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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얼굴꿀잼 전체글ll조회 1917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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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아, 빨리. 빨리!"

"누나 2층이래요!"


홍콩에서의 어느 화창한 5월, 나와 나재민은 두 손 가득 짐들을 달랑달랑 들고 페닌슐라 호텔의 로비를 달리고 있었다.

물론 매너가 아니라는걸 분명하게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신랑 신부의 들러리인 우리가 결혼식에 늦어버렸으니.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루카스와 그의 약혼녀의 결혼식 날 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우리 둘은 이동혁의 대찬 까임을 받으며 가지고 온 부케와 결혼 반지가 든 벨벳 상자를 루카스에게 내밀었다.

정작 당사자는 그저 웃으며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우리의 어깨를 두드렸는데 들러리인 이동혁이 혀를 차며 눈을 부라려 조금 억울했다.


"아니, 갑자기 길이 막히는데 어떡해..."

"조용히 해, 제일 중요한거 두개 들고 오는데 늦으면 어떡하냐! 오늘 결혼식 다 망할뻔."

"동혁, 괜찮아. 안늦었어? 그럼 됐어~ 나 이제 가서 준비해야해. See You Later!"


평소에도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지만 오늘의 루카스는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생글생글 웃으며 멀어지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자 재민이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을 흘겼다.


"누나, 나 자꾸 질투나게 할래요?"

"아, 미안...그치만 루카스 오늘 너무 잘생겼잖아..."

"나보다 더?"

"...아니~ 당연히 우리 재민이가 제일 잘생겼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서도 이어진 우리의 긴 연애는 나를 조금 더 솔직한 사람으로 바꿔놨다.

아니, 엄밀히 말 하자면 나재민 한정으로 솔직한 사람이 된거지만. 재민이 앞에서는 표현도 더 많이 하고 더 많이 내려놓게 되었달까.

예전이었다면 그저 웃으며 넘겼을 나재민의 질투도 이젠 애교로 무마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와 버렸다 이거지.


자신만 보라며 내 입술에 쪽 쪽 뽀뽀하는 나재민과 나를 환멸나게 바라보던 이동혁은 곧 입장이라며 우리 둘을 갈라놨다.

거대한 문 앞에서 괜히 내가 더 떨리는 기분에 심호흡을 하니 나재민이 웃으며 내 손을 살며시 깍지 껴 잡아왔다.


"긴장돼요?"

"어, 조금. 내 결혼식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냐."

"어쩌지, 누나 결혼식도 머지 않게 할건데 내가."

"어?"


무슨 소리지, 놀라서 나재민을 올려다 보려고 한 순간. 문이 열리고 이동혁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재민이 내 손을 잡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서, 나도 그의 뒤를 따라가야만 했다.

아니 그런데 아까 그건 무슨 소리지. 내 결혼식?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내 눈 앞에 펼쳐진 으리으리한 광경에 그가 했던 말은 잠시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홍콩에서 손에 꼽히는 호텔인 페닌슐라 호텔의 솔즈베리 홀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호화스러웠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홀의 인테리어에 홍콩의 결혼식 답게 여기저기 붉은 색의 장식들이 조화롭게 매달려 있었다.

곳곳에 루카스가 좋아하는 장미와 그의 그녀가 좋아하는 꽃이라던 흰 작약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이게 바로 재벌들의 결혼식이라는 건가.


흰 버진로드를 걸어 들어가며 내 옆에서 나와 함께 걸어가는 나재민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가 결혼을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괜히 부끄러워져 빠른 걸음으로 버진로드를 벗어나 옆으로 비켜섰다. 

이런 마음은 신랑 신부에게 민폐일 것 같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비워냈다.


곧 식이 시작되고 루카스가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하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들어오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같아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졌다.


"...쟤 봐, 입 찢어지겠다."

"내 말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처럼 웃네."

"냅둬라, 그렇게 기다렸는데 웃어야지 그럼."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무렵, 루카스가 우리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준 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진로를 두고 머리를 싸매던 우리들은 모두 한발짝, 앞을 향해 걸어갔다.
나와 루카스는 보스톤에 있는 대학교로, 재민이는 뉴욕에 그대로 남아 대학교를 들어갔으며, 이동혁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1년을 휴학하고 일 하며 벌었던 돈과 그 동안 모아놨던 돈을 다 긁어서 여행을 떠났다.
길고 긴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얼굴이 예전보다 더 까맣게 타 있어서, 우리는 이동혁을 초코볼이라 부르며 놀려댔다.



길고 힘들었던 대학 생활을 버티게 해준건 틈만 나면 전화한 나재민도 있었지만, 가까운 대학에 진학해 계속해서 붙어다니게 된 루카스 덕이 컸다.
내가 조금만 우울해지려 하면 나를 이끌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 앞장서던 내 친구가 있었기에 무사히 졸업까지 할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런 친구가 아주 오래 좋아하던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데, 나에게 들러리를 서 달라고 하는데. 당연히 오케이를 외쳤지.
이 결혼이 그가 얼마나 손 꼽아 기다려온 날인지 우리 모두가 알기에 정말 진심을 다해 축복을 빌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새신부는 알까, 루카스가 이따금 그녀가 보고 싶다며 울었다는 걸.
홍콩과 미국의 거리는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기에, 그가 집으로 돌아가기 까지 4년간, 나는 그 눈물바람을 바로 옆에서 모조리 지켜봐야 했다.

그간 흘렸던 눈물이 헛되진 않았는지, 환하게 웃는 루카스를 보며 나는 행복함과 벅차오름에 남모를 눈물을 조금 흘렸다.
남의 결혼식 때 대신 우는 사람들을 보며 주책이라 생각 했었는데, 이젠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이건 내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니 참 다행이다 싶은 안도의 눈물이었다.
슬쩍 훌쩍이는 나를 눈치챘는지, 재민이가 맞잡은 손을 조금 더 힘주어 다잡았다.

"울지마요."
"으응. 안울어."
"뚝."

나를 내려다보는 눈길이 햇살마냥 따스해서 나는 그새 벌개진 코를 찡긋하며 함께 웃었다.
내 옆의 이동혁은 키스하는 두 사람을 보며 손이 터져라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웃어야지.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마지막으로 신부가 부케를 던져야 하는 타이밍이 왔다.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묘하게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기에 몰려드는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려는 찰나, 오늘의 주인공이 나를 붙잡고 불쑥,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흰 작약이 만개한 부케를 내게 내민 그녀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답게,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이거 받아."
"어?"

어리둥절하게 그녀를 쳐다보니 내 손을 꼭 잡고서 조금은 진지하게 속삭였다.

"내가 살면서 가장 기쁜 날이, 너에게도 하루 빨리 오길 바랄게."

눈을 찡긋하며 웃는 얼굴에 잠시 머리가 멍- 해졌다.
아까 묘한 말을 하던 나재민의 얼굴이 겹쳐지며 귀가 빨개진게 느껴졌다. 
퇴장을 알리는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며, 그녀는 내 손을 잡았던 손을 놓고 루카스의 손을 다시 단단히 움켜 잡았다.
부케를 받기 위해 옹기종기 서 있던 사람들은 내 손에 들린 부케와 멀어지는 신부에 아쉬움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흩어졌다.
하객들은 이제 부부가 된 두 사람을 축하하기 위해 우르르- 걸음을 옮겼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나재민만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대로 서 있었다.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나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다가가니 나재민은 퇴장하는 루카스 커플을 슬쩍 눈으로 쫒으며 내게 말 했다.

"부케 받으면 6개월 안에 결혼해야 한다던데."
"...다 미신이야 그런거."
"...그래서, 나랑 결혼하기 싫다고?"

그 말에 재민이를 올려다 보니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생긋 웃는게 평소의 그 티 없는 예쁜 웃음과는 조금 달라서 왠지 모를 쑥쓰러움이 물 밀듯 밀려왔다.
괜히 딴청을 피우며 홀에서 나가려 걸음을 옮기자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오는 손이 있었다.

"...같이 가."

어느 새 그냥 평소의 그 얼굴로 돌아온 나재민은 나를 이끌고 홀 밖으로 나갔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자연스레 섞여 루카스를 찾아 다니려니 너무 복잡한게 꼭 내 머리 속 같아서.
나재민은 모를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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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촌동생 친구...번외는 2편? 정도 될 것 같아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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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헉 겨론 겨론이 머지 않았어요!!! 갸악!!!
5년 전
독자3
아 세상에 결혼이라니 결혼이라니ㅠㅠㅠㅠㅠㅠ 너무 예뻐요 진짜 루카스 드디어 츄ㅠㅠㅠㅠ
5년 전
독자4
드디어 루카스 결혼하는구나ㅠㅠㅜㅠㅠㅠㅠ
여주랑 재민이도 빨리.....💚

5년 전
독자5
헐 루카스 결혼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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