름이 끊겨. 그 나름대로 철학이 있었다. 노트북을 가져 온 가방에 넣었다. 꾸벅. 자리에서 일어나 목인사를 하고 그대로 고깃집을 나왔다. 


그 때부터였다. 과 사람들은 문태일을 너드라고 불렀다. 




1.




아침부터 김여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무려 2년 만에 학교를 왔기 때문에 그럴 만도 했다. 17학번 사이에서 2학년인척을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1년만, 1년만 하던 휴학이 2년이 될 줄은 몰랐다. 김여주는 망한 수강신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컴퓨터 관련 교양을 듣게 됐다. 


컴퓨터와 김여주의 상관관계는 0이었다. 김여주는 아날로그를 선호했다. 글을 쓰는 걸 좋아했고 시를 읽는 걸 좋아했다. 한마디로 디지털은 딱 질색인 사람이다. 




“출석 부르겠습니다.” 




김여주는 뒷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출석을 부르는 조교를 보았다. 네, 네- 대답하는 사람들을 매의 눈으로 훑었다. 사람의 첫인상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강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이 강의는 망한 것 같다는 생각이 조심스레 들었다. 김여주는 스마트폰을 극도로 싫어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큰 장애물이 바로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의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스마트폰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김여주?”

“…아, 네!”




생각이 많았다. 김여주는 생각이 많아서 오지랖도 넓었다. 오지랖 넓은 김여주가 황급히 사람들에게 쏟았던 시선을 거두고 가져온 공책을 펼쳤다. 30명의 출석을 다 부른 조교는 강의실을 나갔다. 곧이어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의실 안에 들어오자마자 교수는 말했다. 




“조별과제 조를 부르도록 하지요.” 




2.




문태일은 건너편에 앉아 있는 김여주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덥수룩한 앞머리 때문에 김여주의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각도를 계산하자면 김여주는 지금 문태일의 노트북에 시선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큼, 큼. 김여주가 헛기침을 했다. 문태일은 노트북을 닫고 전원을 껐다. 




“제가 다 할 테니 그 쪽은 숟가락만 얹으세요.” 

“…네?”




드디어 김여주의 눈을 보았다. 문태일은 놀란 눈을 하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김여주에게 덤덤히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긴데요.” 

“아니, 조별과젠데…”

“그럼 이만.”

“저기요…!”




뒤늦게야 상황 파악이 된 김여주가 문태일을 불렀다. 하지만 문태일은 이미 가방을 메고 강의실을 빠져 나간 뒤였다. 




3.




- 야 진짜 미안. 나 때는 그거 조별과제 없었는데. 




김여주는 ‘컴퓨터와 인간의 관계’를 강력추천해준 컴퓨터공학과 친구를 나무랐다. 




“너 근데 문태일이라고 알아?”

- 문태일? 걔 혹시 안경 쓰고 다녀?

“응. 노트북도 가방에 들고 다니던데.”

- 걔 아직도 그러고 다녀? 




친구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김여주는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을 입에 욱여 넣었다.




“나 그 사람이랑 같은 조야.”

- 헐, 너 운 좋다. 

“무슨 의미인지 물어도 돼?”

- 걔랑 같은 조면 맨날 걔 혼자 과제했거든. 걔 별명이 뭐였는 줄 알아?

“뭐였는데?”




김여주는 마지막 한 입 남은 밥 덩어리를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거리며 손에 묻은 기름을 의자에 문질렀다. 




- 너드. 컴퓨터만 아는 괴짜.




누군가 의자에 뱉고 간 껌이 김여주의 손에 묻었다. 김여주는 그만 통화를 끊었다. 




4. 




문태일은 학교 식당 안에서 밥을 먹었다. 다음 수업이 없기 때문에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다. 노트북을 꺼내서 지뢰 찾기를 했다. 밥을 먹을 때 지뢰 찾기를 하면 밥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마우스를 잡고 있지 않은 한 쪽 손으로 밥을 입 안에 떠 가져가려는 그 순간.




“저기요.”




얇은 음성이 바로 앞에서 들렸다. 문태일은 딸칵- 지뢰가 폭발한 것을 보고 난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조별과제 있잖아요.”




김여주였다. 김여주의 오른쪽 손 끝엔 물기가 묻어 있었다. 문태일은 마우스에 손을 떼고 김여주를 올려다 보았다. 김여주가 무어라 말을 하려는 참에 문태일이 안경을 슬쩍 올렸다. 




“그 이야기는 아까 다 끝난 것 같은데요.”

“원래 성격이 그래요? 마이웨이?”

“마이웨이는 아닌데요. 컴퓨터랑 함께해요 늘.”




문태일은 악센트를 줘가며 말했다. 도도도도. 김여주가 말할 틈을 절대 주지 않았다. 김여주는 짧은 탄식을 내뱉고 팔짱을 꼈다. 




“아..그러시구나.”

“용건이 끝났으면 가주세요.”

“사람들이 그 쪽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그건 내 알 바가 아닌데요.”

“너드래요. 컴퓨터만 아는 괴짜.”




이번에는 김여주가 악센트를 줘가며 말했다. 딸칵- 마우스를 누르던 문태일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문태일은 노트북을 닫고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아직 음식이 남아 있는 식판을 들고 가방을 멨다. 그리고는 입을 앙 다물고 있는 김여주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좋은 뜻을 가진 별명인 것 같은데요.”

“…예?”

“앞으로는 그 쪽도 그렇게 불러주세요.”

“……”

“그럼 이만.”




김여주는 자신의 오지랖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5.




김여주는 서점에 들려 시집 하나를 샀다. 심신 안정을 위한 해결책이었다. 


「컴퓨터와 인간」




6.




문태일은 주말 아침부터 노트북을 켰다. 자연스레 한컴타자연습에 들어가서 동백꽃을 눌렀다. 타닥, 타닥. 타자 치는 소리가 묘하게 어울렀다. 눈을 감고 타자를 쳤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문태일은 혀를 한 번 찼다.



문태일 님의 연습결과

평균타수 : 614타

정확도 : 61%

연습시간 : 1분 6초




7.




일주일에 딱 한 번 들은 교양 수업을 김여주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유는 문태일 때문이었다. 그 때가 아니면 문태일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과도 달랐고 번호도 몰랐다. 아는 건 이름과 그의 별명뿐이었다. 일주일간 김여주는 많은 생각을 했다. 




“일주일만이네요.”

“그러네요.”

“정말 혼자 다 할 거예요?”




오늘은 기필코 문태일에게 과제를 함께 하자고 말 할 생각이었다. 김여주는 누군가에게 빚지는 일을 굉장히 싫어했다.




“아니요.”




김여주는 외투 주머니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문태일에게 번호를 물어보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답이 나왔다. 어느 때처럼 네, 하는 문태일의 답이 들려올 줄 알았는데. 김여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태일을 보았다. 




“컴퓨터랑 같이요. 정확히 말하자면 노트북이죠.”




허, 김여주의 입꼬리가 비틀어 올라갔다. 




8.




“그런 인간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어떻게 그래?”

- 너드가 좀 특이해. 




오늘도 건진 건 없었다. 김여주는 친구에게 곧장 전화를 걸어 문태일의 이야기를 했다.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 같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 그래서. 번호는 물어 봤어?

“물어보려다 말았다니까. 그냥 상종을 하지 말까 봐.”

- 걔 번호 아무한테나 안 알려 주기로 유명해. 우리 과에서 조교 빼곤…아, 학회장도 빼고는 걔 번호 아무도 모를걸?




김여주는 방금 전 자신이 한 말을 다시 삼켰다. 눈 앞에 문태일이 지나갔다. 오지랖이 넓은 걸 탓할 수 밖에 없었다. 김여주는 퍽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가방을 메고 캠퍼스를 걷는 문태일의 이름을 우렁차게 불렀다. 




“문태일씨!!!!”

- 아, 깜짝이야. 




김여주의 고함을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 친구는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한 번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번갈아 보았다.




9.




문태일은 호흡을 몰아 쉬는 김여주를 멀뚱히 보았다. 3월의 캠퍼스는 꽃샘추위가 한창이었다. 그 때문에 김여주의 두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문태일은 가만히 홍조가 띤 얼굴을 보다 이내 제 갈 길을 가려 했다. 




“안되겠어요.”




하지만 끝내 말을 뱉어내는 김여주 때문에 자리에 멈춰 섰다. 




“조별과제 같이 해요.”

“싫은데요.”

“아니 왜 그래요 진짜?”




김여주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문태일을 보았다. 처음 보았던 그 표정과 변한 게 없었다. 문태일의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언제나 무(無)의 얼굴로 일관했다. 




“제가 싫어요?”

“질문이 너무 빠른 것 같은데요.”

“…네?”

“그럼 이만.”




또 다시 김여주는 문태일을 놓쳤다. 멀어지는 문태일의 뒷모습을 멍청이처럼 보기만 했다. 끝내 김여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10.




김여주는 서점에 들렸다. 새로운 시집을 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심신 안정을 위해서였다. 책을 보자. 시집을 읽자. 김여주는 나란히 정렬되어 있는 책들을 보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마땅히 끌리는 제목이 없어 찬찬히 둘러보던 중이었다. 




“…미친.”




자신이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헛것이 보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 타닥, 타닥 조용히 울려 퍼지는 소리에 김여주는 헛것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퍽 진지한 얼굴로 타자를 치고 있는 문태일을 물끄럼 보았다. 



문태일은 김여주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김여주는 허리를 숙이고 문태일의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놈의 노트북으로 대체 뭘 하길래. 저번처럼 지뢰 찾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문태일의 손이 그랬다. 슬금슬금 문태일의 바로 뒤까지 온 김여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타닥, 타닥. 


문태일이 열심히 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애국가였다. 




11.




“우리 과 아냐. 컴공과에 문태일이라구…”




교양 수업이 아닌 전공 수업 때 문태일의 이름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수줍게 말을 잇는 17학번의 얼굴이 붉어졌다. 김여주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 아이를 보았다. 




“대박. 번호는 물어봤어? 말은? 걸어봤어?”

“야 근데…나 컴공과에 아는 오빠 있어서 그 사람 소문 같은 거 들었는데…”

“왜, 왜…?”




내내 가만히 있던 17학번의 친구가 곤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근처에 앉아 있던 김여주 또한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들었다. 보나마나 너드라는 말이 나오겠지. 인간과 소통을 하지 않는 컴퓨터만 아는 괴짜. 디지털 시대에 잘못 길들여진…




“게이래.”

“…뭐?”

“언, 언니…왜요?”




김여주는 저도 모르게 고갤 돌렸다. 




“언니…?”

“게이라니. 설득력 있어.”

“…네?”




김여주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12.




문태일은 눈을 감고 타자를 쳤다. 자신이 아끼는 동백꽃이었다. 타닥, 타닥. 타자 소리에 맞춰 혀가 입술을 훑었다. 눈을 떴을 때, 문태일의 입꼬리는 씰룩 올라갔다. 



문태일 님의 연습결과

평균타수 : 614타

정확도 : 94%

연습시간 : 1분 6초



노력의 결과였다. 




13.




어김없이 교양 시간이 찾아왔다. 김여주는 수업을 일찍 끝내주신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마주 보고 앉은 문태일의 표정은 오늘도 무(無)였다. 




“과제는 잘 돼가요?”

“네.”




김여주는 미심쩍은 얼굴로 문태일을 보았다. 이제 오지랖을 그만 부리기로 결심했다. 분명, 그것은 결심이었다. 




“제 이름 뺄 거예요?”

“아니요.”

“감사하네요 참.”




문태일은 대답 없이 김여주를 응시했다. 뭘 이런 걸로 다. 문태일의 무표정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애국가 좋아하나 봐요.”

“동백꽃이 더 좋은데요.”

“아…네.”




김여주의 떨떠름한 표정이 못내 마음에 걸린 건지 모르겠다. 문태일은 옆에 내려 두었던 가방을 메면서 조용히 말했다. 




“대한민국이 싫다는 건 아닌데.”

“…예?”

“애국가도 좋아해요.”




말을 끝으로 문태일은 강의실을 빠져 나갔다. 김여주는 문태일의 게이설을 다시금 회상했다. 




14.




처음부터 문태일이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렸을 적 문태일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다. 그 때문에 문태일의 삼촌이 그를 보살폈는데 하필이면 삼촌의 관심사가 컴퓨터였다. 문태일의 삼촌은 디지털을 좋아했다. 자연스레 문태일은 삼촌이 하는 걸 보고 배웠다. 그 결과 문태일의 애착인형은 뿡뿡이나 텔레토비가 아닌 컴퓨터가 되었다. 문태일은 컴퓨터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왜.”

- 또 컴퓨터 해?

“응.”




그렇다고 문태일에게 친구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문태일도 사람인지라 친구는 있었다. 고작 한 명이었지만 문태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김없이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와중 친구 이태용에게 전화가 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그러하듯 문태일과 이태용의 첫 시작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 밖에 나오라고 하면,

“안 나가.”

- 너는 정말 대단한 인간이야.

“할 말 다 끝났어?”




타닥, 타닥. 문태일의 자취방 안에 타자 소리가 울렸다. 전화 너머 이태용도 그 소리를 들었나 보다. 




- 아직도 연습 해?

“응.”

- 너는 정말,

“심심하면 우리 집 오던지.”




순간 이태용의 얼굴색이 환하게 변했다. 나 진짜 간다? 이태용이 재차 물었다. 문태일은 휴대폰을 귀와 어깨 사이에 두고 열심히 타자를 쳤다. 




“엉.”




대답을 마침과 동시에 전화가 끊겼다. 문태일은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문태일 님의 연습결과

평균타수 : 614타

정확도 : 93%

연습시간 : 1분 7초



지난번 보다 정확도는 1퍼센트가 줄었고 연습시간은 1초가 늘었다. …이태용 때문이다. 문태일은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는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곧, 문태일의 눈이 감겼다. 




15.




김여주는 원체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건 어릴 때부터 마찬가지였다. 몇 주 전 친구의 말에 홀려서 앞머리를 자른 게 화근이었다. 꾸미는 걸 귀찮아해서 앞머리 없이 24년을 살았는데. 갑작스레 생긴 앞머리는 김여주를 귀찮게 했다. 차라리 앞머리를 기르는 게 나았다. 김여주는 앞머리가 눈을 찔러도 그러려니 살았다. 일명 우기명컷이라며 친구가 놀려도 앞머리가 기를 날만 기다렸다.



분명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말이다.




“솔직히 여주 언니…되게 좀 그렇지 않아?”

“맞아. 그 언니 볼 때면 괜히 무서워.”

“앞머리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 눈이 안보이잖아 눈이.”




과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전공 수업을 듣기 전, 김여주는 화장실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들 때문에 크나 큰 결심을 했다. 친구가 아무리 놀려도 자르지 않았던 앞머리였다. 전공 수업을 듣지도 않았다. 김여주는 곧장 집으로 와서 가위를 들었다. 김여주는 오지랖이 넓었다. 그래서 생각도 많았다. 




“…씨발.”




김여주가 낮게 욕을 뱉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망했어어!!!!!!”




싹둑. 김여주의 덥수룩한 앞머리가 동강이 났다. 애처롭게 쳐져 있는 김여주의 팔자 눈썹이 훤히 보였다. 김여주는 울상을 지으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16.




[NCT/문태일] 너드 문태일 A | 인스티즈




“비트 주세요.”




문태일은 이따금씩 요상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이태용은 익숙한 듯 가뿐히 문태일을 무시하고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제야 문태일은 이태용의 눈치를 슬슬 보며 노트북에 시선을 두었다.




“별로였나.”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럴 땐 스,”

“트로니 하지마.”




순간 정적이 흘렀다. 문태일은 입을 다물고 한컴타자연습에 들어갔다. 이태용은 커피를 홀짝이며 스마트폰을 만졌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커피잔을 내려 놓으며 눈을 반짝였다.




“동백꽃은 잘 돼가?”

“어느 정도는.”

“그럼 한 번 보여줘.”

“싫은데.”

“내 부탁인데?”

“그래서 싫어.”




이태용은 입을 삐죽이며 문태일을 흘겼다. 그러던 말던 문태일은 타자를 치는데 집중했다. 문태일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눈을 감고 동백꽃을 정확도 100퍼센트로 치는 것. 이태용은 다 마신 커피잔을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




“성공하면 보여줄게. 됐지.”




이태용의 표정이 못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문태일은 아이를 달래는 듯한 어투로 이태용을 어르고 달랬다. 그제서야 이태용의 울상 가득한 얼굴이 풀렸다.




“내가 치는 거 동영상 찍어줘?”

“별걸 다.”

“좋으면서.”




문태일은 말없이 타자 연습을 했다. 좋긴 한가 보다. 문태일의 입가에 미소가 얹어졌다.




17.




- 뭐라고?

“게이 친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김여주의 말에 친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김여주의 얼굴은 퍽 진지했다. 문태일의 게이설이 꽤 설득력이 있었나 보다. 김여주는 평소 읽던 책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아주 큰 그림을 생각했다. 아주, 큰, 그림.




- 앞머리를 자르더니 네가 드디어 미쳤어. 그렇지?

“어떻게 친해지지?”

- 뭘 친해져. 번호도 모르면서.




친구의 핀잔은 틀린 말 하나 없었다. 김여주는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짧은 앞머리를 쭈욱- 잡아당겼다.




- 야. 그나저나 과제는 잘 돼가는 중이야?

“…나 아무래도 천잰가 봐.”

-…뭐?

“끊어.”




김여주의 얼굴에 알 듯 모를 듯 오묘한 웃음이 번졌다. 




18.




과제 발표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김여주는 애가 탔다. 발표는 어떤 식으로 할 건지, 본인의 이름은 정말 넣어주는 건지. 빚지기에는 김여주의 성격이 용납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여주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주, 큰, 그림.



문태일이 있는 공과대학 건물로 직접 걸음을 옮겼다. 수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중 문태일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이 지금 딱 들어 맞았다. 멀리서 걸어 오는 문태일과 그의 친구로 추정되는 남자가 김여주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김여주는 저 인간에게도 친구가 있긴 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내 문태일을 놓칠세라 김여주는 맞은편에서 걸어 오고 있는 문태일의 앞에 재빨리 뛰어갔다. 




“안녕하세요 문태일씨.”




갑작스런 김여주의 등장에도 문태일은 놀란 기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덤덤했다. 이태용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문태일과 김여주를 힐끔거렸다.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네?”

“앞머리요. 잘랐잖아요.”




김여주는 예상치 못한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입만 뻐끔거리고 있을 때, 이태용이 음흉하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 김여주는 멀어지는 이태용의 뒷모습을 보았다. 문태일의 친구답게 특이한 인간이다. 문태일이 끼고 있는 안경을 같이 끼고 있는 걸 보니, 설마…. 




“친구인가 봐요.”




김여주는 넌지시 물었다. 문태일은 무(無)의 얼굴로 김여주의 동그란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네. 친하죠.”

“안경이 똑같아요.”

“쟤가 따라 산 건데요.”

“아…예. 그러시구나.”




문태일은 안경을 치켜 올렸다. 무언가 할 말이 있을 때 나오는 문태일의 습관 중 하나였다. 




“용건이 뭔데요.”

“네?”

“나 찾아온 이유 물은 건데요.”




김여주는 오지랖이 넓다. 또 생각도 많았다. 




“그런 말이 있죠.”




문태일의 시선이 김여주에게 던져졌다. 김여주는 굳은 결심을 한 사람 마냥 눈에 힘을 주고 문태일을 보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19.




“같이해요 조별과제.”

“네.”

“네?”

“하자면서요.”

“아-”

“하자는 건데요.”




당돌한 대답에 김여주는 당황했다. 문태일은 김여주를 빤히 보며 가방을 고쳐 멨다. 분명, 저 가방 안에는 노트북이 있을 것이다. 김여주는 가방 안에 노트북이 없으면 앞머리를 밀어 버릴 생각이었다. 단지 생각뿐이었다. 




20.




김여주는 처음으로 문태일과 과제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나누었다. 카페에서 마주 보고 앉아 각자 시킨 음료를 홀짝였다. 김여주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동시에 문태일의 시선이 김여주에게 닿았다.




“한 번도 다른 사람이랑 같이 조별과제 해본 적 없죠?”




기다렸다는 듯이 김여주가 질문을 했다. 




“네.”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이 문태일이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렇게, 이건 이렇다. 이런 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는데요.”

“뭘요?”

“해결책. 여기요.”




문태일은 노트북을 돌려 김여주에게 보여주었다. 김여주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마주한 문태일의 얼굴은 왜인지 모를 뿌듯함이 가득 들어 찼다.




“네..잘하셨네요.”




김여주는 깨달았다. 


이 인간은 조별과제를 같이 하자는 걸 있는 그대로의 뜻으로 받아 들였구나. 문태일은 그랬다. 김여주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조별과제를 같이 한 것이라고 친 것 같았다.


문태일은 특이했다. 김여주의 상상이상으로 더. 








너드 태일이는 하루에 두편씩 올릴 것 같아요!

짧아서 완결은 아마 알파벳 D..? 면 끝날 것 같네여 ㅎㅁ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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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우연히 들어왔다가 진짜 놀랐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 진짜 제일 좋아하던 글이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엉엉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3
아 세상에 작가님,,,너드 문태일이라니,,,,저 진짜 소리지르면서 들어왔습니다ㅠㅠㅠㅠ엉엉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진짜 사랑하는 글,,,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4
작가님ㅜㅜㅜㅠ 돌아오셨군요.... 진짜 기쁩니당....
5년 전
비회원175.51
대받대박 진짜 작가님 이게 그 너드,, 제가 보고 있는게 실화인가요 따흑ㅜㅜㅜ 정말 너드 태일 발리네요,,, 짱 완전 재미써요 흑흑 작가님 사랑합니다
5년 전
독자5
악 너무 재밌어요,, 너드 문태일 짱이야 ㅠㅠㅠ
5년 전
비회원88.211
와 작가님 들어왔다가 깜짝 놀랬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드 태일이라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보고 있는게 실환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담편도 기대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사랑함니다❣❣❣❣❣❣
5년 전
비회원238.129
차기작이 이렇게 바로 나오다니 ㅠㅠㅠㅠ 작가명이 달라서 엥 했어요 ㅋㅋㅋ 요번 글도 잘 읽을게요 🖤
5년 전
독자6
너드라니... 감사합니다 작가님..
5년 전
독자7
너드 문태일.. 대박ㅠㅠㅠ 너무 재밌어요ㅠ짱짱
5년 전
독자8
정말 어려운 사람 이네요..... .여주...멋져..
5년 전
독자9
재밌어요 ㅠㅠㅠ!!!! 너드 태일 대박이네여...
5년 전
독자10
흐억 저 이거에 투표햇는데ㅠㅠㅠ 넘 조아요
5년 전
독자11
와 헐 할 할 헐 헐 저 왜 이제서야 본거죠,, 잠깐,, 헐 작가님 너드탤,, 지금 우는 중이에요,, 제가 정ㅇ말 좋아하는 글이었어서 보자마자 심장 넘 ㅂ빨리뛰고,, 음 어,, 다시 올려주셔서 넘 감사해요 다시 천천히 아껴서 읽을거예오,,
5년 전
비회원14.250
글 너무 오랜만이다ㅜㅜㅜㅜㅜ
5년 전
독자12
진짜 보고싶었던 글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진짜ㅠㅠㅠ
5년 전
비회원201.27
사실 태일이 글 진짜 찾아봐도 잘 없는데...일케 태일이 글을 써주시다니요 넘 감사해요 흐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3
너드문태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4
다시 읽고싶다 너무너무 읽고싶어요...
4년 전
독자15
친구가 추천해줘서 봤는데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6
작가님 이거 전체글 다 없어진거죠..? 너무 그리워요...
4년 전
독자17
이걸 왜 지금봤지 너무재밌어여.... 다음편 보고싶어요
4년 전
독자18
너무욱.
....
그리워요
보고싶어어어억ㄱ....

3년 전
비회원32.162
작가님 이거 정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이었답니다... 다시 봐도 재밌네요 ㅠㅠ
3년 전
독자19
작가님 보고싶어요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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