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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ZOE 전체글ll조회 1148l 3
2018년 2월 어느날. 


'까톡'

-다들 퇴근하면 11시까지 거실로 모입시다. 우리 얘기 좀 해야지?


건조한 공기에 한껏 뻑뻑해진 눈으로 호석의 형이 보낸 카톡을 읽었다.
메시지 옆의 노란색 숫자가 하나 둘 줄어들었다.

"정국 씨, 도착했어요. 고생 많았고. 내일은 푹 쉬고요."

"감사합니다."

"수요일에는 아침 일찍 데리러 올 거니까 늦잠 자지 말고."

"네. 들어가세요, 형."


매니저 형은 나보다 세 배는 더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백미러로 눈을 맞춘 채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곧 어둑한 지하주차장에 울리던 자동차 엔진소리가 희미해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찝찝한 몸부터 씻어냈다. 대충 머리를 말리고 나오니 이미 거실에는 형들이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제일 먼저 퇴근한 호석이 형과 지민이 형이 식탁 위에 주문한 배달음식과 온갖 술들을 잔뜩 늘어놓고 있었다. 나는 슬쩍 그 옆으로 가 컵과 나무젓가락 세팅을 도왔다.


드물게, 약속 시간이 되기도 전에 멤버들은 모두 거실로 모였다. 
우리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전투하듯이 음식들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술잔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분주히 움직이던 젓가락들이 서서히 느려질 무렵, 음식을 오물대던 입들이 한 마디씩 소리를 내었다. 

가장 먼저 말문을 튼 건 석진이 형이었다.


"그래서, 너네 각자 생각은 해 봤어?"

"갑자기요?"

갑작스런 화제전환에 남준이 형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이 말 하려고 모인 거잖아."

호석이 형이 거들었다.


그 한 마디에,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한층 가라앉았다. 와구와구, 장난스런 표정으로 떡볶이 속의 메추리알만 골라먹던 태형이 형은 젓가락까지 놓고 커다란 눈만 떼구르르 굴렸다.


"야, 갑자기 분위기 뭐냐. 누가 혼내냐?"

윤기 형이 애써 농담조로 말을 건넸지만 분위기는 점점 더 굳어갔다.
사실은 며칠 전에도 멤버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했었다. 아주 진지한 이야기였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


나는 형들의 눈치를 보며 눈물이 나오려는 걸 애써 꾹 참았다.
형들은.. 방탄소년단을 그만 두고 싶어했다.









사실 2016년까지만 해도, 정말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찾아왔다.

연이은 대상들과, 빌보드 수상, 과분한 관심의 시선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작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정말 기쁜 일인데, 정말 굉장한 일인데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떠안은 감정은 '두려움' 이었다. 


멤버들 모두가 얼떨떨해했다. 우리가? 왜? 이해가 안 돼. 
멤버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들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왜 우리를 보고 이렇게 열광하는지, 물론 우리의 노래가 좋고, 우리가 멋지게 꾸민 모습이 좋고, 우리가 춤추는 모습이 좋을 수는 있겠는데 그 관심의 정도가 너무 컸다. 


뿌듯하기도 하고, 믿기지 않기도 했다. 기쁜 것도 같은데, 한 편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아서 무덤덤했다. 그러나 모든 감정들의 시작과 끝엔 항상 두려움이 함께했다.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이 왜 우리를 보고 이렇게 좋아하는 거지? 내가, 우리가 뭘 했더라? 뭘 했기에,  이렇게 우리를 좋아하는 거지? 어떤 것을 봤기에?


하루는 너무 궁금해서 우리에 관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인터넷 기사들을 샅샅이 훑었다. 그들이 언급하는 우리가 사랑받는 이유는 이랬다. '실력', '소통', '친근함', '노력'.
온통 추상적인 것들 뿐이었다. 우리에겐 일상적인 것이라 이것들을 알았어도 우리가 사랑받는 이유를 실감하지 못했다.


한참을 혼란스러워 한 이후에는 그 모든 것들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음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사람들의 기대감도 전 세계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남준이 형은 우리가 일명 '반짝 스타' 가 되어 모든 사람의 기대를 받은 직후에 모든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을 걱정했다. 그건 윤기 형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음 앨범에 들어갈 곡 작업을 하면서도 언제나 표정이 어두웠다.


지민이 형과 태형이 형도,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셋이 있으면 항상 장난이 끊이질 않았는데, 장난을 치는 시간보다 서로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태형이 형은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했고, 지민이 형은 연습을 하거나 하루종일 핸드폰만 바라봤다.


믹스테잎 준비에 한창이던 호석이 형은, 이 때다 싶어 워커홀릭이 되어버렸다. 그 때의 나는 외로웠고, 풀이 죽어 있었다. 석진이 형은 그런 모두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부담감에 허덕이던 우리는, 결국 전부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되었다. 말로는 회의지만, 어디까지나 술판을 벌여놓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거다.


그리고 지민이 형이 멍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솔직히, 이제 제가 왜 이걸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어요."

"...."

"뭐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죽도록 열심히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요즘 따라 계속 드는 것 같아요.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

"사실..나도."


너무 지친 것 같아. 쉬고싶은 것 같기도 하고.

한참동안 이어진 침묵을 깨트린 건 호석이 형의 목소리였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굳어진 얼굴로 호석이 형을 바라봤다. 마치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석진이 형은 한숨을 쉬었고, 나머지 형들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땅바닥만 바라봤다. 
너무 슬펐다. 데뷔 전에 호석이 형이 관둔다고 회사를 나갔을 때 보다 백 배는 더 슬펐다. 나는 울지 않기 위해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빨갛게 남도록 주먹을 꽉 쥐어야 했다.



"나는 싫어요."


어렵게 뱉은 한 마디에 여섯 쌍의 눈이 모두 나를 향했다.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형들은 철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나는 쉬고 싶지 않아요."

"정국이 울어?"


태형이 형이 옆에서 조그마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난 솔직히 빌보드 재밌었는데. 그리고 나도 지치고 힘들긴 한데요, 쉬고싶지 않아요."

"맞아. 나도야."


침묵을 유지하던 석진이 형이 내게 동조했다.


"솔직히 우리가 진짜 밑바닥부터 여기까지 올라온 거잖아. 이제서야 전 세계가 관심 주고 있는데, 지쳐도 뭐라도 해 보고 쉬어야지 안 억울하지."

"무섭잖아요. 망할까봐.."

태형이 형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솔직한 말이었다. 다들 지금이 지치고 힘이 드는 이유였다. 망할까봐. 


"나도 무서워. 망하는 거 안 무서운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근데 그렇다고 여기서 도망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우리 그렇게 겁쟁이였어?"


석진이 형은 어느새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남준이 형이 조용히 일어나 석진이 형에게 다가갔다. 이런 식으로 한참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결국 해결된 것은 없었다. 우리는 며칠동안 각자 앞으로 가고 싶은 길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 동안 팀의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침체되어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농담도 하고, 장난도 쳤지만 가끔씩 알 수 없는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오늘이 결전의 날이었다. 우리는 오늘 모든 것을 결정짓기로 했다. 회사와의 계약기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싫어도 결정해야만 했다.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음식은 눈 앞에서 차갑게 식어갔다. 식탁 위에는 빈 술병만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다들 조용히 한숨만 내쉬는 가운데, 지민이 형이 머뭇거리며 핸드폰을 식탁 위에 올려놨다. 핸드폰에서는 영상 하나가 재생되고 있었다.


"이게 뭐야?"

남준이 형이 지민이 형의 핸드폰을 가져가며 물었다.


"이유요."

"어?"

"우리 팬들이 떼창하는 영상이에요."


지민이 형은 남준이 형에게서 다시 핸드폰을 가져가서 음량을 높였다. 작은 핸드폰 안에서 아미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내가 말했었잖아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내가 초심을 잃은건가 싶어서.. 그 동안 우리 영상들을 많이 찾아봤거든요? 근데 이게 있는거예요."


'Young Forever- We are young-'


핸드폰에서는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보니까 알겠더라고. 내가 왜 가수를 하려고 했는지. 좀 오글거리긴 한데, 나 이거 보고 울었잖아요. 내가 딴생각 한 거 아미들한테 미안해서."


지민이 형은 부끄러운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두 눈은 촉촉히 젖어있었다.


"그냥 이렇게 사랑 받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데, 괜히 내 욕심에 부담가졌던 것 같아요."


이미 이 사람들은 우리가 뭘 해도 좋아해주고 있었는데, 괜히 나 혼자 쫄아있었던 느낌이에요. 


태형이 형은 조용히 말하는 지민이형의 뒷통수를 기특하다는 듯이 큰 손으로 쓰다듬었다. 태형이 형이 별 말은 안했지만, 형도 그만 두기 싫었던 거다. 윤기 형도, 호석이 형도, 말 없이 핸드폰 속의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진이 형의 얼굴에도 그늘이 걷힌 것처럼 보였다.


"그럼 결론 난건가?"

"네?"

"나랑 윤기형은, 음악을 관둘 일은 없을 거라고 얘기했었어. 호석이도 요즘 믹스테잎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고. 진형이랑 정국이도 그만둘 생각 없었고. 태형이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으니까. 지민이도 지쳤던 이유를 찾았고. 우리 계속 방탄이네."



우리 계속 방탄이네.

맨정신에 들었으면 오글거린다고 힉힉대며 놀렸을 그 한 마디에 우리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부둥켜안았다. 술기운에 더 감정에 취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 날 우리를 있게 해 준 그 시간에 감사하고, 힘든 시간을 잘 버텨준 우리 멤버들에게도 감사한다. 비록 지쳤다고 쓸 데 없는 생각을 한 건.. 정신차리라고 뒷목을 한 대씩 쳐주고 싶긴 하지만. 결국 돌아와줬으니까. 떠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있게 해 준 아미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우리를 응원해주는 아미들이 아니었다면, 영상 속의 아미들의 노랫소리가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방탄소년단은 정말로 반짝 빛나고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아무튼 그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니 우리는 더 단단해졌고, 대범해졌다.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해주는 아미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우리는 또 다시 빌보드에 가게 되었고, 믿기 힘들었던 UN연설, 연이은 연말 시상식 대상 수상과 그래미 시상식 참석까지. 

그리고 이제는 스타디움 투어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준 아미들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 뿐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만큼, 사랑하는 우리 아미들도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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