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00는 이빨로 멋지게 조각해논 연필을 보며 기가 찼음
그래... 연필 씹는 질감이 좀 좋긴 하지?
아니면 니네가 아직 이갈이던가
25-1
특히 마크가 많이 씹었음
그 다음으로는 해찬이 재민 제노 인준
25-2
인준이는 한번 씹은 뒤로는 다시는 씹지 않았음
아마 씹을 때 연필 겉껍질이 벗겨지는 게 별로인 모양인듯 혀에 달라붙은 껍질을 떼어내느라 혀에 쥐가 올 정도였으니 뭐
26
바닥에 어질러진 조각품을 보며 00는 한숨을 내쉼
26-1
얘네를 보며 경악을 했던 날을 떠올리면서
27
일단 인간...이니 뭐라도 머릿속에 넣어줘야 할 의무를 느낀 00는 도대체 뭘 가르쳐줘 할지 감을 못 잡았음
27-1
아니 그렇잖아 얘네한테 훈련을 시켜야해 아니면 글을 가르쳐야해
28
그때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00의 뒤로 동료가 툭 내던진 말이 있음
28-1
지능 검사라도 시켜보던가
28-2
지저스
29
근데 지능 검사를 하려고 했을 때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쒯
29-1
이거 글씨 읽고 세상에 심지어 마킹이잖아
30
결국 00는 애들을 모아 놓고 자기 이름을 씀
30-1
세글자는 무리라고 생각했던 건지 성은 빼고 이름만 A4에 꽉 차게 아주 큼지막하게
30-2
00 이라고
31
애들을 방에서 나오게 하고 전에 00가 동료들과 밥 비벼먹던 테이블에 일렬로 쭈르륵 앉힘
31-1
하... 이렇게만 보면 정말 들쳐업고 자랑하고 싶은 애들인데
32
이거 읽어봐
32-1
00
00
00
00
00
32-2
너네 왜 합창해? 지금까지 늑대로 숲에서만 살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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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연달아 말하는 늑대놈들에 00는 지능검사를 제안했던 동료의 이름을 씀
33-1
홍단아 이 망할년
33-2
니가 판을 벌려서
34
00가 단아라고 쓴 종이를 보여줌
35
니네...왜 못 읽어...?
36
그러다 애들의 시선이 미묘하게 아래위를 번갈아보는 느낌이라
애들의 시선을 따라가던 00는 사원증 같은, 목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걸 보고 알아챔
36-1
하 이샛키들 그냥 모양을 읽은 거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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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는 글씨는 집어치우고 애들 앞에 여러가지 물건을 늘어놓기 시작함
37-1
그중엔 포장된 생닭도 있고 연필도 있고 암튼 연구실에 있는 모든 걸 갖다놈
37-2
00가 뒤돌아서 다른 물건을 찾으러 갈 때 검은 손들이 책상 위로 올라옴
37-3
마크야 연필 씹고 간식 안먹을래
37-4
제노야 닭 먹으면 오늘 밥 없다
37-5
부시럭 거리던 소리들이 멈추고 잠잠해짐
37-6
육아 망할 나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아니 결혼까지 갈 필요도 없어
남자친구도 없는데씨 싱글젠장
38
00는 음식과 물건들 앞에 얌전히 앉아 자신만 말똥말똥 보는 애들한테 말함
39
마크는 시계
인준이는 핸드폰
제노는 거울
해찬이는 볼펜
재민이는 책
찾아볼까?
40
그리고 소름돋게 잘 찾았지
40-1
이것들 글만 모르는구만?
41
그때.. 그랬지 그래서 바로 글공부로 들어갔고...
41-1
내 인생 최대의 실수다
41-2
얘네도 글을 안배우는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41-3
그럼 나도 행복한데
41-4
서로 행복하게 할래 얘들아
42
그래도 겨우겨우 가나다라는 끝냄
나 자신... 존경스럽다...
43
연구실 중앙책상에 앉아 머리를 박은 자세로 있던 00의 옷깃을 누가 잡아당김
43-1
어 제노야 왜 배고파?
43-2
도리도리
43-3
어디 아파??!!
43-4
도리도리
43-5
그럼 왜 불렀어?
43-6
제노는 00에게 팔을 벌림
43-7
00는 그렇게 안아달라고 보채는 제노를 안아줌
+
부럽다 썅...
43-8
뭐 정확히는 안기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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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조절이 안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건 다시 잘 배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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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노는 00를 꼬옥 안고 다시 연구실 이곳저곳을 다님
44-1
인간으로 변한 이후에 연구원들의 합의 하에 애들은 방과 연구실을 들락날락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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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노가 떠나고 글공부에 회의감이 든 00는 다시 머리를 박음
45-1
한글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쉽다며....
46
이번엔 누가 어깨를 흔듬
46-1
재민이네
46-2
미소활짝
46-3
왜 불렀어?
46-4
재민이는 00의 손을 잡아다 자기 머리 위를 쓰담쓰담하게 움직임
46-5
00가 머리를 쓰다듬자 잡고 있던 손을 놓음
46-6
00가 재민의 머리를 한참 쓰다듬고 헐클이자 재민이는 한번 빙그레 웃어주고 자리를 뜸
46-7
아, 머리 이제 슬슬 떡질 삘이다 씻겨야 할 때가 벌써 온거냐...
47
교재에 문제가 있나 싶은 00는 교재를 차례차례 넘겨봄
47-1
책에 집중한 00의 흘러내린 머리를 누가 어설프게 귀 뒤로 넘겨줌
47-2
깜짝놀라 00가 뒤를 돌아보면
47-3
마크가 조각해논 연필을 들고 서 있었음
47-4
아니 차라리 조각이면 어떻게 깎아서라도 쓸텐데
47-5
아예 조샀구나 마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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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쩍게 웃는 마크의 볼따구를 쭈욱 잡아서 이리저리 흔듬
47-7
으휴 이 똥강아지야 내가 연필 씹지 말라고 말했어 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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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은근 볼쭉쭉이 당하는거 즐기는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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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도 볼을 마구 누르던 00는 마크한테 단단히 주의를 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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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씹지마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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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게 웃으며 끄덕이는 마크를 본 00는 마크가 건네준 연필을 들여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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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키 이거 솜씨가 나날이 거칠어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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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한 00는 당이 떨어져서 냉장고 문을 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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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우유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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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있던 바나나우유를 털어온 00는 책상에 바나나우유를 내려다놓고 고개를 굽히는 자세로 바나나우유를 원샷으로 드링킹함
물론 빨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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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2개쯤 클리어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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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언제 앉아있었니 인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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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준이가 쏘아대는 레이저로 이미 뚫린 것 같은 바나나우유에 00는 새 바나나우유에 새 빨대를 꽂아서 맞은편의 인준에게 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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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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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가 건낸 바나나우유 대신 00가 먹던 바나나우유를 가져간 인준이 소심하게 쪼옥 빨아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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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 00가 먹던 바나나우유를 클리어한 인준에 00는 아까 건낸 새 바나나우유를 슬쩍 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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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나나우유는 가지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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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맙다고 볼에 뽀뽀해주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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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유치원 커리큘럼 보니까 고맙다고 뽀뽀뽀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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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 가르쳤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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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뭄바 탱고 쌈바 호로홍호홍롬너로 퇴근!!!!!!!
벌써 퇴근이라니 오늘 시간이 짧아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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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내 코트 어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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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는 연구실부터 구석구석 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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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 꺼짐? 아 진짜 나 빨리 퇴근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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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는 코트에 00는 설마 싶은 생각에 애들 방을 살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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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찬아 뭘 그렇게 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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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내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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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집 가야하는데 해찬이가 그거 안주면 나 집에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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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를 꼭 안고 있는 해찬이는 얼마나 가지고 논건지 세상에 마상에 털이,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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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간다는 말에 해찬이는 아예 그 코트를 입으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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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건 안먹히고
49-11
나 집에 못 가면 너무 슬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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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가 우는 척을 하자 해찬이는 살짝 당황한 듯 멈칫함
49-13
계속 훌쩍이며 우는 시늉을 하자 해찬이 입으려던 코트를 다시 벗고 00에게 다가옴
49-14
한참을 망설이다 00에게 코트를 쭈뼛쭈뼛 건냄
49-15
나 주는거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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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가 눈에 띄는 늑대털을 떼어내고 입고 방을 나가려고 하자 해찬이가 00를 붙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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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에게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던 해찬에 00는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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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내가 고맙다고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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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주는거야?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옘병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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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교육은 헛되면 안되기에 해찬에게 짧은 볼뽀뽀를 해준 00는 해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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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보자 우리 강아지
고르기 한번 할까요?ㅋㅋㅋ 치댐을 고른다면?
제노 재민 마크 인준 해찬
여러분이 너무 좋아하셔서 뜻밖이었답니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글에... 애들은 한번도 인간으로 대사 한번 없었는데
그래서 일단 빨리 돌아왔습니다!
댓글은 진짜 너무 힘이 됩니다!
댓글을 보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막 받아요!
그리고 큐앤에이 많이 해주세요!